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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16일 14시35분

사회


“뚜뚜루 뚜뚜” '아기상어' 제작사의 기막힌 도둑질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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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하던 애들이라 저작권 몰라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국내는 저작권 보호가 취약한 나라에 해당한다. 영화계나 애니메이션, 게임계의 스토리 작가들에 대한 크레딧 갈취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유독 작가들에 대한 기득권의 횡포가 극심하다. 유아를 대상으로 에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스마트 스터디도 예외는 아니다. 공들여 쓴 작품의 크레딧을 빼앗고 치졸한 방식으로 3년여간 법정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

“나는 아기상어 뚜뚜루 뚜뚜.”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는 물론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 노래는 ‘아기상어’다. 미국 구전 동요를 모티브로 만든 이 노래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를 강타했다. 

‘뚜뚜루 
뚜뚜∼’

‘아기 상어’ 제작사로 잘 알려진 스마트 스터디. 별을 이용해 초능력을 사용하는 캐릭터인 핑크퐁을 필두로 제작한 애니메이션 TV시리즈 <명탐정 핑크퐁과 호기>(과거 <핑크퐁 원더스타>), 넷플릭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 <핑크퐁 시네마 콘서트: 우주 대탐험>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다.

스마트 스터디 유튜브 채널 ‘핑크퐁(인기 동요·동화)’는 구독자 928만명, 누적 조회수는 55억뷰를 넘는다. 유튜브 북미 채널은 2020년 11월 구독자 4000만명을 넘어섰고, 당시 인기를 모은 ‘Sing & Dance(싱앤댄스)’는 70억뷰를 넘겼다. 

싱앤댄스는 빌보드 핫100에서 최장 기간 1위를 한 미국 가수 루이스 폰시의 데스파시토(DESPASITO)를 제치고 유튜브 조회수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핑크퐁’의 월간 유튜브 채널 수익만 29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BTS를 보유하고 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예상 수입인 16억원과 블랙핑크의 월간 예상 수입인 27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아울러 애니메이션 영화 <핑크퐁 시네마 콘서트: 우주 대탐험>은 넷플릭스 내 콘텐츠 중 전 세계 많이 본 순위 5위까지 올라갔다. 남녀노소 누구나 들으면 흥이 나는 ‘아기 상어’ 노래까지 삽입되면서 더욱 인기를 얻고 있다.

스마트 스터디는 <핑크퐁> 시리즈가 혁신적인 성공을 이루면서 기업가치가 1조원을 넘기며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각종 미디어가 스마트 스터디의 성공을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 스터디의 기념비적인 업적은 한 작가의 기획부터 출발한다. 2016년 1월 윤성제 작가는 스마트 스터디에서 ‘핑크퐁’ 채용 공고를 보고 구인한다. 1월31일 면접 당시 윤 작가는 핑크퐁과 관련된 전반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윤 작가에 따르면 면접을 볼 당시에만 하더라도 스마트 스터디에는 핑크퐁 캐릭터의 디자인 초안 외에는 애니메이션 내용과 관련해 정해진 것이 전무했다. 

윤 작가가 확인한 자료는 핑크퐁으로 보이는 한 캐릭터가 공중에서 회전하며 착지하는 몇 초짜리의 인서트 영상이 전부였다. 

윤 작가는 면접을 위해 핑크퐁의 성격과 각종 동물을 기반으로 구축한 친구 캐릭터와 관계도, 작품의 기획 의도와 세계관 및 전체적인 플롯을 준비했다. 면접 당시 윤 작가는 준비한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것에 이어 핑크퐁이 가슴에 있는 별을 이용해 초능력으로 친구들을 변화시키는 설정을 강조했다. 

