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끝은?

  • 김명삼 대기자
  • 등록 2024.01.24 11: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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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던진 ‘핵전쟁 가능성’

2021년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대해 미국이 경고하자 국제사회와 우크라이나 정부는 “설마 21세기에 전면 전쟁이 일어날까?”하며 반신반의했다. 전문가들은“세계 2위 군사력을 가진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한다면 군사력 25위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시는 30분 이내에 초토화되고, 3일이면 사실상 전쟁이 끝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러시아군 지휘부의 지도력 부재, 조직력 붕괴와 ‘나라를 지키겠다’는 우크라이나군의 굳건한 의지, 미국과 서방의 신속한 무기 지원 등의 복합적 변수로 인해 이변이 생겼다.

복합적 변수

2022년 2월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이제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전쟁이 장기전 양상으로 진행되면서 에너지, 원자재, 식량 등의 가격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금리인상을 연쇄적으로 촉발했다. 

코로나19와 미·중 경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은 붕괴하고 이미 침체한 세계경제는 전쟁으로 치명상을 입어 푸틴에 대한 국제적 비난 여론도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 언급으로 계속 견제받아왔다.

2022년 2월 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핵무기 운용 부대의 경계태세를 강화하라고 지시했고, 3월 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근거를 언급하면서 핵전쟁 가능성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국제사회를 위협했다. 


푸틴은 같은 해 9월 부분 동원령을 내리고 우크라이나 점령지 4개 지역을 합병한 다음에도 핵을 포함한 모든 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 영토인 하루키우 헤르손서 패퇴하고 전세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 위협으로 전선을 고착화시켰다.

지난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최신 전차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하자 다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고 같은 해 2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하자 푸틴은 미국과의 핵협정(New START·신전략무기 감축 협정)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위협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우크라이나에 새로운 무기를 지원하거나 전세가 러시아에 불리하면 사용됐다. 

물론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핵을 사용할 독트린은 정해져 있고 전쟁서 확실히 패배할 거라고 생각되면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러시아가 패배한다면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전쟁 배상금을 지급해야 하고 푸틴 체제는 붕괴할 수 있으며 이로써 러시아 연방이 해체될 위기도 발생할 수 있다.

러시아에게도 핵무기 사용에 대한 고민은 있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전쟁을 공식적으로는 ‘특별군사작전’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이런 상황서 우크라이나에 패배해 핵을 사용해야 할 처지가 된다면 명분이 약해 러시아 내 반발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질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탈냉전 시기 국경 없는 경제활동을 보장하던 보편적 세계화 시대를 끝낼 가능성이 크다. 유럽연합(EU)과 러시아 간에 구축된 상품-자원 무역구조가 붕괴했고 전쟁이 끝나더라도 EU와 러시아 관계가 복원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글로벌 공급망과 가치 사슬서 러시아와 중국을 배제하는 것은 정치와 경제가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결국 경제 협력관계를 재설정해야 할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또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이는 금융질서, 에너지, 광물 및 소재 등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이번 전쟁은 세계의 대변환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자유·평화·번영’의 가치, 그리고 규칙에 기반을 둔 세계질서를 지지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지원한다는 태도다.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서 민간인 피해와 인도적 참상의 가중을 전제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도 이 같은 입장과 무관치 않다. 외교정책의 투명성을 바탕으로 러시아와의 양자 협력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러시아가 선을 넘으면 이에 대해 대응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맥락으로 지난해 9월13일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스토치니 우주센터서 재래식 무기 거래 협상으로 의심받는 위험한 만남을 갖는 등,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유엔 결의를 위반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계 대변환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
전쟁 상황 우크라이나에 불리해질 수도
물밑에선 전쟁의 끝 향한 움직임 조짐

북한의 포탄과 무기 지원을 대가로 김정은의 핵무기 기술 완성을 촉진하는 군사협력 강화 및 동아시아지역 경제개발 참여도 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북한에 줬다.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될 경우 유엔 제재 결의 위반일 뿐만 아니라,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

이런 이유로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서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는 대가로 대량 파괴 무기 능력 강화에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얻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도발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와 북한의 위험한 거래를 막기 위해서는 한·미·일과 서방세계는 이들의 무기, 탄약 밀거래 정보를 자세히 감시하고 공개해 러시아가 이미 찬성한 유엔 결의안을 위반한 행위에 책임을 강력히 물어야 한다. 또 고군분투 중인 우크라이나군이 필요로 하는 무기, 탄약 지원을 신속히 증대해 유리한 전황을 만들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이런 가운데 다양한 국제여론 중 우크라이나가 승리하는 것보다 협상을 통해 전쟁이 종식되는 게 좋겠다는 방향이 지배적이지만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우크라이나를 끝까지 지원하는 데는 회의적이다. 그러나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면서 나토의 군사적인 단합과 영향력 강화에 성공했고 군사 안보 측면서 전쟁 이전보다 커진 영향력을 국제사회서 발휘하게 됐다. 

