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핵 문제와 별도로 남북대화 시작해야

대북 포용 정책에도 소강상태
윤석열정부의 담대한(?) 구상

문재인정부 시절 북한과 관련해 여러 번의 남북 및 북·미 정상 회동보다 더 놀라운 사건은 2020년 6월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였다. 당시 문정부는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간 전쟁을 불사하는 대립을 인내하고 평창올림픽을 선용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례적으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위해 핵실험 및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 인질 석방 및 유해 송환, 장거리 미사일 발사대 해체 작업 등 성의를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트럼프가 북한의 비핵화만을 챙기려 한데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로 열린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서도 예상 밖의 추가 양보를 요구해 ‘노딜’로 끝나는 등 일방주의 행태를 보였다는 데 있었다.

그 후로 판문점서 북·미 정상이 다시 만났지만, 트럼프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구두로 약속했다가 또다시 이행하지 않자, 김정은은 결국 핵 포기와 북·미관계 정상화 교환 방식의 체제 생존 전략을 포기했다.

김정은은 최고 지도자의 위신 손상을 만회하는 술책으로 이 같은 외교적 참변이 문정부의 중재가 잘못된 탓이라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런데도 문정부는 북핵 문제를 해결해 한반도 평화를 회복·정착시키기 위해 조건 없는 대북 인도주의 지원을 제안하고 북·미 신뢰 회복을 위해 종전 선언을 추진했지만, 미국은 호응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물론, 뒤를 이은 조 바이든도 원점에서 실무회담을 열자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사실상 북한과의 대화에 별다른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북한도 문정부의 호의를 무시하고 대화 단절 및 자력갱생, 중국 및 러시아와의 협력 모색으로 전략 기조를 전환했다.

이런 상황서 출범한 윤석열정부는 문정부의 대외정책을 친중·반일 및 대북 유화로 규정하고, 국민 여론에 편승해 미국의 정책에 적극 동조하고 북한은 적으로 보는 강경 기조를 채택했다.

미국의 정상이 합의 사항 이행에 의지조차 보이지 않은 것도 북·미 대화 중단과 남북관계 후퇴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는데, 이를 무시하고 북한의 안보 위협 억지에 몰두해 ‘원칙에 입각하며 힘의 우위에 기반한 대북정책’을 추진했다.

물론 북한과의 대화 여지도 빼꼼히 열어뒀다. 2022년 광복절을 기해 북한이 핵 포기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면 통 크게 도와주겠다는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다. 문제는 북한이 이를 받을 가능성이 애초부터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먼저 문정부가 남북 갈등 관리와 평화를 우선시하고 북·미 간에도 우호적으로 중재하는 등 정성을 보이면서 무조건적인 인도적 지원을 계속 제안했는데도 북한은 호응하지 않았다.

그렇게 자존심 강한 북한 정권이 윤정부가 선제공격도 할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자신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전단 살포의 길을 활짝 열어주는 등 압박과 강경 기조의 정책을 펼치면서 핵 포기 의사를 명확히 하면 도와주겠다는데 호응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

마치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3월, 드레스덴 선언을 통해 북한의 비참한 경제 상황과 열악한 인권을 비난하면서 인도적 지원을 제안하자, 북한이 이를 무시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이명박(MB)정부와 유사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데 MB정부는 ‘상생과 공영의 대북정책’을 공식적인 기조로 내걸었지만, 실제 정책은 달랐다. 북한이 체제 안보의 최후 버팀목으로 삼는 핵의 포기, 체제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고 여기는 개방, 헐벗고 못사는 북한 경제를 개선해 주겠다는 1인당 소득 3000을 뜻하는 ‘비핵·개방·3000’을 추진했다.

그 결과 5년 임기 동안 남북 대화 한 번 제대로 못했고,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까지 당했다. 정부의 ‘담대한 구상’ 발표 뒤, 북한은 이명박 정부 정책의 재탕이라고 헐뜯었다. 그 당시와 달리 북한은 이제 핵탄두 수십개를 배치하고 언제라도 남한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미국과 함께 제재하고 압박하면 북한이 결국 대화에 나오리라 생각했다면 너무 낙관적이고 안이했다.

