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정치, 정파 집단주의의 족쇄로부터 자유로워져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는 과정상 많은 문제점을 보였다. 기한을 한참 넘겨 떠밀리듯 획정된 선거구, 여야 양측의 원래 공언과 달리 다시 채택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인해 또 나타난 ‘위성정당’들…

자신의 사법적 취약성을 가리거나 개인적인 한을 풀고자 출마한 여러 후보자, 지역 연고는 무시하고 중앙의 전략적 계산만으로 결정한 정당 공천, 당내 비판 세력을 밀어내 구축된 사당(私黨) 조직, 상대 측을 악마화하는 흑백논리…

제대로 된 정책이나 공약 없이 감정적 선동으로 표를 얻으려는 포퓰리즘 선거운동 등 여야를 가리지 않은 이런 부끄러운 모습은 국민을 진영으로 갈라치기하고 정치에 대한 실망감은 물론 혐오감마저 퍼뜨렸다.

선거 과정이 이 모양이었으니 솔직히 제22대 국회에 대해 큰 기대를 하기는 힘들다. 과정상 생긴 여러 문제점, 특히 정파적 양극화와 국민적 불신감이 의정활동에까지 후유증을 남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 선거 결과는 이 같은 우려를 더 깊게 한다.

여야 진영 간에 힘의 균형이 존재할 때 양측은 국민 눈치를 보며 신중하게 중용적 기조와 타협적 전략을 취하는 일반적 경향이 있다.

선거 과정·결과로 인한 우려와 희망


반면 이번 선거처럼 힘의 균형이 깨진 상황에서는 다수 쪽(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소수 쪽(국민의힘)은 극한으로 저항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쉽다. 특히 소수 측은 국정운영에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기 위해 극렬한 전투태세로 행정부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만큼, 다수 측의 독주는 큰 대립과 교착을 가져올 것이다.

또, 예상을 넘어 약진한 조국혁신당은 범야권 내에서 민주당과 2027년 3월 대통령선거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국회를 다차원의 복잡한 갈등·혼란·불확실성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게다가 상당수 당선자들은 현재 이미 재판을 받고 있거나 선거법 위반 등으로 추후 고발당할 수 있다는 점이 22대 국회의 돌발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민주당(이재명)·조국혁신당(조국) 대표들에 대한 사법 처리는 최종 판결이 어떻게 나든 간에 정치권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

정치인의 사법 리스크는 한국 정치의 오랜 특징인데, 특히 새 국회서 엄청난 폭발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우려된다. 물론 우려만 있는 건 아니다. 역설적으로, 이번 선거 과정상 정치권 전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너무 커져 정치인들이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은 새 국회에 작은 희망을 던진다.

여당은 권력의 오만과 소통 부족이 얼마나 큰 패배를 안기는지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야당도 자기네를 정말 좋아서 지지하는 유권자는 일부 강성 추종자를 제외하고 별로 없다는 점, 대통령의 리더십 미흡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받았을 뿐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착잡했을 것이다.

이 같은 쓴 교훈과 무거운 마음은 여야 당선자들에게 위기감을 가져온다. 특히 지난한 공천 및 본 선거 과정을 치열하게 거친 당선자일수록 들뜨기보다는 화난 국민을 달래기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절박함과 부담감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개중엔 승리가 확정되자마자 큰 성과를 거둔 듯이 의기양양 발언하고 개인적 분풀이 엄포를 놓은 미성숙한 당선자도 일부 보이지만, 대부분은 위기를 인지하고 경각심을 갖게 된 듯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서 희미한 희망의 빛을 찾을 수 있다. 당선자들은 선거 직후 느낀 위기의식을 등원 후에도 계속 견지해야 한다. 절실한 마음으로 정치 양극화를 어떻게 극복하고 국민 불신감을 어떻게 해소할지 고민해야 한다.

