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정치, 정파 집단주의의 족쇄로부터 자유로워져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는 과정상 많은 문제점을 보였다. 기한을 한참 넘겨 떠밀리듯 획정된 선거구, 여야 양측의 원래 공언과 달리 다시 채택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인해 또 나타난 ‘위성정당’들…

자신의 사법적 취약성을 가리거나 개인적인 한을 풀고자 출마한 여러 후보자, 지역 연고는 무시하고 중앙의 전략적 계산만으로 결정한 정당 공천, 당내 비판 세력을 밀어내 구축된 사당(私黨) 조직, 상대 측을 악마화하는 흑백논리…

제대로 된 정책이나 공약 없이 감정적 선동으로 표를 얻으려는 포퓰리즘 선거운동 등 여야를 가리지 않은 이런 부끄러운 모습은 국민을 진영으로 갈라치기하고 정치에 대한 실망감은 물론 혐오감마저 퍼뜨렸다.

선거 과정이 이 모양이었으니 솔직히 제22대 국회에 대해 큰 기대를 하기는 힘들다. 과정상 생긴 여러 문제점, 특히 정파적 양극화와 국민적 불신감이 의정활동에까지 후유증을 남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 선거 결과는 이 같은 우려를 더 깊게 한다.

여야 진영 간에 힘의 균형이 존재할 때 양측은 국민 눈치를 보며 신중하게 중용적 기조와 타협적 전략을 취하는 일반적 경향이 있다.

선거 과정·결과로 인한 우려와 희망


반면 이번 선거처럼 힘의 균형이 깨진 상황에서는 다수 쪽(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소수 쪽(국민의힘)은 극한으로 저항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쉽다. 특히 소수 측은 국정운영에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기 위해 극렬한 전투태세로 행정부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만큼, 다수 측의 독주는 큰 대립과 교착을 가져올 것이다.

또, 예상을 넘어 약진한 조국혁신당은 범야권 내에서 민주당과 2027년 3월 대통령선거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국회를 다차원의 복잡한 갈등·혼란·불확실성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게다가 상당수 당선자들은 현재 이미 재판을 받고 있거나 선거법 위반 등으로 추후 고발당할 수 있다는 점이 22대 국회의 돌발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민주당(이재명)·조국혁신당(조국) 대표들에 대한 사법 처리는 최종 판결이 어떻게 나든 간에 정치권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

정치인의 사법 리스크는 한국 정치의 오랜 특징인데, 특히 새 국회서 엄청난 폭발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우려된다. 물론 우려만 있는 건 아니다. 역설적으로, 이번 선거 과정상 정치권 전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너무 커져 정치인들이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은 새 국회에 작은 희망을 던진다.

여당은 권력의 오만과 소통 부족이 얼마나 큰 패배를 안기는지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야당도 자기네를 정말 좋아서 지지하는 유권자는 일부 강성 추종자를 제외하고 별로 없다는 점, 대통령의 리더십 미흡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받았을 뿐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착잡했을 것이다.

이 같은 쓴 교훈과 무거운 마음은 여야 당선자들에게 위기감을 가져온다. 특히 지난한 공천 및 본 선거 과정을 치열하게 거친 당선자일수록 들뜨기보다는 화난 국민을 달래기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절박함과 부담감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개중엔 승리가 확정되자마자 큰 성과를 거둔 듯이 의기양양 발언하고 개인적 분풀이 엄포를 놓은 미성숙한 당선자도 일부 보이지만, 대부분은 위기를 인지하고 경각심을 갖게 된 듯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서 희미한 희망의 빛을 찾을 수 있다. 당선자들은 선거 직후 느낀 위기의식을 등원 후에도 계속 견지해야 한다. 절실한 마음으로 정치 양극화를 어떻게 극복하고 국민 불신감을 어떻게 해소할지 고민해야 한다.

외교·안보·경제·고용·복지·인권·교육·환경 등 모든 영역이 격랑에 빠져 있는 현 상황서 국회가 계속 양극화되고 유권자가 심한 불신감·무력감에 시달린다면 국가를 이끌고 민주주의 가치를 세울 지도력과 원동력이 나올 수 있겠는가?

제22대 국회의 주역인 당선자들은 정치 양극화와 국민 불신의 문제를 대처하기 위해선 시대 상황을 직시하고, 의정활동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물론 이 두 과제는 깊은 연구, 고민, 논의를 요한다. 여기서는 문제 제기 차원서 간단히 방향만 짚어보도록 한다.

힘든 시대 상황 직시해야

우선, 현실정치는 시대에 맞아야 적실성을 띨 수 있다는 점을 환기해야 한다. 오늘의 시대는 ‘전환’이라는 말로 압축된다. 탈 대중, 탈산업, 탈냉전, 탈물질주의, 탈경계 등 탈(脫)자 접두어가 시대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첨단 과학기술, 특히 정보통신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시대전환의 속도를 급격하게 높였다.

