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이 15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측 이상원 변호사의 ‘동거인에게 1000억원 이상을 썼다’는 취지의 발언에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자 불복해 항고했다.
이 변호사가 실제 공동생활과 무관한 지출까지 김희영 전 티앤씨재단 이사장 관련 비용으로 묶어 합산하면서 지출액을 실제보다 50배 이상 부풀렸다는 게 최 회장 측 주장의 핵심이다.
검찰은 지난 9일, 해당 사안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지만, 최 회장 측이 ‘1000억원 지출’이라는 주장의 진실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며 재판단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날 서울중앙지검은 이 변호사의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앞서 2023년 11월, 이 변호사는 노 관장이 김희영 전 이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위자료 소송 과정에서 기자들에게 “최태원 회장이 김 이사장에게 쓴 돈이 2015년 이후부터만 보더라도 1000억원이 넘는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최 회장 측은 해당 발언이 허위라며 이 변호사를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변호사의 발언에 일정한 근거가 있다고 보고, 최 회장 측이 이를 허위라고 뒤집을 만큼 충분한 반박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최 회장 측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나오자 “김희영 전 이사장과의 실제 공동생활을 위해 사용한 금액은 당시 기준 약 20억원에 불과한데, 이상원 변호사가 이를 1000억원 이상으로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금융거래 내역을 통해 실제 지출 내용을 확인했고, 해당 내용은 재산분할 사건 재판부에도 상세하게 소명됐다”며 “노 관장과 이 변호사 역시 관련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 측 법률대리인은 특히 1000억원이라는 숫자에 포함된 지출의 성격이 제각각이라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최 회장이 수감 중이던 기간 개설된 국민은행 계좌의 지출액 약 204억원을 들었다. 최 회장 측에 따르면 이 계좌는 노 관장을 위해 개설된 것이며, 지출 상당 부분 역시 노 관장이 가져간 돈인데도 이를 김 전 이사장과 관련된 지출로 포함했다는 주장이다.
최 회장 측은 어린이재단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티앤씨재단 등에 지급한 출연금과 기부금까지 특정 개인에 대한 증여로 계산한 점도 문제 삼았다. 공익 목적의 출연금과 기부금까지 김 전 이사장에게 지급한 돈으로 합산하는 것은 지출의 성격을 왜곡했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 명의의 주택과 미술품도 쟁점이다.
최 회장 측은 해당 자산이 재산분할 재판에서 부부 공동재산으로 다뤄지고 있는 자산인데, 언론에 김 전 이사장에게 증여한 재산으로 주장하는 것은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최 회장 측이 문제 삼는 것은 단순한 숫자 오류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성격의 지출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 특정 개인에게 지급한 돈처럼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최 회장 측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서도 ‘해석의 차이’를 강조했다. 검찰이 불기소한 것은 이 변호사의 발언이 사실이라고 인정했기 때문이 아니라, 형사 처벌을 위해 필요한 ‘허위 사실이라는 인식’ 등을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최 회장 측은 “유포된 수치가 사실로 확인됐다는 판단은 처분 어디에도 없다”는 취지로 반박하기도 했는데 이는 향후 항고 절차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1000억원이라는 수치가 허위라고 단정할 정도의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지만, 최 회장 측은 그 수치가 어떻게 산출됐는지를 하나하나 따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명예훼손 사건으로만 보기 어렵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에서 ‘김희영 전 이사장에게 얼마나 많은 돈이 지급됐는가’는 양측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사실관계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 회장 측은 이 변호사가 노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을 대리하는 과정에서 관련 금융자료를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지출액과 성격이 다른 돈까지 합산해 여론에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쟁점은 ▲최 회장이 김 전 이사장에게 실제로 지급하거나 사용했던 돈의 액수 ▲서로 다른 목적의 지출을 하나로 묶어 ‘동거인에게 쓴 돈’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일단 형사 책임을 물을 정도로 허위 사실이라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실제 공동생활비가 약 20억원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1000억원이라는 숫자가 무려 50배 이상 부풀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과 직접 맞물려 있다. 양측이 동일한 자산과 지출을 놓고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는 만큼, 향후 항고 절차에서 어떤 자료가 제시되고 어떤 판단이 내려질지 주목된다.
특히 이번 항고는 단순히 ‘불기소 처분에 대한 불복’이라는 차원을 넘어, 이혼·재산분할 소송 과정에서 공개된 각종 금전 지출의 실체와 그 법적 성격을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000억원이라는 숫자가 실제 사실을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서로 성격이 다른 지출을 합산한 결과인지에 대한 공방이 다시 법적 판단대에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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