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기획특집 Ⅰ> 정치서 길을 찾다 - 시스템 공천, 제대로 됐나?

4∙10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시스템 공천을 내세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이 앞다퉈 출마를 노리자 지난 5일,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특정 후보에 대한 ‘사천(私薦)’ 논란이 일자 ‘이기는’ 시스템 공천을 다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공천 논란으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이재명 대표는 이해찬 당 고문이 ‘공정한 시스템에 따라 엄정하고 공평하게 공천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시스템 공천은 무엇인가? 시스템 공천은 정당의 후보 공천 과정서 임의적, 비공식적 영향력을 배제하고 공천을 위한 객관적 평가 기준과 당헌·당규에 따른 후보 선출 과정을 제도화한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당 후보 선출 과정의 민주적 제도화다.

원칙·공정성에 기반한 규정과 제도 준수

그동안 ‘밀실’ ‘계파’ ‘권력’ ‘학살’ 공천 등과 같은 폐쇄적 하향식 구태 공천서 정당의 민주적 혁신을 의미하는 개방적 상향식 공천 제도로의 전환이다.


후보 공천이 원칙과 공정성에 기반한 규정과 제도에 의해 이뤄진다면 올바른 정치인의 등용과 함께 정당정치를 활성화하고 나아가 민주주의를 공고화할 수 있는 기반을 닦게 될 것이다.

그런데 정작 정치 현실은 진정한 시스템 공천을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시스템 공천’을 2016년에 처음 도입했다는 민주당도 공천 방식에 대해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민주당 당헌은 공천심사 기준으로 정체성 15%, 기여도 10%, 의정활동 능력 10%, 도덕성 15%, 당선 가능성(공천 적합도 조사) 40%, 면접 10%의 심사 배점을 반영하는 것으로 돼있다.

정량, 정성평가를 통해 부적절한 후보를 걸러내고 지도부의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정성평가서 편파적인 판정 가능성이 있으며, 적합도 조사와 같은 정량평가도 권리당원의 대거 동원 등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당 지도부의 개입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래서 당시 민주당의 ‘시스템 공천’에 대해 ‘친문(친 문재인) 공천’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아무리 제도적으로 공정성을 기한다 해도 이를 운영하는 사람이 공정하지 않으면 그 제도는 왜곡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시스템 공천도 제도적 완비성과 함께 누가 공천을 하는가가 결정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제도적 완비성이란 일단 제도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닌 모든 공천 지망생이 공평하게 경쟁할 수 있는 ‘공정한 경기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폐쇄적·하향식 공천 제도의 결정판은 1963년 민주공화당이 창당하면서 ‘공천권은 당 총재에게 있다’고 한 당헌이다.


반대로 개방적·상향식 공천 제도는 2002년 민주당의 대통령후보 공천을 위한 국민참여경선제(당원, 대의원 50%, 국민 50%)다. 후자가 전자보다는 선호되지만, 둘 다 제도적 완비성을 갖춘 공정한 경기장을 창출했다고 볼 수는 없다.

권력자의 선호도에 따라 공천이 결정되면 당연히 ‘줄 세우기’ 운동장에 불과할 것이다. 한편, 완전한 국민경선제를 한다면 국민의 후보지, 당의 후보라고 할 수 없고 정당의 존재 이유도 사라지는 단순한 ‘수(數)의 정치’에 불과하다.

후자는 유사한 정치 성향과 정강정책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합체라는 정당의 의미를 손상해 민주주의 근간의 하나인 정당정치를 훼손하는 부작용도 초래한다.

공천 과정이 과도하게 개방되면, 정당 안팎의 계파나 파벌들이 상시로 유권자를 동원하려고 대중영합주의적 무질서한 정치를 양산하게 될 것이다.

전문적인 특정 정치꾼들이 활개를 치고 세력을 형성할 수도 있다. 어떻든 민심을 반영하면 할수록 당심의 중요성은 그만큼 상쇄되므로 정당 소속감과 충성심이 약화할 수밖에 없으므로 당심과 민심 간의 균형적 반영을 모색하는 그것이 바람직한 공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개방·상향식 공천을 위해 정당 민주화 필수

이때의 균형점은 후보 공천 행위자들의 역학관계에 의해서 정해지기 마련이다. 정당 지도자, 공천위원회, 대의원, 당원, 그리고 유권자(국민)들이 공천 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에 따라 정치적 대표성이 결정된다.

