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정치팀] 오혁진 기자·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 외교·안보 라인 실세 김태효 전 안보실 1차장이 구속됐다. 그간 김 전 차장이 왜 구속되지 않는가를 두고 의문이 상당했다. 3대 특검팀이 ‘플리바게닝’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수사는 종합특검팀의 의외의 성과로 평가받는다. 종합특검팀은 3대 특검팀이 확인하지 못한 부분을 세밀하게 분석했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차영)의 조사를 받은 외교부·국가안보실 직원들은 김태효 전 안보실 1차장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일부는 비속어를 썼다. 12·3 내란 직후 김 전 차장은 핸드폰을 바꾸고 일부 기록을 지웠다. 종합특검팀 수사 과정에서는 한 직원에게 연락을 취해 진술을 회유하려 시도했다.
책임 회피 급급
종합특검팀은 김 전 차장에게 “윤석열의 지시 중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함’ ‘이 사건 계엄이 자유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한 방법에 해당’ ‘12·3 계엄은 헌법과 법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정당하다’는 것에 동의하냐”고 물었다.
김 전 차장은 “동의하지 않고 적절한 방법도 아니었다. 정당하지도 않았다. 국회 탄핵 절차가 불법적이지도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종합특검팀은 “국회의 행정부 관료에 대한 탄핵소추와 국가 예산안의 심의·확정이 적법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게 아닌가. 장관 등을 탄핵하려 했을 때 그 직무대리가 있을 것이고 법령 절차에 따라 탄핵이 진행됐다면 행정부가 마비될 수 있다고 보나”고 질문했다.
김 전 차장은 “완전 마비 안 되고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된 건 변명이라고 생각하고 사법 업무가 마비될 정도도 아니었다. 대한민국 국회가 종북좌파와 반미주의에 장악됐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트럼프 측에 대한 추가 설명 요지’에 기독교적 가치를 언급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 듣기 좋으라고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김 전 차장은 종합특검팀에 진술한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일요시사> 취재와 그의 공소장을 종합하면 김 전 차장은 부하 직원들에게 윤석열씨의 지시를 여러 차례 전달했고 압박했다. 김 전 차장으로부터 윤씨의 지시를 전달받은 직원들은 부정적이었다.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은 “미국은 계엄 자체에 대해 ‘후진적인 국가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고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하면 일반적인 일이 아니”라고 진술했고 이원우 북미국장은 “(윤석열의) 메시지 내용이 후지다고 생각했다. 계엄이 미국하고 전혀 사전 소통이 없었던 것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우리 외교에 굉장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대통령실의 지시 사항을 일부 미이행했다. 나라 망신이고 수치스러웠다”고 했다.
윤 ‘계엄 메시지’ “동의 안 한다” 했는데 적극 전파
“외교부 말 안 듣는다” 조언해도 ‘엷은 미소’로 동조
임형태 유럽국장도 “압박감을 느껴 영국대사에게 ‘관료로서 대통령실 메시지를 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고 ”기독교적 가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수호, 종북세력 척결 같은 부분은 이거는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부분은 아예 배제하고 전달했고 다른 부분도 최대한 생략하는 방법으로 전달을 회피했다“고 진술했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김태효를 통해 외교비서관실에서 외교부로 미국 등에 계엄 담화문 번역본을 전달하라고 지시가 있었는데 제가 하지 말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안보실의 압박에 못 이긴 일부 외교부 직원들은 불이익을 우려해 어쩔 수 없이 지시를 이행했다고 토로했다.
이 국장은 조 전 장관이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걸 명확하게 전달하고 전문 발송은 하지 마라”고 지시하자 김준구 주미공사에게 상황을 알렸다. 김 공사는 “전문 없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조치를 어떻게 하냐”고 하자 이 국장은 “본부에서 전문으로 보내면 대사관에서는 이행할 수밖에 없다. 전문 발송을 어떻게든 막을 테니까 적당히 뭉개면서 버텨달라”고 요청했다.
