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자살 예방, 사람·공간까지 관리하라

2026.09.12 07:44:10 호수 0호

화장실·숙박업소의 돌발 시도, AI가 먼저 포착해야

11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은 보건복지부의 자살 예방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다. 경찰과 소방이 현장에서 접촉한 자살 시도자의 정보가 지역 자살예방센터로 신속히 연계되지 않거나 상담과 치료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소방·응급실·정신건강복지센터 중 한 곳에서 연결고리가 끊기면 가장 위험한 순간에 놓인 사람이 다시 혼자가 될 수 있다. 정부는 감사원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여 자살 시도자 관리체계부터 빈틈없이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자살 예방 정책에는 이보다 더 큰 빈틈이 있다. 지금의 정책은 자살을 시도했거나 고위험군으로 확인된 사람을 상담하고 관리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한번이라도 자살을 시도한 사람을 지속적으로 돌보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자살 위험자가 사전에 관리 대상으로 분류되거나 주변에 뚜렷한 경고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평범하게 생활하던 사람이 불시에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할 때 이를 막아낼 현장 안전망은 여전히 부족하다.

최근 통계는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통계청의 2024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자살 사망자는 1만4872명으로 전년보다 894명, 6.4% 증가했고 인구 10만명당 자살률도 27.3명에서 29.1명으로 높아졌다. 하루 평균 40.6명, 약 35분마다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이며 2011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많았다.

자살은 10대부터 40대까지 사망 원인 1위였고, 연령표준화 자살률도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자살을 개인의 우울이나 충동으로만 돌릴 수 없는 국가적 재난 수준이다.

다행히 작은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자살 사망자 수는 2025년 10월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2026년 4월까지 전년 동기보다 평균 10.9% 줄었다. 그러나 몇 달간의 감소만으로 자살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말하기에는 2024년의 통계가 너무 무겁다.

구조적인 개선으로 이어가려면 고위험자를 지원하는 기존 대책과 돌발적인 자살 시도를 현장에서 포착하는 안전망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필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지금까지 자살 예방 정책이 ‘위험한 사람’을 찾아 관리하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위험이 발생하는 공간’까지 관리해야 한다. 자살 시도 경험이 없는 사람도 경제적 충격과 가족 갈등, 우울과 고립이 겹치면 한순간에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은 자살예방센터 명단이나 경찰·소방의 접촉 기록도 없어 기존 체계로는 발견하기 어렵다. 사후 관리를 넘어 자살 시도가 시작되는 순간을 포착하고 중단시키는 예방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공중화장실과 숙박업소 객실, 샤워실과 탈의실은 위험이 발생해도 외부에서 알아차리기 어렵다. 사생활 보호 때문에 CCTV를 설치할 수 없고, 문이 닫히면 내부 상황을 알기 어렵다. 사람이 쓰러지거나 공격받아도 비상벨을 누르지 못할 수 있고, 움직임이 사라져도 관리자가 바로 확인하기 어렵다.

숙박업소 객실에서 유해가스가 발생하거나 투숙객이 위험한 행동을 해도 발견이 늦으면 골든타임을 놓친다. 프라이버시를 지켜야 하는 공간이 생명을 지키기 어려운 안전 사각지대가 된 것이다.

최근 한 개발자가 필자에게 제시한 ‘프라이버시 보호형 AI 지능형 안전감지 관제 플랫폼’은 이 사각지대를 기술로 메울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시스템은 일반 카메라 대신 라이다와 저해상도 열화상센서, 음향·유해가스·환경센서를 결합한다.

라이다는 얼굴을 촬영하지 않고 사람의 위치와 이동 방향, 체류시간과 동작을 감지한다. 열화상센서는 체열 분포와 움직임을 분석하고 음향센서는 비명과 충격음, 구조 요청을 포착한다. 여기에 일산화탄소와 유해가스, 온도 변화를 종합해 위험 상황을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열화상센서와 AI가 체열 분포와 몸동작을 분석하면 위급한 행동의 징후도 포착할 수 있다고 개발자는 설명한다. 사람이 일정 시간 지면에서 떨어진 채 움직이지 않거나 몸의 중심점이 비정상적인 높이에 고정되면 목을 매는 시도의 위험 신호로 판단하는 방식이다.