정당의 공천을 누가 결정하느냐에 따라 당선된 후보가 대표하고 봉사할 대상이 결정된다는 대표성의 논리를 고려하면, 균형점은 당연히 당원과 국민 사이서 찾아야 함은 물론이다. 정당 공천의 중심이 지도부 상층에 속할수록 대표성은 배제적이고 비민주적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그 중심이 하층에 있으면 있을수록 포용적이며 민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개방적·상향식 시스템 공천이 제도적으로 정착하려면 정당의 민주화가 필수적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시스템 공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인적 요소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제도는 명목적으로 개방적·상향식 시스템 공천이라고 해놓고, 실제 운영은 정당 상층부의 정치이익에 따라 임의로 평가 기준을 적용하고 자의적으로 결과를 조작한다면 이는 기만에 불과하다.

공천을 관리하는 위원회에 누가 위촉되는가가 시스템 공천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첫걸음이 된다. 권력의 요구를 단호히 거부하고 객관적 심사와 평가를 통해 ‘공정한 경기장’을 관리할 심판관들로 구성해야 할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당 지도자가 솔선수범해서 개입하지 말아야 하고, 위원회 위원들 역시 정치적 야망을 자제하는 합리적 인사들로 구성돼야 한다. 제도를 ‘녹(鹿)비에 가로 왈(曰)자’식으로 운영해서는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할지라도 무용지물이 된다.


2002년 대통령선거서 새천년민주당이 국민참여경선제 공천을 도입해 신승한 이후 2004년 17대 총선부터 각 정당은 앞다퉈 선거서 국민경선 등 후보 공천을 위한 경선제를 도입했다.

그나마 대통령선거에서는 후보 경선과 공천 절차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나, 총선서의 공천 과정은 전략공천, 현역 물갈이, 사전 탈락 등 여러 가지 예외 규정이 너무 많이 적용돼 실제 당내 경선은 과반수에도 미치지 못하게 치러졌다.

선거 때마다 바뀌는 후보 공천 제도와 운영을 둘러싼 불공정 논란과 불협화음은 국민의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주의를 자아냈다. 국민의힘은 본격적인 공천 작업에 들어가면서, 시스템 공천으로 현역 물갈이, 중진 퇴출과 세대교체 실현을 목표로 했다.

공천심사 기준에 따르면, 현역 평가 하위 10% 사전 탈락, 하위 10~30% 감점, 동일 지역 3선 이상 감점 등으로 48명의 현역 의원을 교체 대상으로 삼았다고 한다.

선거 승리만 목적한 ‘시스템 공천’ 우려

공천심사 평가 기준은 현역 의원 및 원외 당협위원장은 여론조사 40%, 도덕성 15%, 당 기여도 15%, 당무감사 20%, 면접 10%고, 비 당협위원장의 경우는 당 및 사회 기여도 35%로 전자의 당 기여도와 당무감사를 합한 값을 적용하고 나머지 기준은 같다.


또 여론조사 비율을 전국 선거구를 2개 권역으로 나눠 열세 지역에서는 당원 20%, 국민 80%, 우세 지역에서는 당원과 국민 각각 50% 비율로 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정치 신인에게 나이별로 가산점을 최대 20%서 7%를 부여한다.

국민의힘이 발표한 공천 기준은 사전에 의도적 목적을 갖고 설정된 것으로 보여 민주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전략공천 세부 기준을 토대로 한 분석에 따르면, 전략공천을 할 수 있는 지역구가 전체 253개 중에 절반에 달하는 최소 122곳으로 나타났고, 수도권은 121곳 가운데 70곳인 60%에 육박했다.

