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핵 문제와 별도로 남북대화 시작해야

대북 포용 정책에도 소강상태
윤석열정부의 담대한(?) 구상

문재인정부 시절 북한과 관련해 여러 번의 남북 및 북·미 정상 회동보다 더 놀라운 사건은 2020년 6월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였다. 당시 문정부는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간 전쟁을 불사하는 대립을 인내하고 평창올림픽을 선용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례적으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위해 핵실험 및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 인질 석방 및 유해 송환, 장거리 미사일 발사대 해체 작업 등 성의를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트럼프가 북한의 비핵화만을 챙기려 한데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로 열린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서도 예상 밖의 추가 양보를 요구해 ‘노딜’로 끝나는 등 일방주의 행태를 보였다는 데 있었다.

그 후로 판문점서 북·미 정상이 다시 만났지만, 트럼프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구두로 약속했다가 또다시 이행하지 않자, 김정은은 결국 핵 포기와 북·미관계 정상화 교환 방식의 체제 생존 전략을 포기했다.

김정은은 최고 지도자의 위신 손상을 만회하는 술책으로 이 같은 외교적 참변이 문정부의 중재가 잘못된 탓이라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런데도 문정부는 북핵 문제를 해결해 한반도 평화를 회복·정착시키기 위해 조건 없는 대북 인도주의 지원을 제안하고 북·미 신뢰 회복을 위해 종전 선언을 추진했지만, 미국은 호응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물론, 뒤를 이은 조 바이든도 원점에서 실무회담을 열자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사실상 북한과의 대화에 별다른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북한도 문정부의 호의를 무시하고 대화 단절 및 자력갱생, 중국 및 러시아와의 협력 모색으로 전략 기조를 전환했다.

이런 상황서 출범한 윤석열정부는 문정부의 대외정책을 친중·반일 및 대북 유화로 규정하고, 국민 여론에 편승해 미국의 정책에 적극 동조하고 북한은 적으로 보는 강경 기조를 채택했다.

미국의 정상이 합의 사항 이행에 의지조차 보이지 않은 것도 북·미 대화 중단과 남북관계 후퇴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는데, 이를 무시하고 북한의 안보 위협 억지에 몰두해 ‘원칙에 입각하며 힘의 우위에 기반한 대북정책’을 추진했다.

물론 북한과의 대화 여지도 빼꼼히 열어뒀다. 2022년 광복절을 기해 북한이 핵 포기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면 통 크게 도와주겠다는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다. 문제는 북한이 이를 받을 가능성이 애초부터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먼저 문정부가 남북 갈등 관리와 평화를 우선시하고 북·미 간에도 우호적으로 중재하는 등 정성을 보이면서 무조건적인 인도적 지원을 계속 제안했는데도 북한은 호응하지 않았다.

그렇게 자존심 강한 북한 정권이 윤정부가 선제공격도 할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자신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전단 살포의 길을 활짝 열어주는 등 압박과 강경 기조의 정책을 펼치면서 핵 포기 의사를 명확히 하면 도와주겠다는데 호응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

마치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3월, 드레스덴 선언을 통해 북한의 비참한 경제 상황과 열악한 인권을 비난하면서 인도적 지원을 제안하자, 북한이 이를 무시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이명박(MB)정부와 유사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데 MB정부는 ‘상생과 공영의 대북정책’을 공식적인 기조로 내걸었지만, 실제 정책은 달랐다. 북한이 체제 안보의 최후 버팀목으로 삼는 핵의 포기, 체제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고 여기는 개방, 헐벗고 못사는 북한 경제를 개선해 주겠다는 1인당 소득 3000을 뜻하는 ‘비핵·개방·3000’을 추진했다.

그 결과 5년 임기 동안 남북 대화 한 번 제대로 못했고,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까지 당했다. 정부의 ‘담대한 구상’ 발표 뒤, 북한은 이명박 정부 정책의 재탕이라고 헐뜯었다. 그 당시와 달리 북한은 이제 핵탄두 수십개를 배치하고 언제라도 남한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미국과 함께 제재하고 압박하면 북한이 결국 대화에 나오리라 생각했다면 너무 낙관적이고 안이했다.

북한이 대화를 전면 거부하고 안보 위협을 강화하자 윤정부는 남북관계는 대립 기조로 평행선을 달리면서 한미동맹 강화, 일방적인 양보를 통한 한·일관계 정상화, 북한뿐 아니라 중국도 견제하는 한·미·일 준동맹 결성으로 나아갔다.

