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노란봉투는 주고 성과급은 뺐을 건가

2026.07.24 07:56:58 호수 0호

노동자 위해 만든 법이 청구서 돼선 곤란

정부가 기업의 초과이윤을 사회적으로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예상보다 훨씬 큰 이익을 내면서 노조원이 수억원대 성과급을 받게 됐다는 사실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특정 기업의 구성원만 막대한 이익을 나눠 갖는 것이 타당하냐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필자는 이 논의를 보면서 가장 먼저 노란봉투법을 떠올렸다. 노동자의 교섭력을 강화한 정부가 그 교섭의 결과를 문제 삼는다면 정책의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은 하루아침에 등장한 법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던 2023년 11월9일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그러나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같은 해 12월1일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서 법안은 12월8일 재표결에서 폐기됐다.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도 다시 법안을 추진했고, 2024년 8월 국회를 통과한 법안도 대통령의 재의 요구와 9월26일 재표결 부결로 다시 폐기됐다.

노동자의 쟁의권을 넓히겠다는 민주당의 의지는 두 차례의 폐기에도 꺾이지 않았다. 노란봉투법은 민주당이 야당 시절부터 정치적 책임을 걸고 추진한 대표적인 노동정책이었다. 정권이 교체된 뒤 상황은 달라졌다. 노란봉투법은 2025년 7월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고, 8월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183표로 가결됐다.

법률은 2025년 9월12일 공포됐으며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2026년 3월10일부터 시행됐다.

정부는 이 법을 원청과 하청의 대화를 촉진하고 노동자의 실질적인 교섭권을 보장하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범위를 확대하고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한 것이 핵심이었다.

노란봉투법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노동자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의 결정에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물론 삼성전자처럼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회사와 노조 사이의 임금·성과급 문제는 법 개정 이전에도 교섭 대상이었다.

하지만 쟁의행위의 범위가 넓어지고 손해배상 위험이 줄어든 법적 환경은 노조의 협상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노란봉투법이 성과급 지급을 직접 명령한 것은 아니지만, 노조가 경영 성과의 배분을 강하게 요구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넓힌 것은 사실이다. 정부도 당시 이를 노동자와 기업이 함께 성장하기 위한 대화 촉진법이라고 홍보했다.

삼성전자 노사의 시간표를 보면 이 같은 변화가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노사는 노란봉투법 공포 이후인 2025년 12월부터 2026년도 임금교섭을 진행했고, 법 시행을 앞둔 2026년 2월 교섭은 결렬됐다. 이후 노란봉투법이 3월10일부터 본격 시행됐고, 노조는 영업이익과 성과급을 직접 연동해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노란봉투법 시행과 삼성전자 성과급 협상이 시간적으로 맞물리면서, 삼성전자 성과급 협상이 본격적인 힘겨루기로 들어간 것이다.

지난 4월23일 삼성전자 노조는 평택사업장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기존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5월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회사와 노조의 견해 차는 컸지만 중앙노동위원회의 사후조정까지 이어지면서 협상은 계속됐다.

5월14일에도 노조는 영업이익의 15% 고정 배분과 성과급 제도화를 핵심 요구로 제시했다.

결국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5월20일 밤 10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반도체 DS 부문에 특별경영성과급 제도를 신설하고 사업 성과의 10.5%를 성과급 재원으로 정하되 지급 상한을 두지 않는 것이 핵심이었다. 5월22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조합원 투표에서는 73.7%가 찬성했고, 5월27일 협약이 최종 확정됐다.

기존 초과이익성과급과 별도로 막대한 특별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 합의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연봉과 회사 실적에 따라 수억원대 성과급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연봉 1억원을 기준으로 최대 약 5억4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도 제시됐고, 비메모리 사업부 역시 2억원 안팎의 성과급이 예상됐다.

다만 실제 지급액은 실적과 사업부별 배분 기준, 개인 연봉 등에 따라 달라지므로 모든 직원이 똑같이 수억원을 받는 것은 아니다.

여기까지는 노사 자율의 영역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법이 보장하는 교섭과 쟁의 절차를 활용해 회사와 협상했고, 회사는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과 인력 유출 가능성 등을 고려해 합의했다. 조합원들도 높은 투표율과 73.7%라는 찬성률로 협약을 승인했다.

정부가 노란봉투법을 만들면서 강조했던 노사 자치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한 셈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일단 그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실적이 예상보다 크게 좋아지고 성과급 규모가 커지면서 사회적 파장이 불거지자 정부의 언어가 달라졌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5월 삼성전자 성과급 논쟁 과정에서 대기업의 초과이익 배분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5월29일 기업 이익 활용의 최우선 원칙은 생산적 재투자여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같은 정부 안에서도 노동자 배분과 기업 투자라는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 논의는 지난 20일 더 구체적인 단계로 옮겨갈 뻔했다. 청와대는 이날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기업 초과이윤의 사회적 배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회의를 취소했다. 청와대 내부에서 사회적 공론화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이 직접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정부 정책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실 의제로 검토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업과 노동자에게는 큰 신호가 된다.

물론 현재 정부가 삼성전자 노동자의 확정된 성과급을 직접 환수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합의된 성과급을 계기로 초과이윤 배분 논의가 시작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노동자들은 정책의 방향이 달라졌다고 느낄 수 있다. 정부가 노사 자율로 결정된 성과급이 사회적 배분 논의의 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노동자들의 불안과 반발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노란봉투법과 삼성전자 노사의 협상 과정을 함께 보면 하나의 역설이 보인다. 정부여당은 노란봉투법을 추진하면서 노동자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신의 근로조건을 교섭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노란봉투법이 강조한 교섭권 강화의 흐름 속에서 회사의 영업이익을 성과급과 연동해 달라고 요구했고, 마침내 노사 합의를 끌어냈다.

