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농지법 칼날, 투기꾼과 농민 가려야

2026.09.13 08:02:16 호수 0호

처분 의무화했다면 팔리지 않는 농지 출구도 필요

최근 국회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된 개정 농지법은 농지 처분명령을 재량 규정에서 의무 규정으로 바뀌었다. 종전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처분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했지만 이제는 “명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지자체가 처분명령을 내리지 않으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나 시·도지사가 이를 지시하거나 직접 명령할 수도 있다. 농지 처분이 지자체의 선택이 아니라 국가와 지방정부가 반드시 집행해야 할 의무가 된 것이다.

언론 보도만 보면 농사를 짓지 않는 순간 곧바로 땅을 빼앗기거나 땅값의 25%를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처분명령은 외지인이 농지를 소유했다거나 잠시 농사를 짓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내려지는 것이 아니다.

농지 이용 실태조사를 통해 정당한 사유 없이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았거나 불법으로 임대한 사실이 확인돼야 한다. 질병과 자연재해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거나 농지은행을 통해 적법하게 임대한 농지는 일률적으로 처분 대상이 되지 않는다.

25%의 이행강제금도 이번 개정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제도는 아니다. 2021년 농지법 개정 때부터 시행됐고, 이번에는 지자체가 처분명령을 자의적으로 생략하지 못하도록 집행체계를 강화한 것이다. 처분의무 통지를 받은 소유자는 원칙적으로 1년 안에 농지를 처분해야 하며, 처분명령까지 받으면 다시 6개월의 기간이 주어진다. 그때까지 정당한 사유 없이 처분하지 않으면 감정가격과 개별공시지가 중 높은 금액의 2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매년 부과될 수 있다.

법을 강화한 취지는 분명히 옳다. 헌법은 농지가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밝히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개발이익을 노리고 농지를 사놓은 뒤 방치하는 일이 적지 않다. 서류상으로만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하고 실제로는 농사를 짓지 않거나 불법으로 임대하면서 땅값 상승만 기다리는 사례도 있다. 지자체가 지역 민원과 이해관계를 의식해 처분명령을 미루면 법을 지킨 농민만 손해를 보게 된다.

방치된 농지를 농지은행을 통해 청년농과 실제 농업인에게 공급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넓은 농지를 확보하지 못해 규모화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농에게 유휴농지는 새로운 영농 기반이 될 수 있다. 불법 임대를 적법한 임대차로 전환하면 임차농도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고 농지 이용 관계도 투명해진다. 농지 소유자에게는 보유에 따른 책임을 묻고 실제 농민에게는 이용 기회를 넓히는 것이 이번 법 개정의 본래 목적이다.

정부가 1996년 이후 취득한 전국 농지를 전수조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7월 말까지 조사한 1013만 필지 가운데 27%인 284만 필지가 불법 임대차·무단 휴경·불법 전용 등의 위반 의심 대상으로 분류됐다. 물론 의심된다고 곧바로 위반 농지가 되는 것은 아니며 실제 위반 여부는 현장 중심의 심층조사를 거쳐 확정된다. 투기와 불법 이용이 확인된 농지라면 처분명령과 이행강제금을 원칙대로 적용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아무리 목적이 옳아도 집행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다. 농촌에서는 70~80대 고령 농민이 건강 때문에 직접 농사를 짓지 못해 이웃에게 맡기는 경우가 흔하다. 상속으로 고향의 논밭을 물려받았지만 팔려고 해도 살 사람이 없는 소유자도 많다. 농지를 취득하려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아야 하고 일반 법인의 취득도 제한되기 때문에 시장의 수요 자체가 좁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을 제외한 전국 논의 매매는 11만1745필지로 2019년의 17만2877필지보다 35.3% 감소했다. 농촌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농사를 지을 사람뿐 아니라 농지를 살 사람도 줄고 있다는 뜻이다. 팔고 싶어도 팔리지 않는 땅에 해마다 땅값의 25%를 물린다면 처분을 강제하는 수준을 넘어 사실상 재산을 소진시키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법은 농지를 방치한 책임뿐 아니라 소유자가 실제로 처분할 수 있었는지도 살펴야 한다.