또 공천관리위원회가 최대 50곳 정도를 서울 지역 중심으로 전략공천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전략공천이 광범위하게 적용된다면 개방형·상향식 공천제도와는 사실상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현역 의원이 탈당한 지역 10곳과 불출마 선언 지역 10곳 등 20곳을 전략공천으로 지정했지만, 앞으로 탈당자가 늘어남에 따라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전체 지역구의 20%까지 전략공천을 할 수 있다.

더욱이 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정권교체에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책임을 지라’고 해서 ‘문명(문재인·이재명) 갈등’을 예고해 전략공천이 확대됐다.

공천의 기본 방향이 경선이라고 하면서 당 지도부에 의한 전략공천의 비중이 크고, 계파 갈등이 불거진다면 시스템 공천이 여전히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증거다.

협치와 관용의 규범이 없는 정치 현실서 여야 정당은 정쟁만 일삼다가 선거 시기를 맞이했으니, 공천을 위한 제도적 정비를 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다.

특히 야당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는 국회 구조하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져 여야가 갈등 대립에만 집중해 차기 국회 구성을 위한 대비책을 소홀히 했다.

국회는 선거구획정 조정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개선하지 못한 채 총선에 돌입하고 있다. 위성 정당이 정치적 기만 행위임에도 그 준비에 급급한 양대 정당이 시스템 공천을 한다고 공표했으니 이 또한 미덥지 않다.

당내 충분한 합의는 물론 세부적인 절차와 규칙에 대한 고려 없이 선거 승리와 정치적 흥행만을 목적으로 시스템 공천을 계획하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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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떼거리 가등기’ 노량진 지주택 유령 조합원 실체

