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떠나는 여름휴가 ①시흥 웨이브파크

샤카! 더위를 쫓고 파도를 타다

샤카(Shaka)! 서퍼의 수신호 인사법이다. 이제 서핑 마니아가 아니라도 아는 이가 많다. 보드 위에서 파도를 잡아 나아가는 건 실로 짜릿한 일이라서, 호기심으로 시작한 이도 금세 서핑의 매력에 빠져든다. 시흥 웨이브파크는 아시아 최초 서핑 파크다. 거북섬 일대 16만6000여㎡ 용지에 조성한 인공 서핑장으로, 세계 최대급 인공 해변과 서프풀을 갖췄다.

2020년 개장한 웨이브파크는 코로나19 여파로 정상 운영이 쉽지 않았으나, 올해는 벌써 피서지로 주목받는다. 성수기를 피해 조금 일찍 떠나는 여름휴가를 계획하는 이들이라면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주변 거북섬 일대가 개발 중이나, 웨이브파크의 에메랄드빛 물과 야자수 등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해 해외 휴가지 못지않다.

피서지로 주목

인공 서핑장을 선입관으로 볼 까닭은 없다. 웨이브파크는 거북섬과 해안선을 연결한 부지 에 조성해, 자연 해변에 온 듯하다. 무엇보다 인공 서핑장의 서핑 환경이 장점이다. 자연 해변은 파도 차트(예보)를 미리 확인하고 찾아도 바다가 변덕을 부리면 속수무책이다. 그 또한 서핑의 묘미지만, 짧은 휴가나 서핑을 목적으로 한 여행이라면 다르다. 높이와 길이, 강도 등이 다른 파도를 끊이지 않고 공급해주어 서핑의 매력을 더한다. 상급자는 파도에 구애 없이 서핑에 몰입하고, 입문자는 기본 동작을 반복해서 익히기에 제격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수도권 이용자 중에는 주말에 정기 강습을 받는 이도 적잖다. 이를 반영하듯 웨이브파크는 서핑 레슨을 수준별로 체계화했다.

베이 초급 레슨은 서핑 입문자를 대상으로 패들, 테이크오프 같은 동작을 교육하고, 직접 파도를 잡아 롱 라이딩을 할 수 있게 돕는다. 베이 초급 레슨을 수료한 사람이나 혼자 파도 잡기가 가능한 이는 베이 중급 레슨을, 턴이나 컷백 등 고급 기술을 배우고 싶은 사람은 리프 레벨업 레슨으로 단계를 높인다. 각 레슨은 정원이 10~12명이며, 안전 교육과 지상 교육·수상 교육 순으로 약 1시간25분 동안 진행한다. 어린이 레슨 역시 마찬가지다. 강습비에는 소프트톱보드와 슈트 대여비가 포함된다. 자유 서핑을 하는 이도 슈트 착용은 필수다.

시설은 크게 서프존과 미오코스타존으로 나뉜다. 서프존은 부챗살 모양 서핑 전용 풀이다. 가운데 이동로를 기준 삼아 좌우 서프코브(서핑장)로 구분하는데, 각각 파도의 방향이 다르다. 서핑할 때 오른발이 앞이냐(goofy), 왼발이 앞이냐(regular)에 따라 선택하기도 하는데 정해진 규칙은 없다. 서프코브는 길이 240m, 시간당 파도가 최대 약 1000회 생성된다. 좌우 코브는 다시 가장 안쪽의 파도가 만들어지는 리프존에서 거품 파도가 이는 베이존으로 이어진다. 베이존은 0.5~1.0m 거품 파도가 일어 입문자에게 안성맞춤이다. 리프존은 파도 높이 1.0~1.5m 중급 세션과 1.5~1.8m 상급 세션으로 고난도 기술 구사가 가능하다. 시간당 최대 수용 인원은 좌우 리프존에 각 25명, 베이존에 각 50명으로 최대 150명을 넘지 않게 관리한다. 최대 수심이 2.8m지만, 베이존은 발이 닿는 정도라 수영을 못하는 이도 서핑할 수 있다.


아시아 최초 인공 서핑 파크
야자수 등 이국적인 풍경

미오코스타존(옛 웨이브존)은 스페인어 mío costa에서 딴 이름으로, ‘나의 바다’라는 뜻이다. 파도가 치는 미오풀(옛 서프풀), 대형 거북이 인상적인 키즈풀, 활동적인 레크리에이션이 가능한 레크레이션풀 등 아이들이 물놀이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블루홀라군은 스쿠버다이빙 체험장이다. 수심 5m 야외 다이빙풀에서 스쿠버다이빙을 배운다. 버디(2인1조의 짝)를 구하지 못한 자격증 소지자는 강사와 함께 ‘펀 스쿠버다이빙’을 한다. 강습은 1시간30분, 펀 스쿠버다이빙은 3시간 진행한다. 3일 과정 자격증 취득 수업도 있다.