북한이 대화를 전면 거부하고 안보 위협을 강화하자 윤정부는 남북관계는 대립 기조로 평행선을 달리면서 한미동맹 강화, 일방적인 양보를 통한 한·일관계 정상화, 북한뿐 아니라 중국도 견제하는 한·미·일 준동맹 결성으로 나아갔다.

이제 북한은 핵 개발 가속화를 헌법에까지 명기했고 김정은은 지난 연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서 “남북관계는 더 이상 민족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교전국 관계’라고 선언했다. 핵무기 생산의 지속적 확대와 ‘남한 평정을 위한 대사변’을 준비하라고까지 지시했다.

이후 북한은 연일 서해 완충 지역서 해안포 사격을 가함으로써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를 계기로 남북이 순차적으로 효력을 폐기한 9·19 남북 군사합의를 도발로 깨뜨렸다.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관계 정상화를 이루려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배치, 선제공격을 불사하는 공세적인 핵 독트린, 오는 4·10 총선과 11월 초 미국 대선을 겨냥한 도발 감행 의지 등에 대해 정부는 ‘강 대 강’ 대립 의지를 굳게 다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제재와 압박 등 강경정책을 구사하면 북한이 결국 굴복하거나 대화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있다. 이 계산이 과연 맞을 것인가?

먼저 정부는 하마스의 테러 공격을 받고 10배 이상의 보복을 가하는 이스라엘처럼 단호한 대응과 보복을 장담하고 있는데, 중요한 점은 이스라엘은 자국이 핵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오히려 북한이 핵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무모한 자극과 무력 대결은 자칫 민족적 대재앙을 초래할 수 있음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 또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하고 도발을 감행하더라도 한·미·일의 대러, 대중, 대북 압박이 거세므로 중·러가 유엔 안보리 제재는 계속 막아줄 것으로 믿고 있다.

코로나 봉쇄가 끝나 북한 대외교역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북·중, 북·러 교역도 재개됐으나 북한 경제에 미치는 제재의 효과는 반감됐다. 더구나 김정은은 당 중앙위 전원회의서 작년 국내총생산(GDP)이 2020년에 비해 40%가 증가했다고 자랑했다.

상당 부분이 과장으로 여겨지지만, 북한 경제 사정이 국제 제재와 압박에 도저히 살기 어려워 굴복할 정도가 되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어쨌든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핵·미사일 개발을 가속하며 우리에게 선제 핵공격도 가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 것에 대해 아무리 규탄해도 부족하다.


하지만 핵 억지력 보강,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의 대화 복귀나 핵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결국 남북대화 및 북·미 협상을 통한 해결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 합의 이후 미국이 북한에 상호 안보와 동시 행동을 통해 비핵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렸는데 이를 무성의하게 흘려보냈던 상황을 재검토해 봐야 한다.

앞으로라도 북한 비핵화를 실현하려면 이를 반면교사 삼아 대화 재개와 협상 과정, 그리고 합의 이행에서 북한의 안보 딜레마까지 고려해, 북한이 그 어느 과정서도 이탈할 수 없도록 의지와 성의를 갖고 꼼꼼하게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정책 방향을 살펴보면, 무엇보다 국가 안보가 최우선이고 북한이 핵으로 위협하고 있으므로 핵 공격을 확실히 억지하기 위해 핵 협의그룹(NCG) 가동과 전략자산의 상시적 가시성 증대보다 더 확실한 대책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을 안심시키려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나 이에 준하는 획기적인 조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한 치의 빈틈없는 국가 안보태세를 갖추는 한편, 남침은 물론이고 도발 대상으로 삼지 않도록 하는 정책도 구사해야 한다.

남북대화나 협상, 협력이 이뤄지면 더 좋겠지만 최소한 북한의 도발 동기 관리는 추진돼야 한다. 이런 정책들을 기본적으로 펼치면서 보다 긍정적이고 민족의 미래를 보장하는 능동적인 정책 구사도 필요하다.