목 주변의 체열 변화와 움직임 소멸을 함께 분석하고, 바닥 가까이에서 고온의 열원과 일산화탄소가 감지되면 또 다른 위험으로 판단한다. 자살 시도는 시간과의 싸움인 만큼 빠른 발견이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얼굴이나 외형을 식별하지 않고 체열의 분포와 움직임만으로 행동 변화를 파악한다는 데 있다. AI는 체열의 색상 변화와 이동 범위, 자세와 동작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사고나 범죄 징후를 구분한다. 위험이 감지되면 경고방송을 내보내고 관리자와 관제센터에 알린 뒤, 사고는 119, 범죄는 112에 신고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사고가 난 뒤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 행동이 시작되는 순간 구조와 대응에 나서는 시스템인 셈이다.

이 기술은 자살뿐 아니라 폭력과 낙상, 화재·가스중독을 감지하는 공간 안전망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두 사람의 열 중심점이 빠르게 충돌하면서 비명이나 충격음이 나면 폭력을 의심하고, 사람이 갑자기 바닥으로 쓰러진 뒤 움직임이 사라지면 실신이나 낙상으로 판단해 구조를 요청할 수 있다.

CCTV를 설치하기 어려운 화장실이나 탈의실의 여성 대상 범죄와 돌발폭력도 얼굴을 촬영하지 않고 이상 행동과 위험한 소리로 조기에 감지할 수 있다.

정상적인 행동을 위험으로 잘못 판단하는 오경보율과 실제 위험을 놓치는 미탐지율은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열화상과 음향 정보도 개인의 생활정보가 될 수 있으므로 원본을 저장하지 않고 현장에서 분석한 뒤 위험 신호만 전송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수집 정보와 보관 기간, 접근 권한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112·119 자동신고와 관련 정보의 전송 범위 역시 경찰·소방 및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협의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생명을 구한다는 명분으로 화장실과 객실을 또 다른 감시 공간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런 기술을 외면하지 말고 시범사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공중화장실과 숙박시설, 지하철역 화장실, 병원·요양시설의 사생활 보호구역을 선정해 감지 정확도와 출동시간 단축 효과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 경찰청·소방청,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함께 인명구조 효과와 오경보, 사생활 침해 가능성을 검증해야 한다.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되면 지역 통합관제센터와 연계해 전국의 위험공간으로 확대하면 된다. 생명을 살릴 기술이라면 정부가 먼저 시험하고 제도화할 책임이 있다.

정부도 지난 7월 자살이 반복되는 건물과 교량, 철로·산·하천 등을 데이터로 찾아 안전시설과 감지체계를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알려진 자살 다빈도 장소만 관리해서는 불시에 일어나는 시도까지 막기 어렵다. 외부 관찰이 어려운 화장실과 숙박업소 객실도 자살 예방 공간 정책에 포함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자살예방시설 지원 대상에 프라이버시 보호형 감지기술의 실증 사업도 넣어야 한다.

위험한 사람을 찾아가는 예방과 위험한 공간을 지키는 예방이 만나야 국가의 생명 안전망이 완성된다.

자살 예방은 상담전화 번호를 알리고 캠페인 문구를 붙이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마음이 힘든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정책과 함께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이 시작되는 순간 이를 막아내는 기술도 필요하다. 화장실과 숙박업소처럼 사람의 눈이 닿지 않는 공간일수록 안전망은 더 촘촘해야 한다.

얼굴과 사생활을 들여다보지 않으면서 몸동작과 위험한 소리, 유해가스 등 이상 징후만 감지하는 기술이라면 정부가 먼저 시험하고 검증할 가치가 있다.

자살 예방 정책은 ‘시도한 사람을 관리하는 제도’를 넘어 ‘불시에 일어나는 시도까지 막는 시스템’으로 확대돼야 한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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