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14일은 포틴데이, 25일은 이오데이

2026.07.14 07:30:43 호수 0호

청소년에게 14일 있다면 노인에겐 25일이 있다

오늘은 14일 포틴데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7월14일 실버데이다. 그러나 이날은 이름과 달리 노인을 위한 날이 아니다. 연인들이 부모님에게 서로를 소개하며 데이트 비용을 지원받고, 은반지 등 은제품을 선물하는 날이다. 이름은 중의적인 표현의 실버데이인데 정작 주인공은 젊은 연인들이다.

이 아이러니가 필자에게 새로운 생각 하나를 떠올리게 했다.

많은 사람들은 2월14일 발렌타인데이와 3월14일 화이트데이 정도만 알고 있다. 발렌타인데이는 성 발렌타인의 축일에서 유래한 역사적 기념일이지만, 화이트데이는 일본에서 발렌타인데이의 답례 문화를 만들기 위해 한 달 뒤인 3월14일을 선택하면서 시작된 새로운 문화였다.

다시 말해 14라는 숫자 자체에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공감하고 반복하면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이 흐름이 이어지면서 매월 14일마다 청소년과 젊은 세대를 위한 다양한 기념일이 만들어졌다. 다이어리데이(1월), 블랙데이(4월), 로즈데이(5월), 키스데이(6월), 실버데이(7월), 그린데이(8월), 포토데이(9월), 와인데이(10월), 오렌지데이(11월), 허그데이(12월)까지 이름도 다양하다.

결국 문화를 만든 것은 날짜가 아니라 사람들이었다. 사실 기업의 마케팅도 있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청소년들이 스스로 문화를 만들고 즐길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는 점이다. 포틴데이는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청소년 문화의 상징이다. 친구를 만나고, 연인을 만나고, 함께 추억을 만드는 날이 매달 한번씩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문화다.

포틴데이가 유행하던 1990년대 우리 사회는 젊은 세대가 중심이었다. 학교와 대학가에는 활기가 넘쳤고 거리마다 젊은이들의 문화가 피어났다. 그래서 매월 14일은 친구를 만나고 연인을 만나고 추억을 만드는 축제의 날이 될 수 있었다.

어떤 날은 초콜릿을 주고받고, 어떤 날은 장미를 선물하고, 어떤 날은 영화를 보거나 사진을 찍었다. 특별한 의미가 없어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문화였다.

사람들은 그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지금도 포틴데이의 원조격인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는 여전히 살아남아 있다. 문화는 누군가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반복해서 즐길 때 비로소 생활 속에 뿌리내린다.

대한민국은 이제 노인 인구가 천만명을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가장 큰 세대는 청소년이 아니라 노인 세대다. 정치도 경제도 복지도 모두 초고령사회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정작 노인을 위한 문화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복지 정책은 많아졌지만 문화는 여전히 부족하다. 병원과 경로당은 있지만 축제는 드물고, 연금은 있으나 함께 즐길 문화는 부족하다. 숫자는 늘었지만 문화는 아직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이제 노인을 위한 새로운 문화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청소년에게 매월 14일의 ‘포틴데이’가 있다면, 노인들에게도 세대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날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매월 25일을 노인문화의 날, 즉 ‘이오데이(25 Day)’​로 정하면 어떨까?

이오데이는 누군가 노인을 위해 마련해 주는 복지성 행사가 아니라, 노인 스스로 기획하고 즐기며 참여하는 문화운동이어야 한다. 포틴데이가 청소년들의 자발적인 문화로 자리 잡았듯이 이오데이 역시 노인들이 주인공이 되어 삶의 즐거움과 경험을 나누는 날이 돼야 한다.

노인을 위한 날이 아니라, 노인이 만들어 가는 문화의 날이어야 그 의미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왜 하필 25일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많은 어르신들이 노령연금과 기초연금 등을 매월 25일(공휴일이면 그 전날)에 받는다. 한 달 가운데 가장 마음의 여유가 있는 날이 바로 25일이다. 문화도 현실과 연결될 때 오래 지속된다. 지갑이 조금 열릴 수 있는 날 친구를 만나고 공연을 보고 식사를 하고 시장을 찾고 여행을 떠난다면 삶의 활력은 물론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노인복지는 지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소비와 문화가 함께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이오데이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다양한 정책과 축제를 연계할 수 있다. 각 지자체는 매월 25일 문화공연과 건강 체험, 평생교육, 관광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기업들은 사회 공헌과 후원을 통해 할인 행사와 문화 이벤트를 마련할 수 있다.

특히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오데이 기념 지역상품권을 지급하거나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면 노인들의 문화활동과 소비는 자연스럽게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다.

