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부실 선거·부정선거·선거 부정, 헷갈리는 국민

2026.08.13 08:36:21 호수 0호

부실은 고치고, 부정은 증거로 밝혀야

지난 11일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과 나경원 의원이 6·3 지방선거를 둘러싼 ‘부정선거’ 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국회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인 윤 의원은 투표자 수의 허위·오기입이나 전산 관리 부실과 특정 후보의 득표수를 바꾸는 선거 조작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이를 곧바로 부정선거로 연결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며 선동”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나 의원은 “부실이 쌓이면 그것이 또 부정”이라며 조작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검증해야 한다고 맞섰다.

필자는 두 사람의 충돌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부정선거 논쟁의 핵심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부실이 발견됐다고 그것이 곧 선거 조작의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조작의 증거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조작 가능성에 대한 검증까지 막아서도 안 된다.

문제는 우리가 이 서로 다른 두 문제를 모두 ‘부정선거’라는 한 단어에 집어넣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부정선거’라는 말부터 정확하게 정리하는 일이다.

우리가 통상 말하는 부정선거(不正選擧)에서 부정은 ‘바르지 않다’는 뜻이므로 매수·조작·위법행위 등이 개입된 선거를 말한다. 반면 선거 관리가 허술하고 실수가 반복됐다는 의미라면 부실 선거(不實選擧)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또 선거 결과나 선거의 정당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선거 부정(選擧否定)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부정선거와 부실 선거, 그리고 선거 부정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그런데 우리말로 不正과 否定은 모두 ‘부정’이라고 읽힌다. 그래서 현재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주장하고 있는 ‘부정선거’를 상당수 국민은 ‘선거 자체를 부정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장 대표가 주장하는 것은 선거를 부정(否定)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선거 과정에 부정(不正)이 있었다는 것이다.

정치권과 언론이 이 차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선거 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과 선거 결과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뒤섞인다. 말부터 정확해야 논쟁도 정확해진다.

우리 정치에서 지금과 같은 부정선거 논란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20년 4·15 총선 이후였다. 당시 인천 연수을에서 낙선한 민경욱 전 의원은 사전투표 득표율과 QR코드, 전산시스템 등을 문제 삼으며 선거 조작 의혹을 제기했고 선거무효 소송까지 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22년 7월 선거법 위반이나 조작이 있었다는 증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이 4·15 총선을 부정(不正) 선거라고 인정한 것은 아니었다.

그 불씨를 정치적으로 이어받은 대표적인 인물이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다. 황 전 대표는 2021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4·15 총선 사전투표 조작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자신이 그해 10월8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2차 컷오프에서 탈락한 뒤에는 당내 경선 과정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민 전 의원이 던진 부정선거 의혹이 황교안을 거치면서 보수 정치권 일부의 지속적인 정치 의제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등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중 선관위 전산시스템의 보안 문제에 관심을 보였고, 결국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이 중앙선관위에 투입되는 초유의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후 그는 선관위 전산시스템의 취약성과 선거 관리 의혹을 계엄 선포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설명했다.

민경욱에서 황교안으로 이어졌던 부정선거 의혹이 윤석열을 거치면서 대통령 권력의 영역까지 들어온 것이다.

지난 6·3 지방선거 이후에는 장 대표가 그 흐름의 전면에 섰다. 그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불거진 직후부터 선관위의 선거 관리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고, 투표함이 보관된 서울 올림픽공원 현장을 거듭 찾으며 재검표와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선거소청 심리에 직접 나서 전산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민경욱이 제기하고 황교안이 정치적 의제로 끌고 갔으며 윤석열을 거쳐온 부정선거론이 이제 제1야당 대표의 핵심 정치 의제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를 단순히 ‘음모론’이라는 한마디로 덮을 수도 없다. 2023년 7월부터 9월까지 국정원·선관위·한국인터넷진흥원이 합동 보안점검을 실시했고 10월 결과를 발표했다. 가상 해킹 환경에서 선거인명부와 투·개표 관련 시스템의 여러 보안 취약점이 확인됐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부터다. 시스템을 조작할 ‘가능성’이 발견된 것과 실제 선거에서 ‘조작’이 일어났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것이 바로 부실과 부정의 경계다. 보안시스템이 허술했다면 그것은 분명한 부실이다. 그러나 해킹이 가능했다는 사실만 가지고 실제 해킹이 있었다고 주장하면 부실에서 곧바로 부정으로 건너뛰는 것이다. 부정선거라고 하려면 누가, 언제, 어떤 시스템을 이용해, 어느 지역에서, 몇 표를 어떻게 조작했는지가 증거로 확인돼야 한다.