이제 북한은 핵 개발 가속화를 헌법에까지 명기했고 김정은은 지난 연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서 “남북관계는 더 이상 민족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교전국 관계’라고 선언했다. 핵무기 생산의 지속적 확대와 ‘남한 평정을 위한 대사변’을 준비하라고까지 지시했다.

이후 북한은 연일 서해 완충 지역서 해안포 사격을 가함으로써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를 계기로 남북이 순차적으로 효력을 폐기한 9·19 남북 군사합의를 도발로 깨뜨렸다.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관계 정상화를 이루려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배치, 선제공격을 불사하는 공세적인 핵 독트린, 오는 4·10 총선과 11월 초 미국 대선을 겨냥한 도발 감행 의지 등에 대해 정부는 ‘강 대 강’ 대립 의지를 굳게 다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제재와 압박 등 강경정책을 구사하면 북한이 결국 굴복하거나 대화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있다. 이 계산이 과연 맞을 것인가?

먼저 정부는 하마스의 테러 공격을 받고 10배 이상의 보복을 가하는 이스라엘처럼 단호한 대응과 보복을 장담하고 있는데, 중요한 점은 이스라엘은 자국이 핵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오히려 북한이 핵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무모한 자극과 무력 대결은 자칫 민족적 대재앙을 초래할 수 있음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 또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하고 도발을 감행하더라도 한·미·일의 대러, 대중, 대북 압박이 거세므로 중·러가 유엔 안보리 제재는 계속 막아줄 것으로 믿고 있다.

코로나 봉쇄가 끝나 북한 대외교역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북·중, 북·러 교역도 재개됐으나 북한 경제에 미치는 제재의 효과는 반감됐다. 더구나 김정은은 당 중앙위 전원회의서 작년 국내총생산(GDP)이 2020년에 비해 40%가 증가했다고 자랑했다.

상당 부분이 과장으로 여겨지지만, 북한 경제 사정이 국제 제재와 압박에 도저히 살기 어려워 굴복할 정도가 되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어쨌든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핵·미사일 개발을 가속하며 우리에게 선제 핵공격도 가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 것에 대해 아무리 규탄해도 부족하다.


하지만 핵 억지력 보강,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의 대화 복귀나 핵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결국 남북대화 및 북·미 협상을 통한 해결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 합의 이후 미국이 북한에 상호 안보와 동시 행동을 통해 비핵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렸는데 이를 무성의하게 흘려보냈던 상황을 재검토해 봐야 한다.

앞으로라도 북한 비핵화를 실현하려면 이를 반면교사 삼아 대화 재개와 협상 과정, 그리고 합의 이행에서 북한의 안보 딜레마까지 고려해, 북한이 그 어느 과정서도 이탈할 수 없도록 의지와 성의를 갖고 꼼꼼하게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정책 방향을 살펴보면, 무엇보다 국가 안보가 최우선이고 북한이 핵으로 위협하고 있으므로 핵 공격을 확실히 억지하기 위해 핵 협의그룹(NCG) 가동과 전략자산의 상시적 가시성 증대보다 더 확실한 대책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을 안심시키려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나 이에 준하는 획기적인 조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한 치의 빈틈없는 국가 안보태세를 갖추는 한편, 남침은 물론이고 도발 대상으로 삼지 않도록 하는 정책도 구사해야 한다.

남북대화나 협상, 협력이 이뤄지면 더 좋겠지만 최소한 북한의 도발 동기 관리는 추진돼야 한다. 이런 정책들을 기본적으로 펼치면서 보다 긍정적이고 민족의 미래를 보장하는 능동적인 정책 구사도 필요하다.

특히 북핵 문제를 미국에 맡겨두면 결국 남의 일에 정성과 노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 유의해 당사자인 우리가 북한의 안보 딜레마를 고려한 상호 안보의 관점서 창의성과 정성을 기울여 북·미 핵 협상이 시작되도록 주선해야 한다.


이렇게 남북관계에 대한 우리의 진정성을 보여주면서 핵 문제와 별도로 민족적 차원에서 조건 없는 인도적 지원을 계속 제안하고 남북 통신선 복원을 시작으로 대화와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남북 불신과 적대감이 팽배한 현 상황을 고려하면 올해 내에 대화가 재개되기만 해도 큰 성과로 볼 수 있다.

이후 이산가족 상봉과 관광사업 등 시급하거나 쉬운 사업부터 추진하고, 궁극적으로는 상호 안보에 따르고 핵뿐 아니라 재래식 군사력까지 포함한 남·북한, 주한미군 등 3자 간 균형을 생각하는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면서 호혜적인 각종 남북 협력사업들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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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