특히 북핵 문제를 미국에 맡겨두면 결국 남의 일에 정성과 노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 유의해 당사자인 우리가 북한의 안보 딜레마를 고려한 상호 안보의 관점서 창의성과 정성을 기울여 북·미 핵 협상이 시작되도록 주선해야 한다.


이렇게 남북관계에 대한 우리의 진정성을 보여주면서 핵 문제와 별도로 민족적 차원에서 조건 없는 인도적 지원을 계속 제안하고 남북 통신선 복원을 시작으로 대화와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남북 불신과 적대감이 팽배한 현 상황을 고려하면 올해 내에 대화가 재개되기만 해도 큰 성과로 볼 수 있다.

이후 이산가족 상봉과 관광사업 등 시급하거나 쉬운 사업부터 추진하고, 궁극적으로는 상호 안보에 따르고 핵뿐 아니라 재래식 군사력까지 포함한 남·북한, 주한미군 등 3자 간 균형을 생각하는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면서 호혜적인 각종 남북 협력사업들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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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태양 ’이재명-조국 미묘한 관계

‘두 개의 태양 ’이재명-조국 미묘한 관계

[일요시사 정치팀] 조국혁신당이 22대 총선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컨벤션효과로 반짝 빛을 볼 것이란 해석이 무색할 정도다. 대권주자를 노리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셈법이 빨라졌다. 숨 돌릴 틈도 없이 2027년 치러질 21대 대선에 자연스레 이목이 쏠린다. 2019년 ‘조국 사태’가 터졌다. 당시 제66대 법무부 장관이던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 조국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으면서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당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관한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무마한 혐의도 받는다. 절벽 끝서 기사회생 지난해 12월 조 대표는 항소심서 최후진술을 통해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 대표는 “2018년 8월 장관 지명 이후 검찰과 언론 등으로 무차별 공격을 당했다”며 “70군데 이상이 압수수색당했고 가족과 나눈 소소한 문자 내용이 언론에 공개돼 조롱당하는 등 5년간 사회적 형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압도적인 검찰권 앞에서 무력함을 느꼈고 생지옥이었다”며 “분노와 절망 감정에 휩싸여 자제해야 함에도 항변했고 쓰린 자책의 과정에 들어갔다”고 호소했다. 이번 사태로 조 대표의 온 가족이 법정으로 출두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조 대표의 딸 조민씨는 입시 비리 혐의에 대해 1심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검찰과 조민씨 양측 모두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조 대표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조 대표의 아들 조원씨는 대학원 입시 비리 혐의를 받고 있지만 아직 처분 전이다. 공범으로 지목된 조 대표의 사건이 확정되지 않아 공소시효가 정지됐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의 여파는 현재진행형이다. 조 대표는 자녀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지난 2월 항소심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검찰 독재 조기종식’을 위해 지난 3월 조국당이 출범했지만 조 대표는 여전히 불구속 기소 상태다. 지금의 조 대표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생명에 다시 날개를 다는 것이다. 과도한 수사로 인해 ‘정치적 죽임’을 당했으니 이번 총선서 국민의 선택을 받아 부활하겠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출범식서 “정치권과 보수 언론서 ‘조국의 강’을 얘기하고 있다. 우리가 건너야 할 강은 ‘검찰 독재의 강’ ‘윤석열의 강’”이라며 “조국당은 오물로 뒤덮인 ‘윤석열 강’을 건너 검찰 독재를 조기에 종식하고 새로운 조국을 만들어갈 비전과 정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법 리스크가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와 다르게 조국당은 선거 전까지 지지율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했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달 30∼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 결과,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 투표서 어느 정당에 투표하겠느냐’는 물음에 ‘조국혁신당’을 선택한 응답자는 25%로 집계됐다. ‘복수의 날’ 손에 쥐고 돌아왔다 목표는 하나 “검찰 독재 조기종식” 이 외에 ▲국민의미래 24% ▲더불어민주연합 14% ▲개혁신당 4% ▲녹색정의당·새로운미래·자유통일당 1%로 집계됐다. ‘아직 결정하지 않음’은 24%, ‘지지하는 정당 없음’은 4%였다. 