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소액주주들, 주한미국대사관·AMCHAM에 진정서 제출

2026.09.04 11:05:23 호수 0호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고려아연 소액주주들이 고려아연의 기업지배구조와 내부 통제, 대규모 투자 의사결정 및 소액주주 보호 문제와 관련해 주한미국대사관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Korea)에 진정서와 의견서를 제출했다.

고려아연 소액주주 모임은 지난 3일, 주한미국대사관 경제과(Economic Section)와 AMCHAM Korea에 각각 진정서를 전달하고, 미국의 핵심광물 공급망 사업에 주요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 고려아연의 기업지배구조와 내부통제 문제를 국제적 기준에서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소액주주들은 이번 진정이 고려아연의 미국 투자나 한·미 핵심광물 협력을 반대하거나,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간 경영권 분쟁에서 어느 한쪽의 편을 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미국의 경제안보 및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에 참여하는 기업이라면 사업 규모와 전략적 위상에 걸맞은 경영 투명성, 내부 통제, 이해상충 관리, 이사회 감독 및 주주보호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 이번 진정의 핵심 취지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이제 한국 주주들만의 문제로 보기 어려워”

소액주주들이 미국 측 기관에 진정을 제기한 배경에는 고려아연의 미국 사업 확대와 전략적 중요성이 있다.

고려아연은 미국 테네시주에서 핵심광물 제련·가공 프로젝트인 ‘Project Crucible’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미국의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과 국가안보에 필요한 핵심 광물 공급망 강화와 연계돼있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 전자폐기물 재활용과 희토류 회수 등 자원순환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진정서에서 “고려아연의 사업이 미국의 산업 정책과 경제안보 전략에 깊숙이 연결될수록 회사의 재무건전성뿐 아니라 기업지배구조와 내부 통제의 신뢰성 역시 미국 측 이해관계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수십억달러 규모의 장기 전략사업을 수행하는 기업이라면 투자 의사결정 과정과 이사회 감독, 이해상충 관리, 재무보고의 신뢰성도 그에 상응하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증선위 회계처리 제재도 전달

소액주주들은 한국 금융당국의 고려아연 회계처리 관련 제재 내용도 미국 측에 전달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6월, 고려아연의 회계처리기준 위반과 관련해 감사인 지정 3년, 과징금, 담당 임원에 대한 해임 권고 및 직무정지, 시정 요구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

소액주주들은 “기업의 재무정보는 국내외 투자자가 기업가치와 위험을 판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정보”라며 “미국에서 대규모 전략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에 금융당국의 회계 관련 제재가 내려졌다면 과거의 문제로 끝낼 것이 아니라 내부 통제와 지배구조가 실질적으로 개선됐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원아시아파트너스 5600억 투자…이해상충 여부 검토 요청

진정서에는 고려아연이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여러 사모펀드에 약 5600억원을 출자한 문제도 포함됐다. 일부 펀드에서는 고려아연의 출자비율이 96%를 넘어 사실상 압도적인 자금 공급자 역할을 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특히 소액주주들은 최윤범 사내이사와 일부 친인척이 개인적으로 먼저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기업에 이후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가 투자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고려아연 측은 그동안 회사가 블라인드펀드의 LP(유한책임사원)로 참여했을 뿐 개별 투자대상 선정에는 관여하지 않았으며, 투자 결정은 GP(운용사)가 독립적으로 수행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대해 소액주주들은 특정 거래를 위법행위로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진 또는 그 가족의 개인투자와 회사 자금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펀드의 투자가 동일 기업에서 중첩됐다면 이해상충 방지 절차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액주주들이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시한 항목은 ▲투자 대상 선정 과정 ▲경영진의 개인투자 사실에 대한 회사 및 운용사의 인지 여부 ▲이해관계 공개 및 관리 절차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의 감독 여부 등이다.