외교·안보·경제·고용·복지·인권·교육·환경 등 모든 영역이 격랑에 빠져 있는 현 상황서 국회가 계속 양극화되고 유권자가 심한 불신감·무력감에 시달린다면 국가를 이끌고 민주주의 가치를 세울 지도력과 원동력이 나올 수 있겠는가?

제22대 국회의 주역인 당선자들은 정치 양극화와 국민 불신의 문제를 대처하기 위해선 시대 상황을 직시하고, 의정활동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물론 이 두 과제는 깊은 연구, 고민, 논의를 요한다. 여기서는 문제 제기 차원서 간단히 방향만 짚어보도록 한다.

힘든 시대 상황 직시해야

우선, 현실정치는 시대에 맞아야 적실성을 띨 수 있다는 점을 환기해야 한다. 오늘의 시대는 ‘전환’이라는 말로 압축된다. 탈 대중, 탈산업, 탈냉전, 탈물질주의, 탈경계 등 탈(脫)자 접두어가 시대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첨단 과학기술, 특히 정보통신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시대전환의 속도를 급격하게 높였다.

여러 갈래의 전환기적 조류는 특히 양극화를 심화하고 있다. 탈냉전은 오래 억눌렸던 이념대립을 분출시켰다. 탈물질주의는 중간적 타협이 힘든 ‘삶의 질’ 이슈들을 둘러싼 문화 전쟁, 도덕 전쟁의 촉발을 가져왔다.

탈산업은 사회의 복잡성·불확실성을 높여 경제·사회·문화 각 분야서 적응자와 부적응자의 간격을 넓혔다. 이처럼 시대적인 이유로 국민 전반에 정서적 양극화가 형성되고 있어 정치권도 양극적인 정치 대립구도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정서적 양극화는 고정된 두 사회집단(계층) 간의 실체적 대결이기보다는 유동성·비정형성·급변성이 큰 무형적 진영 간의 대립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모순적으로 들리지만 희한하게도, 여러 전환기적 조류가 양극화와 동시에 파편화를 촉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탈산업은 산업구조를 복잡하게 분화시켜 사회 균열 구도를 파편처럼 조각냈다. 정보화는 정보 습득 비용을 낮춰 집단적 충성심을 낮추고 사회집단 간 경계를 허물었다. 이에 따라 인간은 원자화되고 대중(mass)은 해체됐다.

탈물질주의는 경제적 계급 균열을 완화하고 다양한 사회·문화적 사안을 단발적으로 쟁점화함으로써 사회를 파편화했다. 지구화도 지방-국가-세계 간 경계를 이완시켜 세계 차원에서는 융합을, 국가 내부에서는 파편화를 촉진했다.

이런 파편화 흐름 속에서 오늘날 국민 사이의 양극화는 정치권의 행태나 전략에 의해 단기간에 만들어졌다가 단기간에 사라졌다가 또다시 새로운 형태로 등장하는 경향을 보인다. 즉, 양극적 대립구도는 지속되는데, 양 진영의 이념·성별·세대·지역별 구성요소는 일정하지 않고 시대적 맥락에 따라 쉽사리 바뀐다.

양극화 및 파편화에 연결된 전환기적 특징으로 국민의 막연한 불안감과 권위에 대한 불신감도 들 수 있다. 복잡한 시대환경의 급변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사람들은 막연한 불안감을 느낀다.


이 같은 심리의 사람들은 한편으로 정치권의 감상적이면서도 전략적인 포퓰리즘에 이끌리고, 그때그때 시류에 의해 나타나는 어떤 정치적 표적(인물이나 단체)을 희생양 삼아 분노를 표출하며 마음의 위안을 받으려 한다.

