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대통령은 왜 기업 초과이윤 회의 멈췄나

2026.07.22 08:08:00 호수 0호

경제보다 무서운 것은 정치의 타이밍

청와대는 지난 20일 오후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주재 예정이던 수석·보좌관회의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전격 취소했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회의가 당일 취소되는 일은 흔치 않다. 더구나 이날 핵심 안건은 최근 가장 뜨거운 경제 이슈인 ‘기업 초과이윤의 사회적 배분’이었다.

대통령실은 사회적 공론화가 먼저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왜 하필 그날이었는지는 여전히 많은 궁금증을 남기고 있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회의 취소 이후 이어진 일정이다. 이날 대통령 주재 회의가 취소됐고, 다음 날인 21일 오전에는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정상적으로 주재했다. 특히 21일은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 5명을 3명으로 압축하는 예비경선(컷오프)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단순한 일정 변경으로 보기에는 시점이 절묘하다. 필자는 이번 회의 취소를 보며 경제 정책 자체보다 정치적 타이밍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됐다.

이번에 논의하려 했던 기업 초과이윤의 사회적 배분은 단순히 세금을 더 걷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AI와 반도체 산업처럼 국가가 오랜 기간 투자한 교육, 전력, 도로, 연구개발, 산업 기반 위에서 특정 기업들이 예상보다 훨씬 큰 이익을 얻었다면 그 일부를 사회 전체와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 논의해 보자는 취지다.

이 대통령도 지난달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AI 산업의 초과이익 일부를 국민과 공유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정책의 취지와 현실은 전혀 다른 문제다.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질문은 ‘도대체 어디까지가 정상적인 이윤이고 어디부터가 초과이윤인가’다. 기업은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한다. 성공하면 큰 이익을 얻고 실패하면 막대한 손실을 떠안는다.

그렇다면 정부가 어느 선을 기준으로 “이 이상은 사회가 함께 나누자”고 말할 수 있는지부터 명확해야 한다. 이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는 어떤 정책도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실제로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비슷한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초과이윤’이라는 개념 자체가 아직 충분히 정리되지 않았고, 기업의 이익은 세금처럼 정부가 일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한다.

기업의 투자 계획과 주주의 권리, 국제 경쟁력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만큼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대통령이 먼저 결론을 내리는 것은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이번 회의를 멈추게 만든 핵심 인물로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거론된다. 알려진 내용에 따르면 강 비서실장은 대통령에게 정책 방향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지금은 결론을 내릴 시기가 아니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기업과 경제계, 노동계, 학계 등 다양한 주체의 의견을 충분히 들은 뒤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먼저라는 판단이었다.

이 대통령도 이를 받아들여 회의를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책 철회라기보다 속도 조절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하지만 필자는 여기에서 또 하나의 정치적 배경을 생각하게 된다. 바로 일정이다. 다음 날은 민주당 당 대표 컷오프를 위한 투표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대통령이 하루 전 기업 초과이윤의 사회적 배분이라는 매우 민감한 경제 정책을 직접 공론화했다면 당 대표 후보들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 대표 선거에 대통령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논란도 충분히 제기될 수 있었다.

물론 이 같은 해석은 어디까지나 필자의 분석이다. 대통령실은 회의 취소 이유를 사회적 공론화와 정책 검토 필요성이라고 설명했고, 당 대표 선거와의 연관성은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치에서는 사실만큼이나 타이밍이 중요하다.

대통령의 한마디는 정책 신호를 넘어 정치적 신호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특히 집권 초반에는 모든 발언이 당내 권력구도와 연결되어 읽히는 것이 정치의 현실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민주당 당 대표 후보들의 반응이다. 정청래·김민석·송영길 모두 이번 기업 초과이윤의 사회적 배분 문제를 두고 적극적인 찬반 입장을 공개적으로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각 후보가 이 사안의 민감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업 친화적인 입장을 강조하면 지지층의 반발을 살 수 있고, 반대로 강한 분배론을 주장하면 시장과 경제계의 우려를 키울 수 있다. 어느 쪽도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정치적 딜레마다.