<핑크퐁> 공전의 히트 친 스마트 스터디
기업가치 1조 ‘유니콘 기업’ 무지한 꼼수 

면접부터 각종 설정을 연구한 윤 작가는 이내 스마트 스터디와 계약 체결 후 집필에 돌입한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글보다 그림이 더 중요한 애니메이션의 경우 그림을 바탕으로 시나리오가 작성되는데, 장소나 캐릭터 등 어떤 부분에서도 준비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윤 작가는 “극영화와 달리 애니메이션은 그림이 없으면 작품을 쓰기 어렵다고 회사에 말했다. 핑크퐁을 제외한 모든 것에 미흡했다. 몇 달에 걸쳐 한두 장씩 배경 그림이 나왔다”며 “스마트 스터디는 애니메이션에 기초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일을 하기 위해 모든 걸 내가 만들었고, 당사가 검토한 뒤 수정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작품이 몇 분짜리 영상인지, 장르는 어떻게 되는지 등의 매우 기초적인 설정도 결정되지 않았었다. 스마트 스터디가 제시한 것은 ‘유치원생들도 볼 수 있을 정도’가 전부였다.

윤 작가는 유아들을 대상으로 제작되는 핑크퐁이 아이들의 일상과 가깝길 바랐으며 그 의도가 작품에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동이 많은 현세대의 특성을 고려해 숨바꼭질이나 숨은그림찾기 등 친구들과 놀이를 하는 장면을 넣었으며, 같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출 수 있도록 뮤지컬 장면을 매회 넣었다”며 “애니메이션 자체가 혼자 외로울 수 있는 아이들의 친구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핑크퐁 원더스타>와 <명탐정 핑크퐁과 호기>를 보면 친구를 만나는 과정에서 여러 캐릭터가 각종 놀이를 즐긴다. 이후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며 핑크퐁의 능력으로 문제가 해결된다. 기쁜 캐릭터들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 윤 작가의 의도대로 작품이 만들어진 셈이다. 

수개월에 걸쳐 집필한 윤 작가의 70여편의 시나리오 중 26편의 에피소드가 채택됐다. 이외에 이른바‘ 스페어 시나리오’라 불리는 에피소드 등 총 70여편의 대본을 스마트 스터디에 넘겼다. 

수개월 후 윤 작가가 쓴 핑크퐁이 <핑크퐁 원더스타>라는 제목의 TV 시리즈로 제작돼 KBS2에서 방영됐다. 스토리와 대사 등 각본의 90% 이상을 윤 작가가 집필했지만, 크레딧에서 그의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스마트 스터디는 크레딧에 이름이 빠진 것에 항의하는 윤 작가에게 “집필 작품과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된 작품은 다른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애니메이션
기초도 몰라

스마트 스터디는 KBS2에서 방영한 <핑크퐁 원더스타>의 각본 크레딧에 Kacey Arnold(케시 아놀드), Tom Caltabiano(톰 칼타비아노), 김근영, 이주현, Zachary Foster(재커리 포스터) 등을 올렸다.

윤 작가에 따르면 김근영 작가는 전체가 아닌 부분 계약을 했으며, 이주현은 에니메이션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총괄 팀장이었다. <핑크퐁> 시리즈를 총괄했지만, 시나리오 작업을 하지는 않았다는 게 윤 작가의 주장이다. 

윤 작가는 “이주현 팀장은 시나리오를 써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각본에 이름을 올렸다”며 “이 팀장은 <핑크퐁>이 성공한 이후 부사장으로 승진까지 했었다”고 말했다. 

다른 외국 작가들은 윤 작가가 집필하는 동안 협업을 한 적도 없었다고 한다. 이 중에서 톰 칼타비아노는 TV프로그램 관련 시상식인 미국 에미상 시나리오 부문 수상자다.

윤 작가는 “해외 시장을 노리기 위해 수상 경력이 있는 외국 작가의 이름을 도용한 것 아닌가라는 의심이 든다. 천박한 사대주의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프로그램에 외국 작가가 크레딧에 오른 것을 이상하게 여긴 윤 작가는 톰 칼타비아노에게 수차례 메일을 보내 ‘당신이 <핑크퐁 시네마콘서트:우주 대탐험>을  집필한 것이 맞냐’고 질문했지만, 그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윤 작가는 “그는 내가 보낸 메일을 모두 읽었다. 본인이 썼으면 썼다고 하면 될 일인데, 절대 답을 하지 않더라”고 말했다. 

