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포퓰리즘 공약에 망가지는 한국경제

정치적 이익 위해 경제활동 위축

올해는 전 세계 76개 국가서 42억명이 투표하는 ‘슈퍼 선거의 해’로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는 포퓰리즘 망령이 지구 전체를 파고들고 있다. 한국도 4월 총선이 끝난 시점에 여·야, 좌·우, 보수·진보 할 것 없이 민심을 사고 표심을 잡기 위해 대중 영합적 공약을 앞다퉈 내놨던 바 있다.

각 정당들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그리고 후보들이 일단 당선되기 위해 내놓는 포퓰리스트적 선거 헛공약은 한국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정치적 이익 위해 경제활동 위축

포퓰리스트적 선거공약은 대중의 관심을 끌고 지지를 얻기 위해 경제적 혜택 제공, 공공 서비스스의 즉각적 확대, 사회적 문제의 해결 정책 등을 제시한다. 근로자에게는 과도한 임금인상, 고용 창출을 위한 정부 지원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소득 증대와 복지 향상을 약속한다.

대다수의 국민에게 직접적 혜택이 제공되는 국민연금, 의료보험,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 혜택을 확대하는 사회복지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공약도 내놓는다. 여기에 중산층 표심을 잡기 위한 감세 정책이나 주택 공급 확대 및 전세금 지원 등의 주거 문제 해결, 교통시설 등 생활 환경개선도 자주 등장한다.

가계에 인기 있는 학비 지원이나 교육 품질 향상을 위한 정책 등 교육 지원 강화, 가격 안정화를 위한 정부 조치나 소비자 보호법의 강화 등도 단골메뉴다. 포퓰리스트적 선거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경우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현실성과 결여돼있어 한국경제에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대중영합주의자 정책은 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해 단기적 경제 성과를 추구하며 경제의 수요 측면을 강화한다. 단기적 혜택 제공은 소비를 촉진해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있으나 공급 측면을 고려하지 않아 투자와 생산에 제약을 가해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

대중 선동가적 임금인상은 장기적으로는 실업률을 높이며 고용 창출이나 소득 재분배 정책은 경제구조에 부담을 주는 만큼, 경제의 효율성과 성장을 해친다. 또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여 투자 환경의 악화로 기업들은 투자를 늦추거나 산업계획을 변경한다.

외국 투자자들은 한국의 경제 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어 경제 성장에 제약이 된다.

이밖에 친서민 정책이라고 포장된 포퓰리스트적 선거공약은 종종 정치적 갈등을 부추기거나 사회분열 및 정치적 불안을 초래해 효율성 저해나 정책의 실행을 방해할 수도 있다.

이는 특히 정치적 안정성이 경제성장과 긴밀한 관련이 있는 한국과 같은 국가에는 큰 부담이 된다. 포퓰리스트 정책 시행은 통상 과도한 지출과 세제 인하를 포함해 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며 국가의 경제적 안정성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공공 서비스 확대, 사회복지 프로그램 강화, 고용증대 등을 위한 예산 증액으로 대규모 예산 지출이 뒤따른다. 이같은 예산 지출이 정부의 수입을 초과할 경우, 결과적으로 재정적자가 초래된다.

특히 포퓰리스트 정책으로 포함되는 세제 인하는 직접적으로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킨다. 재정적 영향 및 경제적 효율성과 우선순위를 고려하지 않고 대중의 인기 위주로 계획한 지출은 더욱 재정건전성을 해칠 수밖에 없다.


포퓰리스트 정책이 초래한 재정적자를 과도한 통화 발행으로 메우게 되면 장기적인 생산능력을 증가시키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고 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초래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 등 퍼주기로 국가 부도

단기적으로는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었으나 장기적으로 경제적 문제와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한 해외 사례는 많다. 한때 세계 경제 7위에 올랐던 아르헨티나는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에 걸쳐 페론주의 정권이 시행한 각종 퍼주기식 정책으로 국가 부도 사태가 반복됐다.

최근에도 고용 창출과 소비 촉진을 위한 과도한 예산 지출과 막대한 양의 통화발행으로 물가가 뛰자 가격 상한제 등 반시장 정책으로 잡으려 했으나 실패해 또다시 인플레이션과 실업률·빈곤율 상승으로 허덕이고 있다.

페루, 에콰도르, 볼리비아 등의 인근 남미 국가들도 공공 서비스의 확대, 사회복지 프로그램의 강화, 고용 창출을 위한 정부 지출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포퓰리스트 정책을 시행해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고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빈곤과 불안정성에 직면하게 됐으며, 몇몇은 심각한 경제 위기에 빠졌다.

베네수엘라의 포퓰리스트적 경제 정책은 초인플레이션과 경제 붕괴를 초래해 국가를 파탄시켰다.

한때 전 세계 1위 원유 수출국이었던 베네수엘라는 원유, 철강 등 기간산업의 국유화를 통해 확보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빈민층을 대상으로 한 무상의료, 무상교육, 저가 주택, 연중 반값 생필품 제공 등 일련의 사회복지프로그램을 확대해 하층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일부 성과를 거두며 강력한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2013년 이후 국유화 기업의 비효율성으로 생산성 감소와 제조 및 유통 기반이 붕괴한 상태서 재정 수입의 원천인 석유의 국제가격 하락, 미국의 석유 수출 금지 조치 등으로 외환 수입이 크게 줄었다.