여러 갈래의 전환기적 조류는 특히 양극화를 심화하고 있다. 탈냉전은 오래 억눌렸던 이념대립을 분출시켰다. 탈물질주의는 중간적 타협이 힘든 ‘삶의 질’ 이슈들을 둘러싼 문화 전쟁, 도덕 전쟁의 촉발을 가져왔다.

탈산업은 사회의 복잡성·불확실성을 높여 경제·사회·문화 각 분야서 적응자와 부적응자의 간격을 넓혔다. 이처럼 시대적인 이유로 국민 전반에 정서적 양극화가 형성되고 있어 정치권도 양극적인 정치 대립구도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정서적 양극화는 고정된 두 사회집단(계층) 간의 실체적 대결이기보다는 유동성·비정형성·급변성이 큰 무형적 진영 간의 대립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모순적으로 들리지만 희한하게도, 여러 전환기적 조류가 양극화와 동시에 파편화를 촉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탈산업은 산업구조를 복잡하게 분화시켜 사회 균열 구도를 파편처럼 조각냈다. 정보화는 정보 습득 비용을 낮춰 집단적 충성심을 낮추고 사회집단 간 경계를 허물었다. 이에 따라 인간은 원자화되고 대중(mass)은 해체됐다.

탈물질주의는 경제적 계급 균열을 완화하고 다양한 사회·문화적 사안을 단발적으로 쟁점화함으로써 사회를 파편화했다. 지구화도 지방-국가-세계 간 경계를 이완시켜 세계 차원에서는 융합을, 국가 내부에서는 파편화를 촉진했다.

이런 파편화 흐름 속에서 오늘날 국민 사이의 양극화는 정치권의 행태나 전략에 의해 단기간에 만들어졌다가 단기간에 사라졌다가 또다시 새로운 형태로 등장하는 경향을 보인다. 즉, 양극적 대립구도는 지속되는데, 양 진영의 이념·성별·세대·지역별 구성요소는 일정하지 않고 시대적 맥락에 따라 쉽사리 바뀐다.

양극화 및 파편화에 연결된 전환기적 특징으로 국민의 막연한 불안감과 권위에 대한 불신감도 들 수 있다. 복잡한 시대환경의 급변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사람들은 막연한 불안감을 느낀다.


이 같은 심리의 사람들은 한편으로 정치권의 감상적이면서도 전략적인 포퓰리즘에 이끌리고, 그때그때 시류에 의해 나타나는 어떤 정치적 표적(인물이나 단체)을 희생양 삼아 분노를 표출하며 마음의 위안을 받으려 한다.

반면 다른 한쪽의 사람들은 정부·정치권은 물론, 사회 지도층 등 모든 권위에 대해 기본적인 불신을 갖게 된다. 어느 한쪽으로 강한 지지를 보낼 때가 있더라도, 충성스럽게 지속하지는 않는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이런 성격의 국민을 잘 떠받들기란 쉽지 않다. 국민들의 정서적 양극화는 존재하는데 시대상황에 따라 그 내용이 급변하므로 각 정당·정파는 전략적 계산을 하는 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단기 이익을 위해 책략을 자칫 잘못 쓰면 국민의 정서적 양극화가 정치적 전면전으로 비화하면서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역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역효과는 정당·정파의 실리에 타격을 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민주주의, 심지어 국가 체제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데 그 사안의 심각함이 있다.

집단주의 극복할 인식 패러다임을 향해

오늘날 전환기적 사회의 특징인 무정형의 정서적 양극화와 반(反)권위적 불신감은 주어진 상수(常數)다. 이 속에서 민주주의와 국가 체제가 큰 위기에 봉착하지 않으려면 제22대 국회가 작동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여기서 작동의 패러다임이란 제도보다는 인식 틀에 관한 것이다. 국회는 수많은 제도 변화를 경험했으나 나아지기보다 오히려 여러 부작용을 겪었다. 소위 ‘국회선진화법’ 사례가 보여주듯이 인식 틀의 근본적인 변화 없는 제도 개선은 정당·정파 간 갈등을 증폭시키고 국민의 무력감을 배가시킬 뿐이었다.

새 국회의 당선자들은 어떤 방향으로 인식 틀을 짜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까?

바로 정당·정파 집단주의의 족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정치권은 여야 양쪽으로 갈라져 경직된 양극적 집단 대결을 벌임으로써 입법 과정은 물론, 국정 전반을 마비시키고 선거를 흑백논리의 이전투구 판으로 만들어 유권자의 불신감·혐오감·무력감을 극대화했다.

물론 적당한 통일성을 갖춘 정당들은 민주주의의 필수고, 국회 입법 과정의 효율성·체계성·일관성·책임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런 건전한 정당들이 국회 작동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과도하게 경직된 집단주의를 배격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한 정당 관계, 국회 운영, 민주주의 작동의 적절한 모델들에 대해 학계를 중심으로 이미 많은 논의가 진행돼있다. 이에 관한 구체적 고민은 지면 관계상 제22대 국회의원들의 몫으로 돌린다. 무엇보다 “국가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헌법 조문에 충실하도록 인식 패러다임을 바꾸는 그들의 의지가 요구된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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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