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훈 박사의 ‘모두의 AI 등대’> AI는 ‘이해’하지 않는다, ‘움직이게’ 한다

2026.09.15 12:23:58 호수 1601호

요즘 AI는 사람처럼 생각하는 존재로 자주 묘사된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AI는 다르다. 센서가 온도·진동·영상을 숫자로 바꾸고, 그 숫자로 다음에 일어날 일을 계산해 기계를 움직인다. 이것이 피지컬 AI다. 핵심은 똑똑함이 아니라 감지-추정-예측-행동-재학습으로 이어지는 ‘연결 구조’다.

AI는 “공장이 위험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진동이 늘고 온도가 올랐다는 데이터로 위험 확률을 계산할 뿐이다. 그래서 센서가 틀리면 AI도 틀린다. 지능이 아무리 높아도 입력이 오염되면 잘못된 제어가 나온다.

다만 한 가지는 정직하게 말해야 한다. “AI는 이해하지 못한다”는 문장은 검증된 사실이 아니라 철학적 입장이다. 계산과 이해의 경계를 어디에 두느냐는 아직 학계에서도 결론이 없다. 그래서 이 칼럼은 ‘이해 여부’가 아니라 ‘현장에서 무엇을 믿고 맡길 수 있는가’라는 실무 질문으로 논의를 옮기려 한다.

강원의 세 도시는 이 질문에 서로 다른 답을 보여준다. 춘천 바이오는 온도·습도·배양 조건이 통제된 환경이다. AI는 실험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 데이터로 최적 조건을 찾아 장비를 정밀 조절한다. 동해는 변수가 많다. 시멘트 공장과 항만은 하중과 기상이 계속 바뀐다.

여기서 AI의 역할은 설비 상태를 실시간으로 읽고 고장을 예측하는 ‘제한적 제어’다. 최근 동해에 대형 AI 데이터센터가 추진되는 것도 이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다만 데이터센터는 연산 기반일 뿐, 현장 센서와 안전 설계가 없으면 피지컬 AI는 완성되지 않는다.

태백은 아직 검증된 사례가 아니라 제안이다. 지하 구조물과 터널은 통신이 불안정하고 데이터가 부족하다. 이런 곳에서는 완전 자율보다 균열·가스·온도 변화를 감지해 경고하는 수준에서 시작하는 것이 옳다. 태백을 피지컬 AI의 ‘극한 환경 시험장’으로 삼자는 것은 현재 정책이 아니라 필자의 제안임을 밝혀 둔다.

한 가지 빠뜨릴 수 없는 이름이 있다. 원주다. 강원도가 30년 의료기기 기반 위에 피지컬 AI를 접목해 1조원대 국가사업을 기획 중인 곳이다. 강원 피지컬 AI를 논하면서 원주를 빼면 절반만 말한 셈이다. 의료기기는 오작동이 곧 인체 위험이라 안전 검증 기준이 가장 엄격한 분야이기도 하다.

춘천의 정밀 최적화, 원주의 의료 실증, 동해의 산업 제어, 태백의 극한 검증은 따로가 아니라 하나의 단계로 이어져야 한다.

또 하나의 조건은 ‘현장에서 계속 배우는 구조’다. 모델을 만들고 적용한 뒤 현장 데이터로 다시 학습하는 반복이 없으면 AI는 정확해지지 않는다. 한번 만들어 끝나는 기술이 아니라 계속 진화하는 시스템이며, 그 진화의 속도는 현장이 데이터를 얼마나 성실히 돌려주느냐에 달려 있다.

결국 피지컬 AI의 승부처는 지능이 아니다. 센서의 정확성, 데이터의 안정성, 시스템의 안전성이다. 그리고 올해 1월 시행된 AI기본법이 확인해 주듯, AI는 판단을 돕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다. 책임은 사람에게 남는다.

그렇다면 강원의 과제는 로봇을 몇 대 들이느냐가 아니라, 현장 노동자가 AI의 경고를 읽고 멈출 권한을 갖는 체계를 먼저 세우는 일이다. 피지컬 AI의 미래는 기술 경쟁이 아니라, 사람과 기계가 어떻게 함께 안전하게 일할 것인가의 문제다. 

<shbae29@gmail.com>

 

[배성훈 박사는?]

▲LX공간정보연구원 AX국토융합그룹장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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