이어 곧 이뤄질 스웨덴의 나토 가입으로 러시아에 대항하는 나토 세력이 확대됐으며, 유럽 국가들과 러시아가 단절되는 계기가 됐고 미국은 동아시아로 확장되는 나토 영향력을 통해, 동맹국들과 관계를 견고히 하고 중국에 대한 견제도 끌어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CNN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의 55%가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을 승인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으며 특히 공화당원의 71%가 반대하고 있다. 이에 미국 내 정치 상황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중단될 수도 있다.

만약 도널드 트럼프가 오는 11월 미국 대선서 승리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군사 지원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고 전쟁 수행 능력은 고갈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지원을 중단하면 다른 나토 국가들도 지원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내년에도 대반격의 성과가 미미하고 전선의 변화 없이 희생자와 피해만 계속 늘어난다면 한국전쟁 때와 같이 우크라이나 영토는 분단된 상태로 종전될 가능성도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어느 쪽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상황서 우크라이나가 영토 일부를 양보하는 방식으로 휴전협상이 진행된다면 협상 조건에 나토와 EU 가입 및 국가 재건에 필요한 대규모 경제적 지원까지 포함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나토 가입은 러시아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일부 나토 회원국들도 수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다. 어쩌면 우크라이나가 설득된다면, 국가 재건 사업 지원과 EU 가입이 협상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의 재건 비용은 침공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서 러시아의 해외 동결 자금이 활용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우크라이나로서는 어떤 형태로든 러시아가 또다시 침공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해야 종전 협상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러시아는 영향력이 더욱 확대된 미국과 군사력 규모가 커진 나토를 더 가까워진 국경선서 대적해야 한다. 전쟁 이전 러시아가 유럽서 누리던 위상은 추락했고 전쟁으로 인한 서방의 경제제재, 인재 유출과 희생, 유럽으로의 에너지 수출 단절, 유럽 경제교류 단절, 전쟁 배상에 대한 부담감, 푸틴의 인도적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의 체포영장 발부 등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킨 대가는 아주 크다.

국제사회 위협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가 조만간에 흔들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AP통신>을 인용한 러시아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지속적인 전쟁 피로감이 결국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외에 국제적인 원조의 분열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정부는 여전히 “러시아로부터 완전 영토 회복, 전쟁에 대한 러시아의 피해보상, 푸틴의 전쟁범죄 인정이 선결된 후, 평화협상이 가능하다”는 강경 입장이다. 이렇듯 겉으로는 아직 어느 쪽도 타협할 생각이 전혀 없는 듯하지만 물밑에서는 서서히 전쟁의 끝을 향한 움직임들이 일어날 조짐이 보인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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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떼거리 가등기’ 노량진 지주택 유령 조합원 실체

