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끝은?

  • 김명삼 대기자
  • 등록 2024.01.24 11: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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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던진 ‘핵전쟁 가능성’

2021년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대해 미국이 경고하자 국제사회와 우크라이나 정부는 “설마 21세기에 전면 전쟁이 일어날까?”하며 반신반의했다. 전문가들은“세계 2위 군사력을 가진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한다면 군사력 25위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시는 30분 이내에 초토화되고, 3일이면 사실상 전쟁이 끝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러시아군 지휘부의 지도력 부재, 조직력 붕괴와 ‘나라를 지키겠다’는 우크라이나군의 굳건한 의지, 미국과 서방의 신속한 무기 지원 등의 복합적 변수로 인해 이변이 생겼다.

복합적 변수

2022년 2월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이제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전쟁이 장기전 양상으로 진행되면서 에너지, 원자재, 식량 등의 가격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금리인상을 연쇄적으로 촉발했다. 

코로나19와 미·중 경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은 붕괴하고 이미 침체한 세계경제는 전쟁으로 치명상을 입어 푸틴에 대한 국제적 비난 여론도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 언급으로 계속 견제받아왔다.

2022년 2월 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핵무기 운용 부대의 경계태세를 강화하라고 지시했고, 3월 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근거를 언급하면서 핵전쟁 가능성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국제사회를 위협했다. 


푸틴은 같은 해 9월 부분 동원령을 내리고 우크라이나 점령지 4개 지역을 합병한 다음에도 핵을 포함한 모든 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 영토인 하루키우 헤르손서 패퇴하고 전세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 위협으로 전선을 고착화시켰다.

지난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최신 전차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하자 다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고 같은 해 2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하자 푸틴은 미국과의 핵협정(New START·신전략무기 감축 협정)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위협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우크라이나에 새로운 무기를 지원하거나 전세가 러시아에 불리하면 사용됐다. 

물론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핵을 사용할 독트린은 정해져 있고 전쟁서 확실히 패배할 거라고 생각되면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러시아가 패배한다면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전쟁 배상금을 지급해야 하고 푸틴 체제는 붕괴할 수 있으며 이로써 러시아 연방이 해체될 위기도 발생할 수 있다.

러시아에게도 핵무기 사용에 대한 고민은 있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전쟁을 공식적으로는 ‘특별군사작전’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이런 상황서 우크라이나에 패배해 핵을 사용해야 할 처지가 된다면 명분이 약해 러시아 내 반발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질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탈냉전 시기 국경 없는 경제활동을 보장하던 보편적 세계화 시대를 끝낼 가능성이 크다. 유럽연합(EU)과 러시아 간에 구축된 상품-자원 무역구조가 붕괴했고 전쟁이 끝나더라도 EU와 러시아 관계가 복원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글로벌 공급망과 가치 사슬서 러시아와 중국을 배제하는 것은 정치와 경제가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결국 경제 협력관계를 재설정해야 할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또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이는 금융질서, 에너지, 광물 및 소재 등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이번 전쟁은 세계의 대변환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자유·평화·번영’의 가치, 그리고 규칙에 기반을 둔 세계질서를 지지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지원한다는 태도다.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서 민간인 피해와 인도적 참상의 가중을 전제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도 이 같은 입장과 무관치 않다. 외교정책의 투명성을 바탕으로 러시아와의 양자 협력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러시아가 선을 넘으면 이에 대해 대응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맥락으로 지난해 9월13일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스토치니 우주센터서 재래식 무기 거래 협상으로 의심받는 위험한 만남을 갖는 등,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유엔 결의를 위반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계 대변환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
전쟁 상황 우크라이나에 불리해질 수도
물밑에선 전쟁의 끝 향한 움직임 조짐

북한의 포탄과 무기 지원을 대가로 김정은의 핵무기 기술 완성을 촉진하는 군사협력 강화 및 동아시아지역 경제개발 참여도 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북한에 줬다.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될 경우 유엔 제재 결의 위반일 뿐만 아니라,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

이런 이유로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서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는 대가로 대량 파괴 무기 능력 강화에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얻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도발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와 북한의 위험한 거래를 막기 위해서는 한·미·일과 서방세계는 이들의 무기, 탄약 밀거래 정보를 자세히 감시하고 공개해 러시아가 이미 찬성한 유엔 결의안을 위반한 행위에 책임을 강력히 물어야 한다. 또 고군분투 중인 우크라이나군이 필요로 하는 무기, 탄약 지원을 신속히 증대해 유리한 전황을 만들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이런 가운데 다양한 국제여론 중 우크라이나가 승리하는 것보다 협상을 통해 전쟁이 종식되는 게 좋겠다는 방향이 지배적이지만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우크라이나를 끝까지 지원하는 데는 회의적이다. 그러나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면서 나토의 군사적인 단합과 영향력 강화에 성공했고 군사 안보 측면서 전쟁 이전보다 커진 영향력을 국제사회서 발휘하게 됐다. 

이어 곧 이뤄질 스웨덴의 나토 가입으로 러시아에 대항하는 나토 세력이 확대됐으며, 유럽 국가들과 러시아가 단절되는 계기가 됐고 미국은 동아시아로 확장되는 나토 영향력을 통해, 동맹국들과 관계를 견고히 하고 중국에 대한 견제도 끌어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CNN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의 55%가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을 승인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으며 특히 공화당원의 71%가 반대하고 있다. 이에 미국 내 정치 상황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중단될 수도 있다.

만약 도널드 트럼프가 오는 11월 미국 대선서 승리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군사 지원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고 전쟁 수행 능력은 고갈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지원을 중단하면 다른 나토 국가들도 지원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내년에도 대반격의 성과가 미미하고 전선의 변화 없이 희생자와 피해만 계속 늘어난다면 한국전쟁 때와 같이 우크라이나 영토는 분단된 상태로 종전될 가능성도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어느 쪽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상황서 우크라이나가 영토 일부를 양보하는 방식으로 휴전협상이 진행된다면 협상 조건에 나토와 EU 가입 및 국가 재건에 필요한 대규모 경제적 지원까지 포함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나토 가입은 러시아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일부 나토 회원국들도 수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다. 어쩌면 우크라이나가 설득된다면, 국가 재건 사업 지원과 EU 가입이 협상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의 재건 비용은 침공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서 러시아의 해외 동결 자금이 활용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우크라이나로서는 어떤 형태로든 러시아가 또다시 침공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해야 종전 협상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러시아는 영향력이 더욱 확대된 미국과 군사력 규모가 커진 나토를 더 가까워진 국경선서 대적해야 한다. 전쟁 이전 러시아가 유럽서 누리던 위상은 추락했고 전쟁으로 인한 서방의 경제제재, 인재 유출과 희생, 유럽으로의 에너지 수출 단절, 유럽 경제교류 단절, 전쟁 배상에 대한 부담감, 푸틴의 인도적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의 체포영장 발부 등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킨 대가는 아주 크다.

국제사회 위협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가 조만간에 흔들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AP통신>을 인용한 러시아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지속적인 전쟁 피로감이 결국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외에 국제적인 원조의 분열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정부는 여전히 “러시아로부터 완전 영토 회복, 전쟁에 대한 러시아의 피해보상, 푸틴의 전쟁범죄 인정이 선결된 후, 평화협상이 가능하다”는 강경 입장이다. 이렇듯 겉으로는 아직 어느 쪽도 타협할 생각이 전혀 없는 듯하지만 물밑에서는 서서히 전쟁의 끝을 향한 움직임들이 일어날 조짐이 보인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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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