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핵 문제와 별도로 남북대화 시작해야

대북 포용 정책에도 소강상태
윤석열정부의 담대한(?) 구상

문재인정부 시절 북한과 관련해 여러 번의 남북 및 북·미 정상 회동보다 더 놀라운 사건은 2020년 6월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였다. 당시 문정부는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간 전쟁을 불사하는 대립을 인내하고 평창올림픽을 선용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례적으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위해 핵실험 및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 인질 석방 및 유해 송환, 장거리 미사일 발사대 해체 작업 등 성의를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트럼프가 북한의 비핵화만을 챙기려 한데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로 열린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서도 예상 밖의 추가 양보를 요구해 ‘노딜’로 끝나는 등 일방주의 행태를 보였다는 데 있었다.

그 후로 판문점서 북·미 정상이 다시 만났지만, 트럼프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구두로 약속했다가 또다시 이행하지 않자, 김정은은 결국 핵 포기와 북·미관계 정상화 교환 방식의 체제 생존 전략을 포기했다.

김정은은 최고 지도자의 위신 손상을 만회하는 술책으로 이 같은 외교적 참변이 문정부의 중재가 잘못된 탓이라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런데도 문정부는 북핵 문제를 해결해 한반도 평화를 회복·정착시키기 위해 조건 없는 대북 인도주의 지원을 제안하고 북·미 신뢰 회복을 위해 종전 선언을 추진했지만, 미국은 호응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물론, 뒤를 이은 조 바이든도 원점에서 실무회담을 열자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사실상 북한과의 대화에 별다른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북한도 문정부의 호의를 무시하고 대화 단절 및 자력갱생, 중국 및 러시아와의 협력 모색으로 전략 기조를 전환했다.

이런 상황서 출범한 윤석열정부는 문정부의 대외정책을 친중·반일 및 대북 유화로 규정하고, 국민 여론에 편승해 미국의 정책에 적극 동조하고 북한은 적으로 보는 강경 기조를 채택했다.

미국의 정상이 합의 사항 이행에 의지조차 보이지 않은 것도 북·미 대화 중단과 남북관계 후퇴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는데, 이를 무시하고 북한의 안보 위협 억지에 몰두해 ‘원칙에 입각하며 힘의 우위에 기반한 대북정책’을 추진했다.

물론 북한과의 대화 여지도 빼꼼히 열어뒀다. 2022년 광복절을 기해 북한이 핵 포기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면 통 크게 도와주겠다는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다. 문제는 북한이 이를 받을 가능성이 애초부터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먼저 문정부가 남북 갈등 관리와 평화를 우선시하고 북·미 간에도 우호적으로 중재하는 등 정성을 보이면서 무조건적인 인도적 지원을 계속 제안했는데도 북한은 호응하지 않았다.

그렇게 자존심 강한 북한 정권이 윤정부가 선제공격도 할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자신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전단 살포의 길을 활짝 열어주는 등 압박과 강경 기조의 정책을 펼치면서 핵 포기 의사를 명확히 하면 도와주겠다는데 호응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

마치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3월, 드레스덴 선언을 통해 북한의 비참한 경제 상황과 열악한 인권을 비난하면서 인도적 지원을 제안하자, 북한이 이를 무시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이명박(MB)정부와 유사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데 MB정부는 ‘상생과 공영의 대북정책’을 공식적인 기조로 내걸었지만, 실제 정책은 달랐다. 북한이 체제 안보의 최후 버팀목으로 삼는 핵의 포기, 체제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고 여기는 개방, 헐벗고 못사는 북한 경제를 개선해 주겠다는 1인당 소득 3000을 뜻하는 ‘비핵·개방·3000’을 추진했다.

그 결과 5년 임기 동안 남북 대화 한 번 제대로 못했고,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까지 당했다. 정부의 ‘담대한 구상’ 발표 뒤, 북한은 이명박 정부 정책의 재탕이라고 헐뜯었다. 그 당시와 달리 북한은 이제 핵탄두 수십개를 배치하고 언제라도 남한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미국과 함께 제재하고 압박하면 북한이 결국 대화에 나오리라 생각했다면 너무 낙관적이고 안이했다.

북한이 대화를 전면 거부하고 안보 위협을 강화하자 윤정부는 남북관계는 대립 기조로 평행선을 달리면서 한미동맹 강화, 일방적인 양보를 통한 한·일관계 정상화, 북한뿐 아니라 중국도 견제하는 한·미·일 준동맹 결성으로 나아갔다.

이제 북한은 핵 개발 가속화를 헌법에까지 명기했고 김정은은 지난 연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서 “남북관계는 더 이상 민족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교전국 관계’라고 선언했다. 핵무기 생산의 지속적 확대와 ‘남한 평정을 위한 대사변’을 준비하라고까지 지시했다.

이후 북한은 연일 서해 완충 지역서 해안포 사격을 가함으로써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를 계기로 남북이 순차적으로 효력을 폐기한 9·19 남북 군사합의를 도발로 깨뜨렸다.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관계 정상화를 이루려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배치, 선제공격을 불사하는 공세적인 핵 독트린, 오는 4·10 총선과 11월 초 미국 대선을 겨냥한 도발 감행 의지 등에 대해 정부는 ‘강 대 강’ 대립 의지를 굳게 다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제재와 압박 등 강경정책을 구사하면 북한이 결국 굴복하거나 대화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있다. 이 계산이 과연 맞을 것인가?