[단독] ‘떼거리 가등기’ 노량진 지주택 유령 조합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수백억원대 조합비를 횡령한 조합장이 구속되는 등 ‘지역주택조합’(이하 지주택)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 노량진 본동 일대가 60여명이 넘는 ‘떼거리 가등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업 구역 내 건물에 수십명의 가등기를 설정한 이들은 “지주택 조합원으로 전 재산을 쏟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가등기권자는 지주택 분담금을 입금한 흔적조차 없었다. 지난달 초 주식회사 로쿠스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 본동 일대에 주택건설사업을 추진하는 회사 자격으로 노량진 본동 지역주택조합원 재산보호연대(이하 재보연) 일부를 고소했다. 고소 취지는 ‘재보연이 허위가등기를 이용한 위계를 행사해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고 고소인의 사업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었다. 협상력 높이려 현실판 알박기 현재 재보연은 법적 토지 소유권을 놓고 반발하면서 로쿠스와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재보연 관계자들은 2013년 7월부터 사업구역 내에 위치한 A, B, C 부동산에 가등기 및 공유지분 관계를 설정해 로쿠스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가등기 말소가 이뤄지지 않은 건물은 철거조차 할 수 없어 노량진 본동 현장은 10년 넘게 슬럼화가 진행 중이다. 현재 로쿠스 측이 확보한 주택건설 대지면적은 95% 이상이다. 이 중 A, B, C 등은 1% 미만에 해당한다. 현재 A 빌라 502호는 기존 41명, 신규 12명 도합 53명, B 빌라 202호는 11명의 ‘떼거리 가등기’가 설정돼있다. C 건물의 경우 1명의 가등기권자가 설정된 상태다. 가등기란 본등기할 법적인 요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못했을 때, 임시로 등기부에 올려 두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매매 예약, 대물변제에 따른 취득 등으로 매입할 것을 약속했을 때 아직 소유권을 확보하지는 못했으나 미래에 그 권리를 주장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이용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가등기권자 중 일부는 재보연 소속으로 과거 노량진 본동 지주택 조합원이었다. 많게는 2~3억원씩 조합원 분담금을 납부한 투자자다. 그러나 일부는 조합계좌 또는 대우건설 계좌로 분담금 입금 내역조차 확인되지 않은 ‘허위 조합원’ 자격을 주장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 빌라 등기부상 가등기권자인 강모씨는 가등기를 설정한 이유에 대해 “왜 이런 걸 취재하나? 가등기를 설정한 이유가 있지 않겠냐”며 “전 재산을 투입했지만 대우건설이 뺏어가면서 피해를 입은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노량진 본동 지주택 조합원 분담금 입금 내역 자료에는 강씨의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다. 강씨 외에 분담금 입금이 확인되지 않아 지주택 조합원이라고 볼 수 없는 가등기권자도 10여명 이상으로 드러났다. 재보연은 현재 주택개발 사업권자인 로쿠스 측에게 가등기말소를 원하면 1000억원 이상의 합의금을 내라는 입장이다. 전 재산 쏟았다더니··· ‘조합원리스트’에 없어 재보연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부동산 시세에 따라 가등기권자 1인당 기준 최소 9억원은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로쿠스 측은 “조합원 자격도 없는 가등기권자에게 보상할 의무는 없지 않겠나”라며 “엄연히 사업을 방해하는 행위로 가등기말소 소송 중”이라고 답했다. 재보연이 사업 구역 내에 가등기를 설정한 취지가 불순하다는 의혹도 있다. 취재진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재보연 관계자는 C 건물 가등기권자 김모씨에게 “소유권은 매도청구 대상이 되나, 가등기는 매도 청구 대상이 되지 않는다. 로쿠스가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가등기를 말소해야만 하기 때문에 로쿠스가 협상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며 “로쿠스도 대출을 받아서 토지와 사업권을 매수했을 것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이자가 불어나기 때문에 그때 가서 시가보다 높은 금액을 불러서 협상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송이 아닌 협상으로 끝내야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등기설정이 필요하다”며 “협상이 끝나면 가등기를 말소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재보연 측은 허위로 매매예약서를 작성하고, 매매예약 체결을 조작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실제로 김씨는 2018년 4월26일에 재보연 관계자를 만났으나, C 건물의 매매예약서상에는 2018년 3월28일로 소급해서 작성했다. 매매예약 날짜를 변경한 이유에 대해 김씨는 “하나자산신탁 소장을 접수한 2018년 3월30일 이전으로 매매예약을 정해야 의심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하나자산신탁은 2016년 11월22일 관할관청인 동작구청장에게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신청했고, 동작구청장은 2017년 4월10일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했다. 