그런데 실제 이익이 커져 노동자에게 돌아갈 몫이 수억원에 이르자 이번에는 그 이익을 사회적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논리가 등장했다. 물론 사회적 갈등도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가 노동자에게 노란봉투를 건넨 뒤 그 봉투에 담긴 성과급을 다시 꺼내려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특히 높은 성과급이 하루아침에 주어진 선물이 아니라 수년간 반도체 불황과 격무, 기술 경쟁을 견딘 대가라고 생각하는 직원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정책은 선의보다 일관성으로 평가받는다.

정부가 정말 초과이윤의 사회적 환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노란봉투법을 만들 때부터 그 원칙을 함께 논의했어야 했다. 노조가 기업 이익에 대한 배분을 요구할 권리는 강화하면서, 그 결과가 지나치게 커질 경우 사회가 일정 부분을 환수한다는 원칙도 동시에 공개했어야 했다.

노동자에게는 협상권만 설명하고 나중에 결과가 커지자 새로운 사회적 의무를 요구하면 일종의 사후 규칙 변경이 된다.

기업의 막대한 초과이윤을 아무런 논의 없이 기업과 특정 직원에게만 맡겨두자는 뜻은 아니다. 국가의 지원, 국민의 소비, 협력업체의 희생, 전력과 용수 같은 공공 인프라가 기업 성장에 기여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문제는 무엇을 초과이윤으로 볼 것인지, 누가 얼마를 부담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사회에 돌려줄 것인지가 전혀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평년보다 이익이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개입한다면 모든 호황 기업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대만 TSMC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해마다 직원들에게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해 왔고, 미국 엔비디아 역시 AI 특수로 직원들에게 막대한 성과급과 스톡옵션으로 지급했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이를 이유로 사회적 배분 정책을 추진하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국가는 기업 성과는 세금과 노사 자율을 통해 해결하고, 추가적인 사회 환원은 법률보다 자발적 기부나 사회 공헌을 통해 유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렇다고 초과이윤의 사회적 환원 논의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제도를 만들려면 먼저 해결해야 할 기준과 원칙이 있다. 필자가 보기에 가장 큰 쟁점은 두 가지다.

첫 번째 문제는 초과이윤의 기준과 투자 위축 가능성이다. 직전 연도보다 이익이 크게 늘면 초과이윤인지, 최근 5년 평균이나 업종 평균 수익률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부터 명확해야 한다. 반도체처럼 불황기에 투자하고 호황기에 이익을 회수하는 산업은 한 해 실적만으로 판단하면 왜곡될 수 있다.

적자 때는 손실을 함께 부담하지 않으면서 흑자 때만 초과이윤을 요구하면 기업은 이를 사실상의 성공세로 인식할 수 있다. 결국 초과이윤 배분이 투자와 연구개발을 위축시키면 오늘의 분배가 내일의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두 번째 문제는 배분 대상과 권리 충돌이다. 대기업 정규직은 노조를 통해 성과급을 확보할 수 있지만 협력업체 노동자는 같은 생산 과정에 참여하고도 성과에서 배제될 수 있다. 정부가 성과급을 제한하면 교섭권 침해 논란이, 그대로 두면 임금 격차 확대 논란이 불가피하다.

기업의 이익은 노동자뿐 아니라 위험을 감수한 주주의 재산이며 미래 투자를 위한 유보금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까지 초과이윤의 사회적 배분을 요구하면 노동자와 주주, 정부가 하나의 이익을 놓고 동시에 권리를 주장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필자는 기업의 초과이윤을 빼앗는 새로운 법을 서둘러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먼저 정부는 노사 합의로 결정된 삼성전자 성과급을 존중해야 한다. 이미 체결된 협약에 새로운 잣대를 소급해 적용해서도 안 된다. 노란봉투법을 통해 노사자치를 강조했다면 그 결과가 정부의 기대와 다르더라도 인정하는 것이 법치다. 그래야 노동자도 정부 정책을 신뢰하고 기업도 협상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앞으로의 초과이윤은 세금과 자발적 사회협약을 결합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기업은 현행 법인세를 정상적으로 부담하고, 정부는 이익이 많이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별도의 초과이윤세를 즉흥적으로 도입해서는 안 된다. 대신 일정 규모 이상의 초과성과가 발생하면 기업과 노동자, 주주가 사전에 합의한 비율에 따라 투자·성과급·주주환원·협력업체 상생기금으로 나누는 표준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다.

강제법보다는 노·사·정과 협력업체, 소액주주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약으로 시작해야 한다. 업종별 특성이 다르므로 하나의 비율을 모든 기업에 적용해서도 안 된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정부는 그 법이 실제로 작동해 노동자가 얻은 결과도 존중해야 한다. 성과급이 예상보다 크다는 이유만으로 초과이윤의 사회적 환원을 꺼낸다면 노동자는 정부가 필요할 때는 자신들을 앞세우고 부담이 생기자 등을 돌렸다고 느낄 수 있다.

노란봉투법을 노동자를 위한 법으로 남길 것인지, 노동자의 몫을 다시 거둬들이는 법의 출발점으로 만들 것인지는 정부의 선택에 달려 있다.

정치는 법을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법이 만든 결과까지 책임지는 것이 정치다. 정부가 초과이윤의 사회적 배분을 추진하려면 노란봉투법과 어떤 관계인지 먼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명확한 기준과 사회적 합의 없이 노동자의 성과급부터 문제 삼는다면 정책의 일관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노동자를 위해 만든 법이 결국 노동자의 몫을 다시 거둬들이는 출발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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