의심할 자유는 있지만 의심만으로 사실을 만들 자유까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선관위도 “부정선거 증거가 없다”는 말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선관위 스스로 국민의 불신을 키운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2023년에는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문제가 터졌고 감사원은 2024년 4월 선관위의 채용·인사 관련 문제를 지적하며 전·현직 직원 27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이 자기 조직의 채용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국민에게 선거관리만큼은 완벽하니 무조건 믿으라고 한다면 그 말을 누가 쉽게 믿겠는가.

결정적인 장면은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또 나왔다. 처음에는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가 서울 14곳이라고 알려졌지만 이후 50곳으로 늘었고, 6월8일에는 전국 91곳으로 다시 늘어났다. 서울 42곳, 경기 23곳, 인천 11곳 등에서 투표용지 부족이 확인됐다. 선거에서 가장 기본적인 투표용지조차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며칠 사이 숫자가 계속 바뀌는 기관을 국민에게 무조건 믿으라고 하는 것 역시 무리다.

그러나 이것도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만 놓고 보면 부정의 증거라기보다 심각한 부실의 증거다. 투표용지가 부족했다는 사실과 투표 결과를 조작했다는 사실 사이에는 거대한 증명의 벽이 있다. 그 벽을 뛰어넘으려면 증거가 필요하다.

선관위의 부실을 감싸면서 “아무 문제 없다”고 하는 것도 잘못이지만 투표용지 부족을 근거로 “그러니 선거가 조작됐다”고 결론 내리는 것도 잘못이다. 바로 이 두 극단 사이에서 대한민국의 선거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 이유를 “선관위가 민주당 사람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역시 사실과 주장을 구분해야 한다. 헌법 제114조에 따라 중앙선관위원 9명은 대통령이 3명을 임명하고 국회가 3명을 선출하며 대법원장이 3명을 지명한다. 구조적으로 어느 한 정당이 9명을 모두 임명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다.

특정 위원의 과거 경력이나 추천 배경을 검증하는 것과 선관위 전체를 특정 정당의 기관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렇다고 민주당과 정부가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2020년 이후 6년 동안 같은 의혹이 반복됐다면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선거가 끝날 때마다 문제가 된 사전투표·선거인 명부·투표함 이동·개표·전산집계 과정을 국민 앞에 더 투명하게 공개했어야 했다.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검증을 통해 끝냈어야 하고, 선관위에 실제 문제가 있었다면 선관위부터 뜯어고쳤어야 했다.

오히려 선관위의 부실을 비판하면 부정선거론자 취급하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사람처럼 몰아붙이는 동안 의혹은 더 커졌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말 부정선거론을 끝내고 싶었다면 가장 강력한 방법은 입을 막는 것이 아니라 문을 여는 것이었다.

서버를 검증하고 절차를 공개하고 실물 투표지와 전산집계를 대조하고 전문가와 여야가 함께 확인하게 하면 됐다. 민주주의에서 의혹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비난이 아니라 검증이다.

6·3 지방선거 이후 부정선거 정치의 새로운 중심에 장 대표가 들어서면서 오랫동안 이 문제를 자신의 정치적 상징처럼 끌고 온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에게 묘한 상황이 최근 발생했다. 두 사람은 지난 8일, 서울 올림픽공원의 이른바 ‘개표소 봉쇄 시위’ 현장에서 만났다. 황 대표가 장 대표의 손을 잡았고 두 사람은 악수를 했지만 장 대표는 곧 손을 풀었다.