<핑크퐁 원더스타>가 공전의 히트를 친 뒤 스마트 스터디는 이름을 바꿔 <명탐정 핑크퐁과 호기>를 26부작으로 제작, KBS1에서 시즌2 형태로 방영했다. 이후에는 애니메이션 영화 <핑크퐁 시네마 콘서트>도 만들었다. 

윤 작가는 “<명탐정 핑크퐁과 호기>나 <핑크퐁 시네마 콘서트>는 내가 집필한 에피소드 중 채택되지 않은 50여편 중 일부를 발췌해서 만든 작품”이라며 “특히 영화의 경우에는 아기 상어 노래를 삽입하고, 상어를 우주 생명체로 설정하는 아이디어도 제공했다. 핑크퐁이 우주 탐험을 하는 에피소드도 내가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작품에도 윤 작가의 이름은 빠져있다. 특히 <핑크퐁 시네마 콘서트>의 각본은 Tom이라고만 쓰여있다. 한국인이라면 성에 해당하는 세컨드 네임이 생략된 것. Tom이라는 필명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면, 매우 특수한 경우다. 

천박한
사대주의

윤 작가와 스마트 스터디 간에 체결한 계약서의 저작재산권 양도 부분에 “발주품의 모든 소유권과 지적재산권은 ‘갑’(스마트 스터디)이 대금 지급을 완료했을 때 ‘갑’에게 이전되는 것으로 한다”고 쓰여 있다.

또 “‘을’은 ‘갑’의 발주품의 사용 및 발주품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 저작물의 작성과 이용에 대한 어떠한 저작인격권도 행사하지 않는다”고도 작성돼있다.

이 계약서에 따르면 윤 작가가 쓴 70여 편의 시나리오 모두 스마트 스터디에 이전된다. 하지만 크레딧은 저작인격권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크레딧 여부는 아무리 계약서에 양도된다고 합의했을 때도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70여편의 에피소드로 다른 작품을 제작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크레딧은 분명하게 윤 작가가 작성한 것으로 표기해야 한다.

김병인 작가 조합 대표는 “저작인격권은 천부인권에 해당한다. 이게 법적으로 허용이 된다는 건 인신매매를 허용한다는 문구에 동의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작가에게 시나리오 집필을 인정하는 크레딧은 자식이나 다름없다. 이것마저 뺏는 건 남의 자식을 도둑질 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스마트 스터디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윤 작가의 요구를 모두 무시했다. 윤 작가가 쓴 시나리오와 무관한 작품이라고만 일관했다. 

윤 작가는 법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2019년 10월 소송을 시작한 지 벌써 3년 차다. 아직 1심조차 판결이 나지 않았다. 윤 작가는 스마트 스터디가 3년 동안 지속해서 꼼수를 부렸다고 주장했다. 

윤 작가는 “스마트 스터디는 법원에서 요구한 자료를 안 내거나 조작했다. 외국인 작가 계약서 번역문을 내라고 하는데 내지 않았다. 외국인 작가 계약서에는 ‘Polishig(폴리싱)’이라고 쓰여있었다. 이는 ‘윤색’을 의미한다. 각본 계약을 한 것이 아닌 것”이라며 “외국어로 작성된 문서에는 번역문을 붙여야 한다는 민사소송법277조도 어겼다. 법원의 기본적인 요구도 무시하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핑크퐁>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시나리오를 내라고 했을 때는, 자신들이 가진 시나리오 일부를 삭제하거나 생략하는 방식, 또는 원본이 아닌 성우용 시나리오를 제공했다”며 “올바르게 자료를 제출하면 모든 것이 드러나기 때문에 시간을 끌기 위해 이러한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마트 스터디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문화계에 뿌리 뽑혀야 할 적폐라는 주장이 나온다.

