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정부는 제대로 진단하고 있는가

2026.08.07 08:13:44 호수 0호

처방은 언제나 병의 정도에 맞아야

지난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년도 하반기 정부 업무보고’를 보면서 문득 종합병원의 다학제 진료회의가 떠올랐다. 병원장과 각 분야 전문의들이 한자리에 모여 환자의 상태를 공유하고 최적의 치료법을 논의하는 모습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정부라는 종합병원의 병원장이고, 장관들은 각 분야를 맡은 전문의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필자는 ‘과연 국가의 병은 제대로 진단되고 있는가’라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됐다.

병원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병 자체가 아니라 오진이다. 감기인데 암으로 진단하면 불필요한 수술을 하게 되고, 암인데 감기로 진단하면 치료 시기를 놓친다. 아무리 훌륭한 의사라도 진단이 틀리면 처방은 실패한다.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정책의 성패는 예산 규모나 추진 속도가 아니라 문제를 얼마나 정확하게 진단했느냐에 달려 있다.

의학에는 치료의 순서가 있다. 먼저 병이 생기지 않도록 백신을 맞는다. 그래도 몸이 조금 약해지면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건강기능식품으로 면역력을 높인다. 병이 확인되면 약을 처방한다. 약으로도 해결되지 않으면 정밀검사를 실시하고, 끝내 수술이 필요하면 그때 메스를 든다. 어느 단계도 불필요하지 않지만 순서를 거꾸로 해서는 안 된다.

정부 정책도 마찬가지다. 어떤 문제는 교육과 홍보, 시민의식 개선 같은 ‘백신 정책’이면 충분하다. 어떤 문제는 캠페인이나 인센티브처럼 사회의 면역력을 높이는 ‘건강기능식품 정책’이 효과적이다. 제도를 조금 손보는 것은 약 처방이다. 그러나 법 개정과 국가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것은 수술이다. 수술은 가장 강력한 처방인 만큼 충분한 진단과 사회적 합의, 그리고 수술 이후의 회복 계획까지 함께 준비돼야 한다.

대통령은 병원장이다. 병원장이 직접 모든 환자를 진료하지는 않는다. 대신 어느 과에 어떤 전문의를 배치할지 결정하고 병원의 방향을 잡는다. 교육부 장관은 교육이라는 환자를, 산업부 장관은 산업이라는 환자를, 국토부 장관은 국토라는 환자를, 복지부 장관은 국민의 삶이라는 환자를 진단하는 전문의다. 우리 사회와 국민은 그 병원의 환자이자 보호자다.

좋은 병원장은 의사를 믿지만 시스템으로 진단을 검증한다. 좋은 의사는 처방을 서두르지 않는다. 먼저 병력을 듣고 검사를 하고 다른 질환과 구분한 뒤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한다. 국가 운영도 이 원칙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 정치가 의학보다 성급해서는 안 된다.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지난 5일 열린 정부 업무보고 회의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경 합동수사체계의 운영 근거가 약해졌고, 앞으로 검사의 역할을 어떻게 새롭게 정리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수술 자체의 성공 여부를 떠나 수술 이후 환자의 회복 과정과 후유증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의료 원칙을 떠올리게 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새로운 제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는 마찰과 적응 기간이 불가피하다며 예상되는 문제를 미리 점검하고 대비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는 병원장이 수술이 끝났다고 치료가 끝난 것으로 보지 않고, 회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과 재활 치료까지 관리하라고 당부하는 모습과 닮아 있었다.

정책도 수술을 결정하는 것만큼이나 수술 이후 제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관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사의를 표명했던 정 장관에게 “잘 버티세요”라며 직을 유지해 달라고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병원에 비유하면 큰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수술 과정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수술 직후 병원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회복될 때까지 끝까지 책임지라는 병원장의 주문과 다르지 않다.

수술의 성공은 메스를 드는 순간이 아니라 환자가 건강을 되찾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필자가 이 장면에서 주목한 것은 수술의 찬반이 아니다. 오히려 큰 수술을 시행한 뒤 예상되는 부작용과 후속 치료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고민하는 문제다. 아무리 불가피한 수술이었다 하더라도 회복이 없다면 환자는 다시 아플 수 있다. 국가 정책도 마찬가지다.

제도를 바꾸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바뀐 제도가 국민에게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보완하는 것까지가 정부의 책임이다.

수술이 항상 잘못된 것은 아니다. 어떤 환자는 약으로는 살릴 수 없어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의사는 대개 백신으로 예방하고, 건강기능식품으로 면역력을 높이고, 약을 써보고, 경과를 관찰하고, 정밀검사를 거친 뒤 마지막에 수술을 선택한다. 그래서 수술은 치료의 실패가 아니라 최후의 치료 수단이다.

물론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이라는 수술을 놓고 의견은 엇갈린다. 국민의힘과 검찰, 그리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굳이 대수술까지 할 필요가 있었느냐”며 보완수사권을 일부 조정하거나 단계적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약 처방만으로도 충분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기존 제도로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구조를 바꾸는 수술이 불가피했다고 본다. 결국 이 논쟁의 핵심도 당시 국가의 병을 얼마나 정확하게 진단했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는 사회적 갈등이나 제도 개혁이 필요할 때는 먼저 백신에 해당하는 예방 정책이 가능한지, 건강기능식품에 해당하는 사회적 합의와 교육이 필요한지, 약에 해당하는 부분 수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을 때 비로소 구조를 바꾸는 수술을 선택하는 것이 순리다. 처방의 강도는 병의 정도와 비례해야 한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백신이나 건강기능식품만 권해서도 안 된다. 저출산, 지역소멸, 생산성 저하처럼 이미 구조적 질환이 된 문제를 단순한 캠페인이나 일시적인 지원 정책만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그것은 암 환자에게 비타민만 권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병이 악화된 뒤에는 훨씬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특히 약으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환자에게 무리하게 수술을 했다가 후유증이 생기면 그 책임은 결국 병원이 져야 한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제도의 병을 잘못 진단해 필요 이상의 강한 처방을 내리면 국민이 그 비용과 후유증을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의 병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일이다.

병원의 실적이나 의사의 명성을 위해 불필요한 수술을 해서는 안 되듯, 정부도 정치적 성과를 위해 필요 이상의 제도 개혁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

결국 정책의 핵심은 처방의 강도가 아니라 처방의 적절성이다. 백신이 필요한 곳에 수술을 해서도 안 되고, 건강기능식품이 필요한 곳에 약을 남용해서도 안 되며, 약이 필요한 곳에 곧바로 수술을 해서도 안 된다. 정책은 언제나 병의 정도에 맞는 처방이어야 한다.

국민은 정부가 몇 개의 정책을 발표했는지를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 자신의 삶이 얼마나 나아졌는지를 기억한다. 그 차이는 정확한 진단에서 시작된다. 병원은 명의가 많다고 좋은 병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진이 적은 병원이 좋은 병원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앞으로 정부의 정책을 볼 때마다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하려 한다. 이 정책은 백신인가, 건강기능식품인가, 약인가, 아니면 수술인가. 그리고 그 처방은 지금 국가가 앓고 있는 병에 정말 맞는 처방인가. 국가를 살리는 것은 화려한 정책이 아니라 정확한 진단이다. 그리고 그 진단에 맞는 처방과 끝까지 책임지는 치료가 좋은 정부를 만든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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