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기획특집 Ⅰ> 정치서 길을 찾다 - 시스템 공천, 제대로 됐나?

4∙10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시스템 공천을 내세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이 앞다퉈 출마를 노리자 지난 5일,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특정 후보에 대한 ‘사천(私薦)’ 논란이 일자 ‘이기는’ 시스템 공천을 다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공천 논란으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이재명 대표는 이해찬 당 고문이 ‘공정한 시스템에 따라 엄정하고 공평하게 공천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시스템 공천은 무엇인가? 시스템 공천은 정당의 후보 공천 과정서 임의적, 비공식적 영향력을 배제하고 공천을 위한 객관적 평가 기준과 당헌·당규에 따른 후보 선출 과정을 제도화한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당 후보 선출 과정의 민주적 제도화다.

원칙·공정성에 기반한 규정과 제도 준수

그동안 ‘밀실’ ‘계파’ ‘권력’ ‘학살’ 공천 등과 같은 폐쇄적 하향식 구태 공천서 정당의 민주적 혁신을 의미하는 개방적 상향식 공천 제도로의 전환이다.


후보 공천이 원칙과 공정성에 기반한 규정과 제도에 의해 이뤄진다면 올바른 정치인의 등용과 함께 정당정치를 활성화하고 나아가 민주주의를 공고화할 수 있는 기반을 닦게 될 것이다.

그런데 정작 정치 현실은 진정한 시스템 공천을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시스템 공천’을 2016년에 처음 도입했다는 민주당도 공천 방식에 대해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민주당 당헌은 공천심사 기준으로 정체성 15%, 기여도 10%, 의정활동 능력 10%, 도덕성 15%, 당선 가능성(공천 적합도 조사) 40%, 면접 10%의 심사 배점을 반영하는 것으로 돼있다.

정량, 정성평가를 통해 부적절한 후보를 걸러내고 지도부의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정성평가서 편파적인 판정 가능성이 있으며, 적합도 조사와 같은 정량평가도 권리당원의 대거 동원 등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당 지도부의 개입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래서 당시 민주당의 ‘시스템 공천’에 대해 ‘친문(친 문재인) 공천’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아무리 제도적으로 공정성을 기한다 해도 이를 운영하는 사람이 공정하지 않으면 그 제도는 왜곡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시스템 공천도 제도적 완비성과 함께 누가 공천을 하는가가 결정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제도적 완비성이란 일단 제도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닌 모든 공천 지망생이 공평하게 경쟁할 수 있는 ‘공정한 경기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폐쇄적·하향식 공천 제도의 결정판은 1963년 민주공화당이 창당하면서 ‘공천권은 당 총재에게 있다’고 한 당헌이다.


반대로 개방적·상향식 공천 제도는 2002년 민주당의 대통령후보 공천을 위한 국민참여경선제(당원, 대의원 50%, 국민 50%)다. 후자가 전자보다는 선호되지만, 둘 다 제도적 완비성을 갖춘 공정한 경기장을 창출했다고 볼 수는 없다.

권력자의 선호도에 따라 공천이 결정되면 당연히 ‘줄 세우기’ 운동장에 불과할 것이다. 한편, 완전한 국민경선제를 한다면 국민의 후보지, 당의 후보라고 할 수 없고 정당의 존재 이유도 사라지는 단순한 ‘수(數)의 정치’에 불과하다.

후자는 유사한 정치 성향과 정강정책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합체라는 정당의 의미를 손상해 민주주의 근간의 하나인 정당정치를 훼손하는 부작용도 초래한다.

공천 과정이 과도하게 개방되면, 정당 안팎의 계파나 파벌들이 상시로 유권자를 동원하려고 대중영합주의적 무질서한 정치를 양산하게 될 것이다.

전문적인 특정 정치꾼들이 활개를 치고 세력을 형성할 수도 있다. 어떻든 민심을 반영하면 할수록 당심의 중요성은 그만큼 상쇄되므로 정당 소속감과 충성심이 약화할 수밖에 없으므로 당심과 민심 간의 균형적 반영을 모색하는 그것이 바람직한 공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개방·상향식 공천을 위해 정당 민주화 필수

이때의 균형점은 후보 공천 행위자들의 역학관계에 의해서 정해지기 마련이다. 정당 지도자, 공천위원회, 대의원, 당원, 그리고 유권자(국민)들이 공천 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에 따라 정치적 대표성이 결정된다.