영화계 역시 작가들의 크레딧을 뺏는 행위가 빈번하게 있었다. 계약서에 독소조항을 넣거나, 아이디어만 훔치는 방식, 계약한 대로 이행했음에도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제작자들이 적지 않았다. 최근 ‘표준계약서 작성’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면서 점차 바뀌는 추세지만, 여전히 악습에 젖은 제작자들이 적지 않다는 주장이다. 

“시나리오 집필 전무한 팀장 크레딧 훔쳐”
“법원 상대로도 이상한 꼼수…습관적이다”

김 대표는 “영화계의 작가들도 여전히 적폐에 시달리고 있다. 힘 있는 작가들은 분명한 대우를 받지만, 힘이 없고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은 기득권의 횡포에 놀아난다”고 말했다. 

그나마 영화계는 낫다는 의견도 있다. 애니메이션이나 게임계는 저작권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조차 없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은 그림이 더 중요한 작업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며, 게임계는 회사 직원이 작성한 글을 바탕으로 게임이 제작되기 때문에 저작권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한 에니메이션 제작자는 “아무래도 그림이 더 중요한 영상물이다 보니 그림에 따라 시나리오가 자주 교체되는 특성이 있고, 작가가 쓴 시나리오가 훼손되는 경우도 많다. 계약할 때 작가에 불이익이 되는 계약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을 것이라 추측된다”며 “그럼에도 작가들에 대한 대우가 좋아져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한 영상이 시리즈를 맞이할 수도 있는데, 작가 대우가 좋아야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스마트 스터디는 게임 ‘몬스터 슈퍼 리그’ ‘젤리킹’ ‘타마고 몬스터즈 리턴즈’ 등을 제작한 게임 회사였다. ‘아기상어’와 <핑크퐁> 시리즈 이후 애니메이션으로 방향을 틀었다. 저작권에 대해 무지한 행위를 하는 건 게임 산업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또한 스마트 스터디를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시킨 ‘아기상어’도 서구 사회에서 오랫동안 구전으로 내려온 동요를 표절한 곡으로 알려졌다. 비록 구전 동요를 리메이크한 것으로 저작권 문제에서는 벗어났지만, 대중의 불편한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동요가 아니었다면 스마트 스터디의 행위는 일반적인 표절 시비와 다를 바 없다.

표절과 크레딧 갈취 등 여러 부분에서 기업의 이기심이 드러나면서 이승규 부사장이 tvN <유퀴즈 온더 블록>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시청자 게시판에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다.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치고는 이미지가 좋지 않은 편이다. 

