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쿠바 수교, 냉전 외교의 마지막 뒷정리

지난 2월14일 한국과 쿠바가 외교관계를 수립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외교부는 뉴욕 현지시각 오전 8시에 맞춰 “우리나라와 쿠바가 미국 뉴욕서 유엔대표부 간 외교 공한 교환을 통해 양국 간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소식을 듣고 어떤 사람들은 우리나라 관광객도 많이 가는 쿠바와 외교관계가 아직 없었나? 하는 반응도 있고, 쿠바를 북한의 가장 가까운 우방국으로 인식하던 사람들은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로써 우리는 전 세계 193개국과 외교관계를 맺게 됐고, 유엔 회원국 중 유일하게 시리아만이 미수교국으로 남았다.

시리아는 13년째 내전이 계속되고 있어 다른 나라와의 수교에 신경쓸 상황이 아니므로, 사실상 우리는 모든 국가와 외교관계를 맺게 된 셈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뒤늦게 온 한국과 쿠바의 수교는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독특한 국가

지난 60년간 국제사회서 쿠바라는 작은 국가가 여러 계기에 관심을 받아온 배경을 이해하려면 우선 쿠바의 지리적 특성, 즉 미국과의 근접성이 고려돼야 한다. 미국 플로리다 남단의 키웨스트 제도서 쿠바까지는 90마일, 즉 145km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목포서 제주까지의 거리와 거의 비슷하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쿠바는 미국의 직접적인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 미국인들은 쿠바를 생각하면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흔히 떠올린다.

1963년 말 암살되기까지 3년이 채 안되는 케네디의 임기 중에는 공산 혁명정부가 출범한 쿠바와 관련된 큰 사건이 많았다. 1961년 피그만 침공 사건,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등이 대표적이다.

황당하기까지 한 피그만 침공 계획을 진보적 성향의 케네디 대통령이 승인한 것도, 현대사에서 가장 핵전쟁에 가까웠던 위기로 평가받는 쿠바 미사일 위기에 강력히 대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모두 미국과 쿠바의 지리적 근접성을 생각해야만 이해할 수 있다.

미국 언론은 당시 쿠바서 소련제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국 동부의 주요 도시에 5분 이내에 도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콜럼버스가 1492년 쿠바섬을 발견한 후 쿠바는 거의 400년간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이 시기에도 쿠바는 미국과의 교류가 많았다.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이 발발한 것도 쿠바 아바나항에 정박한 미국 군함의 폭발 사건이 계기가 됐다.

미국은 스페인과의 전쟁서 승리함으로써 쿠바와 필리핀 등을 양도받았다. 쿠바는 1902년 독립해 공화국을 수립했으나, 법과 제도에 의해 미국의 간섭을 받는 의존적 관계가 됐다. 쿠바 영토 남동부의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는 이때부터 조약에 의해 미국 측에 영구 임대돼 현재도 사용 중이다.

쿠바 독립 후 50년간 선거 또는 쿠데타로 정권이 몇 번 교체됐으나, 사회 전반의 부패와 빈부격차는 점점 더 심해졌다. 1952년 쿠데타로 집권한 바티스타 대통령 시절, 독재와 부패는 극에 달했다.


쿠바 경제는 사탕수수 산업뿐 아니라 관광, 도박 등 모든 분야서 미국 기업이 장악했고, 심지어 마피아 같은 미국 조직폭력단체의 온상이 됐다. 바티스타정부는 시민과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고, 가난에 시달리는 일반 국민은 독재 정부와 미국 기업을 한통속으로 보게 됐다.

이 같은 상황은 결국 피델 카스트로를 중심으로 한 혁명세력이 6년간의 내전 끝에 1959년 바티스타정권을 쓰러뜨림으로써 끝나게 됐다.

케네디 대통령은 1963년 인터뷰서 바티스타정권의 독재와 부패를 용인한 미국의 정책이 쿠바 내의 경제적 식민주의와 착취를 가능하게 했다고 언급함으로써 카스트로 집권에 미국도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미국은 쿠바가 혁명 후 미국 기업 소유 자산과 농장 등을 국유화하자 쿠바에 대한 경제 제재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계속 중인 대쿠바 제재는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래된 외국에 대한 제재라고 할 수 있다.

