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김민석 대표, ‘경선 증후군’부터 극복하라

2026.08.18 08:06:36 호수 0호

선호표 없었다면 결선, 승리보다 통합이 먼저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김민석 후보가 새 당 대표로 선출됐다. 최종 득표율은 김민석 54.08%, 정청래 45.92%였다. 숫자만 보면 8.16%p 차이의 분명한 승리다. 그러나 이번 결과에는 김 대표가 반드시 새겨야 할 또 하나의 숫자가 있다. 당 대표 선거 1차 투표에서 누구도 과반을 얻지 못했고, 결국 선호투표를 합산한 뒤에야 김민석 대표의 승리가 확정됐다는 사실이다.

선호투표제는 유권자가 후보를 1순위부터 3순위까지 선택하고 1순위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최하위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의 다음 순위 표를 남은 후보에게 넘기는 방식이다. 이번 전당대회가 바로 그렇게 끝났다. 만약 민주당이 선호투표제를 도입하지 않고 과거 방식의 결선투표를 채택했다면 김민석과 정청래 두 후보가 다시 결선에서 맞붙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 대표에게는 승리의 기쁨과 함께 자신의 1순위 지지가 당 전체의 과반까지는 아니었다는 사실을 돌아보게 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필자가 이번 전당대회 결과를 보며 김 대표의 첫 번째 시험대는 야당과의 경쟁이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 남은 ‘경선 증후군’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것이라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선 증후군은 의학적 용어가 아니라 치열한 당내 경선 뒤에도 후보와 지지자 사이의 경쟁과 감정, 계파 갈등이 계속되는 정치적 후유증을 말한다.

승자는 선거가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패자와 그 지지자들에게는 감정이 그대로 남을 수 있다. 특히 이번처럼 승자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통합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김 대표에게 투표한 당원도 민주당원이고 정청래 후보에게 투표한 당원도 민주당원이다. 더구나 정 후보는 최종적으로 45.92%를 얻었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당원과 국민의 선택이 김 대표가 아니었다는 의미다. 김 대표가 54.08%만 자신의 정치적 자산이라고 생각한다면 민주당은 선거가 끝난 다음 날부터 다시 둘로 갈라질 수 있다. 오히려 김 대표가 가장 먼저 품어야 할 사람들은 자신에게 표를 준 54.08%보다 자신에게 표를 주지 않은 45.92%다.

최고위원 선거 결과는 김 대표에게 이 사실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최민희 18.35%, 박선원 17.57%, 서미화 16.60%, 이성윤 16.35%, 한민수 15.86% 순으로 5명의 선출직 최고위원이 결정됐다. 정치적 성향으로 분류하면 친청계(친 정청래)로 불린 최민희·이성윤·한민수 의원 3명과 친명(친 이재명)계로 분류된 박선원·서미화 의원 2명이 지도부에 들어갔다.

당 대표는 김민석 후보가 이겼지만 선출직 최고위원에서는 정청래 후보와 가까운 인사들이 5명 가운데 3명을 차지한 것이다.

특히 친청계 최고위원이 선출직 5명 가운데 3명을 차지했다는 것은 김 대표가 최고위원회를 자신의 뜻대로만 끌고 가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더구나 이들 가운데 최다 득표자인 최민희 의원이 수석최고위원을 맡게 됐다. 최 의원은 주요 정치 현안에서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온 만큼 당직 인선이나 당론 결정, 정부·대통령실과의 관계를 둘러싸고 김 대표와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로서는 친청계 최고위원 3명과 끊임없이 조율하고 협력해야 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지도부 구성을 김 대표의 약점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제대로 활용한다면 민주당이 승자독식 지도부가 아니라 경선에서 경쟁했던 세력이 함께 운영하는 통합 지도부로 바뀔 기회가 될 수 있다. 김 대표가 친청계 최고위원들을 견제하거나 자신의 뜻을 가로막는 세력으로 보느냐, 아니면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45.92%의 목소리를 지도부 안에서 전달하는 동반자로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

최고위원회의 다른 목소리를 갈등이 아니라 견제와 균형으로 받아들일 때 이번 전당대회의 경선 증후군도 오히려 민주당의 새로운 힘으로 바뀔 수 있다.

김용 후보의 낙선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전당대회 직전 임미애·김영호 최고위원 후보가 사퇴하면서 김용 후보 지지를 공개적으로 호소했다. 김민석 후보 역시 박선원·서미화와 함께 김용 후보가 새 지도부에 들어가는 그림을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김용 후보는 15.26%로 6위에 머물러 한민수 후보에게 0.60%p 차이로 밀렸다.

두 후보의 사퇴와 지지 선언, 유력 당권주자의 지원까지 있었지만 당원과 국민의 선택을 완전히 움직이지는 못했다.

이 결과는 김 대표가 앞으로 당을 운영하면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중요한 신호다. 지도부와 유력 정치인이 누구를 밀어준다고 해서 당원과 국민이 그대로 따라가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이 1인1표와 당원 주권을 강조한다면 당원은 동원의 대상이 아니라 판단의 주체가 돼야 한다.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후보를 사퇴시키고 표를 한쪽으로 모으려 해도 유권자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실패한다.

이번 김용 후보의 낙선은 민주당의 당심이 어느 한 사람의 의중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다.