[단독] ‘떼거리 가등기’ 노량진 지주택 유령 조합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수백억원대 조합비를 횡령한 조합장이 구속되는 등 ‘지역주택조합’(이하 지주택)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 노량진 본동 일대가 60여명이 넘는 ‘떼거리 가등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업 구역 내 건물에 수십명의 가등기를 설정한 이들은 “지주택 조합원으로 전 재산을 쏟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가등기권자는 지주택 분담금을 입금한 흔적조차 없었다. 지난달 초 주식회사 로쿠스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 본동 일대에 주택건설사업을 추진하는 회사 자격으로 노량진 본동 지역주택조합원 재산보호연대(이하 재보연) 일부를 고소했다. 고소 취지는 ‘재보연이 허위가등기를 이용한 위계를 행사해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고 고소인의 사업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었다. 협상력 높이려 현실판 알박기 현재 재보연은 법적 토지 소유권을 놓고 반발하면서 로쿠스와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재보연 관계자들은 2013년 7월부터 사업구역 내에 위치한 A, B, C 부동산에 가등기 및 공유지분 관계를 설정해 로쿠스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가등기 말소가 이뤄지지 않은 건물은 철거조차 할 수 없어 노량진 본동 현장은 10년 넘게 슬럼화가 진행 중이다. 현재 로쿠스 측이 확보한 주택건설 대지면적은 95% 이상이다. 이 중 A, B, C 등은 1% 미만에 해당한다. 현재 A 빌라 502호는 기존 41명, 신규 12명 도합 53명, B 빌라 202호는 11명의 ‘떼거리 가등기’가 설정돼있다. C 건물의 경우 1명의 가등기권자가 설정된 상태다. 가등기란 본등기할 법적인 요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못했을 때, 임시로 등기부에 올려 두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매매 예약, 대물변제에 따른 취득 등으로 매입할 것을 약속했을 때 아직 소유권을 확보하지는 못했으나 미래에 그 권리를 주장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이용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가등기권자 중 일부는 재보연 소속으로 과거 노량진 본동 지주택 조합원이었다. 많게는 2~3억원씩 조합원 분담금을 납부한 투자자다. 그러나 일부는 조합계좌 또는 대우건설 계좌로 분담금 입금 내역조차 확인되지 않은 ‘허위 조합원’ 자격을 주장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 빌라 등기부상 가등기권자인 강모씨는 가등기를 설정한 이유에 대해 “왜 이런 걸 취재하나? 가등기를 설정한 이유가 있지 않겠냐”며 “전 재산을 투입했지만 대우건설이 뺏어가면서 피해를 입은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노량진 본동 지주택 조합원 분담금 입금 내역 자료에는 강씨의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다. 강씨 외에 분담금 입금이 확인되지 않아 지주택 조합원이라고 볼 수 없는 가등기권자도 10여명 이상으로 드러났다. 재보연은 현재 주택개발 사업권자인 로쿠스 측에게 가등기말소를 원하면 1000억원 이상의 합의금을 내라는 입장이다. 전 재산 쏟았다더니··· ‘조합원리스트’에 없어 재보연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부동산 시세에 따라 가등기권자 1인당 기준 최소 9억원은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로쿠스 측은 “조합원 자격도 없는 가등기권자에게 보상할 의무는 없지 않겠나”라며 “엄연히 사업을 방해하는 행위로 가등기말소 소송 중”이라고 답했다. 재보연이 사업 구역 내에 가등기를 설정한 취지가 불순하다는 의혹도 있다. 취재진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재보연 관계자는 C 건물 가등기권자 김모씨에게 “소유권은 매도청구 대상이 되나, 가등기는 매도 청구 대상이 되지 않는다. 로쿠스가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가등기를 말소해야만 하기 때문에 로쿠스가 협상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며 “로쿠스도 대출을 받아서 토지와 사업권을 매수했을 것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이자가 불어나기 때문에 그때 가서 시가보다 높은 금액을 불러서 협상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송이 아닌 협상으로 끝내야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등기설정이 필요하다”며 “협상이 끝나면 가등기를 말소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재보연 측은 허위로 매매예약서를 작성하고, 매매예약 체결을 조작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실제로 김씨는 2018년 4월26일에 재보연 관계자를 만났으나, C 건물의 매매예약서상에는 2018년 3월28일로 소급해서 작성했다. 매매예약 날짜를 변경한 이유에 대해 김씨는 “하나자산신탁 소장을 접수한 2018년 3월30일 이전으로 매매예약을 정해야 의심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하나자산신탁은 2016년 11월22일 관할관청인 동작구청장에게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신청했고, 동작구청장은 2017년 4월10일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했다. 