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중·러와의 전략적 협력관계 강화해야

윤석열정부가 출범 2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긴장된 한반도 정세를 풀지 못하는 숙제를 떠안고 있고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지경학적 어려움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을 만큼 준엄하다.

분단된 한반도에는 실질적 핵보유국 북한이 있고, 대미 항전을 불사하는 중국도 건재하다.

또, 아시아 헤게모니를 꿈꾸는 일본과 옛 소련의 부활을 꿈꾸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도 있다. 여기에 북·중 ‘특수관계’와 한미동맹과 한중 협력관계 사이의 차별성도 존재하고 최근에는 러·북 접근까지 얽혀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까지 출현했다.

윤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북한 문제를 기준으로 국제관계를 재단하던 틀에서 벗어나 자강불식을 강조하는 외교 원칙을 천명하면서 경제·군사 능력을 유연하게 발휘하는 ‘실용 외교 노선’을 채택해, ‘안전 보장’과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이라는 이중 목표 달성을 위해 지난 정부와 차별성을 보였다.

특히 한미동맹의 복원 및 강화, 한·미·일 협력 공조 체제를 통해 안전을 담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외교를 전개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의 대미 경사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일각에선 한국의 ‘서방 올인’ 전략 때문에 러시아와의 관계가 소원해졌고, 중국과의 갈등이 확대됐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하는 한국 외교의 전략적 유연성 확보가 정말로 불가능한 것인지가 향후 현 정부의 외교전략 구축과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반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핵심 세력인 중·러의 대한반도 영향력 확장을 여하히 제어하면서 안정적인 관계를 설정할 것인가가 향후 외교의 숙제다.

한중 관계, 어떻게 볼 것인가?

한중 양국은 1992년 8월 역사적 수교를 단행했고 올해 32년을 맞았다. 양국은 ‘우호’ 단계를 거쳐 1998년 ‘협력 동반자 관계’, 2003년에는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2008년에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설정했고, ‘성숙한’ ‘실질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이르렀다.

비록 ‘전략적’ 관계의 개념이 모호해지고 내용이 형식적 수사를 초월하는 예도 있지만, 혈맹이나 전통 우호 협력관계를 제외하고는 최상위급 단계를 구축한 것도 사실이다.

이 과정서 한국은 중국과 북한의 특수관계로 인해 전체적으로는 우호적이지만 영역별로는 불균형적인 관계를 추구할 수밖에 없었다. 경제가 양자 관계를 이끄는 가운데 민감한 정치·안보 이슈는 이견으로 남겨 두는 구동존이를 지향했으나 결국 사드 배치 문제로 최고도 갈등을 겪었고 여전히 후유증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경제·교역 분야가 ‘최대주의’에 의해 유지됐다면 정치·군사·안보 분야는 ‘최소주의’적 결과를 보여왔다. 특히 중국 탓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수교 당시의 최대 목표였던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환경 구축이라는 측면에선 아쉬움을 남겼다.

이는 북한과 북핵 문제로 인해 예측됐던 결과이기도 하다. 중국은 한반도 통일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안보적으로 미국의 영향 아래 있는 한국적 현실을 고려해 ‘통일’보다는 ‘분단된 한반도’라는 현상 유지적 ‘안정’을 희망한다.


북핵 문제에도 이견이 존재한다. 한반도 내에서의 핵 불용을 천명하면서도,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가 유지되는 조건에서만 한반도의 비핵화를 추구한다.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위해 안정을 희생시키는 행위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면서 대북 제재엔 소극적인 이유다.

게다가 중국은 한미동맹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함께 한·미·일을 안보 동맹으로 인식해 대중 봉쇄의 하나로 간주한다. 중국이 당면해 있는 한국의 절박한 안보 위협에도 불구하고 북핵에 대해 지나치게 관용적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러 관계, 어떻게 할 것인가?

더 큰 문제는 양국이 사드 사태 이후 갈등 해소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은 한국이 미국의 인·태 전략과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구축에 완전히 동조하고 대만 문제와 남중국해 문제에 있어 대중국 봉쇄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인식한다. 또, 한국이 가치 외교를 내세워 양 국민 사이의 비호감 정서가 심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서 양자는 미래 지향적 접근을 위해 경제는 시장에 맡기면서 국제 전략 관계 등의 거대 담론보다는 양국 관계의 실질적 신뢰 구축에 필요한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한·중은 ‘갈등은 해결하기보다는 관리하는 것’이라는 인식하에 연성 주제부터 양자 차원의 실천적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평탄한 관계를 유지하던 한·러 관계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공전의 위기를 맞고 있지 않은가.

