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민주당 경선, 왜 ‘무효표’에서 ‘선호표’까지

2026.08.16 08:35:23 호수 0호

2021년 사라진 표, 2026년 살아난 표

더불어민주당 경선의 역사를 돌아보면 이상하게도 승부가 치열할 때마다 ‘표를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가 문제가 됐다. 2021년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중도 사퇴 후보의 표를 무효로 처리하는 문제가 이재명과 이낙연의 운명을 갈랐다. 2026년 당 대표 경선에서는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2순위 표를 넘겨주는 선호투표제가 김민석과 정청래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제도로 등장했다.

하나는 이미 행사된 표를 계산에서 빼는 문제였고, 다른 하나는 탈락 후보에게 간 표의 다음 선택을 다시 계산하는 문제다. 공교롭게도 두 제도 모두 민주당의 가장 중요한 경선에서 결선투표 여부와 직결됐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먼저 2021년으로 돌아가 보자.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최종 결과는 이재명 50.29%, 이낙연 39.14%, 추미애 9.01%, 박용진 1.55%였다. 이재명은 과반을 불과 0.29%p 넘겨 결선투표 없이 후보로 확정됐다. 그런데 경선 도중 사퇴한 정세균과 김두관 후보의 기존 득표가 무효 처리됐다. 이낙연 측은 두 후보의 사퇴 전 득표까지 유효투표 총수에 포함하면 이재명의 득표율은 49.32%가 돼 과반에 미달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특별당규 59조에는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가 사퇴하면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를 무효로 처리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문제는 사퇴 이후의 표만 무효인가, 아니면 사퇴 전에 받은 표까지 소급해 무효가 되는가였다. 정세균은 사퇴 전 2만3731표, 김두관은 4411표를 얻었다. 이낙연 측은 후보가 정상적으로 경선에 참여할 때 당원들이 행사한 2만8142표까지 나중에 없었던 표로 만드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가 결정적이었던 이유는 이재명이 압도적인 과반으로 승리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종 득표율은 50.29%, 과반선과의 차이는 단 0.29%p였다. 사퇴 후보들의 표를 분모에 다시 넣으면 이낙연 측 계산으로 49.32%가 돼 이낙연과 결선투표를 해야 했다. 결국 ‘표를 어떻게 세느냐’에 따라 이재명이 바로 대선후보가 되느냐, 다시 승부하느냐가 갈리는 상황이었다.

몇 줄짜리 당규 해석이 사실상 대통령 후보를 결정할 정도의 힘을 가졌던 셈이다.

이낙연 측은 경선 직후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며 결선투표를 요구했다. 특히 마지막 3차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에서는 이낙연이 62.37%를 얻어 이재명 28.30%를 크게 앞섰기 때문에 결선에 간다면 역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 만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기존의 무효표 해석을 유지했고 이재명은 50.29%로 후보가 됐다.

법적으로나 당규상 최종 결정은 내려졌지만 정치적으로는 ‘이미 행사된 표를 왜 없앴느냐’는 질문이 오랫동안 남았다.

그리고 무효표 논란은 경선장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낙연 측은 결과에 승복했지만 후유증을 남겼고 민주당의 ‘원팀’도 완전히 복원됐다고 보기 어려웠다. 특히 경선에서 제기된 대장동 개발 의혹은 야당의 핵심 공격 소재가 돼 대선까지 이어졌다. 결국 2022년 대선에서 이재명은 윤석열에게 47.83% 대 48.56%, 불과 0.73%p 차로 패했다. 무효표 논란이 패배의 직접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경선의 갈등이 본선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보여줬다.

5년이 지나 2026년 민주당 당 대표 경선에서는 정반대의 ‘표 계산법’이 등장했다. 과거에는 어떤 표를 빼느냐가 문제였다면 이번에는 어떤 표를 살려내느냐가 문제다. 바로 선호투표제다. 1순위 개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최하위 후보를 탈락시킨 뒤 그 후보를 선택한 사람들의 다음 순위 표를 남은 후보에게 이전하는 방식이다. 별도의 결선투표 없이 한 번의 투표로 사실상의 결선 효과를 만들어내는 제도다.

민주당은 지난 7월 당 대표 선거에 선호투표제를 적용하면서 논쟁에 휩싸였다. 정청래 측은 당헌·당규 위반과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제기했고 김민석은 룰 논쟁에 거리를 두는 취지로 반박했다. 결국 민주당은 7월14일 최고위원회와 당무위원회를 열어 ‘후보자가 3인 이상인 경우 과반수 득표자 결정을 위해 선호투표 또는 결선투표 중 하나를 실시한다’고 당규에 명시했다.

중요한 것은 후보들이 이미 출마한 뒤 당선자를 결정할 핵심 규칙이 정치적 쟁점이 됐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지난 15일 호남 경선 결과가 나오면서 상황은 또 달라졌다. 김민석 후보는 전남광주와 전북 권리당원 투표 합산에서 57.54%를 얻어 정청래 후보의 32.65%를 24.89%p 차로 크게 앞섰다. 송영길 후보는 9.81%였다. 특히 전남광주에서는 김민석 57.04%, 정청래 31.84%, 전북에서는 김민석 58.39%, 정청래 34.00%로 두 지역 모두 김민석이 확실한 우위를 보였다.

민주당의 최대 승부처인 호남에서 김민석이 과반을 넘긴 것은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가 있다.

