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강남서 관내 파출소 팀장이 성매매업소 측에 신고자의 신원을 유출하면서 징계를 받았다. 앞서 2년 전 서울 강남경찰서 생활질서계 풍속 담당 경찰관 정 모 경위는 유흥업소 관계자로부터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업주와 현직 경찰 사이에 전직 경찰이 ‘브로커’로 등장하면서 뇌물수수 과정을 추적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단속에 걸린 성매매업소는 간판만 바꾸고 영업을 지속하다가 꼬리를 밟혔다. 경찰과 유흥·성매매업소의 유착 논란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업주와 내통한 경찰관들은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전직 경찰이 직접 성매매업소를 운영한 웃지 못할 실제 사례도 있다.
퇴직자
돈벌이
경찰은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영업정지 혹은 과징금 처분은 관할 구청이 내리는 행정처분에 따른 결과이고, 경찰은 업소의 불법행위를 단속할 뿐”이라고 일축했다. 통상 경찰 단속으로 성매매 알선 등 불법행위가 적발된 업소는 관할 구청으로부터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는다. 보건위생과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를 통해 확정한 ‘범죄사실’을 바탕으로 행정처분을 내린다”고 전했다.
전직 경찰 한모씨와 이모씨는 성매매 업주들 사이에서 이른바, ‘업소 브로커’로 정평이 났다. 이씨는 퇴직 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해 강남구 역삼동에 부동산 사무실을 운영 중이다.
그는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전직 경위 출신 한씨와 관계를 묻자 “예전에 같이 근무했던 사이는 맞는데 왜 물어보냐”며 “난 수년 전 암 진단을 받고 은퇴했다. 유흥업소 뇌물수수 같은 이유로 해직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취재진이 만난 강남 성매매업소 관계자는 “한씨가 경찰 브로커의 최상단이자, 업주들이 보호비 상납에 관한 상담을 가장 먼저 요청하는 1차 브로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풍속계 현직 경찰들이 한씨를 모를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씨는 과거 함께 근무한 장모씨, 박모씨와 팀을 구성했다. 현직 경찰과 유흥·성매매업소 운영자를 소개하기 위해 인맥을 총동원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씨는 성매매업소 약 10여 곳으로부터 매달 2000만원씩 금품을 걷어 현직 경찰관에게 전달했다.
지난 7월 강남경찰서 관내 한 파출소 팀장인 박모 경감은 강남구청 인근 ‘F’ 안마업소의 성매매 행위를 신고한 112 신고자의 신원을 업소 관계자에게 알려줬다는 의혹으로 대기 발령됐다. 경찰은 박 경감이 해당 업소 관계자와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비위 사실과 유착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그는 올해 초까지 강남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브로커로 변신한 전직 경찰
업주와 현직 경찰 유착 고리
결과적으로 경찰은 직무 해제됐지만, 단속된 업소들은 인접한 장소에서 버젓이 영업하고 있다. 또 한씨를 통해 소개받은 박 경감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강남에 위치한 G 호텔 지하 ‘P’ 룸살롱, ‘M’ 안마업소 등으로부터 이른바 ‘보호비’ 명목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적발됐다. P 룸살롱은 이른바 ‘2차 에프터룸’ 형태 성매매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 밖에 박 경감은 강남구 ‘D’ 오피스텔에서 성매매업소를 직접 운영한 혐의도 받고 있다.
강남경찰서 정 모 경위와 성매매 업소들과의 유착관계도 재조명됐다. 2024년 10월8일 <연합뉴스>는 정 경위가 유흥업소 관계자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직위 해제됐다고 보도했다. 이후 2024년 10월4일, 검찰이 강남경찰서 범죄예방질서계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보도됐다.
성매매업소와 경찰 사이에서 제3의 인물이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는 내용은 과거 보도에서도 등장한다. 2009년 MBC는 강남 지역 경찰과 유흥업주 유착 실태를 보도하면서 업주들이 경찰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과정에서 고향·학교·지인 등을 매개로 한 ‘브로커’를 활용한다는 현직 경찰관의 설명을 전했다.
당시 보도에는 일부 경찰관이 불법 업소에 지분을 투자하는 사례까지 있다는 증언도 담겼다.