러시아는 양자 관계 악화의 원인이 한국의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제재 동참이라고 주장하면서 다양한 비우호 조치를 해 왔다. 러시아서 탈북민 구출 활동을 벌이던 선교사 한 명을 간첩 혐의로 체포했으며, 간첩 혐의로 유죄판결 시 최고 20년의 징역형이 선고된다고 한다.

게다가 지난 3월28일에는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 위반을 감시하는 전문가 패널 임기연장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 15년간 유엔안보리서 유지했던 촘촘한 대북 제재 감시망이 러시아에 의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중국은 이를 예상한 듯 기권표를 던져 변명거리를 축적해 놨다.

결과적으로 러시아는 한국과 계속 각을 세우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주러시아 한국대사에게 신임장을 제정하면서 “양국 관계는 건설적인 방식으로 발전했고, 특히 경제 분야서 상호이익이 됐다”면서 “양국 협력이 매우 유익한 동반관계 궤도로 복귀할지는 한국에 달려 있다”고 한국에 공을 넘겼다.

그러나 한국은 대북 감시 전문가 패널 무산과 관련해 안보리 제재를 위반하고 북한과 러시아 간의 군수물자 운송과 북한 해외노동자 송출에 관여해 온 러시아 선박, 개인, 기관을 제재 대상으로 독자 제재를 발표했다. 이는 러시아와 북한의 무기 거래, 불법 노동자 송출을 정면으로 겨냥한 조치다.

사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국이며, 지난해 9월 북한 김정은과 만나는 등 한국을 자극했다. 또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 한·러 관계의 파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협박하면서도, 대북 군사협력이 한국의 안보에 대한 더 직접적 원인이 되는 점을 모르는 체하는 이중성도 보인다.


북한 김정은은 이를 이용해 대중국 관계와는 결이 다른 새로운 북·러 동맹 형성 시도로 러시아를 선택해 중간자적 이익을 극대화하려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탄약과 포탄을 북한으로부터 공급받으려는 러시아와 경제난 타개를 위한 에너지 지원 확보는 물론, 첨단 핵·미사일·핵잠수함 기술을 갈구하는 북한의 이해가 일치한 결과다.

한국 입장에선 한·러 관계도 중요하지만, 푸틴이 직접 김정은 손에 군수물자를 공급한다면 국가안보 차원서 적극적인 대응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주러시아 이도훈 대사를 크렘린궁서 열린 푸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시켰다. 지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비우호국으로 지정된 한국이 일정한 관계 복원 신호를 보낸 것이다. 관계 개선까지는 아니더라도 양국이 상황을 관리하자는 공감대 형성은 가능해 보인다.

문제는 구체적인 실천 방식을 여하히 만들어 낼 것인가에 달려 있다.

러시아 역시 국제적 제재 국가인 북한과의 협력보다는 한국과 협력하는 것이 유리한 상황임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러시아와의 전략 소통은 필수적이며, 중국이 직접 참여하지는 않겠지만 북·중·러 협력 구도로 한·미·일 구도에 대항하려는 북한의 의도도 좌절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무엇을 해야 하나?


작금의 불확실한 국제사회 현실서 한국의 절대적 과제는 안전 보장이며 이를 바탕으로 한 경제 협력관계 설정에 있다. 특히 실질 핵보유국 북한과 ‘핵 있는 평화’를 생각하면 안보에 대한 분명한 원칙 및 방향성 확보는 필수다.

한국의 안보 강화가 중국과 러시아, 북한을 자극해 신냉전 구도 구축을 추동하기보다는 이들을 선택적 균열에 빠뜨릴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감내하는 안보 위협은 미·중 관계나 미·러 관계의 부속물이 아니다.

한국이 ‘신냉전’을 추구할 아무런 이유가 없음을 중·러 양국과의 소통을 통해 계속 설파해야 한다. 특히 북한으로부터의 안보 위협에 대한 분명한 억지력을 갖춘 국방 태세는 북한은 물론, 중·러를 설득하는 최대의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시청역 참사’ 엇갈린 전문가 판단