정당의 공천을 누가 결정하느냐에 따라 당선된 후보가 대표하고 봉사할 대상이 결정된다는 대표성의 논리를 고려하면, 균형점은 당연히 당원과 국민 사이서 찾아야 함은 물론이다. 정당 공천의 중심이 지도부 상층에 속할수록 대표성은 배제적이고 비민주적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그 중심이 하층에 있으면 있을수록 포용적이며 민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개방적·상향식 시스템 공천이 제도적으로 정착하려면 정당의 민주화가 필수적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시스템 공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인적 요소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제도는 명목적으로 개방적·상향식 시스템 공천이라고 해놓고, 실제 운영은 정당 상층부의 정치이익에 따라 임의로 평가 기준을 적용하고 자의적으로 결과를 조작한다면 이는 기만에 불과하다.

공천을 관리하는 위원회에 누가 위촉되는가가 시스템 공천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첫걸음이 된다. 권력의 요구를 단호히 거부하고 객관적 심사와 평가를 통해 ‘공정한 경기장’을 관리할 심판관들로 구성해야 할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당 지도자가 솔선수범해서 개입하지 말아야 하고, 위원회 위원들 역시 정치적 야망을 자제하는 합리적 인사들로 구성돼야 한다. 제도를 ‘녹(鹿)비에 가로 왈(曰)자’식으로 운영해서는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할지라도 무용지물이 된다.


2002년 대통령선거서 새천년민주당이 국민참여경선제 공천을 도입해 신승한 이후 2004년 17대 총선부터 각 정당은 앞다퉈 선거서 국민경선 등 후보 공천을 위한 경선제를 도입했다.

그나마 대통령선거에서는 후보 경선과 공천 절차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나, 총선서의 공천 과정은 전략공천, 현역 물갈이, 사전 탈락 등 여러 가지 예외 규정이 너무 많이 적용돼 실제 당내 경선은 과반수에도 미치지 못하게 치러졌다.

선거 때마다 바뀌는 후보 공천 제도와 운영을 둘러싼 불공정 논란과 불협화음은 국민의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주의를 자아냈다. 국민의힘은 본격적인 공천 작업에 들어가면서, 시스템 공천으로 현역 물갈이, 중진 퇴출과 세대교체 실현을 목표로 했다.

공천심사 기준에 따르면, 현역 평가 하위 10% 사전 탈락, 하위 10~30% 감점, 동일 지역 3선 이상 감점 등으로 48명의 현역 의원을 교체 대상으로 삼았다고 한다.

선거 승리만 목적한 ‘시스템 공천’ 우려

공천심사 평가 기준은 현역 의원 및 원외 당협위원장은 여론조사 40%, 도덕성 15%, 당 기여도 15%, 당무감사 20%, 면접 10%고, 비 당협위원장의 경우는 당 및 사회 기여도 35%로 전자의 당 기여도와 당무감사를 합한 값을 적용하고 나머지 기준은 같다.


또 여론조사 비율을 전국 선거구를 2개 권역으로 나눠 열세 지역에서는 당원 20%, 국민 80%, 우세 지역에서는 당원과 국민 각각 50% 비율로 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정치 신인에게 나이별로 가산점을 최대 20%서 7%를 부여한다.

국민의힘이 발표한 공천 기준은 사전에 의도적 목적을 갖고 설정된 것으로 보여 민주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전략공천 세부 기준을 토대로 한 분석에 따르면, 전략공천을 할 수 있는 지역구가 전체 253개 중에 절반에 달하는 최소 122곳으로 나타났고, 수도권은 121곳 가운데 70곳인 60%에 육박했다.

또 공천관리위원회가 최대 50곳 정도를 서울 지역 중심으로 전략공천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전략공천이 광범위하게 적용된다면 개방형·상향식 공천제도와는 사실상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현역 의원이 탈당한 지역 10곳과 불출마 선언 지역 10곳 등 20곳을 전략공천으로 지정했지만, 앞으로 탈당자가 늘어남에 따라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전체 지역구의 20%까지 전략공천을 할 수 있다.

더욱이 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정권교체에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책임을 지라’고 해서 ‘문명(문재인·이재명) 갈등’을 예고해 전략공천이 확대됐다.

공천의 기본 방향이 경선이라고 하면서 당 지도부에 의한 전략공천의 비중이 크고, 계파 갈등이 불거진다면 시스템 공천이 여전히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증거다.

협치와 관용의 규범이 없는 정치 현실서 여야 정당은 정쟁만 일삼다가 선거 시기를 맞이했으니, 공천을 위한 제도적 정비를 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다.

특히 야당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는 국회 구조하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져 여야가 갈등 대립에만 집중해 차기 국회 구성을 위한 대비책을 소홀히 했다.

국회는 선거구획정 조정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개선하지 못한 채 총선에 돌입하고 있다. 위성 정당이 정치적 기만 행위임에도 그 준비에 급급한 양대 정당이 시스템 공천을 한다고 공표했으니 이 또한 미덥지 않다.

당내 충분한 합의는 물론 세부적인 절차와 규칙에 대한 고려 없이 선거 승리와 정치적 흥행만을 목적으로 시스템 공천을 계획하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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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