이듬해 강남에서는 대규모 유착 파문이 일었다. 2010년 서울지방경찰청은 서울지역에서 유흥업소 13곳을 운영하던 업주 이모씨와 접촉한 경찰관들을 감찰한 뒤 6명을 파면·해임하고 33명을 감봉 또는 견책하기로 했다. 경찰 조사 대상이 된 업주와 통화한 경찰관은 63명에 달했다.
돈 받고
흘리고
논현동 관할 지구대에 근무하던 한 경찰관은 약 1년 동안 업주와 400차례 넘게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불법영업 신고가 접수된 직후 통화가 잦았던 사실이 확인돼 단속 여부를 사전에 알려줬을 가능성이 조사 대상에 올랐다.
당시 취재진이 해당 강남 유흥업소의 불법 성매매를 직접 112에 신고했지만 출동 경찰은 성매매를 적발하지 못하고 철수했다. 경찰은 업주와 경찰 사이에서 단속 정보가 유출된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자 휴대전화 통화 내역 등을 들여다봤다.
경찰청은 같은 해 업소 유착 비리의 대표 유형으로 업소 비호 명목의 월정금 수수, 단속 무마를 조건으로 한 금품·향응 수수, 단속 정보 유출 대가 금품수수, 범인 도피·사건 축소 등을 제시하고 유착 경찰관을 형사입건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유사 사건은 이후에도 반복됐다. 2019년 검찰은 서울경찰청 풍속단속계와 수서경찰서를 압수수색했다. 강남과 목동 일대서 성매매업소 여러 곳을 운영하던 전직 경찰관 박모씨가 현직 경찰관들로부터 단속 정보를 받아 단속을 피해왔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수사 과정에서는 박씨와 현직 성매매 단속 경찰관들이 차명 전화를 이용해 연락한 정황이 확인됐고, 박씨의 영업 장부에서는 현직 경찰관들에게 정기적으로 금품을 상납한 단서가 포착됐다. 장부에는 단속 경찰관의 별칭과 액수도 적혀 있었던 것으로 보도됐다.
검찰 수사 결과 현직 경찰관 3명이 박씨 측에 성매매업소 단속 정보를 제공하고 성접대 등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씨는 과거 ‘룸살롱 황제’ 이경백씨에게 단속 정보를 제공하고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도주한 뒤 강남과 목동에 성매매업소 6곳을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돈 받고 신고 정보 유출
사실상 ‘노후 자금줄’
관련 사건 재판에서는 성매매 단속 업무를 담당하면서 업주에게 단속 일정을 알려주고 성접대 등을 받은 경찰관에게 항소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해당 경찰관이 풍속팀장으로서 성매매 알선을 묵인하고 단속 정보를 공유한 사실 등을 지적했다.
같은 해 ‘밤의 전쟁’으로 알려진 대형 성매매 알선 사이트 사건에서도 현직 경찰관의 유착이 적발됐다. 한 매체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풍속단속계에서 근무했던 한 경위는 사이트 운영자와 친분을 맺은 뒤 경찰 전산망을 이용해 수배 정보를 확인해줬다.
경찰은 해당 경위가 2015년부터 1년 넘게 운영자로부터 10여차례에 걸쳐 7000만원을 받은 사실을 파악해 직위 해제하고 수사했다.
업소들은 광고를 통해 대놓고 성매매 알선에 나섰다. 취재진이 확보한 게시물에는 선릉역과 역삼역 일대를 중심으로 ‘오피’ ‘휴게텔’ ‘건마’ ‘스웨디시’ 등을 표방하는 업소들이 가격과 영업 시간, 예약 전화 등을 공개한 채 영업을 홍보하고 있다.
일부 광고에는 ‘1인1실’ ‘20대 매니저’ 등이 적혀 있고 60분 15만원, 120분 30만원 등의 가격과 별도의 ‘+@’ 옵션도 표시돼있다. 텔레그램 채널을 예약 창구로 안내하는 게시물도 확인됐다.
단속 정보 유출은 특정 경찰서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었다.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성매매업소나 클럽 등 유흥업소에 단속 정보를 누설해 징계받은 경찰관은 30명이었다. 이 가운데 26명이 파면 또는 해임됐고, 서울경찰청 소속이 7명으로 가장 많았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별도로 집계된 자료에서도 불법 업소에 단속 정보를 흘려 징계를 받은 경찰관은 17명, 이 가운데 14명이 파면된 것으로 나타났다.
<smk1@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