‘시청역 참사’ 엇갈린 전문가 판단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시청역 7번 출구 앞 교차로서 16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는 사고 이후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급발진이 아니라는 정황만 계속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도 급발진일 확률은 매우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급발진 여부와 상관없이 운전자 A씨는 처벌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늦은 밤 시청역 교차로서 9명이 사망하고 7명이 다치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말 급발진이 맞는지 의문이 들고 있다. 해당 사고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도 갈리고 있는 상황에 경찰의 차량 사고기록장치(EDR, Event Data Recoder) 분석 결과는 1~2개월 뒤에 나온다. 죽음의 역주행 지난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7번 출구 인근 교차로서 승용차가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 보행자들을 덮쳐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현장서 가해 차량 운전자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으며 ‘급발진’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27분께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을 빠져나온 제네시스 G80 차량이 일방통행인 4차선 도로(세종대로 18길)를 역주행하며 갑자기 튀어나왔다. 이 차량은 빠르게 달려 도로에 있던 BMW와 소나타 차량을 차례로 추돌한 후 횡단보도가 있는 인도 쪽으로 돌진해 신호를 기다리던 보행자들을 덮쳤다. 이후에도 100m가량 이동하다 건너편에 있는 시청역 12번 출구 앞에서야 멈춰 섰다. 역주행한 거리는 모두 200m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가해 차량인 제네시스 운전자 남성 A씨를 현장서 검거했으며 통증을 호소해 일단 병원으로 이송했다.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운전자의 아내 60대 여성도 병원으로 이송됐다. 정용우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이날 현장 브리핑서 “운전자도 다쳤기 때문에 아직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며 “진술이 가능한 시점에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음주 여부에 대한 기초적인 조사를 했는데 음주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고 경위와 원인에 대해 운전자 진술과 CCTV, 블랙박스 등을 토대로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사고 경위에 대해 A씨와 그의 아내 B씨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사고 다음 날 <조선일보>와 인터뷰서 “호텔 행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차량 상태가 좀 이상했다”며 “내가 운전을 하기 때문에 이를 알아챌 수 있었다. 갑자기 튀어 나갔다”고 주장했다. 교차로서 9명 사망 7명 부상 커지는 의문, 밝혀지는 정황 게다가 A씨는 사고 이후 자신의 직장인 버스 운수업체 관계자에게 전화 걸어 “사고가 나서 이튿날(2일) 출근을 못 할 것 같다”고 사정을 이야기하며 급발진에 대한 언급을 하기도 했다.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B씨도 “제동장치가 안 들은 것 같다”고 1차 진술 때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과장은 급발진에 대해 “현재까지 피의자 측 진술뿐”이라며 “추가 확인을 위해서 차량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감식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국과수 차량 감식 결과가 사고 원인 규명과 급발진 여부를 파악할 열쇠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과수의 차량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에는 통상적으로 1∼2개월가량 소요된다. 이 때문에 급발진이 맞는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 커지고 있다. EDR은 사고 직전 5초간 차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기록하는 장치다. 급발진으로 브레이크가 듣지 않고 급가속하면, EDR에는 차량 가속페달이 조작되고 브레이크가 조작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운전자가 직접 밟았는지 아닌지는 판단할 수 없다. 목격자 증언과 주변 폐쇄회로(CCTV) 정황으로는 급발진이 아니라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인근 상인들은 “웨스틴조선호텔서 나오면 자연스레 우회전할 수밖에 없는 도로 구조”라며 “길 건너편으로 역주행하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부 목격자들은 급발진 차량 특유의 회피 동작 징후를 보이지 않고 횡단보도로 돌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급발진 사고는 대체로 차량이나 사람을 치지 않으려는 회피 동작을 하는데 가해 차량에서는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1~2달 뒤 EDR 발표 CCTV서 가해 차량은 뭔가에 추돌한 후 멈춘 것이 아니라 사람을 친 후 스스로 멈추는 장면도 포착됐다. 사고 목격자 C씨도 “급발진할 때는 발진이 끝날 때까지 박아야 했는데 그 자리서 딱 멈췄다”고 주장했다. 또 주변 CCTV를 분석한 결과 사고 차량이 역주행할 때 보조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장치를 거치지 않고 브레이크와 바로 연결된 브레이크등은 페달을 밟으면 바로 점등되는 구조여서 급발진과 오조작을 간접적으로 증명할 유용한 방법으로 꼽힌다. 보통 브레이크를 밟으면 브레이크등(후미등)과 보조브레이크등이 모두 켜진다. 다만 후미등은 야간 주행 시에도 켜지기 때문에 감속했는지를 보려면 보조브레이크등의 점등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차씨의 차량은 호텔 주차장서 나와 역주행 후 사고로 이어지기까지 보조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자동차가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생기는 타이어의 미끄러진 흔적인 스키드마크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급발진이 아니라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당초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3일 오후 2시경 시청역 역주행 대형 교통사고와 관련해 2차 브리핑을 열었다. 