해당 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100% 무선전화 면접 방식에 응답률은 12.4%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높은 지지율을 견인해 왔지만 일각에서는 조 대표가 대법원에서 실형을 확정받을 경우 지금과 같은 동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과연 ‘조국 없는 조국혁신당’이 주장하는 ‘정권 심판론’이 얼마나 호소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에서다. 조 대표는 이를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그는 지난 1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서 ‘대법원서 실형이 확정되면 정치인 조국은 어떻게 되느냐’란 진행자의 질문에 “나는 사법부를 쥐락펴락 못한다. 국법과 절차를 지키겠다”고 답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면)감옥에 가야 한다. 그동안 재판받느라, 정치하느라 못 읽었던 책을 읽고 팔굽혀 펴기, 스쿼트, 플랭크를 하면서 건강관리를 열심히 해(감옥서) 나오겠다”고도 했다. 이날 조 대표는 윤석열정부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을 향해 날을 세웠다. 조 대표는 “문제는 우리나라에 수사도 안 받고, 그래서 기소도 안되니 유죄판결도 받지 않는 특수집단이 있다는 것”이라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품백 수수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와 고발사주 의혹 등을 받는 한 비대위원장을 동시에 지적했다. 정치적 부활을 기대하는 조 대표가 자신의 공간을 넓히기 위해서는 제1야당과의 복잡함 셈법을 풀어야 한다. 민주당과의 관계에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는 이상 22대 국회가 야당의 ‘주도권 싸움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조국당과 민주당은 서로 협력 관계임을 강조해 왔다. 조국당은 선거 기간 내내 “3년은 너무 길다”는 선명한 메시지를 외치며 쇄빙선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선거 이후에도 서로를 우호적으로 대할지는 미지수다. 이제는 이재명·조국 모두 각자의 노선을 택할 때가 왔기 때문이다. 답 없는 방정식 조국당은 출범 초기부터 민주당과의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민주당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민주당 지역구 당선자가 많아야 우리도 잘된다”며 충돌 가능성을 축소했다. 조국당 신장식 대변인은 “(민주당과)함대를 구성하는 것은 맞지만 한 배를 타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 대변인은 “야권은 현재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 두 분이 든든하게 서로 공조하고 있다”며 “‘각자의 자리서 윤정부를 확실하게 견제하고 국정기조를 변화시키는 데 힘을 합치는 역할’을 하라는 것이 유권자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 역시 총선을 일주일 앞둔 지난 3일 서울 동작구서 기자회견을 열고 같은 뜻을 밝혔다. 총선 후 민주당과의 관계를 묻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조 대표는 “창당 선언 이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의 변화 없이 조국당은 자당이 갖고 있는 정강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민주당과 협력과 연대를 할 것이라는 말을 한 번도 바꾼 적이 없다”며 “선거운동 과정서 괜한 말이 아니라 실제 조국당이 생각하는 정당을 실천하기 위해 22대 국회서도 민주당과 협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조국당은 독자적으로 법안을 제출할 수 있지만 이를 통과시키기는 어려운 만큼 성격이 유사한 민주당의 도움이 필요하다. 따라서 민주당과 합당이 아닌 협력 관계만 유지하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역시 조국당은 ‘우군’이라면서도 “지역구도 비례도 모두 민주당을 찍어달라”며 견제에 나섰다. ‘몰빵론’을 강조하며 사실상 합당 가능성을 닫아둔 것이다. 조국당의 색채가 너무 강해 민주당과 섞이기 어렵다는 게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를 안은 조 대표가 부담스럽다는 해석도 나온다. 경기 하남갑에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추미애 후보는 합당에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추 후보는 지난 총선서 열린민주당(이하 열민당) 합당 과정을 지켜본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조국당은)개혁 연대 세력으로서 함께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개혁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나는 최강욱 전 대표가 이끌었던 열민당의 합당도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또다시 열민당? 반대 이유에 대해서는 “합당하면 그 당의 색깔과 주장을 희석해버리기 때문에 만류했다”며 “지금의 조국당도 개혁 우군으로서 연대할 수 있는 것이지, 합당하면 당내서 정무적인 판단을 내세우고 우아한 개혁이 등을 주저하는 세력에게 먹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그럼에도 합당설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때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라 불렸던 신평 변호사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합당 가능성에 크게 힘을 실었다. 