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울산 태화동 수상한 토지 작업

2026.08.13 10:37:23 호수 1596호

“다 끝났다” 믿고 투자했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울산 중구 태화동 일대 부동산 개발사업을 두고 수억원대 사기 고소가 제기됐지만, 경찰은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계약서 첫머리에는 ‘토지 작업을 완료해 부동산 개발사업을 진행한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토지 작업을 이행하겠다던 사업자 이모씨의 사업 진행 자료에는 대상 토지 11필지 가운데 매매계약이 체결된 토지가 한 곳도 없었다.

경찰은 계약서 전체를 보면 단순 토지 매매가 아닌 종합적인 개발사업 업무 계약에 가깝다고 밝혔다. 상대방이 처음부터 사업을 진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형사사건은 불송치로 끝났지만, 계약금 반환과 손해배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고소 불송치

리더스산업개발(이하, 리더스) 측은 2021년 12월7일 토지 작업 사업자 이모씨와 울산 중구 태화동 38-10번지 외 10필지, 총 11필지에 관한 부동산 개발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상 이씨는 해당 사업지 매도인이다. 계약 체결 당시부터 토지 작업이 상당 부분 정리됐다는 인상을 주는 대목이다.

계약 제1조에도 이씨가 등기상 실소유자들로부터 토지 작업을 완료한 뒤 토지와 건물을 리더스 측에 매도하고, 리더스 측은 토지 계약을 완전히 정리한 이씨의 사업부지를 매수한다고 적혀 있다.

총 매매대금과 수수료는 301억원으로 정해졌다. 계약금은 총액의 10%인 30억원이었다. 리더스는 계약 당일 이씨의 농협 계좌로 3억원을 먼저 지급하고, 나머지 27억원은 2022년 2월21일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잔금 271억원은 인허가 완료 후 금융기관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승인되면 지급하는 구조였다.

회사 측은 ‘토지매매계약 및 동의가 100% 완료됐다’는 설명을 전제로 계약을 체결하고 3억원을 송금했다고 주장한다. 이후 약 5개월 동안 설계사무소와 시공사 선정, 금융권 PF 추진을 위해 관련 업체를 방문하는 등 사업 준비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계약서 안에 서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 함께 담겼다는 점이다. 계약서 서문과 제1조에 보면, 이씨가 토지 작업과 토지 계약을 이미 정리한 상태에서 리더스에 사업부지를 넘기는 구조로 읽힌다. 반면 제3조에는 이씨가 대상 사업지의 매매계약과 근저당, 임대차, 세금 및 공과금 정리를 완료한 뒤 2022년 2월 리더스가 계약금을 지급하면 소유권을 이전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토지 사용승낙서 등 인허가에 필요한 서류도 2022년 1월까지 토지 소유자들로부터 받아 전달하도록 했다. 기존 토지 소유자들과 체결한 계약은 리더스가 요구할 경우, 열람하게 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계약 체결 당시 모든 토지 매매계약이 이미 완료됐다고 전제한 것인지, 아니면 3억원을 먼저 지급하고 2022년 2월까지 토지 계약을 마무리하기로 한 것인지 계약서 내부에서도 해석이 갈릴 수 있는 셈이다.

서류 첫머리 “토지 작업 완료”
본문에는 향후 계약 정리 의무

이 같은 문구는 경찰의 불송치 판단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경찰은 ‘토지 작업 완료’가 토지 소유자들과의 매매계약서 작성까지 모두 끝난 것을 의미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봤다. 양측이 토지 작업의 범위를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리더스 측이 2024년 5월 작성한 ‘계약서상의 이행 순서 및 진행 사항’은 계약 이행 상황을 더욱 구체적으로 적고 있다. 해당 자료에는 양측이 토지 작업 100% 완료를 전제로 계약했지만, 이씨가 2022년 2월21일까지 전체 11필지 가운데 한 필지도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고 적혀 있다. 이 때문에 리더스는 잔여 계약금 27억원을 지급하지 않았고, 이후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는 주장이다.