반면 다른 한쪽의 사람들은 정부·정치권은 물론, 사회 지도층 등 모든 권위에 대해 기본적인 불신을 갖게 된다. 어느 한쪽으로 강한 지지를 보낼 때가 있더라도, 충성스럽게 지속하지는 않는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이런 성격의 국민을 잘 떠받들기란 쉽지 않다. 국민들의 정서적 양극화는 존재하는데 시대상황에 따라 그 내용이 급변하므로 각 정당·정파는 전략적 계산을 하는 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단기 이익을 위해 책략을 자칫 잘못 쓰면 국민의 정서적 양극화가 정치적 전면전으로 비화하면서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역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역효과는 정당·정파의 실리에 타격을 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민주주의, 심지어 국가 체제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데 그 사안의 심각함이 있다.

집단주의 극복할 인식 패러다임을 향해

오늘날 전환기적 사회의 특징인 무정형의 정서적 양극화와 반(反)권위적 불신감은 주어진 상수(常數)다. 이 속에서 민주주의와 국가 체제가 큰 위기에 봉착하지 않으려면 제22대 국회가 작동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여기서 작동의 패러다임이란 제도보다는 인식 틀에 관한 것이다. 국회는 수많은 제도 변화를 경험했으나 나아지기보다 오히려 여러 부작용을 겪었다. 소위 ‘국회선진화법’ 사례가 보여주듯이 인식 틀의 근본적인 변화 없는 제도 개선은 정당·정파 간 갈등을 증폭시키고 국민의 무력감을 배가시킬 뿐이었다.

새 국회의 당선자들은 어떤 방향으로 인식 틀을 짜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까?

바로 정당·정파 집단주의의 족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정치권은 여야 양쪽으로 갈라져 경직된 양극적 집단 대결을 벌임으로써 입법 과정은 물론, 국정 전반을 마비시키고 선거를 흑백논리의 이전투구 판으로 만들어 유권자의 불신감·혐오감·무력감을 극대화했다.

물론 적당한 통일성을 갖춘 정당들은 민주주의의 필수고, 국회 입법 과정의 효율성·체계성·일관성·책임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런 건전한 정당들이 국회 작동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과도하게 경직된 집단주의를 배격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한 정당 관계, 국회 운영, 민주주의 작동의 적절한 모델들에 대해 학계를 중심으로 이미 많은 논의가 진행돼있다. 이에 관한 구체적 고민은 지면 관계상 제22대 국회의원들의 몫으로 돌린다. 무엇보다 “국가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헌법 조문에 충실하도록 인식 패러다임을 바꾸는 그들의 의지가 요구된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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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컸던 걸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브와의 전쟁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가 된 모양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공룡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기업서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미래는 밝았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초기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 기업 밉상 기업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 과정서 일어난 일이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SM 지분 매수 과정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 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브와 크게 벌인 ‘쩐의 전쟁’ 경영권 차지했지만 사법리스크↑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의 밤샘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8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전은 혈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SM은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예기획사로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EXO,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의 유명 보이·걸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명가’로 알려져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은 K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SM 인수전의 시작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서 시작됐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설립자로 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수만 아버지’로 불리는 등 일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매수자로 언급되곤 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프로듀서 소유의 라이크기획이 SM과의 내부거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급히 먹다 탈 났나? 이 과정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전 프로듀서 측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운 현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SM 경영진이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동앗줄은 하이브였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공시 다음 날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기했다. 그리고 2월9일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8%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을 추가로 25%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SM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로 압축됐다. SM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자 카카오가 반격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7일부터 SM의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약 833만주에 달하는 주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SM 인수전은 하이브가 카카오가 시작한 ‘쩐의 전쟁’서 한발 물러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쇄신 노력 ‘물거품’ 이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SM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또 다른 공룡 기업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기 위해 벌인 ‘쩐의 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당시 SM 인수전서 발을 뺀 뒤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 한때 13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11월에는 김범수 당시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카카오 수사에 열을 올렸다. 시세조종 의혹 창업자에 칼끝 댔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카카오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SM 인수전 과정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 가능성과 알짜배기 기업을 놓칠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바꿨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쇄신작업은 물론 기업 전체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덩치를 줄이기 위해 알짜배기만 남겨두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어렵게 인수한 SM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몸집 줄여 해결될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계열사 확장 과정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운명이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