미국 기업의 쿠바와의 교역 금지가 주된 내용이며, 식품과 의약품만 엄격한 조건으로 쿠바로 수출할 수 있는데 현재 연간 2억불 정도 규모다.

쿠바는 유엔의 제재 대상은 아니며, 유엔은 오히려 미국의 쿠바 제재 해제를 촉구하는 총회 결의를 매년 채택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는 오바마 대통령 당시 다소 완화되는 조짐이 있었으나, 트럼프 집권 후 다시 강화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남북한과의 관계

현시점서 북한과 쿠바는 각각 아시아와 중남미서 유일하게 공산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라고 할 수 있다. 두 나라는 특히 반미주의(anti-Americanism)라는 공동 노선하에 각별한 유대관계를 유지해 왔다.

유엔 등 국제무대서 핵 문제, 인권 문제와 관련해 북한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몇 안되는 우방국 중 하나가 쿠바다. 양국 간 인적교류도 활발하다.

쿠바 혁명 직후인 1960년 체 게바라의 북한 방문을 시작으로 1986년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의 방북, 2018년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의 방북이 있었다.

북한도 2015년 리수용 외무상 방문을 포함 주요 인사의 쿠바 방문이 계속됐다. 카스트로는 김일성이 10만정의 소총을 쿠바에 무상 제공했다고 밝힌 적도 있다. 쿠바는 북한의 요청에 따라 1988 서울올림픽에 불참한 7개국 중 하나였다.

2016년 카스트로 사망 시에는 북한이 3일간의 애도 기간을 설정하기도 했다. 또, 2013년 북한 청천강호 사건으로 쿠바가 전투기와 무기 수리라는 명목으로 북한에 무기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대북 제재 하에서도 양국 간 군사협력이 유지되고 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사실 공산주의 혁명 이전의 쿠바는 1949년 한국을 국가로 승인하는 등 친한 국가였다. 그러나 1959년 혁명으로 관계가 단절됐고, 남북한이 대결 외교를 벌인 냉전시대 내내 관계가 악화됐다. 1990년 냉전 종식 후 한국은 쿠바에 외교관계 수립 필요성을 제시하며 관계 개선을 시도했다.

이 같은 노력은 특히 2000년 이후 강화돼 이만섭 국회의장(2001년), 윤병세 외교부 장관(2016년), 강경화 외교부 장관((2018년)의 방문 등 여러 차례 쿠바의 문을 두드렸다.

한·쿠바 수교가 갖는 의미

이번 한·쿠바 수교 발표는 뉴욕의 양국 유엔대표부 간에 쿠바 측이 긍정적 입장을 전해온 지 1주일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외교관계 수립은 발표 때까지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는 게 관례다.

특히 쿠바는 북한의 저항 등을 살펴 더욱 보안 유지 속에 신속히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과거 우리 외교부 장관의 쿠바 방문 전후에 북한은 외무상, 당 상임위원장 등 고위급의 쿠바 방문을 통해 견제 외교활동을 해왔던 게 주지의 사실이다.

끝으로, 한·쿠바 수교가 우리 외교와 한반도 상황에 대해 갖는 의미를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한국으로서는 정부 수립 후 1990년대까지 40여년간 지속됐던 냉전 외교가 최종적으로 정리됐다는 의미가 있다. 쿠바가 그간 우리와 수교하지 못한 것은 카스트로와 김일성 시대부터 내려오는 북한 지도층과의 특수 관계 때문이었는데, 이제 국제사회서 마지막 남은 북한의 형제 국가도 결국 실리를 택하게 된 셈이다.

북한으로서는 물론 충격이 클 것이다. 북한의 관영 매체들이 침묵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충격을 대변해 준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전통 우방인 쿠바와의 관계가 소원해진다면 북측으로서도 손해이므로 쿠바에 대한 강한 반발은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둘째, 한국과 쿠바 양국이 갖는 실질적 이익도 있다. 쿠바의 처지에서는 이번 수교 결정에 경제적 고려가 중요했다고 본다. 장기간 미국의 경제 제재 하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으므로 세계적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한국과의 경제교류 강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했을 것이다.