하나자산신탁은 2018년 3월경 사업 지역 내에 97.81%에 해당하는 토지에 대한 사용권원을 확보했고, 주택법 제22조에 따라 사용권원을 확보하지 못한 대지에 대해서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허위 조합원 “왜 취재하냐” 하나자산신탁은 주택법에 따라 2018년 3월30일 C 건물 가등기권자인 김씨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소송을 제기했으며, 김씨가 소송장을 받은 것은 그해 4월9일이다. 재보연 측과 김씨는 2018년 4월26일에 만나 C 건물 1평에 대한 가등기를 설정했지만, 하나자산신탁이 소송한 3월30일보다 매매예약서를 일찍 체결한 것처럼 속인 것이다. 또 재보연 측은 김씨와 매매예약서상에 “본 예약의 증거금으로 3000만원을 입금한다”고 적었다. 이는 로쿠스와 협상용으로 매매예약서를 작성하는 것이었기에 돈을 주고받은 흔적이 필요했을 뿐이다. 실제로 2018년 4월26일 재보연은 매매예약서를 작성한 직후 김씨에게 2000만원을 송금했고, 김씨는 재보연 측의 지시에 따라 2000만원을 다시 돌려줬다. 김씨는 C 건물의 1평에 대해서만 가등기를 설정한 이유에 대해 “재보연이 내 명의로 가등기를 설정하도록 한 이유는 로쿠스의 사업을 방해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재보연 측은 김씨와 작성한 매매예약서 제1조에 ‘1평의 매매대금을 1억원’으로 허위 기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C건물 1평의 매매대금 1억원으로 기재한 이유는 재보연 측이 ‘이렇게 기재하면 로쿠스로부터 평당 1억원 이상 받을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자산신탁과의 매도청구 소송서 감정평가할 때에도 도움이 된다고 재보연이 말했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김씨는 C 건물의 가등기를 설정하면서 10원 한 장도 투입하지 않았지만, 서류상 1평당 1억원의 부동산을 소유한 셈이다. 이는 엄연히 ‘부동산시장 교란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가등기권자들이 사업 주체로부터 받은 보상금만큼 분양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매예약 가등기 방식의 소유권 획득’은 불법 부동산투기 방식으로 자주 쓰이는 수법이다. 한 예로 2013년 이성한 경찰청장은 후보자 시절 전매가 금지된 서울 마포구 성산동 시영아파트를 가등기 형태로 매입한 뒤 1년 만에 되판 것으로 드러나 불법 부동산투기 의혹에 휩싸였다. 그해 3월26일 백재현 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이 청장의 인사청문 자료를 보면, 이 후보자는 1987년 7월2일 권모씨로부터 시영아파트 한 채의 소유권을 ‘매매예약 가등기 형태’로 획득했다. 무주택자를 위해 분양한 시영아파트는, 주택건설촉진법 등에 따라 최초 공급일인 1986년 5월부터 2년간 전매가 금지돼있었다. 이 청장은 이 아파트를 전매 금지가 풀린 지 3개월여 만인 1988년 9월 안모씨에게 팔아넘겼다. 부동산 전문인 최광석 변호사는 “이 청장이 실제로 얼마나 시세차익을 거뒀는지는 모르겠지만 전매금지된 아파트를 사들인 뒤 1년 만에 팔아넘긴 것만으로도 부동산투기 의혹이 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청장 측은 “신혼 때 부동산 안내에 따라 (가등기로)구입했고 살아보니 주거환경이 좋지 않아 되팔았다”고 해명했다. 넣다 뺐다 조작 달인 현재 로쿠스 측은 재보연과 가등기권자를 상대로 가등기말소 소송을 걸었다. 로쿠스 측은 지난달 “수십명에게 각각 가등기말소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경우 소장 송달부터 1심판결까지 가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과도한 금융비용이 발생한다”고 가등기권자들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한 이유를 밝혔다. 현재 주택법 제22조에 따라 주택건설 대지면적의 95% 이상의 사용권원을 확보한 경우, 사용권원을 확보하지 못한 대지의 모든 소유자에게 매도청구가 가능하다. 다만, 가등기말소 또는 근저당권 말소 등을 강제로 청구할 수 있는 법률 규정은 없다. 이에 따라 등기 또는 근저당권이 말소되지 않는 이상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로쿠스 측은 재보연이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해서는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가등기권자들이)재산보호연대의 비용 9억6000만원으로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등기권자들이)해당 사건 사업 진행을 방해할 목적으로 사업 부지 내의 서울 동작구 본동 2필지에 허위의 가등기를 설정했다”며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고소인 회사의 이 사건 사업업무를 방해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재보연 일부가 지분 쪼개기를 통해 소유자를 늘려 사업주체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주택공급 지연과 공사 현장 방치로 인한 슬럼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총회를 거쳐 조합원 지위를 회복한 이들은 재보연 일부의 지분 쪼개기 등으로 착공이 지연되면서 보상이 지연되는 등의 피해를 입고 있다. 앞서 노량진 본동 지주택은 2007년 본동 441일대에 368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기 위해 토지 매입비 목적으로 총 1400억원을 모아 조합을 결성하고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어 대우건설의 보증으로 금융권서 자금을 빌려 사업을 진행했다. 이듬해인 2008년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2010년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했지만, 서울시와 동작구가 재개발사업 기준을 강화하면서 사업이 지연되기 시작했다. 