“수천억원 투자, 이사회와 감사위원회는 어떻게 감독했나”

소액주주들은 고려아연의 대규모 투자에 대한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의 감독 기능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원아시아파트너스를 통한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와 해외기업 인수 과정에서 사업성, 재무적 위험, 투자구조 및 경영진과의 이해관계가 어느 수준까지 검토됐는지를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지난 5월, 관련 주주대표소송 과정에서 고려아연에 원아시아파트너스 일부 펀드와 관련한 내부 문서를 제출하도록 명령한 것으로 알려진 점도 진정서에 포함했다.

“미 핵심 광물 전략 파트너라면 기업지배구조·내부통제도 글로벌 기준 충족해야”
“경영권 분쟁 개입 아냐…소액주주 보호와 투명경영 문제 제기”
회계처리 제재·원아시아 5600억 투자·이해상충·이사회 감독 문제 등 검토 요청

소액주주들은 “회사의 자금이 수천억원 단위로 투입되는 거래라면 단순히 경영진의 사업 판단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이사회와 감사위원회가 투자 필요성과 위험, 이해상충 가능성을 독립적으로 검토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의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그 피해는 결국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일반주주와 소액주주를 포함한 전체 주주가 부담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AMCHAM에는 “한국 투자환경과 소액주주 보호 문제”

소액주주들은 AMCHAM Korea에 제출한 의견서에서는 고려아연 문제를 개별 기업의 경영권 분쟁을 넘어 한국 자본시장과 투자 환경의 신뢰 문제로 접근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시장에 장기적으로 투자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하고, 경영진과 일반주주의 이해가 충돌할 경우 이를 견제할 이사회와 감사기구가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액주주들은 “대규모 투자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거나 경영진과 회사 사이의 잠재적 이해상충이 적절히 관리되지 않고 이사회 독립성마저 의심받는 사례가 반복된다면 해외 투자자는 개별 기업을 넘어 한국 기업지배구조 전반을 바라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액주주 보호와 이사회 독립성, 이해상충 관리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미 대사관에 “관련 정부기관 전달·리스크 검토” 요청

주한미국대사관에 제출한 진정서에는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의 전략적 핵심광물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관련 사안을 미국 정부 차원에서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겼다.

소액주주들은 미국 정부의 지원이나 정책적 협력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고려아연 및 미국 내 관련 법인이 국제적인 수준의 기업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이해상충 관리체계를 갖추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필요할 경우 진정서와 관련 자료를 미 국무부와 상무부 등 Project Crucible 관련 미국 정부기관에 전달해 줄 것도 요청했다.

AMCHAM에는 향후 한국의 투자환경 및 정책 논의 과정에서 이사회 독립성, 이해상충 관리, 소액주주 보호 문제를 다뤄줄 것과 필요할 경우 미국 정부 및 주한미국대사관 등과의 경제·투자 협의 과정에서 이번 진정 내용을 참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누가 경영하든 같은 기준 적용돼야”

소액주주 모임은 이번 진정이 현 고려아연 경영진을 반대하거나 영풍·MBK파트너스를 지지하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들은 “누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갖느냐와 관계없이 동일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며 “상장기업에서는 경영진의 사적 이해와 회사의 사업상 이해가 명확하게 구분돼야 하고, 중대한 투자에는 독립적인 검토와 충분한 감독이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사회와 감사위원회는 특정 경영진이나 특정 주주의 이익이 아니라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이는 어느 경영권 분쟁 당사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자본시장이 작동하기 위한 최소한의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소액주주 모임 관계자는 “미국의 경제안보와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고려아연의 역할이 커지는 것은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전략적 파트너로서 장기적인 신뢰를 얻으려면 사업 규모만 커져서는 안 되고 기업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역시 글로벌 수준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진정을 계기로 고려아연을 둘러싼 여러 논란의 사실관계가 객관적으로 확인되고, 소액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의 권리가 공정하게 보호되는 방향으로 회사의 지배구조가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hea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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