하나자산신탁은 2018년 3월경 사업 지역 내에 97.81%에 해당하는 토지에 대한 사용권원을 확보했고, 주택법 제22조에 따라 사용권원을 확보하지 못한 대지에 대해서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허위 조합원 “왜 취재하냐” 하나자산신탁은 주택법에 따라 2018년 3월30일 C 건물 가등기권자인 김씨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소송을 제기했으며, 김씨가 소송장을 받은 것은 그해 4월9일이다. 재보연 측과 김씨는 2018년 4월26일에 만나 C 건물 1평에 대한 가등기를 설정했지만, 하나자산신탁이 소송한 3월30일보다 매매예약서를 일찍 체결한 것처럼 속인 것이다. 또 재보연 측은 김씨와 매매예약서상에 “본 예약의 증거금으로 3000만원을 입금한다”고 적었다. 이는 로쿠스와 협상용으로 매매예약서를 작성하는 것이었기에 돈을 주고받은 흔적이 필요했을 뿐이다. 실제로 2018년 4월26일 재보연은 매매예약서를 작성한 직후 김씨에게 2000만원을 송금했고, 김씨는 재보연 측의 지시에 따라 2000만원을 다시 돌려줬다. 김씨는 C 건물의 1평에 대해서만 가등기를 설정한 이유에 대해 “재보연이 내 명의로 가등기를 설정하도록 한 이유는 로쿠스의 사업을 방해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재보연 측은 김씨와 작성한 매매예약서 제1조에 ‘1평의 매매대금을 1억원’으로 허위 기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C건물 1평의 매매대금 1억원으로 기재한 이유는 재보연 측이 ‘이렇게 기재하면 로쿠스로부터 평당 1억원 이상 받을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자산신탁과의 매도청구 소송서 감정평가할 때에도 도움이 된다고 재보연이 말했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김씨는 C 건물의 가등기를 설정하면서 10원 한 장도 투입하지 않았지만, 서류상 1평당 1억원의 부동산을 소유한 셈이다. 이는 엄연히 ‘부동산시장 교란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가등기권자들이 사업 주체로부터 받은 보상금만큼 분양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매예약 가등기 방식의 소유권 획득’은 불법 부동산투기 방식으로 자주 쓰이는 수법이다. 한 예로 2013년 이성한 경찰청장은 후보자 시절 전매가 금지된 서울 마포구 성산동 시영아파트를 가등기 형태로 매입한 뒤 1년 만에 되판 것으로 드러나 불법 부동산투기 의혹에 휩싸였다. 그해 3월26일 백재현 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이 청장의 인사청문 자료를 보면, 이 후보자는 1987년 7월2일 권모씨로부터 시영아파트 한 채의 소유권을 ‘매매예약 가등기 형태’로 획득했다. 무주택자를 위해 분양한 시영아파트는, 주택건설촉진법 등에 따라 최초 공급일인 1986년 5월부터 2년간 전매가 금지돼있었다. 이 청장은 이 아파트를 전매 금지가 풀린 지 3개월여 만인 1988년 9월 안모씨에게 팔아넘겼다. 부동산 전문인 최광석 변호사는 “이 청장이 실제로 얼마나 시세차익을 거뒀는지는 모르겠지만 전매금지된 아파트를 사들인 뒤 1년 만에 팔아넘긴 것만으로도 부동산투기 의혹이 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청장 측은 “신혼 때 부동산 안내에 따라 (가등기로)구입했고 살아보니 주거환경이 좋지 않아 되팔았다”고 해명했다. 넣다 뺐다 조작 달인 현재 로쿠스 측은 재보연과 가등기권자를 상대로 가등기말소 소송을 걸었다. 로쿠스 측은 지난달 “수십명에게 각각 가등기말소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경우 소장 송달부터 1심판결까지 가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과도한 금융비용이 발생한다”고 가등기권자들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한 이유를 밝혔다. 현재 주택법 제22조에 따라 주택건설 대지면적의 95% 이상의 사용권원을 확보한 경우, 사용권원을 확보하지 못한 대지의 모든 소유자에게 매도청구가 가능하다. 다만, 가등기말소 또는 근저당권 말소 등을 강제로 청구할 수 있는 법률 규정은 없다. 이에 따라 등기 또는 근저당권이 말소되지 않는 이상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로쿠스 측은 재보연이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해서는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가등기권자들이)재산보호연대의 비용 9억6000만원으로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등기권자들이)해당 사건 사업 진행을 방해할 목적으로 사업 부지 내의 서울 동작구 본동 2필지에 허위의 가등기를 설정했다”며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고소인 회사의 이 사건 사업업무를 방해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재보연 일부가 지분 쪼개기를 통해 소유자를 늘려 사업주체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주택공급 지연과 공사 현장 방치로 인한 슬럼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총회를 거쳐 조합원 지위를 회복한 이들은 재보연 일부의 지분 쪼개기 등으로 착공이 지연되면서 보상이 지연되는 등의 피해를 입고 있다. 앞서 노량진 본동 지주택은 2007년 본동 441일대에 368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기 위해 토지 매입비 목적으로 총 1400억원을 모아 조합을 결성하고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어 대우건설의 보증으로 금융권서 자금을 빌려 사업을 진행했다. 이듬해인 2008년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2010년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했지만, 서울시와 동작구가 재개발사업 기준을 강화하면서 사업이 지연되기 시작했다. 