현재 우리의 쿠바에 대한 수출은 1400만불, 수입은 700만불로 경제 관계가 크지 않음을 고려할 때 잠재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입장에서도 카리브해 국가 중 비교적 인구가 많고 국토가 넓은 쿠바가 앞으로 변화를 추구하고 미국의 제재가 해제되면 포괄적인 관계 발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셋째,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외교와 한반도에 대해 갖는 함의가 있다고 본다. 한국은 이제 사실상 세계 모든 국가와 외교관계를 맺게 됐으므로 본격적으로 외교의 내실화를 추구할 수 있게 됐다. 형식적인 관계가 아닌 실질적이면서 다양한 분야의 교류를 추구하는 외교관계가 가능한 시대가 도래했음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이번 수교가 한반도 상황에 긍정적 영향을 주게 될 경우, 앞으로 쿠바가 변화를 통해 경제적 발전과 국민의 자유를 높이게 되면 북한의 변화와 개방을 위한 자극이 될 수 있다는 희망섞인 전망도 가능해진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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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동해 석유’ 막전막후

뜬금없는 ‘동해 석유’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20%대 지지율로 고전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동해 석유 매장’ 가능성을 직접 발표했다. 여권에선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석유가 발견됐다”며 기대감을 드러냈으나,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선 ‘국면 전환용’이라고 꼬집었다. 개발 성공률 20%에 5000억원이 넘는 시추 비용을 베팅한 윤 대통령의 속내는 무엇일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서 140억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취임 후 첫 국정브리핑을 열고 “국민 여러분께 이 사실을 보고드리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정희 시즌2 사업성 논란 동해 인근 석유·가스 도출 지역을 표기한 대형 스크린까지 동원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자칭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 발표한 석유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두고 극명한 평가가 이어진다. 윤 대통령은 “1990년대 후반에 발견된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규모고,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고 확언했다. 그러면서 내년 상반기쯤 윤곽이 나올 산업통상자원부의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 윤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을 통해 직접 현안을 설명한 것은 취임 2년여 만에 처음이다. 이날 브리핑에 동석했던 안 장관은 “최대 매장 가능성 140억배럴은 현재 가치로 따져보면 삼성전자 시총의 5배 정도”라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약 453조원으로, 영일만 앞바다에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유·가스의 가치가 약 2260조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해당 소식에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윤 대통령의 발표 내용에 대해 “확률이나 가능성에 관해선 아직 정확히 얘기하기 어렵지만, 상당히 기대를 갖고 볼 수 있는 좋은 소식”이라고 첫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전문 기관이 앞으로 순차적으로 여러 과정을 진행할 것이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반면 야권은 ‘지지율 전환용’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지난 3일 브리핑을 통해 “석유·가스 매장량이나 사업성을 확인하기도 전에 대통령이 매장 추정치를 발표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물리탐사만으로는 정확한 매장량을 추정할 수 없고, 상업성을 확보한 ‘확인 매장량’ 규모가 실제 얼마나 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첫 탐사부터 생산까지 약 7년서 10년이 소요된다”고 꼬집었다. 조국혁신당의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논평서 “윤 대통령은 보고를 듣자마자 바닥 수준인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호재로 보였느냐”고 지격했다. ‘1호 영업사원’ 대통령 그림은? 2260조원 잭팟? 관심 끌기용? 앞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4·10 총선 이후 지금까지 ‘20~30% 초반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지난달 10일 발표한 ‘취임 2주년’ 지지율서도 24%를 기록해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 중 ‘최저치’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당시 국민의힘의 윤상현 의원 등도 지난달 7일 진행된 ‘정부 2주년 평가’ 세미나를 통해 “‘선수는 전광판을 보지 않는다’는 기조를 대통령이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남은 3년이 달렸다”고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가장 최근 발표된 대통령 지지율 성적은 더 비참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인 21%를 기록했다. 