먼저 정부는 하마스의 테러 공격을 받고 10배 이상의 보복을 가하는 이스라엘처럼 단호한 대응과 보복을 장담하고 있는데, 중요한 점은 이스라엘은 자국이 핵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오히려 북한이 핵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무모한 자극과 무력 대결은 자칫 민족적 대재앙을 초래할 수 있음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 또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하고 도발을 감행하더라도 한·미·일의 대러, 대중, 대북 압박이 거세므로 중·러가 유엔 안보리 제재는 계속 막아줄 것으로 믿고 있다.

코로나 봉쇄가 끝나 북한 대외교역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북·중, 북·러 교역도 재개됐으나 북한 경제에 미치는 제재의 효과는 반감됐다. 더구나 김정은은 당 중앙위 전원회의서 작년 국내총생산(GDP)이 2020년에 비해 40%가 증가했다고 자랑했다.

상당 부분이 과장으로 여겨지지만, 북한 경제 사정이 국제 제재와 압박에 도저히 살기 어려워 굴복할 정도가 되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어쨌든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핵·미사일 개발을 가속하며 우리에게 선제 핵공격도 가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 것에 대해 아무리 규탄해도 부족하다.


하지만 핵 억지력 보강,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의 대화 복귀나 핵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결국 남북대화 및 북·미 협상을 통한 해결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 합의 이후 미국이 북한에 상호 안보와 동시 행동을 통해 비핵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렸는데 이를 무성의하게 흘려보냈던 상황을 재검토해 봐야 한다.

앞으로라도 북한 비핵화를 실현하려면 이를 반면교사 삼아 대화 재개와 협상 과정, 그리고 합의 이행에서 북한의 안보 딜레마까지 고려해, 북한이 그 어느 과정서도 이탈할 수 없도록 의지와 성의를 갖고 꼼꼼하게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정책 방향을 살펴보면, 무엇보다 국가 안보가 최우선이고 북한이 핵으로 위협하고 있으므로 핵 공격을 확실히 억지하기 위해 핵 협의그룹(NCG) 가동과 전략자산의 상시적 가시성 증대보다 더 확실한 대책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을 안심시키려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나 이에 준하는 획기적인 조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한 치의 빈틈없는 국가 안보태세를 갖추는 한편, 남침은 물론이고 도발 대상으로 삼지 않도록 하는 정책도 구사해야 한다.

남북대화나 협상, 협력이 이뤄지면 더 좋겠지만 최소한 북한의 도발 동기 관리는 추진돼야 한다. 이런 정책들을 기본적으로 펼치면서 보다 긍정적이고 민족의 미래를 보장하는 능동적인 정책 구사도 필요하다.

특히 북핵 문제를 미국에 맡겨두면 결국 남의 일에 정성과 노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 유의해 당사자인 우리가 북한의 안보 딜레마를 고려한 상호 안보의 관점서 창의성과 정성을 기울여 북·미 핵 협상이 시작되도록 주선해야 한다.


이렇게 남북관계에 대한 우리의 진정성을 보여주면서 핵 문제와 별도로 민족적 차원에서 조건 없는 인도적 지원을 계속 제안하고 남북 통신선 복원을 시작으로 대화와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남북 불신과 적대감이 팽배한 현 상황을 고려하면 올해 내에 대화가 재개되기만 해도 큰 성과로 볼 수 있다.

이후 이산가족 상봉과 관광사업 등 시급하거나 쉬운 사업부터 추진하고, 궁극적으로는 상호 안보에 따르고 핵뿐 아니라 재래식 군사력까지 포함한 남·북한, 주한미군 등 3자 간 균형을 생각하는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면서 호혜적인 각종 남북 협력사업들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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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컸던 걸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브와의 전쟁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가 된 모양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공룡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기업서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미래는 밝았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초기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 기업 밉상 기업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 과정서 일어난 일이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SM 지분 매수 과정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 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브와 크게 벌인 ‘쩐의 전쟁’ 경영권 차지했지만 사법리스크↑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의 밤샘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8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전은 혈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SM은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예기획사로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EXO,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의 유명 보이·걸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명가’로 알려져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은 K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SM 인수전의 시작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서 시작됐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설립자로 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수만 아버지’로 불리는 등 일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매수자로 언급되곤 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프로듀서 소유의 라이크기획이 SM과의 내부거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급히 먹다 탈 났나? 이 과정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전 프로듀서 측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운 현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SM 경영진이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동앗줄은 하이브였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공시 다음 날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기했다. 그리고 2월9일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8%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을 추가로 25%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SM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로 압축됐다. SM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자 카카오가 반격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7일부터 SM의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약 833만주에 달하는 주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SM 인수전은 하이브가 카카오가 시작한 ‘쩐의 전쟁’서 한발 물러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쇄신 노력 ‘물거품’ 이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SM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또 다른 공룡 기업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기 위해 벌인 ‘쩐의 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당시 SM 인수전서 발을 뺀 뒤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 한때 13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11월에는 김범수 당시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카카오 수사에 열을 올렸다. 시세조종 의혹 창업자에 칼끝 댔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카카오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SM 인수전 과정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 가능성과 알짜배기 기업을 놓칠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바꿨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쇄신작업은 물론 기업 전체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덩치를 줄이기 위해 알짜배기만 남겨두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어렵게 인수한 SM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몸집 줄여 해결될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계열사 확장 과정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운명이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