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 범죄학> 경찰 지역사회 유착 근절책 실효성

  • 이윤호 교수
2026.08.10 11:13:02 호수 1596호

최근 장윤기 사건으로 불거진 경찰의 부실 수사 또는 수사 비리 의혹은 정치권의 검찰 보완수사권 논쟁과 함께 사법제도 전반에 걸친 대지진을 일으키고 있다. 경찰권의 비대화와 어쩌면 독점에 대한 우려를 더욱 심화시킨다.

이 같은 우려와 논란에 대해 경찰은 ‘순환 인사제’의 확대를 그 대안으로 제시했다. 현재 고위 간부 중심으로 극히 부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순환 근무를 중간 간부는 물론이고 실무자들에게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나 경찰 입장에서는 한층 강화된 경찰권을 견제하고, 특정 지역 장기 근무로 인한 유착과 그로 인한 사건의 고의적 은폐나 봐주기식 수사와 같은 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강조한다.

반면 경찰 일선에서는 특히 일과 가정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젊은 세대 경찰관들에게는 그로 인한 직무 만족과 조직 전념의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다. 경찰권의 강화로 과거 어느 때보다 경찰 인력의 질적 향상, 특히 수사 역량의 강화가 요구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수 경찰관의 이직이나 우수 인력의 경찰 유입에 장애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결국 시민이 그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이러한 대책은 과연 누구, 무엇을 위해 있어야 하는지 그 존재 이유나 가치부터 의심받게 된다.

굳이 이런저런 현실적 문제나 우려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현대 경찰 활동의 추세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현대 경찰은 지역사회 속에서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경찰 활동, 즉 지역사회 경찰 활동을 강조한다.

경찰이 사건을 인지하고 해결하는 데 있어서 목격자나 피해자의 신고로 사건을 인지하고, 시민의 제보가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면, 경찰은 지역사회와 격리돼서는 존재할 수도 없으며, 기능할 수도 없다는 의미다. 

경찰은 지역사회의 참여와 협력을 전제로 하는데, 순환 인사는 이를 어렵게 할 수 있다. 지역사회 경찰 활동이 강조된 이유는 차량 순찰이라는 과거 전통적 순찰이 지역사회와 경찰을 차창 밖과 안으로 갈라놨다.

결국 순찰이 순찰이 아니라 ‘드라이빙’이 되고, ‘관광’이 됐다는 판단에서 차량이 아니라 발로 걸어서 지역사회를 순찰하고, 그렇게 지역사회 속으로 들어가 유대와 네트워크를 구축, 함께 활동하라는 것이었다. 특히 범죄 정보의 수집이 대체로 소위 ‘휴민트’라고 하는 인간 정보에의 의존성이 높다면 이 같은 지역사회와의 유대는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다.

특히 마약이나 조직범죄 또는 국제범죄나 다국적, 국가간 범죄, 그리고 경제범죄나 사이버 범죄 등 수사 경험과 전문성, 그리고 때로는 정보원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순환 인사가 득이 될까 독이 될까?

경찰 비리나 일탈은 조직과 제도의 불합리한 부분이나 문제점도 없지는 않겠지만 결국은 사람이 문제이지 않을까 한다. 미국 경찰을 보자.

시 단위의 경찰이나 군(County) 단위의 보안관(Sheriff) 하의 요원들은 어쩌면 한 곳에서 경찰로써 이력을 마치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다. 본인 스스로 옮기지 않는 한 순환 인사라는 것 자체가 없다. 그렇다고 미국 경찰이 비리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사회와의 유착으로 비리와 일탈이 초래된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결국 개인의 일탈 문제를 조직 전체의 문제로 보는 연좌제식 인식에서 이런저런 대책이나 대안들이 급조되는 것은 아닌지 묻는 것이다. 우리도 특히 일선 경찰관은 지방경찰청 단위로 지역적으로 지원하고 선발돼 원하는 지역에서 근무하려는 사람들인데 순환 근무를 시킨다는 것이 옳은가도 따져볼 일이다.

더욱이 자치경찰을 시행하면서, 그 기능과 역할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치경찰의 전제라고도 할 수 있는 지역사회와의 단절을 강화한다면 이런 이율배반도 없지 않을까? 전혀 다른 반대 방향으로 뛰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한번에 동시에 잡을 수 있겠나.

자치경찰 활동의 핵심이 지역사회 경찰 활동이라는 점에서 지역사회 속에서 지역사회와 함께 할 수 없는 자치경찰이 가능할까 의문에 의문이 더해진다. 좀 더 촘촘하게 설계하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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