대통령실은 물론 여당 내부의 위기감이 상승한 분위기다. 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지지율을 1%라도 올릴 수 있는 것이라면 다 해야 한다는 위기감과 함께, 전통적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서 ‘동해 석유’ 카드는 국민 여론을 반전시킬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오는 6~7일 공휴일 관계로 한국갤럽과 NBS(전국지표조사) 등 주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용산에선 지지율을 만회할 기회를 마련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여권의 다른 핵심 관계자는 “유승민 전 의원의 말대로 용산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면 당까지 같이 타격을 입게 된다. 당정 모두 한숨을 돌린 셈”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포항 영일만’ 일대는 박정희정부 때에도 시추를 착수했던 곳이다. 그러나 1975년 당시 시추공서 흘러나온 시커먼 액체가 ‘원유’라는 명확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고, ‘석유 발견 해프닝’으로 끝났다. 일각에선 ‘석유 매장’ 기대감이 단순 헤프닝에 그칠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역풍을 맞이할 것으로 예측했다. 통상 석유의 실제 매장량을 알기 위해선 최소 5개(1개당 1000억원 소요)의 시추공을 뚫어봐야 한다. 이처럼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놓고 결과물이 없다면 국민적 반감은 지금보다 더욱 심각해지는 셈이다. 앞서 박정희 전 대통령도 1976년 1월 기자회견서 “포항서 석유가 난다”고 발표했으나 결국 원유가 아닌 정제된 경유로 드러났다. 장밋빛 미래? 국면 전환용?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지난 3일 <시사인> 유튜브 ‘김은지의 뉴스인’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이 포항서 석유가 발견됐다고 해서 발칵 뒤집혔었는데 사실이 아니었다”며 “윤 대통령이 말한 대로 유전과 가스가 매장된 게 사실로 나오면 얼마나 좋겠나. ‘박정희 시즌2’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박 의원은 “역대 어떤 대통령도 집권 2년 만에 이렇게 바닥을 친 적은 없다”며 “오죽 급했으면 포항에 유전 가능성을 (윤 대통령이) 얘기했겠나”라고 말했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역시 이날 <조갑제닷컴>에 “윤석열의 포항 앞바다 유전 가능성 발표와 박정희의 포항 석유 대소동이 겹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조 전 대표는 당시 <국제신문> 기자로 근무하며 ‘포항 석유 경제성 없다’ 등의 기사를 통해 포항에 원유가 매장돼있더라도 극소수이거나 경제성이 없다고 특종 보도한 바 있다. 조 전 대표는 글에서 “박정희는 정유를 원유로 오인, 포항서 양질의 석유가 나왔다고 발표했다”며 “윤 대통령이 포항 앞바다에 대유전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발표를 하는 걸 보고 1976년의 일이 떠올랐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전 발견은 물리탐사가 아니라 시추로 확인되는 것인데 물리탐사에만 의존해 꿈 같은 발표를 하는 윤 대통령은 박정희의 실패 사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전 대표는 이튿날인 4일에도 글을 올려 “140억배럴 초대형 유전 발견이라는 목표에 맞추기 위해 앞으로 엄청난 무리가 행해질 것이고 윤 대통령의 지도력은 희화화될 가능성이 대유전 발견 가능성보다 훨씬 높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포항 영일만 일대는 약 반세기 전 경제성이 낮다고 포기한 지역인데, 원유 매장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 것은 탐사기술 개발의 진전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현재로선 추정만 있을 뿐, 시추로 확인된 것은 아닌 만큼 차분하게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표서 물리탐사 자료의 심층분석을 수행한 ‘액트지오’(Act-Geo) 사에 대해서도 누리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액트지오 텍사스에 위치한 에너지 컨설턴트 회사로 엑손모빌, 토탈 등 주요 석유기업과도 협업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명시돼있다. 액트지오가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지도를 보면 이들이 의뢰를 수행한 지역 중 한국의 동해 부분이 표시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액트지오는 빅터 아브레우(Victor Abreu) 박사가 설립한 ‘아브레우 컨설팅’이 그 모체다. ‘액트지오’ 무슨 회사? 액트지오의 설립자 빅터 아브레우 박사는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엑슨모빌서 탐사팀의 리더로 근무하며 남미 가이아나 지역의 리자-1 유정 외에도 카스피해, 가나 지역서 석유탐사를 주도했다. 또 텍사스 휴스턴에 위치한 라이스대학교의 겸임교수를 맡고 있으며 국제퇴적학회의(IAS) 의장과 퇴적지질학회(SEPM) 회장 등 지질학 관련 학술 단체의 수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지난 5일 방한한 아브레우 박사는 윤 대통령이 포항 영일만 일대에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있다는 발표가 나온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동해안 심해 탐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브레우 박사가 당시 대표로 있던 분석업체 액트지오에 석유 매장 가능성 검증을 맡겼다. 