당시 정 과장은 ‘현장서 스키드마크가 발견됐느냐’는 질문에 “(차량의)마지막 정차 지점과 사고 지점서 스키드마크를 확보했다”며 “스키드마크는 제동 장치가 작동해야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브리핑이 종료된 뒤 30분 만에 경찰은 발언을 뒤집었다. 노면에 남은 유류물 흔적을 스키드마크로 착각했다는 것이다. 당황한 목소리? 경찰은 “현장에 스키드마크는 아예 없었다”며 “(노면에 남은 타이어 자국은)유류물 흔적이며, 이는 부동액이나 엔진오일 냉각수가 흐르면 나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사고 지점서 교통섬 방향으로 기름이 묻은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타이어 자국이 남아있을 뿐, 스키드마크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키드마크는 자동차가 제동하기 전의 주행속도를 알 수 있는 등 교통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특히 이번 사고와 관련해 가해 차량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서 스키드마크는 제동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인데 스키드마크도 발견되지 않은 것이다. 가해 차량의 블랙박스에서는 통상 급발진일 때의 긴박한 오디오도 찾아볼 수 없었다. 통상 급발진 의심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에는 ‘차가 왜 이러느냐’ ‘멈출 수 없다. 어떻게 하냐’ 등처럼 운전자나 동승자의 당황한 목소리가 담긴다. 그런데 가해 차량의 블랙박스에선 이같은 음성이 들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B씨는 사고 직전까지 별다른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이를 두고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서 “급발진 여부를 판단하려면 오디오가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중요하다”며 “‘이 차 미쳤어’ 이런 생생한 오디오가 없으면 꽝”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정황에 전문가들도 사실상 급발진일 확률은 없다고 보고 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서 시청역 사고의 급발진 가능성을 묻는 말에 “일단 급발진 가능성은 저는 0%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염 교수는 “급발진은 급가속이 이뤄진 후 구조물을 추돌 또는 충돌하지 않는 이상 멈추지 않는다. 보통 급발진 차량들은 차량의 전자장치 이상으로 인해서 속도에 오히려 가속이 붙고, 속도가 줄어든다든지 운전자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다시 전환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영상을 봤는데(가해 차량이) 아주 속도를 서서히 낮춰서 정확하게 정지했던 장면이 보였다”고 말했다. 급발진 여부 놓고 갑론을박 홧김에? 고의 사고 의혹도 염 교수는 “(급발진의 경우)브레이크가 밟아지지 않아 제동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가속이 붙기 때문에 요리조리 차량과 보행자를 피하려다가 어떤 구조물에 받혀서 속도가 멈추는 상황(이 대부분)”이라며 “운전자가 주장하는 급발진이라고 가정을 한다면 차량이 아마 더 가속하고 더 나아갔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가능성이 있지만, 차량이 역주행 진입을 해버려 당황한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을 헷갈려서 과속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동승자와의 다툼으로 운전자가 홧김에(가속에) 들어가는 그런 경우들도 과거에 종종 있었기 때문에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급발진 여부 조사에)최소 일주일 이상 소요될 것”이라며 “급발진 차량 결함 여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2002년 한국 첫 자동차 정비 명장으로 선정된 박병일 박앤장기술로펌차량기술연구소 대표는 “사고 크기와 상태, 충격의 정도를 보면 급발진의 가능성이 꽤 높다”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급발진해 분당 회전수(RPM)가 급상승하면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량이 밀린다”며 “요즘 차량에 쓰이는 전자식 브레이크는 기계식처럼 작동하는 게 아니라 전자적 결함이 발생하면 브레이크가 강하게 듣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급발진이 아니라고 100% 장담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급발진은 전자제어의 이상으로 발생하는데, 이상이 발생했다가 충돌로 인해 없어질 수도 있다”며 “예전 사례를 보면 어딘가에 부딪친 뒤 급발진하는 차량도 있고, 그 반대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사고처럼 정지하는 모습은 급발진 가능성을 줄이는 것으로 운전자의 주장에는 매우 불리한 정황”이라고 덧붙였다. 한 누리꾼이 직장인 커뮤니티에 “부부싸움으로 인한 홧김 풀악셀 맞다. 호텔서부터 싸웠고, 호텔 CCTV에도 고스란히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찰서도(증거 CCTV 영상을) 가져갔다”고 적으면서 고의 사고 의혹도 불거졌다. 경찰은 부부가 사고 전 머물렀던 호텔서 싸우는 CCTV의 영상이 실제로 있는지 확인한다는 입장이다. 급부상한 부부싸움 정 과장은 고의사고 의혹에 대해 지난 3일 브리핑서 “시청 교차로 교통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구체적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며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확인되지 않은 내용의 보도로 사실 왜곡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유의 부탁드린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은 법원서 기각됐다. 경찰에 따르면 법원은 “(피의자가)출석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있다거나 체포의 필요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A씨가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으며 경찰의 근거리 신변 보호를 받는 점 등을 들어 체포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