호남 경선까지 합친 누적 득표율은 김민석 52.21%, 정청래 38.14%, 송영길 9.65%가 됐다. 김민석과 정청래의 격차는 호남 경선 전 1.48%p에서 14.07%p로 벌어졌고 표 차이도 3086표에서 6만3360표로 커졌다. 김민석은 16일 서울·경기를 남겨놓고 확실하게 승기를 잡았다. 현재 흐름대로라면 오히려 선호투표제가 실제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까지 커졌다.

바로 이 지점이 더 아이러니하다. 김민석이 최종적으로 과반을 지켜 1순위 투표만으로 대표가 된다면 선호투표제는 만들어놓고 사용하지 않는 제도가 된다. 그렇다고 한 달 전의 룰 논쟁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은 호남 경선 결과를 미리 알고 선호투표제를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김민석과 정청래가 초박빙이었고 누가 과반을 얻을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필자는 묻고 싶다. 민주당은 무엇을 그렇게 걱정했던 것인가. 김민석이 호남에서 57.54%를 얻고 누적 52.21%까지 올라갈 정도의 경쟁력을 가진 후보였다면 굳이 경선 직전에 선호투표제를 둘러싼 정치적 오해를 자초할 필요가 있었는가. 결과적으로 김민석이 선호표의 도움 없이 대표가 된다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지레 안전장치를 만든 것 아니냐’는 비판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

물론 선호투표제를 특정 후보를 위한 제도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선호투표제 자체도 여러 나라와 정당에서 사용하는 정상적인 선거방식이다.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시점이다. 친명(친 이재명)계가 김민석을 지지하고 정청래와 박빙 승부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과반 미달 때의 당선자 결정 방식까지 경선 과정에서 논란이 됐으니 상대 후보가 의심을 품는 것은 자연스럽다. 정치에서는 공정한 것만큼 공정하게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2021년에는 이재명이 선두였고 이낙연이 후반 역전을 노렸다. 마지막 3차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에서는 이낙연이 62.37%를 얻어 이재명 28.30%를 크게 앞섰지만 누적 결과를 뒤집지 못했다. 2026년에는 김민석이 호남 압승으로 선두를 굳혔고 정청래가 서울·경기에서 마지막 역전을 노린다. 이재명과 김민석, 이낙연과 정청래를 정치적으로 같은 인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경선에서의 위치만 보면 묘하게 겹쳐 보인다.

필자가 문제 삼는 핵심은 어느 제도가 누구에게 유리했느냐가 아니다. 왜 민주당은 중요한 경선 때마다 표 계산법을 둘러싼 논란을 반복하느냐는 것이다. 대통령 후보나 집권당 대표를 뽑는 경선의 룰이라면 후보들이 출발선에 서기 훨씬 전에 정해져 있어야 한다. 누가 유력 후보가 될지도 모를 때 만들어놓은 룰이어야 패한 사람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경선에서는 선호투표제에 이어 미투표자에게 다시 투표 기회를 주자는 ‘추가 투표’ 문제까지 불거졌다. 필자가 민주당의 이런 행태를 우려하는 이유다. 2021년에는 무효표가 논란이 됐고, 2026년에는 선호표가 등장했으며, 이제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추가표까지 거론됐다.

무효표에서 선호표로, 다시 추가표로 경선 때마다 표 계산법과 투표 기회가 논란이 된다면 국민은 민주당 경선에서 과연 ‘한 표’의 의미가 무엇인지 묻게 될 것이다.

15일 호남의 선택으로 김민석은 일단 선호투표제 논란에서 한 발 벗어났다. 16일 서울·경기에서도 과반을 유지한다면 김민석의 승리는 2순위 표가 아니라 1순위 표로 완성된다. 김민석에게도 그것이 가장 좋은 결말이다. 그러나 민주당에는 별개의 질문이 남는다. ‘그렇다면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는 선호투표제를 왜 이번 경선을 앞두고 그토록 서둘러 도입했는가.’

민주주의 선거는 정해진 룰에 따라 더 많은 지지를 받은 사람이 이기는 제도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어떤 표를 어떻게 셀 것인가에 대한 신뢰다. 민주당은 다음 경선부터 최소한 ‘룰 때문에 승자가 결정됐다’는 말만큼은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선거에서 가장 좋은 룰은 내가 이기기 좋은 룰이 아니다. 누가 이길지 전혀 모를 때 만들어놓은 룰이다.

민주당이 이번 당 대표 경선이 끝난 후 2021년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승자와 패자가 함께 가는 지혜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민주당이 원팀으로 이재명정부를 도울 수 있다. 경선은 승자를 만드는 과정이어야지 또 하나의 정치적 내상을 만드는 과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김민석과 정청래 모두 경선 이후의 정치적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 정치인이고, 차기 대권 경쟁에서도 이름이 거론될 수 있는 만큼 각자 자신의 정치적 지형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승자는 당을 통합하면서 자신의 리더십을 증명해야 하고 패자는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정치적 기반을 지켜야 한다. 그래서 이번 경선의 진짜 승부는 17일 대표가 결정되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다음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

민주당이 2021년의 ‘경선 증후군’을 다시 앓을지, 아니면 그때의 상처를 반면교사 삼아 ‘경선은 끝났고 경쟁도 끝났다’는 새로운 정치 문화를 보여줄지 지켜볼 일이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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