더욱이 정부는 2028년부터 비사업용 토지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폐지하고, 기본세율에 더하는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현행 1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최고세율은 65%까지 오르게 된다. 이행강제금을 피하려면 팔아야 하는데 사려는 사람은 없고, 어렵게 팔면 무거운 양도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거래가 살아나기보다 비수도권 농지가격만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2028년까지의 유예기간은 단순히 세금 시행을 늦추는 시간이 아니라 이런 충돌을 조정하는 기간이 돼야 한다. 우선 처분의무 통지를 받은 소유자에게 위반 사실과 구제 절차, 적법한 임대 방법, 농지은행의 매도·임대 위탁제도를 함께 안내해야 한다. 실제 경작을 재개하거나 한국농어촌공사와 매도 위탁 계약을 체결한 경우 활용할 수 있는 처분명령 유예제도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제도를 몰라 이행강제금을 맞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행정이 먼저 길을 안내해야 한다.

고령과 질병, 상속 등 불가피한 사정도 현장조사를 통해 세밀하게 판단해야 한다. 투기성 방치 농지, 고령·질병에 따른 위탁 농지, 상속 농지, 적법하게 임대한 농지를 모두 같은 비사업용 토지로 묶어서는 안 된다. 자진신고하고 농지은행에 임대하거나 매도 위탁한 소유자에게는 충분한 유예와 세제상 보완책을 줄 필요가 있다. 반대로 허위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하고 개발이익만 기다린 소유자에게는 처분명령과 이행강제금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한국농어촌공사의 매수와 임대 기능도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개정 농지법은 처분명령을 받은 소유자가 매수를 청구하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농어촌공사가 매수하도록 제도를 보완했다. 그러나 예산이 부족하거나 매수가격이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지면 서류상의 출구에 그칠 수 있다. 농지 수요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매입 재원을 확대하고, 매입한 농지를 청년농과 귀농인에게 장기 임대하는 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처분을 의무화했다면 팔리지 않는 농지를 국가가 받아주거나 적법하게 활용할 수 있는 출구도 마련해야 한다. 땅을 시장에 내놓았다는 사실과 매수자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 확인된다면 일정 기간 이행강제금 부과를 유예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농지은행에 매도 위탁했는데도 장기간 거래되지 않는 농지를 소유자의 고의적인 불이행으로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 법을 지키려고 노력한 사람과 처분명령을 의도적으로 피한 사람을 구분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공익사업으로 영농 여건이 크게 달라진 잔여농지도 별도로 살펴야 한다. 필자는 며칠 전 시골에 농지를 가진 지인으로부터 도로 개설로 생긴 자투리 농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도로 건설로 논이 잘리고 남은 270평은 면적이 작고 모양마저 애매해 농기계를 넣기가 어렵다고 했다. 다른 사람에게 농사를 맡기고 받는 것은 1년에 쌀 두 가마니 정도지만, 그마저도 “올해도 농사를 지어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형편이라고 했다.

소유자가 투기 목적으로 농사를 짓지 않은 것이 아니라 국가나 지자체가 공익을 위해 도로를 만들면서 멀쩡하던 논이 자투리 땅으로 변한 것이다. 정부가 도로를 내 농사를 어렵게 만들어놓고 소유자에게는 “직접 농사를 짓든지 팔라”고 명령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농지법의 칼날이 향해야 할 곳은 투기 목적으로 방치한 농지이지, 공익사업으로 영농이 현저히 어려워진 잔여농지가 아니다. 이런 농지까지 일반적인 미경작 농지와 똑같은 기준으로 처분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농지 처분제도를 정비하면서 공익사업 잔여농지에 대한 활용 특례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먼저 인접 농지와의 합필·교환, 농지은행을 통한 임대, 국가나 사업시행자의 잔여지 매수를 차례로 검토할 수 있다. 그래도 영농이 현저히 어렵다면 농업진흥지역 여부와 필지 형태, 농기계 진입, 용수 공급 등을 엄격하게 심사해 태양광 사업 등을 할 수 있도록 제한적인 용도 전환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공익사업으로 불가피하게 생긴 자투리 농지에는 별도의 출구를 마련해야 한다.

농지법 강화는 투기성 농지를 실제 경작자의 생산 기반으로 되돌리기 위해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농촌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 거래 절벽과 공익사업 잔여농지라는 현실을 외면한 채 처분명령과 세금만 강화하면 농지를 헐값에 내놓도록 내모는 법이 될 수 있다.

남은 유예기간 동안 정부는 농지를 지키는 원칙과 농민을 지키는 현실 사이에 정교한 다리를 놓아야 한다. 투기꾼에게는 엄격하되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소유자에게는 임대·위탁·매수·활용이라는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

<kangjoom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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