무개념
독조조항

윤 작가는 “당초 애니메이션 TV시리즈의 제목은 핑크퐁이었다. 크레딧에 대한 항의를 하면서 제목을 <핑크퐁 원더스타> <명탐정 핑크퐁과 호기>로 바꿨다. 그러면서 다른 작품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이상한 방식으로 꼼수를 부린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회사가 당초 게임 회사라 매우 기초적인 저작권 개념조차 없기 때문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저작권의 개념도 모르고, 법원도 무시하는 기업이 높은 매출을 기록한다며 유니콘 기업의 대우를 받는 건 정의롭지 않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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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제부터 이곳이 나의 집이라 했다. 이제부터 이 사람들이 나의 부모라 했다. 하지만 철들기 전부터 알았다. 집에는 온기가 없었고 부모는 사랑이 없었다. 약하면 잡아먹히는 약육강식의 세계. 집의 탈을 쓴 정글, 부모의 탈을 쓴 사육사. 사육사의 손가락이 나를 향하는 순간, 나는 ‘투명인간’이 됐다.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보육원에 있었다. 엄마는 나를 낳고 사라졌다. 얼굴, 이름조차 알지 못한다. 부모 없는 아이, 나는 고아였다. 보육원을 집이라 배웠고, 보육교사와 수녀·수사들은 부모를 자처했다. 18세, 보호 종료가 되자마자 집을 떠났다. 그리고 지금, 나는 부모를 고소했다. 버린 부모 학대한 부모 지훈이(가명)에게 부모란 그저 희박한 개념이다. 낳아준 부모는 지훈이를 버렸다. 박지훈이라는 이름은 그 유래조차 알 수 없다. 땅 지(地), 공 훈(勳). 한글 프로그램에서 지와 훈을 한자로 변환했을 때 첫 번째로 나오는 글자를 조합했다. 박씨라는 성도 어떻게 붙게 됐는지 모른다. 지훈이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직전,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꿈나무마을(옛 소년의집)로 옮겨졌다. 그리고 18세가 될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지훈이에게 꿈나무마을에서의 10여년은 ‘진절머리’가 나는 기억으로 얼룩져 있다. 그는 18세 이후 꿈나무마을은커녕 은평구에도 잘 가지 않는다. 당시에 하도 울어서 이제는 눈물도 말라 버렸다. ‘맞고 있다’고 자각한 순간부터 자신에게 가해지는 행위가 ‘학대’라는 것을 알았다. 10여명의 소년이 모여 있는 방은 정글이었다. 누구는 호랑이, 누구는 사자, 누구는 토끼. 보육교사는 사람, 사육사였다. 보육교사가 부여한 역할을 소년들은 충실히 이행했다. 힘이 약하고 몸이 왜소했던 지훈이는 토끼였다. 사육사의 ‘토끼몰이’는 집요하고 잔인했다. 당시의 기억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몸에는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상처가 새겨졌다. 마음도 망가졌다. 무엇보다 괴로운 점은 같이 망가져 가는 친구들의 모습이었다. 지훈이와 같이 꿈나무마을에서 생활했던 윤수(가명)는 밤이면 길거리를 한없이 배회하다 경찰에 붙잡히는 일을 지금도 반복하고 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112로 신고 전화를 걸어 “아동학대를 당했다”고 소리를 질렀다. 장난전화가 아니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가슴이 터져버릴 듯한 답답함이 윤수를 지배했다. 방구석에 처박혀 종일 휴대폰만 보다 견딜 수 없을 때 뛰쳐나갔다. 새벽에 몇 번이나 경찰의 전화를 받은 지훈이는 “10년 뒤에 윤수가 정신병원에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윤수는 누구보다 빠르게 포기와 체념을 배웠다. 보육교사들과 그들에게 특권을 부여받은 아이들이 휘두르는 대로 휘둘렸다. 꿈나무마을에서 체득한 무기력함은 어떻게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꼬리표처럼 윤수를 따라붙었다. 지훈이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윤수와 친구들, 그리고 스스로를 위해 나서기로 결심했다. 통제 빙자 고문에 가까운 기합·폭행 밤마다 불러 마사지시키고 보복까지 사실 지훈이는 꿈나무마을에 있을 때부터 내부 상황을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꿈나무마을 보육교사들에게 이야기를 해보기도 하고, 보호 종료 이후에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도 제소했다. 인권위는 해당 내용이 1년 이상 경과된 사건이라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답변만 전해왔다. 결국 지훈이는 고아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있는 단체인 고아권익연대를 찾아 자문을 받고 법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지훈이는 지난달 2일 꿈나무마을 보육교사 성모씨, 장모씨, 정모씨 등 3명을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가 지난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지훈이를 만나 들은 피해 사실이 고소장에 빼곡하게 기록돼있었다. 