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신속한 보완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단순히 금융상품 규제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후속 대책은 단순한 규제를 넘어 시장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이고 투자교육을 강화했으며, 신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여기에 지난 19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미 10조원 이상 규모로 커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상장폐지하는 것은 시장에 또 다른 충격을 줄 수 있어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대신 괴리율 관리와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보완 대책으로 부작용을 줄여나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결국 정부의 방향은 레버리지 ETF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레버리지가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면서 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필자는 이번 조치를 보며 더 큰 질문이 떠올랐다. 우리 사회에서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은 레버리지 ETF 자체가 아니라 레버리지라는 현상이 돈의 흐름을 어떻게 바꾸느냐는 점이다. 부동산 가격 폭등도 결국 이 레버리지 구조와 깊이 연결돼있기 때문이다.
레버리지(Leverage)는 '지렛대'라는 뜻이다. 작은 힘으로 큰 힘을 만들어내는 원리다. 금융에서는 자기 돈에 빌린 돈을 더해 더 큰 투자를 하는 것을 말한다. 자기자본이 1억원인데 1억원을 더 빌려 2억원을 투자하면 2배 레버리지를 사용한 것이다. 수익은 커질 수 있지만 손실도 두 배가 된다. 그래서 레버리지는 언제나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품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레버리지 ETF(Exchange Traded Fund, 상장지수펀드)는 투자자가 직접 돈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ETF 운용사가 파생상품 등을 이용해 지수를 2배 또는 3배로 추종하도록 만든 금융상품이다. 투자자는 대출을 받지 않아도 레버리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같은 레버리지 구조는 실제 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최근 한 달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는 7조3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순유입됐다. 더욱 놀라운 것은 두 종목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동안에도 개인투자자들의 매수는 계속 이어졌다는 점이다. 손실이 커질수록 더 큰 반등을 기대하며 추가 매수에 나서는 레버리지 심리가 시장 변동성을 더욱 키운 것이다.
정부가 투자 문턱을 높인 것도 바로 이런 과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경험한 가장 큰 레버리지 현상은 주식시장이 아니라 부동산시장이었다. 특히 강남 집값 상승 과정은 레버리지의 교과서라고 할 만큼 전형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면 사람들은 대출받아 집을 산다. 집값이 오르면 그 상승분을 담보로 다시 대출을 받고 더 큰 집이나 추가 주택을 산다. 자산 가격 상승이 또 다른 대출을 낳고, 그 대출이 다시 가격을 끌어올리는 구조가 반복된다.
과거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에서도 레버리지가 집값을 끌어올린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다. 1980년대 후반 강남 개발이 본격화될 때 토지보상금과 시중 유동자금이 강남으로 몰렸고, 여기에 금융권 대출이 결합되면서 집값은 급등했다. 강남의 상승은 곧 분당과 일산 등 수도권 신도시로 확산됐고, 전국 부동산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돈이 돈을 부르는 대표적인 레버리지 현상이었다.
2003년부터 2007년 참여정부 시절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판교신도시 개발과 재건축 기대감, 저금리 환경이 맞물리면서 강남권 집값은 빠르게 상승했다. 집값이 오르자 담보대출이 늘었고, 늘어난 대출은 다시 추가 매수로 이어졌다. 이른바 '빚내서 집 사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레버리지가 시장을 더욱 자극했고, 이후 금융위기와 함께 과도한 레버리지의 위험성도 드러났다.
2020년 코로나19 시기 역시 대표적인 사례다. 초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속에서 '영끌'과 '빚투'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많은 사람이 대출을 최대한 활용해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했고, 수도권 집값은 단기간에 크게 상승했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자 대출 부담은 급격히 커졌고, 레버리지는 수익뿐 아니라 위험도 두 배 이상 키운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정부도 최근 부동산시장을 두고 국민에게 송구하다는 뜻을 밝히며 공급 확대와 세제 개선을 함께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는 단순히 공급만 늘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시중 유동성과 레버리지의 흐름까지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집값은 공급과 수요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돈이 어디로 흐르고 어떤 레버리지를 타느냐가 시장을 좌우한다.
더 중요한 것은 대규모 보상금이다. 신도시 개발, 재개발, 재건축, 공공사업 등으로 지급된 막대한 보상금은 대부분 현금으로 지급된다. 이 돈은 은행 예금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사람들은 가장 안전하면서도 가장 많이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곳을 찾는다. 결국 상당한 자금이 강남과 서울 핵심 지역 부동산으로 몰린다. 여기에 금융권 대출이라는 레버리지가 결합하면 가격 상승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레버리지 현상은 금융시장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대기업 브랜드 하나가 붙으면 주변 상권 가치가 함께 오르는 것도 브랜드 레버리지다. 유명 연예인 한 명의 광고가 기업 매출을 크게 늘리는 것은 인지도 레버리지다. AI를 활용해 한 사람이 과거 열 사람의 일을 처리하는 것은 기술 레버리지이며, SNS에서 한 사람의 영향력이 수백만명에게 전달되는 것은 네트워크 레버리지다. 현대 사회는 다양한 레버리지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레버리지를 무조건 나쁜 것으로 볼 필요는 없다. 기업은 레버리지를 활용해 공장을 짓고 연구개발을 한다. 정부도 국채를 발행해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든다. 개인도 적절한 대출을 활용하면 자산을 늘릴 수 있다. 문제는 생산적인 투자로 흘러가야 할 레버리지가 투기적 자산으로 집중될 때다. 그 순간 자산 양극화는 심해지고 시장은 불안정해진다.
이 대통령이 레버리지 ETF를 문제 삼은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일 수 있다. 단순히 특정 금융상품을 규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레버리지가 시장을 흔드는 구조 자체를 들여다보자는 의미다. 금융시장뿐 아니라 부동산시장, 기업시장, 가계부채까지 모두 레버리지와 연결돼 있다. 하나만 손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필자는 이제 정부가 레버리지를 막으려 하기보다 레버리지의 방향을 바꾸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부동산으로 향하는 레버리지를 AI, 반도체, 바이오, 조선, 방산, 첨단 제조업 같은 미래산업으로 유도해야 한다. 생산적 투자에는 금융 지원과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단기 투기성 자산에는 과도한 금융 레버리지가 집중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정책이다.
여기서 필자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레버리지 영향평가 제도'다. 대규모 택지 개발이나 재개발, 공공보상금 지급,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그 자금이 어느 지역과 어느 자산으로 흘러갈 것인지를 미리 분석하는 제도다. 환경영향평가처럼 레버리지 영향평가를 실시하면 보상금이 특정 지역 부동산으로 집중되는 현상을 사전에 줄일 수 있다. 정부 정책이 또 다른 투기를 만드는 악순환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국가 차원의 '생산적 레버리지 지도'를 구축할 필요도 있다. 어느 산업에 자금이 부족하고 어느 지역에 돈이 과도하게 몰리는지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금융과 세제 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으로 향하는 레버리지를 생산적 투자로 연결할 수 있다면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도 훨씬 커질 것이다.
돈은 언제나 더 큰 수익을 찾아 움직인다. 그리고 그 움직임에는 늘 레버리지가 숨어 있다. 과거 강남 집값 급등에도, 오늘날 주식시장의 변동성에도, 앞으로 등장할 새로운 투자 열풍에도 레버리지는 계속 작동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레버리지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국가 경제를 키우는 지렛대가 되도록 만들 것인가, 아니면 자산 버블을 키우는 도구로 방치할 것인가 하는 선택이다.
이 대통령의 이번 지시가 단순한 ETF 규제를 넘어 대한민국 자금 흐름 전체를 다시 설계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kangjoomo@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