날짜도 금액도 틀린 매매예약서 평당 1억 뻥튀기···시세조작 의혹 결국 2012년 3월 PF 대출금 2700억원을 갚지 못한 조합은 파산했다. 당시 조합 측은 공사를 맡은 대우건설이 사업 승인과 착공서 늑장을 부렸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우건설은 지급보증으로 빚을 대신 갚았기에 피해자 입장이라고 주장해 왔다. 대우건설 측은 언론과 인터뷰서 “PF 대출을 갚지 못해 대위변제로 2700억원의 빚을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토지 소유권을 얻는다고 해도 6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게다가 전 조합장 최모씨가 분담금 가운데 18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결국 투자금 4100억원을 허공에 날리게 되면서 지주택 사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손꼽힌다. 2012년 10월1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전 조합장 최씨가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서울 영등포구 소재 재단법인 사무실과 지방 거주지 등 2~3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서 검찰은 최씨가 수백억원을 횡령한 단서를 잡았다. 최 전 조합장이 2011년말 구속 수감되면서 기존 지주택 조합원 중 156명은 철거, 설계업체 등 관련 업체 약 30여곳은 조합에 대한 반환금 채권+변호사비+기타 비용 명목으로 조합과 860억원(약 186건)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그대로 인정한다면 조합원 1인당 평균 2억5000만원을 추가 부담하게 된다. 당시 인근 래미안트윈파크 신축아파트 분양가가 7억8000여만원임을 고려하면 향후 대우건설과의 단체 협상서 유리한 지위를 확보하려는 ‘꼼수’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공증채권의 발생은 조합원 간 내분의 불씨를 제공하고, 대우건설이 보증연장을 할 수 없는 명분을 제공한 것이다. 결국, 대우건설도 2012년 3월24일 PF 연장을 포기했다. 조합 부도 이후 대우건설은 그해 4월10일까지 2700억원을 대위변제하고 처분권 취득한 사업부지는 공매하겠다고 코람코자산신탁을 통해 조합에 통지했다. 그러면서 시행사 로쿠스로 소유권 이전 등기되는 동시에 하나자산신탁으로 신탁등기(공매대금 2100억, 신탁등기비 100억)가 이뤄졌다. 수십년째 줄다리기 당시 로쿠스 측은 채권자 지위를 가진 지주택 조합원 156명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3차례 총회를 거쳐 156명 중 34명은 조합원 지위를 회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머지 122명에 대해서는 제명 조치했다. 최종 388명이 현재 유효한 조합원이고, 조합 이사 A씨를 포함한 122명은 2012년 말 제명되면서 재보연을 꾸렸다. 로쿠스 측은 “재보연의 핵심 주동자들은 지분조차 없는 조합에 대한 공증채권증서 하나만 믿고, 무모한 소송으로 시간 끌기만을 반복하고 있다”며 “A, B, C 부동산 등에 대한 매도소송도 대법원 판결까지 확정됐음에도 최근 또다시 14명의 가등기권자가 본 등기를 실행했고, 본 등기자들이 또다시 가등기를 설정하면서 사업을 방해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토로했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재개발 슬럼화 현실 노량진 본동 주택개발사업이 수십 년째 지연되는 가운데, 철거가 진행 중인 상태의 슬럼화 가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0년 부산 여중생 살해 피의자 김길태의 은신처가 재개발 지역 내 빈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재개발 지역이 치안의 사각지대”라는 인식이 생겼다. 김길태가 당시 범행을 저지른 곳도 모두 재개발 지역 인근의 주택 옥상이었다. 경기도의 경우, 부천 소사3구역이 ‘재개발 슬럼화’의 대표적인 지역이다. 이 구역은 지난 2022년 10월부터 이주가 시작돼 7월 기준 92% 이주를 완료했으며 내년 상반기 착공할 예정이지만, 철거 전 약 1년여 동안 빈 주택으로 방치되면서 우범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실제 이 구역은 대부분 빈집으로 대문에는 ‘출입금지·철거 대상 건물’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출입할 수 있어 진입을 막을 수 없는 실정이었다. 일반적으로 1기 신도시와 인근 지역 등에 대한 재개발사업이 추진위 구성부터 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길게는 20여년 정도 소요돼 이처럼 슬럼화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천시 관계자는 “철거 전까지 빈집 관리 및 우범지대 전락을 막기 위해 조합과 경찰 등 여러모로 안전을 위한 대책을 세우려고 한다”며 “조합에 미리 구역 진입을 막을 수 있는 안전담장 설치 등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 정비 방향에 주민들의 의견이 다양하게 담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질적으로 주민들이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우진 주거환경연구원장은 “개발·재건축을 진행하는 노후주거지 조합원들은 높아진 공사비에 따라 수억 원의 분담금을 부담해야 한다”며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시기가 아니라 분양 수익만으로 사업비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사업지는 시공사가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