이처럼 세 후보가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대통령이 직접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면 선거의 쟁점은 순식간에 ‘초과이윤 배분 찬반’으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후보들은 자신의 정치철학보다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찬반을 먼저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당 대표 선거가 정책 경쟁이 아니라 대통령 정책에 대한 충성도 경쟁으로 비칠 위험도 있었다. 정치적 오해를 피하는 것 역시 국정 운영의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회의 연기는 여러 측면을 함께 고려한 결정으로 볼 여지도 있다.

이번 논란을 이해하려면 최근 우리 경제 상황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AI와 반도체 산업의 성장으로 일부 기업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같은 시기 국내 증시는 큰 변동성을 겪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정부도 투자자 보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다시 기업의 초과이윤 문제를 직접 꺼낸다면 시장은 또 다른 규제 신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경제계에서는 적지 않은 우려가 나왔다. 기업은 미래 투자를 위해 이익을 남기는 것이고, 그 이익은 결국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 고용 확대의 재원이 된다는 주장이다. 만약 정부가 기업의 초과이윤을 사회적 배분 대상으로 보기 시작하면 기업은 투자보다 현금 보유를 선택하거나 해외 투자 비중을 늘릴 수도 있다는 걱정도 제기됐다. 자본은 언제나 예측 가능한 곳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시장의 오랜 원리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 16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던진 말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민주주의라는 정치 시스템과 자본주의라는 경제 시스템은 두 개의 바퀴와 같다고 말했다. 한쪽 바퀴만 빠르게 돌고 다른 한쪽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국가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업도 국가 공동체의 일원이고, 국민도 기업 성장의 혜택을 함께 누려야 한다는 점에서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두 축의 균형이다.

21일 오전 열린 국무회의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하루 전 수석·보좌관회의를 취소했던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예정대로 주재했지만, 기업 초과이윤 배분을 새로운 정책으로 밀어붙이거나 강한 메시지를 내놓지는 않았다. 이는 정부가 정책 자체를 포기했다기보다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 뒤 다시 논의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속도를 늦춘 것이지 방향까지 바꾼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정치는 늘 타이밍의 예술이라고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발표 시기를 잘못 선택하면 정책보다 논란이 먼저 커진다. 반대로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된 뒤 추진하면 같은 내용도 훨씬 큰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이번 회의 연기는 바로 그런 정치의 원칙을 다시 보여준 사례인지도 모른다. 정책은 내용으로 평가받지만, 정치는 언제 발표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번 논란은 ‘기업의 초과이윤을 나눌 것인가’보다 ‘국가는 어디까지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가’라는 더 큰 질문을 던졌다. 국가는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세금으로 도로를 만들고, 전기를 공급하며, 인재를 양성한다. 기업은 그 기반 위에서 투자와 혁신을 통해 이익을 창출한다.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오늘의 성과가 만들어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사회적 기여를 이야기하는 목소리와 기업의 자율성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정책은 명분만으로 성공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초과이윤이란 무엇인지, 적정이윤은 어디까지인지, 어느 기업에 어떤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 국민과 기업 모두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기준 없이 ‘초과이윤’이라는 단어부터 꺼내 들면 기업은 불안해하고 시장은 규제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정책은 좋은 의도보다 예측 가능한 원칙이 먼저 세워질 때 힘을 얻는다.

이번 일을 보며 필자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역할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대통령이 하고 싶은 일을 모두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과 지금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해 조언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회의 연기는 정책을 막은 것이 아니라 더 큰 논란을 막기 위한 정무적 판단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대통령이 멈춘 것은 회의 하나가 아니었다. 성급한 결론을 향한 발걸음을 잠시 멈춘 것이다. 정책은 속도가 아니라 신뢰로 완성되고, 정치는 힘이 아니라 타이밍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기업 초과이윤 논란은 우리에게 경제정책의 방향뿐 아니라 국정 운영에서 타이밍이 얼마나 중요한 자산인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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