그래도 복지를 줄이지 못하고 화폐 발행으로 돈을 풀어 화폐가치가 폭락하면서 살인적 초인플레이션을 초래해 경제활동은 마비됐다. 남유럽국가(PIIGS)들도 세입 기반이 취약한 상황서 방만한 사회보장 지출과 공공 부문 임금 등의 지출을 통제하지 못하다가 2009년 말부터 금융위기와 재정위기에 허덕였다.

그리스는 채무 위기가 고조되던 2015년 국제채권단의 긴축 요구에도 포퓰리즘 중독서 벗어나지 못한 채 유권자들은 이를 거부하는 후보를 당선시키는 우를 범했다.

아시아에선 태국이 1990년대와 2000년대 초기에 농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쌀을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사들여 재정을 낭비하는가 하면, 이로 인한 쌀 공급과잉으로 쌀 산업은 국제시장서 가격경쟁력을 상실했다.

이후 정부가 막대한 비축미를 풀면서 쌀가격이 떨어졌고, 공급량을 줄이기 위해 이모작 제한책을 내놔 농민들로부터 불만을 샀다. 이렇듯 포퓰리스트적 선거공약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심각하며 장기적으로는 국가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독일 킬(Kiel) 세계 경제연구소의 포퓰리즘 연구 대가인 푼케(Funke) 박사는 포퓰리즘을 한번 경험하면 재감염될 우려가 있으며 포퓰리스트 정책이 한번 시작되면 되돌리기가 어렵다고 경고했다.

한국경제가 포퓰리스트적 선거공약에 망가지지 않기 위해서는 정책 결정자들이 대중의 요구에 반응하면서도 재정건전성과 경제적 안정성을 고려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국가 및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매니페스토 공약 절실

포퓰리스트 선거공약은 종종 자유, 민주, 민족, 평등, 공정 등의 가치를 내세워 그럴듯하게 포장돼 알아채기 쉽지 않다. 이를 사전에 방지하고 균형 잡힌 정책 결정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정책 결정 단계에선 구체적 재원 조달 방안을 제시하도록 하고 국가 재정건전성 유지, 국가채무 등의 재정지표를 일정 수준 이내로 관리하기 위한 재정 준칙(fiscal rules) 법제화를 실시해야 한다. 이는 현재 해외 주요국 대부분이 운용하는 방식이다.

이때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의견과 조언을 충분히 듣고 이를 반영해야 한다. 스웨덴은 정부가 정책 결정과 예산 편성에 대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해 광범위한 토론과 협의를 거쳐 의견 수렴, 가능성 검토 과정을 거치며 포퓰리스트 정책을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나 정책 재정기관에 중립적·독립적인 평가 및 감독기구를 두고 정책의 이행 상황과 효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 공정한 결과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칠레는 국가기록 관리체계를 통해 정책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하고 정부의 행동을 관찰해 국민이 포퓰리스트적인 제안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한다. 일본은 공공정보를 광범위하게 공개해 정책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하고 공론화를 촉진함으로써 유권자들이 포퓰리스트적 제안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선거 캠페인 기간 중 허위 정보나 과장된 공약에 대한 관련 규제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영국에선 선거나 국정운영 중 과장된 정보나 거짓 정보를 방지하기 위한 사실 확인 서비스 운영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유권자들의합리적 판단을 돕는다.

유권자들이 포퓰리즘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나 비영리단체들이 정책에 대한 분석과 설명 및 재원 조달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즉, 책임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예산 확보와 추진 일정을 포함한 구체적 실행계획을 세운 매니페스토(manifesto) 선거공약을 내놔야 한다.

그러면 유권자들은 정책의 실제적인 효과와 장단점을 검토해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이행에 대한 책임도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유권자들도 망국적 포퓰리스트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나중에 반드시 값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염두하고 포퓰리스트적 선거공약을 세밀히 따져야 한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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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컸던 걸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브와의 전쟁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가 된 모양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공룡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기업서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미래는 밝았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초기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 기업 밉상 기업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 과정서 일어난 일이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SM 지분 매수 과정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 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브와 크게 벌인 ‘쩐의 전쟁’ 경영권 차지했지만 사법리스크↑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의 밤샘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8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전은 혈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SM은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예기획사로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EXO,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의 유명 보이·걸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명가’로 알려져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은 K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SM 인수전의 시작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서 시작됐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설립자로 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수만 아버지’로 불리는 등 일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매수자로 언급되곤 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프로듀서 소유의 라이크기획이 SM과의 내부거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급히 먹다 탈 났나? 이 과정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전 프로듀서 측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운 현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SM 경영진이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동앗줄은 하이브였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공시 다음 날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기했다. 그리고 2월9일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8%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을 추가로 25%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SM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로 압축됐다. SM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자 카카오가 반격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7일부터 SM의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약 833만주에 달하는 주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SM 인수전은 하이브가 카카오가 시작한 ‘쩐의 전쟁’서 한발 물러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쇄신 노력 ‘물거품’ 이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SM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또 다른 공룡 기업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기 위해 벌인 ‘쩐의 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당시 SM 인수전서 발을 뺀 뒤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 한때 13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11월에는 김범수 당시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카카오 수사에 열을 올렸다. 시세조종 의혹 창업자에 칼끝 댔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카카오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SM 인수전 과정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 가능성과 알짜배기 기업을 놓칠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바꿨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쇄신작업은 물론 기업 전체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덩치를 줄이기 위해 알짜배기만 남겨두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어렵게 인수한 SM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몸집 줄여 해결될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계열사 확장 과정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운명이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