날짜도 금액도 틀린 매매예약서 평당 1억 뻥튀기···시세조작 의혹 결국 2012년 3월 PF 대출금 2700억원을 갚지 못한 조합은 파산했다. 당시 조합 측은 공사를 맡은 대우건설이 사업 승인과 착공서 늑장을 부렸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우건설은 지급보증으로 빚을 대신 갚았기에 피해자 입장이라고 주장해 왔다. 대우건설 측은 언론과 인터뷰서 “PF 대출을 갚지 못해 대위변제로 2700억원의 빚을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토지 소유권을 얻는다고 해도 6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게다가 전 조합장 최모씨가 분담금 가운데 18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결국 투자금 4100억원을 허공에 날리게 되면서 지주택 사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손꼽힌다. 2012년 10월1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전 조합장 최씨가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서울 영등포구 소재 재단법인 사무실과 지방 거주지 등 2~3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서 검찰은 최씨가 수백억원을 횡령한 단서를 잡았다. 최 전 조합장이 2011년말 구속 수감되면서 기존 지주택 조합원 중 156명은 철거, 설계업체 등 관련 업체 약 30여곳은 조합에 대한 반환금 채권+변호사비+기타 비용 명목으로 조합과 860억원(약 186건)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그대로 인정한다면 조합원 1인당 평균 2억5000만원을 추가 부담하게 된다. 당시 인근 래미안트윈파크 신축아파트 분양가가 7억8000여만원임을 고려하면 향후 대우건설과의 단체 협상서 유리한 지위를 확보하려는 ‘꼼수’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공증채권의 발생은 조합원 간 내분의 불씨를 제공하고, 대우건설이 보증연장을 할 수 없는 명분을 제공한 것이다. 결국, 대우건설도 2012년 3월24일 PF 연장을 포기했다. 조합 부도 이후 대우건설은 그해 4월10일까지 2700억원을 대위변제하고 처분권 취득한 사업부지는 공매하겠다고 코람코자산신탁을 통해 조합에 통지했다. 그러면서 시행사 로쿠스로 소유권 이전 등기되는 동시에 하나자산신탁으로 신탁등기(공매대금 2100억, 신탁등기비 100억)가 이뤄졌다. 수십년째 줄다리기 당시 로쿠스 측은 채권자 지위를 가진 지주택 조합원 156명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3차례 총회를 거쳐 156명 중 34명은 조합원 지위를 회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머지 122명에 대해서는 제명 조치했다. 최종 388명이 현재 유효한 조합원이고, 조합 이사 A씨를 포함한 122명은 2012년 말 제명되면서 재보연을 꾸렸다. 로쿠스 측은 “재보연의 핵심 주동자들은 지분조차 없는 조합에 대한 공증채권증서 하나만 믿고, 무모한 소송으로 시간 끌기만을 반복하고 있다”며 “A, B, C 부동산 등에 대한 매도소송도 대법원 판결까지 확정됐음에도 최근 또다시 14명의 가등기권자가 본 등기를 실행했고, 본 등기자들이 또다시 가등기를 설정하면서 사업을 방해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토로했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재개발 슬럼화 현실 노량진 본동 주택개발사업이 수십 년째 지연되는 가운데, 철거가 진행 중인 상태의 슬럼화 가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0년 부산 여중생 살해 피의자 김길태의 은신처가 재개발 지역 내 빈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재개발 지역이 치안의 사각지대”라는 인식이 생겼다. 김길태가 당시 범행을 저지른 곳도 모두 재개발 지역 인근의 주택 옥상이었다. 경기도의 경우, 부천 소사3구역이 ‘재개발 슬럼화’의 대표적인 지역이다. 이 구역은 지난 2022년 10월부터 이주가 시작돼 7월 기준 92% 이주를 완료했으며 내년 상반기 착공할 예정이지만, 철거 전 약 1년여 동안 빈 주택으로 방치되면서 우범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실제 이 구역은 대부분 빈집으로 대문에는 ‘출입금지·철거 대상 건물’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출입할 수 있어 진입을 막을 수 없는 실정이었다. 일반적으로 1기 신도시와 인근 지역 등에 대한 재개발사업이 추진위 구성부터 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길게는 20여년 정도 소요돼 이처럼 슬럼화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천시 관계자는 “철거 전까지 빈집 관리 및 우범지대 전락을 막기 위해 조합과 경찰 등 여러모로 안전을 위한 대책을 세우려고 한다”며 “조합에 미리 구역 진입을 막을 수 있는 안전담장 설치 등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 정비 방향에 주민들의 의견이 다양하게 담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질적으로 주민들이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우진 주거환경연구원장은 “개발·재건축을 진행하는 노후주거지 조합원들은 높아진 공사비에 따라 수억 원의 분담금을 부담해야 한다”며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시기가 아니라 분양 수익만으로 사업비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사업지는 시공사가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