웨이브파크는 구역별로 하루 3~7회 물을 여과하고, 자동 계측기를 이용해 식수 수준으로 수질을 관리한다. 서프코브 주변에 쉼터와 강습장을 겸하는 서프빌리지, 뮤직 퍼포먼스와 이벤트가 펼쳐지는 서프스테이지, 유료로 사용하는 선베드와 카바나, 베드 타입 서프라운지 등 쉼터가 있다.

카라반과 푸드 코트에서 숙박과 식사를 할 수 있으며, 서울 강남역과 고속터미널역, 사당역에서 웨이브파크를 오가는 유료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입장권은 이용 시설에 따라 자유서핑, 서핑아카데미(서프존 중심), 파크이용권(미오코스타존 중심)으로 나뉜다. 입장한 뒤에는 보관함 열쇠 팔찌를 충전해 현금처럼 사용한다.

오이도가 웨이브파크에서 지척이다. 원래 섬이었으나 일제강점기에 염전을 개발하며 지금처럼 육지로 바뀌었다. 수도권 전철 4호선·수인분당선 오이도역에서 가까워, 전철로 가는 수도권의 바다로 유명하다. 오이도항의 일몰도 빼놓을 수 없다. 인천 송도와 시화방조제를 물들이는 해 질 녘 풍경이 장관이다. 야간 조명이 아름다운 생명의나무에서 빨강등대까지 거닐며 하루를 마무리할 만하다.

오이도선사유적공원은 서해를 대표하는 시흥 오이도 유적(사적)에 조성했다. 기원전 3500~3000년경 신석기시대 조개더미(패총)가 발견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공원은 오이도항과 접한 동쪽 언덕을 아우른다. 전망대에 오르면 오이도 일대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에서 패총전시관을 지나 선사체험마을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도 일품이다.


시흥오이도박물관은 빗살무늬토기를 모티프로 한 지상 4층 건물이다. 주로 선사시대 유물을 전시하며, 어린이체험실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도로 위 육교로 연결되는 건물이 인상적인데, 육교에서 오이도 전경이 내려다보인다. 드라마 〈그해 우리는〉에서 국연수(김다미 분)의 출장지이자, 최웅(최우식 분)과 데이트 한 장소로 나왔다. 오이도선사유적공원 전망대와 시흥오이도박물관은 일몰 명소로 손색이 없다.

시흥오이도박물관

갯골생태공원은 내륙 안쪽에 형성된 경기도 유일의 내만 갯벌 인근을 아우른다. 옛 염전의 자취가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전하는 곳이기도 하다. 높이 22m 목조 흔들전망대(현재 시설 점검 중), 옛 소금 창고 등 알차게 누릴 것이 많다. 이른 여름 하늘하늘한 여행의 쉼터로 삼기에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체험 여행: 웨이브파크→시흥오이도박물관→오이도선사유적공원 
풍경 여행: 웨이브파크→오이도 빨강등대&생명의나무→갯골생태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웨이브파크→오이도선사유적공원→오이도 빨강등대&생명의나무
둘째 날: 시흥오이도박물관→갯골생태공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시흥시청 www.siheung.go.kr
- 웨이브파크 www.wavepark.co.kr
- 시흥오이도박물관&선사유적공원 https://oidomuseum.siheung.go.kr

문의 전화   
- 시흥시청 관광과 031)310-2904
- 웨이브파크 1544-9662
- 오이도선사유적공원 031)488-6909(시설)/031)310-3460(교육)
- 시흥오이도박물관 031)310-3052
- 갯골생태공원 031)488-6900

대중교통
[전철, 버스] 수도권 전철 4호선·수인분당선 오이도역 1번 출구, 오이도역 정류장에서 99-3번 일반버스 이용, MTV웨이브파크정문 정류장 하차, 웨이브파크까지 도보 약 4분. 
*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시흥교통 031)483-6035, www.shbus.net

자가운전
평택시흥고속도로 남안산톨게이트→성곡로 돌안말공원 방면 우회전, 621m→만해로 우회전, 514m→신원로 좌회전, 912m→번영2로 우회전, 587m→시화로 좌회전, 540m→번영1로 우회전, 4.6㎞→서해안로 시흥시맑은물관리센터·시화방조제 방면 좌회전, 613m→대부도 방면 고가도로 진입, 2.3㎞→시화멀티테크노밸리 방면 좌회전, 722m→좌회전, 391m→웨이브파크

숙박 정보
- 벨라지오관광호텔: 시흥시 연성로13번길, 031)404-7711
- 리브라이프호텔: 시흥시 중심상가1길, 031)496-0770
- 호텔리브레: 시흥시 서촌상가3길, 031)506-3911, https://librehotel.modoo.at

식당 정보
- 조개포차(명품조개한상차림): 시흥시 오이도로, 031)319-5238
- 장금이(연근 요리): 시흥시 피울길, 031)484-6040, www.ok114.co.kr/0314846040
- 소래버섯나라 본점(소고기버섯샤부샤부): 시흥시 동서로, 031)431-3613, www.soraenara.com

주변 볼거리
물왕저수지, 월곶포구, 연꽃테마파크, 관곡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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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