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분까지 보전” 제안했지만 노소영 거부

2026.08.15 21:50:25 호수 0호

대법원 다시 향한 이혼소송 재산분할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이 다시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최 회장 측이 14일 밤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재상고장을 제출하면서 9년 가까이 이어진 두 사람의 법적 분쟁도 다시 대법원으로 향하게 됐다.

서울고법 가사1부는 지난달 24일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944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대법원이 항소심 판결을 일부 파기환송한 뒤 내려진 판단이다. 파기환송심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하고, 양측의 재산 형성 기여도를 2대 1로 판단했다.

최 회장 측은 당초 재상고하지 않고 판결을 받아들이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파기환송심 선고 이후 재상고 기한까지 약 3주에 불과한 상황에서 1조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단기간에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유력하게 검토된 방안 가운데 하나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것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SK그룹 총수인 최 회장이 단기간에 상당 규모의 지분을 시장에 내놓을 경우 주가에 미칠 영향은 물론, 그룹 경영과 시장 전반에 상당한 파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최 회장 측은 노 관장 측에 현금과 주식을 적절히 조합해 재산분할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협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 지급이라는 판결 취지를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단기간에 대규모 지분을 처분하는 데 따른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협상 과정에서는 주식 지급분의 가치가 향후 하락할 경우 그 차액을 보전하고, 반대로 주가가 상승할 경우 발생하는 이익은 노 관장 측에 귀속하는 방식의 안전장치까지 제시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사실이라면 최 회장 측이 단순히 현금 지급을 회피하기보다 판결 이행과 시장 충격 최소화를 동시에 고려한 대안을 제시한 셈이다.

그러나 노 관장 측은 전액 현금 지급 원칙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의 지급 방식에 대한 협의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최 회장 측은 결국 재상고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최 회장 측이 당초 소송을 더 끌지 않고 파기환송심 판결을 받아들이는 방안까지 검토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금 지급을 둘러싼 협상이 성사되지 않은 것이 결과적으로 재상고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최 회장 측의 재상고 이유가 단순히 지급 방식이나 자금 마련 문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재상고심에서는 파기환송심이 대법원의 기존 파기환송 취지를 재산분할 비율과 금액 산정에 제대로 반영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실제로 파기환송심의 재산분할 비율은 노 관장 측에 약 33.3%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측에서는 대법원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을 노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음에도 재산분할 비율이 크게 낮아지지 않은 점 등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또 이혼 이후 상승한 SK㈜ 주식 가치까지 재산분할 산정에 반영한 것이 타당한지, SK㈜ 주식을 어느 범위까지 분할 대상 재산으로 볼 것인지 등도 재상고심에서 다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판단하기보다는 파기환송심이 대법원의 법리 판단을 제대로 적용했는지를 중심으로 심리하게 된다.

최 회장 측은 재상고 사실을 알리면서 “여러 사정을 고려해 고심 끝에 상고장을 제출했다”며 “주주들과 그룹 경영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자세로 향후 절차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7년 최 회장의 이혼 조정 신청으로 시작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은 다시 대법원에서 최종 법리 판단을 받게 됐다. 특히 이번 재상고심에서는 944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재산분할금 자체뿐 아니라 SK㈜ 주식의 재산분할 대상 여부와 기여도 산정, 파기환송 취지의 충실한 반영 여부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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