다음 날 황 대표는 “부정선거 막아내기 함께 하자”며 공개적으로 연대를 제안했다.

정치적으로 아주 재미있는 장면이었다. 오랫동안 ‘부정선거’를 외쳐온 황교안에게 장동혁은 같은 편이어야 한다. 그러나 장동혁이 제1야당 대표라는 훨씬 큰 정치적 확성기를 통해 부정선거 의제를 선점하면, 황교안이 구축해 온 정치적 공간은 오히려 좁아질 수밖에 없다.

황 대표가 장 대표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이유와 장 대표가 적극적으로 정치적 손을 맞잡지 않는 이유를 이런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손은 잡았지만 정치적 손까지 잡은 것은 아니었다.

더 중요한 것은 부정선거가 하나의 정치적 팬덤과 결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밝히는 것보다 누가 더 강하게 부정선거를 외치느냐가 지지층을 결집하는 수단이 된다면 위험하다. 황교안이 오래 주장했다고 사실이 되는 것도 아니고 장동혁이 주장한다고 사실이 되는 건 더더욱 아니며, 반대로 민주당이 부정한다고 거짓이 되는 것도 아니다. 선거의 진실은 정치인의 목소리 크기가 아니라 증거가 결정해야 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미 시작된 검증을 제대로 끝내는 일이다. 국회는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특위를 구성해 중앙선관위와 서울선관위, 올림픽공원 개표소 등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고, 올림픽공원에 보관된 투표지 약 247만장의 공개 재검표와 수개표 문제까지 논의하고 있다.

여야 모두 검증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는 만큼 언제, 누가, 어떤 방식으로 검증할 것인지를 놓고 시간을 끌 일이 아니다. 선관위도 “우리를 믿어 달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의심하지 않도록 검증 과정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필자는 이번 국정조사를 일회성으로 끝내지 말고 이를 계기로 상설적인 ‘선거 시스템 검증위원회’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선거가 끝난 뒤 일정 지역을 무작위로 선정해 실물 투표지와 전산집계 결과를 대조하고, 선거인 명부와 사전투표 기록도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검증하는 것이다.

전산시스템 역시 정기적인 외부 보안 점검과 결과 공개를 제도화해야 한다. 선관위의 독립성은 철저히 보장해야 하지만 독립성이 검증을 거부할 특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독립기관과 무감독기관은 전혀 다른 말이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부정선거 의혹 그 자체만이 아니다. 국민의 한쪽은 “선거가 조작됐다”고 믿고 다른 한쪽은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모두 음모론자”라고 생각하는 상황이 더 위험하다. 선관위가 부실을 반복하면 부정선거 의혹은 커질 수밖에 없고, 정치인이 그 부실을 곧바로 조작으로 몰아가면 선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욱 깊어진다.

선관위의 부실을 덮는 사람과 선관위의 부실을 조작으로 둔갑시키는 사람 모두 선거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2020년 민경욱에서 황교안, 윤석열을 거쳐 2026년 장동혁까지 6년 동안 부정선거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이 소모적인 논쟁을 끝낼 때가 됐다. 확인된 부실은 철저히 고치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 제기된 부정 의혹은 서버를 열어서라도 끝까지 검증해야 한다. 그리고 검증 결과 조작 증거가 없다면 부정선거를 주장해 온 정치권 역시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부실은 부실이라고 말하고, 부정은 증거가 있을 때만 부정이라고 말해야 한다. 그리고 선거 과정의 부정과 선거 결과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선거 부정도 분명히 구별해야 한다. 선관위는 의심받지 않을 만큼 투명해져야 하고 정치인은 증거 없이 의심을 사실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부정선거 논쟁을 끝내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믿으라고 강요하지 말고, 의심할 필요가 없을 만큼 보여주면 된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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