조현동 전 주미대사도 “내용 및 형식이 부적절하다. 출처가 불분명한 비공식 자료로 미국 측 고위 인사와 협의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김상훈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심의관과 과장에게 안보실 연락에 응하지 말라고 지시했었다. 안보실장이 조치 결과를 보고해 달라고 하긴 했으나 핑계만 댔다”며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한 게 드러나면 공직 기강이든 관련 기관으로부터 조사나 징계를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대사관에 대통령 담화 영문 번역본을 전달하라는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고 주한 호주 및 주뉴질랜드대사에게도 전달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전 비서관은 “신원식 전 안보실장이 ‘이런 나라들에 왜 전달하는 거냐’고 질문했고 ‘외교부가 말을 잘 안 들을 수 있다’고 말하자 신 전 실장이 ‘계속 이행하라’고 말했다. 김태효 전 차장은 옆에서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가만히 있었다”고 했다.
“제시한 문서에 대해 보고를 받았는지에 관한 질문이었다. 이충면으로부터 대면보고나 서면보고를 받았느냐는 게 아니었다. 문건을 어떤 경로로든 보고받았느냐”는 종합특검팀의 질문에 김 전 차장은 “받, 받지 못했다”고 했다가 “영국, 일본 건은 서면보고를 받은 것 같다”고 말을 바꿨다.
내란 보름 후 핸드폰 바꾸고 연락처·대화록 수백건 삭제
비상계엄 선포 후 이도운·이진복·임종득 등과 잇단 연락
김 전 차장이 12·3 내란 이후 자신의 행보가 잘못된 것이었음을 감지한 정황도 확인된다. 김 전 차장이 핸드폰을 바꾼 건 2024년 12월 중순경이다. 김 전 차장은 “기존에 쓰던 핸드폰은 쓰레기통에 버려 폐기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핸드폰의 데이터를 삭제하지 않고 지금 쓰는 핸드폰에 그대로 전송했다”며 증거인멸 목적이 아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김 전 차장의 새 핸드폰은 친동생이 준 것이었다. 그의 동생 김모씨는 “형이 쓰던 기존 핸드폰은 오래된 구형이라고 생각해 새로운 걸 선물했다”고 진술했다.
반대로 김 전 차장은 “기존에 쓰던 건 쓴 지 1년 조금 넘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의 진술을 의심한 종합특검팀은 그의 핸드폰을 디지털 포렌식했다. 김 전 차장의 핸드폰에서 삭제된 항목은 ▲구글 플레이 서비스 메시지 139건 ▲원드라이브 클라우드 500여건 ▲구글 드라이브 17건 ▲텔레그램 연락처 273건 ▲전화번호부 연락처 3171건 ▲카카오톡 연락처 143건 등이다.
그가 핸드폰을 교체한 시점에는 ▲구글 플레이 서비스 메시지 76건 ▲원드라이브 클라우드 기록 16건 등이 지워졌다. 삭제된 상태로 확인된 구글 플레이 서비스 메시지에는 ▲비상계엄 이후 대통령 대국민 담화 ▲탄핵 표결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구속 취소 등의 텔레그램 앱 알림이 포착됐다.
특히 윤씨가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던 같은 달 12일에는 담화에 관한 긍정적 평가와 윤씨가 대통령 직무를 성실히 수행 중이라는 취지를 외신에 전달해야 한다는 텔레그램 알림이 기록돼있었다.
한 채팅방에는 이도운 전 홍보수석, 이진복 전 정무수석, 임종득 전 안보실 2차장(현 국민의힘 의원),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등으로 표시된 인물들의 응답 메시지가 있었으나 김 전 차장이 이전에 보낸 메시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
죄 감추기 실패
지난해 1월부터 3월 사이에는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구속취소 ▲석방 ▲검찰의 즉시항고 여부 등 수사 재판 진행 상황과 관련 기사·자료가 텔레그램 알림 형태로 존재한 것과는 달리 실제 텔레그램 원본 대화 내역은 파기됐다. 김 전 차장이 종합특검팀의 수사에 혼선을 야기하려 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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