신 변호사는 “조 대표는 이번에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 바로 대권 행보에 들어간다”며 “대권을 잡기 위해서는 조 대표가 민주당에 들어가 (그곳에서)선출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보는 한 조 대표는 반드시 민주당에 들어가 이 대표와 경합해 대권후보 쪽으로 열심히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총선서 ‘민주당 180석’을 정확히 예측했던 엄경영 시대정연구소장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총선이 끝나면 이재명 대표가 가고 조국 대표가 온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민주당-열민당 루트’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 나온다. 서로를 견제하고 비판했던 민주당과 열민당이 결국 손을 잡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역시 선거를 치른 후 함께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열민당은 2020년 민주당의 중도지향을 비판하면서 창당한 민주당계 정당으로 선명성을 부각하는 전략을 택했다. 열민당은 민주당과 크고 작은 마찰을 겪었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회의를 열고 열민당 비례대표 명단 선정과 관련해 강한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21대 총선서 공천 부적격 판정을 받거나 경선 탈락, 혹은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 20명가량이 열민당 예비후보 명단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열민당’ 데자뷔…떠오르는 기시감 “손잡을까? 말까?” 팽팽한 찬반론 쟁쟁한 기싸움이 벌어졌던 만큼 민주당은 열민당과의 합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열민당 소속으로 당선된 의원이 민주당에 입당할 가능성에 대해 지도부는 “현재의 공천 절차를 중단하는 것이 옳다”며 말을 아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민주당은 위성정당으로 더불어시민당을 출범시켰다. 진보 진영의 파이를 나눠 먹는 상황이 되면서 열민당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많았다. 22대 총선서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에 비례표를 몰아주기 위해 조국당을 견제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절대 합당하지 않을 것 같던 민주당과 열민당은 결국 2022년 8월 손을 잡았다. 20대 대통령선거를 7개월 앞둔 시점에서다. 당시 대권주자였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열민당에게 합당을 제안하면서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이는 범야권을 하나로 뭉쳐 지지자를 결속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촛불 개혁 세력’의 표를 한곳에 몰아줘야 대선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일렬의 과정만 놓고 볼 때 조국당이 과거 열민당과 같은 과정을 밟을 것이란 시나리오가 제시된다. 하지만 합당 절차를 밟는다면 정권교체는 고사하고 이재명·조국의 파워 게임으로 인해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두 사람은 합당 후 조금이라도 분쟁이 생긴다면 그대로 끝나는 관계”라며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 대선이 한참 남았기 때문에 지난 총선처럼 쉽게 합당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합당을 추진해야 한다면 둘 중 한 명이 대권주자로 활약하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깔아야 한다. 조국당은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당장 눈앞에 놓인 총선을 통해 검찰 독재 조기종식에만 집중하겠단 것이다. 선거를 완주한 조 대표의 첫 번째 선택지는 무엇일까? <일요시사> 취재진이 조 대표에게 물었고 그는 “한동훈 특검법 발의”라고 답했다. 한 비대위원장의 딸 논문 대필 의혹과 지난 대선 당시 불거진 고발사주 의혹 등을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합치면 무적으로 조 대표는 “총선 이후 한동훈은 국회의원도, 비대위원장도 아닐 것”이라며 “법안 내용은 준비가 됐으며 이재명 대표도 당연히 동의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열민당과 합당하면서 한차례 진통을 겪은 민주당이 조국당과 손을 잡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각자의 성적표를 받아든 두 사람의 관계도가 주목된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심판론 VS 안정론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띄우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이조 심판특별위원회(이하 이조특위)’를 구성했다. 이조특위는 “불공정을 상징하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를 방탄하기 위해 연대한 정치세력을 청산하고 진정한 정치개혁을 이루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국정 안정론을 주장해야 할 여당이 선거전략서 실책을 범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오히려 자충수를 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