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정청래, 플랜 B는 이성윤이다

2026.08.12 07:38:55 호수 0호

당 대표보다 더 중요해진 최고위원 5위 싸움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엿새 앞둔 11일, 정청래 후보에게 심상치 않은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리얼미터가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 10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당 대표 지지도에서 김민석 후보가 46.8%로 정청래 후보 35.2%를 11.6%p 앞섰다.

특히 최대 승부처인 호남에서는 김민석 57.7%, 정청래 28.2%로 격차가 무려 29.5%p였다. 경기·인천에서도 김민석 45.5%, 정청래 40.3%, 서울에서도 김민석 39.9%, 정청래 34.5%로 김민석이 앞섰다.

물론 여론조사가 실제 전당대회 결과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실제 누적 득표율은 김민석 46.01%, 정청래 44.53%로 불과 1.48%p 차이다. 더욱이 당원 70%가 몰려 있는 호남과 수도권 경선이 남아 있어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호남과 수도권에서 김민석이 동시에 앞선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은 정청래 입장에서 분명한 경고등이다. 이제 정청래에게는 승리라는 플랜 A와 함께 패배할 경우를 대비한 플랜 B도 중요해졌다.

필자가 말하는 ‘정청래의 플랜 B’는 정 후보가 실제 이런 계획을 세워놓았다는 뜻은 아니다. 현재 전당대회의 최고위원 판세와 향후 민주당의 정치 일정을 연결해보면 충분히 상정해볼 수 있는 하나의 정치적 시나리오다. 그 핵심은 이번에 대표가 되지 못하더라도 자신과 정치적 노선을 같이할 수 있는 최고위원 3명을 확보하는 것이다.

정청래의 정치적 목표가 2028년 총선을 넘어 2030년 대선까지 향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가장 좋은 길은 당연히 이번 전당대회에서 대표가 되는 것이다. 당 대표로 2028년 총선을 지휘해 승리한다면 자연스럽게 차기 대선주자로 올라설 수 있다. 거대 여당을 이끌고 전국 선거를 승리로 만들어낸 대표라는 경력은 대권 도전의 강력한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선거에는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있다. 이번 리얼미터 조사처럼 김민석이 호남과 수도권에서 우위를 이어가 실제로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는 다음 정치적 기회를 준비해야 한다. 여기서 최고위원 선거가 중요해진다. 대표 자리를 놓치더라도 최고위원회의 과반을 자신과 가까운 정치적 흐름이 차지한다면 당내 영향력을 완전히 잃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언론에서는 최고위원 후보 8명을 대체로 친석(친 김민석)과 친청(친 정청래)으로 나눠 분석한다. 친석계로는 박선원·김용·서미화·김영호·임미애가, 친청계로는 최민희·한민수·이성윤이 거론된다. 물론 후보들이 공식적으로 계파를 선언한 것은 아니며 이번 전당대회의 정치적 구도를 설명하기 위한 편의상의 분류다.

현재 실제 최고위원 누적 득표율을 보면 최민희 20.28%, 박선원 16.74%, 한민수 14.39%, 서미화 14.24%, 김용 12.65%, 이성윤 11.88% 순이다. 그런데 11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조금 다른 흐름이 나타났다. 최민희 18.9%, 박선원 17.8%, 서미화 14.8%에 이어 이성윤이 7.7%로 4위에 올라섰고 한민수 7.2%, 김용 7.0%가 뒤를 이었다.

실제 누적 득표에서는 이성윤이 6위지만 여론조사에서는 당선권인 4위로 올라온 것이다.

정청래 입장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이 바로 이성윤이다. 현재 실제 누적 득표에서 당선권 마지막인 5위 김용과 6위 이성윤의 차이는 불과 0.77%p다. 현재 순위대로 끝나면 친석 3명, 친청 2명이 된다. 그러나 이성윤이 김용을 뒤집으면 친청 3명, 친석 2명이 된다. 정청래에게 이 0.77%p는 단순히 최고위원 한 자리를 더 얻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국회에는 ‘여대야소’와 ‘여소야대’라는 말이 있다. 의석 과반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국회의 주도권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같은 논리를 이번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 적용한다면 ‘석대청소’냐 ‘석소청대’냐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김민석 쪽 최고위원이 3명이냐, 정청래 쪽 최고위원이 3명이냐에 따라 차기 대표의 당 운영 환경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만약 김민석이 대표가 되고 친석 최고위원까지 3명이 당선된다면 김민석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회 과반을 동시에 확보한다. 명실상부한 전당대회 승리다. 반대로 김민석이 대표가 되더라도 친청 최고위원 3명이 들어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당 대표는 김민석이지만 최고위원회의 정치적 무게중심은 정청래 쪽에 놓이는 ‘불편한 동거’가 시작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을 박지원 의원도 짚었다. 박 의원은 10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3명이 사퇴하는 상황을 언급했다. 특히 내년 서울시장 재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하는 상황을 가정하면서 당 대표가 책임을 지지 않고 버티더라도 반대쪽 최고위원 3명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 지도부 전체가 정치적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결국 최고위원 구성이 3대 2냐, 2대 3이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최고위원 3명이 사퇴한다고 당 대표가 자동으로 물러나거나 전당대회를 다시 해야 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의 궐위에 따른 후임 선출 절차가 별도로 마련돼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법적인 자동 해산이 아니라 최고위원 과반의 집단행동이 가져올 정치적 파장이다.