그래서 김 대표는 승리한 순간 자신의 선거캠프부터 해체한다는 생각으로 당을 운영해야 한다. 자신을 도운 사람에게 당직을 나눠주는 논공행상으로 출발한다면 최고위원회 안에서부터 또 다른 경선이 시작될 수 있다. 이미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3명이 친청계로 분류되는 현실에서 계파 중심의 인사는 지도부를 상시적인 세력 대결 구조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

김 대표의 첫 인사는 승리한 사람들의 잔치가 아니라 경선이 정말 끝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합의 메시지가 돼야 한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날 첫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초선 김태선 의원을 당 대표 비서실장에, 재선 박성준 의원을 수석대변인에 임명했다. 당선 직후부터 바로 일하겠다는 속도감과 의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핵심 당직 인선이 발표됐다는 점에서 이미 경선 과정에서부터 새 지도부의 인선 구상을 상당 부분 준비해 온 것 아니냐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물론 비서실장과 수석대변인은 대표의 업무를 즉시 보좌해야 하는 자리여서 조기 인선 자체를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앞으로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까지 같은 속도로 채워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당원과 국민의 눈에는 ‘내일부터 바로 일하겠다’는 준비된 대표의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선거가 끝나기도 전에 사람까지 정해놨던 것 아니냐’는 성급한 인선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지금 김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인선의 속도 경쟁이 아니라 민주당 100%의 지도부를 만들겠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일이다.

필자는 그래서 김 대표에게 경선 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한 ‘당내통합위원회(가칭)’ 설치를 제안하고 싶다. 전당대회가 끝난 뒤 후보들이 만나 악수하고 식사하며 원팀 사진을 찍는 것으로 통합을 끝내서는 안 된다. 경선 과정에서 갈라진 후보와 지지자들을 연결하고 당내 소수 의견을 지도부에 전달하며 인사와 정책에서 특정 세력이 독주하지 않도록 견제하고 조정하는 상설기구가 필요하다. 통합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통합을 구호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

위원장도 김 대표와 가까운 사람보다 이번 경선에서 경쟁했던 정청래 후보 측 인사 가운데 당내 신망이 높은 인물을 기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승자가 패자에게 승복을 요구하는 것은 통합이 아니다. 승자가 자신의 권한 일부를 나누는 것이 통합의 출발이다. 이미 최고위원 선거를 통해 당원들은 ‘김민석 대표와 친청계 최고위원 3명이 함께 일하라’는 절묘한 권력구조를 만들어놨다.

김 대표가 이 결과를 불편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당원들이 만들어준 통합의 장치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경선 증후군을 극복한 다음 김민석 지도부가 넘어야 할 두 번째 산은 민주당의 정치적 방향 전환이다. 검찰개혁과 사법개혁 등 민주당이 오랫동안 추진해 온 제도 개혁은 남은 과제를 마무리하고 새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그러나 새 지도부까지 계속 과거의 개혁 의제만 전면에 세운다면 국민에게 민주당은 여전히 누군가와 싸우는 정당으로 보일 수 있다. 이제 민주당의 정치적 시계를 ‘개혁’에만 머물게 하지 말고 ‘민생과 미래’로 확장해야 한다.

집값과 일자리, 자영업자의 어려움, 청년의 미래, 저출생·고령화와 연금, 지방소멸 문제는 국민에게 정치적 구호보다 훨씬 절실하다. AI 시대에는 노동법과 저작권법, 개인정보보호법, 산업 정책까지 다시 설계해야 한다. 자율주행과 로봇, 바이오와 에너지 기술 역시 기존 법률이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를 계속 만들어낼 것이다.

이제 민주당이 경쟁해야 할 상대는 과거의 검찰만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기술과 미래 입법 속도다.

그리고 김 대표가 가장 조심해야 할 또 하나의 경선 증후군이 있다. 경선 과정에서 자신을 지지한 ‘명심’이 당선 이후에도 민주당을 움직이는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것이다. 김 대표는 당선 직후 연설에서 당청을 평등한 관계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제 그 약속을 말이 아니라 실제 당 운영으로 보여줘야 한다. 집권여당이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청와대의 모든 판단에 박수만 치는 ‘2중대’가 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시절 국민의힘을 향해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인 것처럼 착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민주당도 같은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 ‘명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라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순간 과거 자신들이 했던 비판이 그대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김민석 지도부가 만들어야 할 순서는 정반대다. ‘민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명심’이어야 한다.

김 대표는 8월17일 54.08%로 당 대표가 됐지만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지 못했고,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친청계 3명이 선출직 과반을 차지했다. 수석최고위원도 친청계 최민희 의원이다. 친명 진영이 힘을 모아 지원한 김용 후보도 당선되지 못했다. 이 네 가지 결과를 하나로 읽으면 당원들이 김 대표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대표에게 당을 맡기되 당을 혼자 운영하라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 대표의 첫 시험대는 정청래도, 국민의힘도 아니다. 경선이 끝난 뒤에도 당 안에 남아 있는 승자와 패자, 친명과 친청의 경계에 숨어 있는 ‘경선 증후군’을 없애는 일이다. 이를 극복하는 데 성공한다면 민주당은 개혁 정당을 넘어 민생·미래 정당으로 나아갈 수 있지만, 실패한다면 최고위원회 안에서 또 다른 경선이 시작될 수 있다.

결국 김 대표의 리더십은 자신을 지지한 54.08%를 이끄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45.92%까지 품어 민주당의 100%를 만드는 능력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kangjoomo@ilyosisa.co.kr>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