
매체에서 보면 쉽고 편한 것만 찾을 것 같은 요즘 소비자들은 새벽 산행 마감 대란을 만들어내고, 팝업스토어 앞에 수십분씩 줄을 선다. 밤새 걷는 수고로움과 기다림을 기꺼이 감수하면서도 그 경험을 ‘수집’하려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송수진 교수는 이들을 바로 소비 트렌드의 새로운 주인공, ‘경험수집가(Experience Collector)’라 부른다.
경험수집가는 단순한 체험을 넘어 의미 있고, 재미있고, 상징적인 경험만을 골라 자신의 정체성으로 차곡차곡 쌓아가는 사람들을 말한다. 자신의 감정·시간·관심이 낭비되는 것은 조용히 거부하면서도, 기억에 남을 특별한 순간에는 기꺼이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
재미없는 콘텐츠에는 단 1분도 낭비하지 않으면서 여행지에서 헤매고 다닌 반나절의 기억은 추억으로 생각하고 기록으로 남긴다. 기술의 발전으로 경험을 설계하는 데 드는 시간과 수고가 크게 줄어들면서, 이들의 수집가적 열망은 더욱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나이키 ‘조던 시리즈’처럼 상징적인 이야기가 담긴 브랜드에는 뜨겁게 반응하면서도, 제품의 스펙을 나열하는 의미 없는 광고는 조용히 외면하는 역설이 이들의 소비 심리를 잘 보여준다.
저자는 이 현상을 단순한 한 세대의 유행으로 보지 않는다. 기술이 일상의 낭비를 지워갈수록 소비자는 역설적으로 더 밀도 높은 경험을 갈구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날 경험수집가가 탄생한 이유라고 말한다. 또 이들을 이해하고 이들의 열망을 충족시켜 주는 기업만이 소비자의 마음속에 오래 머물며, 브랜딩에 성공하고, 더 나아가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풍요로운 시대가 됐기 때문일까? 역설적으로 물건을 많이 가질수록 풍요롭다는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요즘 사람들에게 소유는 때로 ‘짐’이 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무엇에 관심을 가지게 될까? 바로 경험이다. 그 어느 때보다 경험은 오롯이 ‘나다움’이 된다. 그래서 경험수집가들은 제품 자체보다 그 제품이 만들어주는 이야기와 제품을 구입하는 순간을 더 소중히 여긴다.
유튜브 프리미엄이 비교적 높은 가격 책정에도 불구하고 가입자가 꾸준하고, 마켓컬리의 멤버십 가격이 비싸 보여도 이탈률이 낮은 이유는 모두 같다. 광고 없이 콘텐츠를 즐기고 배송 대기 시간을 줄여주는 ‘시간 절약의 가치’를 소비자들이 기꺼이 구매하기 때문이다.
혼밥, 혼영, 혼술처럼 ‘혼자 하는 소비’가 늘어나는 것도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감정적 피로를 줄이고, 온전히 나만의 경험에 집중하려는 흐름으로 읽힌다. 커스터마이징 굿즈, 내가 직접 고른 경험들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사건’으로 기억된다.
소비는 이제 정체성 실험이 됐다. 저자는 이 흐름이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소비의 본질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하며, 기업이 비즈니스의 포인트를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에서 ‘소비자의 열망을 충족시키는 서사’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품을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소비자가 수집하고 싶은 경험을 설계하는 브랜드만이 선택받는 시대가 이미 우리 앞에 펼쳐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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