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사택’ 겨눈 국세청

2026.09.03 07:09:43 호수 1599호

첫 타깃은 ‘미운털 소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집을 되도록 ‘실거주’ 목적으로 사용하라는 방향으로 설계, 시행되고 있다.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거나 가격이 매우 높은 집을 소유한 이들은 세금 등 규제 대상이 됐다. 최근에는 비업무용 부동산인 법인 보유 주택이 정부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부동산에 몰린 돈을 주식시장으로 이동시키겠다는 이재명정부의 ‘머니 무브’ 정책은 사실상 흐지부지된 모양새다. 9000피까지 치솟았던 코스피 지수는 6500선을 오르내리는 중이고 마치 롤러코스터를 연상케 할 정도의 변동성에 시장을 떠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다시 부동산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부동산 민심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부동산 문제를 시장에 맡기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대출 규제를 풀고 재건축과 재개발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정부 출범 이후 180도 달라졌다. 대출은 조이고 다주택자, 초고가 주택 보유자에게는 세금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시행했다.

정부는 다음 타깃으로 법인 보유 주택을 겨냥했다. 국세청은 지난 25일 고가의 법인주택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법인주택은 국민주택규모(85㎡)와 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한,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다. 국세청은 법인주택 전체 2639채 중 임대법인의 임대용 1157채와 직원 기숙사 등 업무용 385채를 제외한 1097채를 사주 일가가 거주하는 등 사적으로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체의 42% 수준이다.

또 사적 사용이 확인된 법인의 신고 내용 전반을 살펴본 결과 부동산 사적 사용뿐만 아니라 사주 일가에 대한 가공 인건비 지급,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등 대다수 업체의 탈루 행태가 확인됐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황제 사택’을 제공한 법인 중 기업 전반의 세금 탈루 혐의가 중대한 업체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이 지목한 대상 법인은 50개다. 유형별로 ▲사주 일가 거주형(28개) ▲부동산 투기형(5개) ▲별장형(17개) 등으로 구분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들의 전체 탈루 혐의 금액은 약 1조9000억원에 달한다.

우선 국세청은 사업과 무관하게 고가의 주택을 취득해 사주와 그 가족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무상 또는 저가로 제공한 법인을 대상으로 조사에 돌입했다. 예를 들어 100억원을 들여 증축, 인테리어 공사까지 진행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200억원대 고급 주택을 사주 일가가 사적으로 사용하게 한 사례다.

주택 구입, 인테리어 등은 모두 회삿돈으로 진행했다. 또 인건비 형식으로도 약 200억원의 법인자금을 부당하게 유출했다.

또 다른 법인은 40억원대 서울 강남구 소재 하이엔드 빌라를 전입신고도 하지 않고 사주가 사택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해당 법인은 해외 유학 중인 사주 자녀를 위해 고급 레지던스 임차비용을 대납했고 체류비 지원을 위해 사주 배우자에게 허위 인건비를 지급하는 등의 과정에서 법인자금을 30억원 썼다.

이외에도 한 법인은 부산에서 사업을 하면서 법인 업무와 무관하게 서울에서 근무하는 자녀 등 사주 일가의 편의를 위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소재 40억원대 아파트를 취득해 무상으로 제공했다. 해당 법인의 사주는 자신의 개인사업에 필요하지 않은 부동산을 임차해 고액의 허위 임차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주주인 자녀들에게 이익을 분여하기도 했다.

사주 일가가 다주택 중과‧대출 제한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회피하기 위해 법인을 이용한 사례도 있다.

회삿돈으로 펑펑
사주 일가 배불려

한 법인의 사주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재건축 예정인 아파트를 관리처분계획인가 직전에 취득해 1세대 2주택자가 됐다. 이후 해당 사주는 기존에 보유하던 약 40억원의 고가 주택을 법인에 양도해 1세대 1주택 비과세 혜택을 누리면서 해당 주택에 무상으로 계속 거주했다. 재건축에 따른 이익도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법인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약 100억원에 이르는 고가 아파트를 사주 일가에 제공하고 인테리어를 법인 비용으로 처리했다. 사주 일가는 자신들 명의의 강남 아파트 2채를 보유한 채 법인 명의 주택에서 살면서 종합부동산세 중과 등 규제를 피해갔다.

공시가격이 합쳐서 200억원에 이르는 고가 주택 2채 중 1채를 법인 명의로 취득해 사주가 사용한 사례도 있다. 이렇게 되면 사주는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사주의 자녀가 30억원대 단독주택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법인 자금을 지원하고 인테리어 비용을 대납해 준 사례도 확인됐다.

직원 복지를 핑계로 고급 콘도와 별장을 취득해 ‘회장님 전용’으로 사용한 법인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한 법인은 계열사를 이용해 100억원대 초호화 별장을 취득한 뒤 출입도 철저히 차단하고 사주 일가 전용으로 사용했다.

또 다른 외국계 법인의 경우 1박에 300만원에 달하는 60억원 상당의 고급 단독주택형 콘도를 사주 일가 전용의 별장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해당 법인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 소재 사주의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비 약 20억원을 대납했고, 사주 동생이 지배하는 국내 관계사와 사주의 누나에게 각각 수수료와 급여 명목으로 약 60억원에 이르는 법인자금을 유출했다.

또 다른 법인은 강원도 평창의 회원제 골프장 안에 있는 고급 콘도를 약 30억원에 취득한 뒤 직원 복리후생 목적인 것처럼 사내 공문, 사용 일지 등을 꾸며 부당하게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을 공제받았다. 이 법인은 사주 일가의 귀금속과 명품 구매 비용을 법인 비용으로 처리했고 재산 가치가 없는 영업권을 취득하는 등 법인자금을 변칙적으로 유출했다.

수영장까지 갖춘 고급 단독주택을 직원 기숙사라고 하면서 부가가치세 매입세액 공제를 받고, 직원 자녀가 만든 법인을 통해 유지, 보수 용역 대가를 부풀려 사주 자녀에게 허위로 인건비를 지급한 사례도 적발됐다.

최근 국세청이 조사 대상으로 지목한 법인 50곳(대기업 5곳, 상장사 6곳 등)에 소노트리니티그룹(이하 소노그룹)이 포함된 사실이 확인됐다. 소노그룹 사주 일가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300억원대 집을 이미 소유한 상태에서 회사 자금으로 250억 원대에 이르는 고급 주택을 샀다.

집을 꾸미는 데 들인 돈 100억원은 물론 사주에게는 150억원을 급여로 지급했다. 동종 업계 최고 급여 수령자 평균과 비교해 10배나 많은 액수다. 또 사주 일가에도 인건비 명목으로 약 50억원을 지급했다. 현재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소노그룹의 ‘황제 사택’을 조사 중이다.

반전 될까?

국세청은 조사 대상 법인에 대해 계좌 조회, 디지털 포렌식 등 모든 수단을 최대한 활용해 철저히 조사할 것이며 유출된 법인자금이 사주 일가의 재산을 형성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금 출처도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조세 포탈,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등 조세 범칙 행위가 적발되면 법에 따라 반드시 처벌받도록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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