이런 운동은 정부가 만드는 정책보다 민간이 먼저 만드는 문화가 되어야 한다. 필자는 대한노인회를 비롯한 노인단체와 지방자치단체, 노인복지관, 기업들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노인회는 전국 조직과 수많은 회원을 갖춘 만큼 복지와 권익 보호를 넘어 노인문화를 만들어가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

‘매월 25일은 이오데이’라는 전국적인 문화 캠페인이 시작된다면 경로당과 노인복지관, 전통시장, 문화시설은 물론 지역 상권과 기업들까지 함께하는 새로운 문화운동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필자가 제안하는 이오데이는 다음과 같다.

1월25일은 건강데이다. 새해 첫 달인 만큼 건강검진을 받고 함께 걷기 운동을 하며 새로운 건강 목표를 세우는 날이다.

2월25일은 친구데이다. 오래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에게 먼저 전화를 걸고 함께 식사하며 우정을 이어가는 날이다.

3월25일은 배움데이다. 스마트폰 교육, AI 교육, 문화강좌, 악기와 외국어 등 새로운 것을 배우며 평생 학습을 실천하는 날이다.

4월25일은 꽃길데이다. 봄꽃을 찾아 가까운 공원과 수목원, 둘레길을 걸으며 자연을 즐기는 날이다.

5월25일은 가족데이다. 자녀를 기다리는 날이 아니라 먼저 가족을 초대하거나 손주와 함께 외식하며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날이다.

6월25일은 봉사데이다. 지역사회에서 작은 봉사를 실천하며 자신도 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구성원이라는 자부심을 느끼는 날이다.

7월25일은 여행데이다. 가까운 바다와 계곡, 박물관과 전통시장, 지역 명소를 찾아 하루 소풍을 떠나는 날이다.

8월25일은 시원데이다. 무더위를 피해 영화관과 공연장, 복지관 등을 찾아 문화생활을 즐기며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날이다.

9월25일은 추억데이다. 오래된 사진을 정리하고 친구들과 옛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날이다.

10월25일은 축제데이다. 단풍길을 걷고 지역축제를 찾아 함께 웃고 즐기며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는 날이다.

11월25일은 감사데이다. 고마운 사람에게 손편지나 문자 한 통을 보내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날이다.

12월25일은 희망데이다. 한 해를 돌아보고 내년의 계획을 세우며 새로운 희망을 준비하는 날이다.

물론 이 이름들이 정답은 아니다. 더 좋은 이름이 있다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명칭이 아니라 노인들도 매달 기다리는 날이 생긴다는 점이다. “이번 달 25일에는 무엇을 할까”를 이야기하는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매월 14일을 기다렸듯이 노인들도 매월 25일을 기다릴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삶의 활력이 된다. 문화는 거창한 시설이나 예산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기다리는 날 하나에서 시작된다.

노인문화를 이야기하면 아직도 일부에서는 효를 먼저 떠올린다. 물론 효는 우리 사회의 아름다운 전통이며 앞으로도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오데이는 효도를 받기 위한 날이 아니다. 노인이 스스로 만나고,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소비하고, 스스로 즐기며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날이다.

포틴데이가 부모를 위한 기념일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문화였듯이 이오데이 역시 자녀를 위한 날이 아니라 노인 스스로 만들어 가는 문화가 돼야 한다.

초고령사회는 흔히 부담으로만 이야기된다. 하지만 시각을 조금 바꾸면 새로운 문화시장이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도 있다. 공연과 관광, 외식과 평생 교육, 스포츠와 문화예술은 노인을 중심으로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이오데이가 정착된다면 지역 상권은 새로운 소비층을 만나고 문화예술은 새로운 관객을 확보할 수 있다. 무엇보다 노인들의 삶이 훨씬 더 활기차고 풍성해질 것이다. 복지의 다음 단계는 문화이며, 문화의 시작은 사람들이 함께 기다리는 날을 만드는 데 있다.

필자는 오늘 7윌14일이 실버데이라는 데서 이오데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제는 실버라는 이름에 걸맞게 노인이 스스로 만나고, 배우고, 여행하고, 소비하며 문화를 만들어 가는 날이 하나쯤 있어야 한다. 오늘의 실버데이가 그 발상의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

포틴데이가 청소년 문화를 만들었다면, 이제 이오데이는 대한민국 노인 문화를 만들어 갈 차례다. 매월 25일이 전국의 어르신들이 가장 기다리는 날이 되고, 지역사회와 기업, 문화예술계가 함께 참여하는 축제의 날이 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기념일 하나가 아니라 대한민국 노인문화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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