지훈이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 또렷하게 기억했다. 누가, 어떤 상황에서, 무슨 행동을 했는지 여러 차례에 걸쳐 반복해 말했다. 가 단독으로 입수한 고소장에는 3명의 보육교사가 지훈이를 신체·정서적으로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자세히 나와 있다. 고문에 가까운 기합이 ‘통제’라는 이름으로 서슴없이 행해졌다. 피고소인들은 몇몇 아이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다른 아이들을 때리도록 지시했다. 피고소인들의 조종 아래 소년들은 훼손돼갔다. 지훈이는 나무 몽둥이, 대걸레 자루, 플라스틱 빗자루 등으로 엉덩이, 머리, 팔 등을 무차별적으로 맞았다. 피고소인이 휴대폰으로 지훈이의 머리를 찍어 남은 열상은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옷을 모두 벗게 한 뒤, 샤워장 구석에 몰아넣고 호스와 샤워기로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을 번갈아가며 수십분간 뿌리기도 했다. 지훈이와 소년들은 화장실에서 전과를 들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500~1만번 반복해야 했다. 지훈이는 당시 상황에 대해 “그 좁은 곳에 애들이 모여 기합을 받고 있으니 얼마나 더웠겠나. 애들이 쓰러져도 기합은 끝나지 않았다”고 진저리를 쳤다. 엎드려뻗쳐나 기마 자세로 1~2시간씩 있는 일은 예사였다. 망가진 몸과 마음 장궤(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꿇어앉음) 자세로 종일 기도를 하도록 시킨 일도 있었다. 천주교에서 하는 묵주기도를 10시간 가까이 하기도 했다. 한 여성 피고소인은 밤마다 지훈이를 불러 자신의 어깨와 허벅지, 다리 등을 매일 마사지시켰다. 마사지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다음날 어김없이 보복이 이어졌다. 피고소인은 다른 아이들에게 지훈이가 ‘지능이 낮은 아이’ ‘장애인’이라고 말하며 모욕했다. ‘투명인간’이라는 벌을 만들기도 했다. 투명인간으로 지목되면 꿈나무마을의 어떤 아이와도 대화를 할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없는 사람 취급을 받는 것이다. 밥을 먹을 때도 혼자 먹어야 했고, 그마저도 그릇을 엎어버리는 등 눈치를 줬다. 벌은 한 달간 지속됐다. 피고소인들은 교대근무를 했기 때문에 지훈이는 늘상 학대에 노출돼있는 셈이었다. 엉덩이가 찢어지고 곪아 터진 상황에서도 매질은 멈추지 않았다. ‘도대체 왜 때리느냐’는 반항에, 친구와 다퉜다는 이유로 지훈이는 정신병원에 행정입원(강제입원) 당하기도 했다. 모두 부모를 자처한 이들이 한 행위였다. 지훈이는 “원장실로 오라는 연락을 받고 갔더니 원장님하고 사무국장님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네 발로 곱게 (정신병원에)들어갈래, 강제로 (정신병원에)끌려갈래’라면서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다.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정신병원에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며칠 뒤 진짜로 정신병원에 강제입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훈이에 따르면 정신병원에 끌려갈 당시 원장실에는 경찰, 119구급대원, 구청 관계자 등이 있었다. 그는 “스타렉스 봉고차에 타고 30분 정도 가서 고양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됐다. 너무 무섭고 끔찍한 기억이었다”며 “(정신병원에 있는)간호사 누나들한테도 자초지종을 말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전했다. 지훈이를 정신병원에서 구한 건 학교 선생님이었다. 지훈이가 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되면서 학교에 나오지 않자 꿈나무마을에 자초지종을 확인하고, 담당 의사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항의한 것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당시 선생님은 “(지훈이의)학교생활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왜 꿈나무마을 안에서만 그런 문제를 일으킨다고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 문제 제기 해도 끝내 묵살 실제 가 확인한 지훈이의 생활기록부에는 ‘다른 아이들이 모두 꺼리는 일을 누구보다 먼저 나서서 해주는 아주 듬직하고 든든한 학생’ ‘힘든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매사 긍정적으로 생각해 행동하는 유쾌한 학생’ ‘자기 생각과 주장을 적절히 표현할 줄 알고 약속을 중요시 여기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큼’ 등 긍정적인 표현이 대부분이었다. 