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서 가장 무서운 공격은 상대 당의 공격이 아니다. 같은 당 안에서 시작된 내부 총질이다. 특히 경선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은 외부의 공격보다 훨씬 강한 영향력과 파급력을 갖는다. 상대 당은 그 의혹을 다시 꺼내기만 하면 되고, 국민은 “같은 편에서도 문제를 제기했는데 이유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받아들이기 쉽다.
그래서 경선의 승패는 끝나도, 그때 만들어진 의혹의 프레임은 좀처럼 끝나지 않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1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대장동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그해 9월 전국적인 정치 이슈로 떠오르며 민주당 경선에서도 치열한 공방의 대상이 됐다. 이후 국민의힘은 이 의혹을 대선 기간 내내 핵심 공격 소재로 활용했고, 결국 정권교체와 윤석열정부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 의혹은 윤석열정부 내내 검찰 수사와 재판의 대상이 됐으며, 이재명정부가 들어선 지금까지도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 쟁점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다.
물론 대장동 의혹의 사실관계와 정치적 평가는 지금도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그러나 정치적 측면에서 분명한 것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이 이후 국민의힘의 가장 강력한 공격 프레임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정치에서는 사실관계에 대한 논쟁과 별개로 한 번 형성된 프레임이 오랫동안 영향력을 갖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것이 정치가 보여주는 냉정한 현실이다.
필자는 최근 민주당 당 대표 경선을 지켜보며 2021년 대선 경선 당시의 대장동 의혹을 떠올렸다. 지난 7월21일 김민석 후보는 정청래 후보 측에 신천지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관련 근거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 후보는 즉각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반박했고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22일과 23일에도 양측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김 후보 측은 의혹 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고, 정 후보 측은 사실이 아닌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논란은 당원과 지지층의 온라인 토론으로까지 확산됐다. 지금은 경선 과정에서 제기된 하나의 의혹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번 공방이 전당대회 이후에도 정치적 논란으로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4일에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새로운 수사 진행 상황도 전해졌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신천지의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지역에서 신천지 신도들의 민주당 당원 가입 정황을 확인하고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당국은 아직 결론을 내릴 단계는 아니라며 사실관계를 계속 확인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 전당대회 개입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사실관계를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번 사안 역시 최종적인 수사 결과와는 별개로 정치권에서는 논란 자체가 계속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누가 옳고 그르냐를 넘어, 경선 과정에서 만들어진 프레임이 향후 당 운영과 정치 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있다. 김 후보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당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반대로 사실이 아니라면 그 또한 분명하게 정리돼야 한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중요한 것은 의혹이 제기된 뒤에는 사실관계만큼이나 그 의혹을 어떻게 관리하고 정리하느냐가 정치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이다.
민주당 당 대표 경선에서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국민의힘은 경선 과정에서 제기된 신천지 논란을 반복적으로 꺼내들 것이다. 사실 여부와는 별개로 정치에서는 상대 당이 제기한 의혹보다 같은 당 내부에서 제기된 의혹이 더 큰 설득력을 갖는다. 바로 그 점이 민주당에는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의혹이 제기된 이후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해명을 요구하며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현재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진 거대 여당이다. 법안 처리와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의 주도권은 의석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의제 설정 능력과 국민 신뢰 역시 중요한 변수다. 상대가 계속 같은 의혹을 제기하면 여당은 정책보다 해명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된다.
필자가 이번 논란을 보며 대장동과 신천지가 닮았다고 생각한 이유는 네 가지다.
첫째, 두 사건 모두 처음에는 국민의힘도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던 사안이었다. 대장동은 박근혜정부 시절 인허가와 민간사업자 특혜 문제가 함께 거론됐고, 신천지 역시 코로나19 이후 국민의힘 일부 인사들과의 관계가 사회적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경선 과정에서 이를 내부 공격의 소재로 꺼내면서 정치적 관심의 중심이 민주당 내부로 옮겨졌다는 점이다.
둘째, 두 사건 모두 상대 당이 만든 프레임이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 먼저 형성된 프레임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국민의힘은 새로운 공격 소재를 만들기보다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된 의혹을 반복적으로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정치적 공세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내부에서 나온 의혹일수록 국민에게 더 큰 설득력을 갖는 것이 정치의 역설이다.
셋째, 두 의혹 모두 경선 과정에서 제기된 뒤 상대 진영이 장기간 활용할 수 있는 정치적 프레임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경선은 끝나도 의혹은 선거 때마다 반복적으로 소환되고, 정책과 비전보다 해명이 먼저 요구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넷째, 대장동 의혹을 경선에서 제기한 이낙연 후보와 신천지 논란을 제기한 김민석 후보가 모두 국무총리 출신이라는 점도 묘한 공통점으로 남는다. 물론 이것이 두 사건의 동일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두 사례 모두 전직 총리로부터 제기된 의혹이 이후 정치 전반에 큰 파장으로 이어겼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 네 가지 공통점은 결국 하나의 결론으로 이어진다. 사건보다 프레임이 더 오래 남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정당의 주요 경선을 돌아보면, 보수 정당은 본선에서 치명적인 공격 소재가 될 사안을 비교적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온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최근 주요 경선에서 상대 당이 장기간 활용할 수 있는 의혹이 내부 경쟁 과정에서 제기되는 일이 반복됐다.
물론 모든 경선을 일반화할 수는 없으나 이런 정치적 패턴은 민주당 스스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경선에서 내부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 방식이 본선에서 상대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주는 결과가 된다면 결국 그 부담은 당 전체가 떠안게 된다. 이것이 필자가 대장동과 이번 신천지 논란을 함께 떠올리는 이유다.
여기서 필자는 한 가지 역설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만약 지금의 정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2021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어떤 선택이 옳았던 것일까? 경선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이 이후 상대 당의 가장 강력한 공격 소재가 되어 정권 재창출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면, 경선 전략은 달라졌어야 하는 것 아닐까? 이는 특정 후보를 평가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치 전략의 관점에서 던지는 질문이다.
정치는 현재만 보는 게임이 아니다. 오늘의 한마디가 내일의 선거를 만들고, 오늘의 의혹 하나가 몇 년 뒤까지 따라다니기도 한다. 경선은 당내 경쟁이지만 동시에 본선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내부를 향해 던진 칼이 훗날 상대의 손에 들린다는 사실을 정치인은 항상 기억해야 한다.
민주당뿐 아니라 모든 정당이 이 교훈을 새겨야 한다. 경선은 치열해야 하지만 의혹이나 상처를 남겨서는 안 된다. 검증은 필요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 정치 전체를 흔드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자신의 승리를 위해 던진 의혹이 국가 운영의 짐으로 돌아오는 사례는 우리 정치사에서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됐다.
필자는 민주당이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어느 후보가 대표가 되느냐보다 더 중요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으면 한다. 오늘 던진 말이 내년에도, 다음 총선에도, 다음 대선에도 반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생각했는가? 정치는 순간의 승부보다 긴 시간을 견디는 힘이 더 중요하다.
대장동이 남긴 가장 큰 교훈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프레임의 영향력이다. 지난 23일 민주당 당 대표 경선 컷오프를 통해 김민석·정청래·송영길 후보가 본경선에 진출했다. 이제부터는 당내 경쟁을 넘어 국민 앞에서 미래를 보여줄 시간이다. 필자는 남은 경선 과정에서는 제2의 대장동도, 제2의 신천지 논란도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이 민주당이 살 길이며, 우리 정치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길이다. 정치는 상대를 무너뜨리는 기술보다 미래의 자신을 지키는 지혜가 더 필요한 게임이다.
<skkim596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