액트지오는 자체분석을 거쳐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있을 수 있다는 결론을 석유공사에 전달했다. 비토르 아브레우 액트지오 대표는 지난 4일 국내 매체와 인터뷰서 “(액트지오는)이 분야의 세계 최고 회사 중 하나”라고 밝혔다. 아브레우 대표는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한 상태서 <연합뉴스>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신저를 통해 진행한 인터뷰서 “한국의 SNS 등에서 액트지오의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아브레우 대표는 “우리는 이 업계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며 “고객사로 엑손모빌, 토탈과 같은 거대 기업과 아파치, 헤스, CNOOC(중국해양석유), 포스코, YPF(아르헨티나 국영 에너지 기업), 플러스페트롤, 툴로우 등 성공적인 기업들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액트지오에 대해 “전 세계 심해 저류층 탐사에 특화된 ‘니치’(niche·틈새 시장) 회사”라며 “전통적인 컨설팅 회사와 비교하면 규모는 작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의 사업전략은 작고 민첩하게 움직이는 것”이라며 “건물을 소유하거나 여러명의 부사장을 두는 방식이 아니라 수평적 구조서 일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액트지오가 주로 심해의 석유 구조 존재를 확인하고 품질을 평가하는 일을 수행한다. 핵심 분야서 인정받는 세계적인 전문가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사업 방식에 대해 “능력을 갖춘 석유 관련 지구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많이 있는데, 여러 국가를 원격으로 연결해 같이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에 이런 이점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희도 침 흘린 영일만 또 천공 그림자가 보인다 윤 대통령이 ‘포항 석유 매장 가능성’을 깜짝 발표한 것을 두고 야권에선 “천공의 그림자가 보인다”는 비판도 나왔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4일 당 원내대책회의서 “(어제)예정에도 없는 일정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갑자기 브리핑을 했다”며 “천공의 그림자가 보인다고 여기저기서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우연의 일치이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전날 발표 뒤 누리꾼들 사이에선 윤 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역술인 천공이 “우리도 산유국이 된다”고 주장한 유튜브 영상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실제로 천공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정법시대’에 올라온 영상 ‘금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할 수 있는지’라는 제목의 영상 강연서 “우리는 산유국이 안 될 것 같냐. 앞으로 (산유국이)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나라 밑에 가스고 석유고 많다”며 “예전에는 손댈 수 있는 기술이 없었지만, 지금은 그런 게 다 있다”고도 주장했다. 천공은 “(과거에는)거기 손댈 수 있는 만큼의 기술도 없었고 척도도 안 됐고, 지금은 그런 척도가 다 일어나”라며 “대한민국 밑에는 아주 보물 덩어리로 대한민국은 이 한반도는, 인류서 최고 보물이 여기 다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석유 개발 발표에 지난 4일 오전 석유·가스개발과 관련된 종목들은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하며 급등하기도 했다. 이날 한국가스공사는 25% 급등하며 4만8000원대에 진입했다.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가스가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 1㎞ 심해에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어디까지나 ‘추정’에 불과하다. 실제 매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정부와 석유공사는 올해 말 첫 시추를 추진하며 2026년까지는 지속적으로 시추공을 뚫게 된다. 시추선은 이미 확보된 상태며, 첫 시추 결과는 내년 3~4월에 나올 전망이다. 이정환 전남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비유하자면 현재는 병원서 초음파 검사만 한 상황이다. 의사가 혹을 발견했는데 암인지 물혹인지는 조직검사(시추)를 해봐야 안다”며 “시추 성공률은 10%를 밑돌기도 한다. 탐사 결과가 좋게 나와도 시추는 실패할 수 있기에 성공 확률을 논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성공 확률이)20%가 맞다면 상당히 높은 수치”라면서도 “지난해 영국서 시추 계획을 승인한 게 100건이 넘는데 그 가운데 상업화까지 갈 유전은 10%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엇갈리는 각계 반응 기사에 인용된 한국갤럽 조사들은 모두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달 10일 발표 조사(지난달 7∼9일 전국 유권자 1000명 대상)의 응답률은 11.2%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였다. 그후 31일 발표 조사(같은 달 28~30일 전국 유권자 1001명 대상)의 응답률은 11.1%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