지훈이의 고소를 대리하고 있는 유정화 한강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고아들은 세상천지 그냥 자기 혼자뿐이다. 보육원에는 그렇게 세상천지 자기 밖에 없는 아이들이 모여 있다 보니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약자는 바로 이 아이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훈이를 비롯한 아이들은 반복된 학대로 감정 조절 기능이 죽어버렸다”고 덧붙였다. 이어 유 변호사는 “이 문제가 과연 보육교사 3명만의 문제일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영 주체인 꿈나무마을 관리자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꿈나무마을을 관리하는 수녀와 사무국장 등은 지훈이에 대한 피고소인들의 학대 행위를 알고 있었다. 지훈이가 여러 차례 보육교사들에게 학대 피해 사실을 언급했던 것. 이번 사건에서 더 충격적인 점은 꿈나무마을의 운영 주체가 수녀, 수사 등 천주교 수도자들을 중심으로 창설된 재단이라는 사실이다. 서울시는 꿈나무마을을 재단법인 마리아수녀회(~2019년), 한국 예수회 산하 재단법인 기쁨나눔(2020년~ ) 등에 위탁, 운영을 맡겼다. 지훈이가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시기에 꿈나무마을의 운영 주체는 마리아수녀회였다. 반항하면 시설에 강제입원 피해자 고소…증언도 이어져 꿈나무마을 심모 사무국장은 와의 통화에서 “재단이 바뀌어서 해당 내용에 대해 잘 모른다”면서도 “직원은 많이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심 국장은 자신도 꿈나무마을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했다고 털어놨다. 지훈이가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시기에 심 국장도 꿈나무마을에 있었던 셈이다. 마리아수녀회가 꿈나무마을 운영에서 손을 뗀 시점인 2019년 말까지 서울분원장을 맡았던 권모 수녀는 취재 전까지 피소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권 수녀는 당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수녀를 관리하는 수녀’라고만 말했다. 권 수녀는 현재 마리아수녀회 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권 수녀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은 저희가 알 길이 없지만 저희 집에 머물렀던 아이에 대한 일이라 참으로 마음이 아픕니다”라며 “저희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현재의 아이들이나 이곳에서 저희와 가족이 돼 생활을 같이했던 더 많은 아이들에게 이곳은 ‘집’입니다. 집에서 일어난 아픈 기억에 대해 저희도 귀와 마음을 기울이겠습니다”라고 전해왔다. 권 수녀를 비롯한 당시 사무국장 등 꿈나무마을 관계자들이 당시 상황에 대해 정말 몰랐다면 직무유기, 알았다면 아동학대 방조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한 가지 공교로운 부분은 꿈나무마을 관계자들은 물론 권 수녀까지 지훈이의 정신병원 강제입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했다는 점이다. 심 국장은 로 전화를 걸어와 “(지훈이의)친구가 잠을 깨우는 과정에서 (지훈이가)가구 등 기물을 파손하는 등 과격한 행동을 해서 정신병원 행정입원 절차를 밟았다”며 “절차를 확실하게 지켰다”고 강조했다. 권 수녀 역시 “강제입원에 대해 문제가 됐던 점은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조사에 대해 최종적으로 무혐의 판결을 받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지훈이는 “당시 가구는 내가 부순 게 아니다. 그 부분에 대해 원장님과 사무국장님께 명확하게 이야기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며 “정신병원에서 나온 이후 경찰 조사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 무엇에 대한 무혐의 처분인지 모르겠지만, 당사자에 대한 조사도 없이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수녀·수사들 관리 책임은? 유 변호사는 “피고소인들의 반인륜적인 범죄 행위는 1975년 ‘소년의집’으로 설립된 보육시설의 존립 이유를 의심케 한다”며 “확실한 단죄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훈이는 고소 이후 오히려 “자유로워졌다”고 말했다. 이제 그는 꿈나무마을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소년에서 청년으로 훤칠하게 자란 그는 이제 더 이상 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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