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약 3층 높이의 아파트 옹벽에서 거센 물줄기가 쏟아진다. 바로 아래 주차된 차량은 함께 떨어진 돌과 자갈 등에 맞아 지붕까지 찌그러졌다.
이는 인근 주차장에 평소처럼 차량을 세워뒀던 40대 남성 A씨가 실제로 겪은 일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경남 거제시에 폭우가 내린 지난달 17일 옥포동의 한 아파트 옹벽 아래 세워둔 A씨 차량이 배수구에서 쏟아진 물과 이물질을 그대로 맞았다. 해당 구역은 거제시가 관리하는 도로변의 무료 노상주차장이다.
A씨는 지난 7일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시 인근 주민으로부터 ‘큰일이 났으니 빨리 와보라’는 연락을 받고 오전 6시30분께 현장을 찾았지만 수압이 너무 강해 약 1시간30분 동안은 차량에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며 “이후 확인해보니 차량 내부 바닥과 트렁크, 조수석 수납함까지 물이 차 있었다”고 회상했다.
사고 직후 A씨는 관리소 측과 수차례 보상 문제를 논의했다. 그는 “처음에 관리소장은 자연재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봐주겠다고 했고, 보험을 활용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보겠다고 했다”며 “나중에는 ‘지난 2003년에도 유사한 피해가 있었는데 당시 시가 조치하지 않았으니 시청에도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입주자대표회의 안건으로 올려 보상 여부를 논의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결국 지난 3일 열린 회의에서 보상할 수 없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며 “거제시청 관련 부서에도 보상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무료 노상주차장은 영조물 배상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보상 규모와 관련해서는 “보험상 차량 가입 금액은 약 215만원이었고 약 2주간 차량을 이용하지 못해 버스와 택시를 이용하는 등의 불편도 겪었다”며 “현재는 150만원 수준의 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옹벽에 설치된 문제의 배수구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설치된 시설인지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옹벽에 배수구를 설치하려면 관할 지자체에 행위신고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관련 신고 내역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관리소 측은 행위신고 제도가 적용되기 전에 만들어진 시설이어서 위법하지 않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어 거제시 건축과에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설명했다.
보상 협의가 진전을 보이지 않으면서 A씨는 관할 경찰서에 재물손괴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하고 시청에 민원을 제기하는 한편, 여러 언론사에도 관련 내용을 제보해 문제 해결을 호소했다.
그는 해당 사연을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도 게재했다. 글을 읽은 보배 회원들은 “피해가 막심하다” “길 가던 사람이 맞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 “보상 안 하고 버티는 아파트가 너무하다” “소송하면 될 듯”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요시사>는 해당 아파트 관리소 측에도 관련 입장을 물었다.
아파트 관리소장은 지난 8일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에서 “중재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 아파트 측이 어떠한 책임도 질 수 없다는 입장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고 이후 피해자와 아파트, 시청의 책임 비율을 각각 따져보며 협의하려 했지만, A씨 측은 아파트의 100% 책임을 주장했고 300만원 수준의 보상을 요구했다”며 “결국 협의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현재는 A씨의 연락을 차단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입주자대표회의 결정과 관련해서는 “당시 상황을 기록적인 폭우에 따른 재난으로 봤다”며 “향후 소송을 통해 아파트 측에 일부 배상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상대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이어 “A씨가 요구액을 당초 300만원 수준에서 최근 150만원까지 낮췄지만, 보상액과 책임 비율은 별개의 문제”라고 부연했다.
‘지난 2003년에도 유사 피해가 있었다’는 언급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당시 배수구 설치 시기를 두고 ‘태풍 매미처럼 비가 많이 왔을 때 뚫은 것 아니겠느냐’는 개인적인 추측을 이야기했을 뿐”이라며 “30년 이상 거주한 입주민들에게 물어봐도 해당 위치에서 같은 피해가 있었다는 증언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A씨 측은 해당 배수구를 불법 시설로 보고 있지만, 거제시 관계자와 이날 오전 통화한 결과 위법하지 않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며 “아파트는 지난 1994년 준공됐고 카카오맵 거리뷰를 봐도 문제의 배수구는 2009년 10월에도 이미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옹벽의 소규모 파손·철거에 관한 구체적인 행위신고 기준은 앞서 지난 2020년 11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 제15조 개정으로 마련됐다. 당시 기존 옹벽 등의 증축·증설에 적용하던 ‘사용검사를 받은 면적 또는 규모의 10% 범위’ 기준을 파손·철거까지 확대하고 입주자대표회의 동의를 받아 신고하도록 명시했다.
관리소장은 시의 조치와 관련해서도 “A씨 주장처럼 위법 사항을 바로잡으라는 시정명령을 받은 적은 없고, 우수관을 설치하는 등 조치해 달라는 취지의 협조 공문을 받았다”며 “다만 우수관을 설치하면 통행 차량과 부딪히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 해당 배수구를 안쪽에서 시멘트로 막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한편 <일요시사>는 이날 거제시청 측에도 ▲이번 사고에 대해 시가 파악한 사실관계 ▲문제의 주차구역이 공공영조물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을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kj4579@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