토지 가격을 둘러싼 주장도 엇갈렸다. 리더스 측은 당초 약 280억원으로 알고 있던 토지 가격이 이후 362억원으로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최초 금액보다 82억원이 증가해 수익 창출이 어려워졌고, 사업을 진행할 경우, 막대한 손실이 예상됐다는 것이다.

계약서에 명시된 총금액은 301억원이었다. 여기에는 토지 매매대금뿐 아니라 이씨에게 지급되는 수수료가 함께 포함됐다. 회사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계약 당시 제시된 총 사업비와 실제 토지 소유자들이 요구한 금액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리더스 측은 최초 지급한 3억원 이외에도 토지 소유자들의 이자와 사업 경비 등의 명목으로 수차례 돈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고소장에 적힌 피해 금액은 총 3억6900만원이었다. 회사 측은 일부 토지가 이자 연체로 경매에 넘어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사업을 살리기 위해 추가 자금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이씨가 이자를 대신 납부하면, 토지 문제를 정리하겠다고 했다.

부산진경찰서는 2024년 7월8일 이씨의 사기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송치를 결정했다. 경찰은 우선 양측의 계약이 단순한 토지 매매계약이 아니라 부동산 개발사업 전반을 함께 추진하기 위한 업무 계약이라고 판단했다. 계약서에는 이씨에게 토지 소유자들과의 매매계약, 토지 사용 동의서 확보, 임차인 명도, 담보권과 세금 정리 등의 의무가 부과됐다.

“280억 땅 362억으로 뛰어”
확인해 보니 계약은 ‘0건’

리더스 측도 인허가 접수, 설계와 시공사 선정, 금융 문제 해결, 계약금과 잔금 지급 등의 의무를 부담했다.

경찰은 계약서 제3조에 토지매매계약을 완료한 뒤 2022년 2월 계약금을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는 점을 들어, 리더스 측도 계약 당시 토지 소유자들과의 매매계약이 모두 작성되지 않은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301억원이라는 금액도 토지 매매대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봤다. 계약서 제2조에는 매매대금과 수수료를 합친 금액이 301억원으로 적혀 있다. 계약금 30억원은 이 금액의 10%였고, 먼저 지급된 3억원은 계약금 가운데 일부였다.

이에 경찰은 3억원이 특정 토지를 매수하기 위해 지급된 매매계약금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전체 개발사업을 위한 포괄적인 계약금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참고인 진술도 불송치 근거로 들었다. 리더스 측이 계약금 30억원을 마련했다면 사업 진행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씨가 일부 토지 소유자들로부터 매매 동의서를 받아오는 등 사업을 추진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사기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계약상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계약서 제9조 특약사항에는 인허가나 사업계획 변경, 과도한 사업비 발생, 수익의 현저한 감소 등으로 사업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돼 리더스가 계약금 반환을 요청할 경우, 이씨가 2주 안에 처리해 반환하도록 명시돼있다.

반환을 보증하기 위해 이씨가 보유하거나 지정한 부동산에 계약과 동시에 근저당권을 설정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계약 위반으로 손해가 발생하면 계약금과 추가 경비를 정산한 뒤 손해액을 배상하도록 했다.

민사상 불씨

리더스 측은 2022년 10월부터 계약금과 사업비 반환을 요구했지만 이씨가 ‘2∼3일 뒤’ 또는 ‘다음 주’에 지급하겠다는 답변을 반복하며 약 2년간 반환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계약서 첫머리에 적힌 ‘토지 작업 완료’와 본문에 규정된 향후 이행 의무가 충돌한다는 점이다.

리더스 측은 토지 작업이 모두 끝났다는 설명을 믿고 3억원을 지급했지만, 이후 확인한 결과 토지매매계약이 한 건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경찰은 계약서 본문상 매매계약 정리와 소유권 이전이 향후 이뤄질 업무로 규정돼있었고, 이씨가 사업을 추진한 정황도 있어 형사상 기망행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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