정치는 규정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향후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하거나 당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고 당내 갈등까지 겹친 상황에서 당 대표와 다른 정치적 흐름에 있는 최고위원 3명이 동시에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사퇴한다고 가정해 보자.

대표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당을 운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표 책임론과 재신임 요구가 커지고 지도체제 개편 논의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정청래에게 친청 최고위원 3명은 일종의 정치적 안전판이 될 수 있다. 이번 당 대표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당 지도부 안에 자신과 정치적 노선을 같이하는 최고위원 과반이 존재한다면 향후 당내 정치에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김민석 지도부가 정치적 위기에 빠질 경우 다시 당권에 도전할 수 있는 공간이 열릴 수도 있다. 이것이 필자가 상정해보는 ‘정청래의 플랜 B’다.

그렇다면 정청래의 플랜 B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역설적으로 정청래 자신이 아니라 이성윤일 수 있다. 최민희와 한민수가 당선권에 들어가더라도 이성윤이 6위에 머물면 친청은 2명에 그친다. 그러나 이성윤이 김용을 제치고 5위 안으로 들어오면 친청은 3명이 된다. 최고위원 한 자리가 곧 최고위원회 과반을 결정하는 캐스팅보트인 셈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리얼미터 조사다. 당 대표 조사에서는 정청래가 김민석에게 11.6%p 뒤졌지만 최고위원 조사에서는 이성윤이 김용을 앞섰다. 실제 전당대회 결과와 여론조사는 별개지만 이 흐름이 현실화된다면 정청래에게는 묘한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다. 자신은 당 대표 선거에서 패하더라도 친청 최고위원 3명을 확보하는 그림이다. 플랜 A는 실패하지만 플랜 B의 기반은 만들어지는 셈이다.

그래서 남은 호남과 서울·경기 경선은 정청래에게 두 개의 선거가 동시에 진행되는 무대라고 볼 수 있다. 하나는 자신이 김민석을 뒤집고 대표가 되느냐는 플랜 A의 승부고, 다른 하나는 이성윤이 김용을 뒤집어 친청 최고위원 3명을 만들 수 있느냐는 플랜 B의 승부다.

정청래에게는 두 승부 모두 중요하지만 리얼미터 조사대로 대표 판세가 김민석 쪽으로 움직인다면 두 번째 승부의 정치적 의미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아직 정청래가 플랜 B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 실제 누적 득표율 격차는 1.48%p에 불과하고 최대 표밭인 호남과 수도권이 남아 있다. 후보가 선거를 치르면서 패배 이후를 공개적으로 생각할 수도 없다. 지금 정청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당 대표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에서는 승리를 준비하는 것만큼 패배 이후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오는 17일 밤, 사람들의 시선은 먼저 김민석과 정청래 가운데 누가 대표가 되는지로 향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그 옆에 있는 최고위원 당선자 다섯명도 함께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성윤이 5위 안에 들어가는지를 봐야 한다.

정청래에게 이번 전당대회는 8월17일로 끝나는 선거가 아닐 수 있다. 당 대표가 되면 플랜 A가 성공하는 것이고, 대표가 되지 못하더라도 친청 최고위원 3명을 확보한다면 플랜 B의 기반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정청래에게 자신의 득표율만큼 중요한 숫자가 이성윤의 득표율이다. 현재 김용과 이성윤의 차이는 불과 0.77%p다.

정청래가 플랜 B를 가동할 것이라고 아직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11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대표 판세에는 정청래에게 경고등이 켜진 반면 이성윤은 최고위원 당선권으로 올라섰다. 이 두 흐름이 오는 17일까지 이어진다면 이번 전당대회의 진짜 관전 포인트는 하나 더 생긴다.

대표에 김민석이 되느냐 정청래가 되느냐뿐 아니라, 정청래가 패배하더라도 최고위원 3명이라는 정치적 교두보를 확보하느냐다. 플랜 A의 승자는 이날 정해지겠지만 플랜 B까지 놓고 보면 전당대회의 승부는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다.

끝으로 필자가 이 글에서 ‘친명 대 친청’이 아니라 ‘친석 대 친청’이라고 표현한 이유를 분명히 하고 싶다. ‘친명’은 본래 친 이재명을 뜻한다. 김민석 후보와 가까운 최고위원 후보들을 친명으로 묶으면 김민석 쪽은 이재명 대통령과 가깝고 정청래 쪽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비칠 수 있다.

이는 김민석에게 유리하고 정청래에게 불리한 프레임이 될 수 있다. 두 후보 모두 민주당의 주류 정치인인 만큼 이번 전당대회의 경쟁 구도는 ‘친석(친 김민석) 대 친청(친 정청래)’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고 공정하다고 본다.

<skkim5961@naver.com>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