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해약’ 사전 차단? 건축물 분양법 개정 논란

2026.07.14 14:03:15 호수 1592호

빠져나오기 어려운 함정 계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정부가 오피스텔·생활숙박시설·지식산업센터 등 비아파트 분양계약의 해약 요건을 손질하고 나섰다. 명분은 ‘묻지마 계약 해지’와 기획 소송 차단이다. 그러나 수분양자들 사이에서는 분양 사업자의 위법행위가 확인돼도 계약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말하는 ‘기준 명확화’가 실제로는 수분양자 해약권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최근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재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분양 사업자가 시정명령이나 과태료 처분을 받았을 때 수분양자가 분양 계약을 해약할 수 있는 요건을 구체화하는 데 있다.

대법원 인정
국토부 변경

현행 제도에서는 분양 사업자가 건축물분양법을 위반해 시정명령이나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은 경우, 수분양자가 이를 근거로 계약 해약을 요구할 수 있다. 분양 계약서에도 이 같은 내용이 해약 사유로 포함돼있는 경우가 많다. 국토부는 현행 규정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고 보고 있다.

시정명령이나 과태료 처분의 사유가 분양계약의 본질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경우에도 계약 해약이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법령 적용에 혼선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오기나 기재 누락처럼 계약 목적 달성과 무관한 행정상 하자까지 해약 사유로 인정될 경우, 분양시장에 불필요한 분쟁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분양 사업자가 행정처분을 받았더라도 그 사유가 정상적인 분양 목적 달성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경우에 한해 해약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비됐다.

시정명령의 경우 분양 광고 내용이 수리된 분양 신고 내용과 다른 경우 등으로 해약 사유를 제한하고, 과태료 처분도 중대한 하자나 실제 시공 건축물과 계약 내용의 현저한 차이, 입주 예정일로부터 3개월을 초과한 입주 지연, 이중 분양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수 없는 경우 등으로 구체화하는 내용이다.

정부와 시행업계는 이 같은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비아파트 분양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일부 수분양자와 법률대리인이 경미한 행정상 흠결을 문제 삼아 계약 해지를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업계에서는 분양 광고상의 단순 누락이나 오기 등을 근거로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하고, 시정명령을 받은 뒤 이를 계약 해약 소송의 근거로 삼는 이른바 ‘기획 소송’이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분양 계약 해지가 대규모로 이어질 경우 시행사의 자금난은 물론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과 공급 위축으로 번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수분양자들은 이번 개정안을 전혀 다르게 보고 있다. 이들은 행정청의 시정명령이나 과태료 처분은 분양 사업자의 법 위반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는 의미인데, 이를 이유로 한 계약 해약을 지나치게 제한하면 결국 피해는 수분양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허위·과장 광고, 중요 사항 미고지, 분양 절차 위반, 대출 가능성에 대한 오인, 수익 보장식 설명 등은 계약 체결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데도, 개정안이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쟁점은 계약을 쉽게 깰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분양 사업자의 위법행위가 있었을 때 수분양자가 계약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소한의 통로를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정부는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한 보완책이라고 설명하지만, 수분양자들은 “사업자가 법을 위반해도 건물만 정상적으로 지어지면 계약을 유지하라는 것이냐”고 반발한다. ‘묻지마 해약’을 막겠다는 제도 개편이 ‘위법 분양’ 피해자의 해약권까지 가로막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해약 요건 손질
“사업자 위법 행위 확인돼도…” 반발

건축물분양법은 애초에 수분양자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아파트가 아닌 상가, 오피스텔, 생활숙박시설, 지식산업센터 등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 분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주택법의 적용을 받는 아파트와 달리, 비아파트 분양시장은 오랜 기간 상대적으로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사업자가 토지 확보나 사업 안정성을 충분히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에 나서거나, 장래 수익과 개발 가능성을 앞세워 계약을 유도해도 이를 사전에 통제할 장치가 부족했다.

건축물분양법 제정의 직접적인 계기로 거론되는 사건은 2003년 발생한 ‘굿모닝시티’ 사기 분양 사건이다. 당시 서울 동대문 일대 초대형 쇼핑몰 개발을 내세운 분양 사업자가 수천명의 투자자와 상인들로부터 막대한 분양대금을 끌어모은 뒤 사업이 좌초되면서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자는 3000명을 넘었고, 피해액은 3700억원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금이나 전 재산을 넣은 이들까지 피해자 명단에 포함되면서, 당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사기 분양 사건이 됐다.

문제는 이 같은 피해가 발생하기 전까지 상가나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건축물 분양을 체계적으로 규율하는 법적 장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당시에는 건물이 완공되기도 전에 분양이 이뤄지고, 사업자가 실제 사업 추진 능력을 갖췄는지 불분명한 상태에서도 분양 대금을 받을 수 있었다.

허위·과장 광고나 불완전한 사업 설명이 있더라도 수분양자가 사전에 이를 걸러내기 어려웠고,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된 뒤에야 피해가 드러나는 구조였다.

이후 정부는 건축물 분양에 관한 별도 법률을 마련했다. 건축물분양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을 분양할 때 착공 신고, 신탁계약 또는 분양보증, 분양 신고, 분양 광고, 분양 계약서 기재 사항 등을 규율하도록 했다.

핵심은 사업자가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선분양을 통해 자금을 끌어모으는 일을 막고, 수분양자가 계약 전에 기본적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었다. 굿모닝시티 사태처럼 사업 구조 자체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다수의 계약자가 피해를 보는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이 법이 분양 계약서에 일정한 해약 관련 조항을 포함하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건축물분양법령은 분양 사업자가 법 위반으로 시정명령을 받거나, 벌금형 또는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경우 수분양자가 분양 계약을 해약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포함하도록 해왔다.

좁아진
탈출구

이는 분양 사업자가 법을 지키지 않았을 때 수분양자에게 계약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출구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로 볼 수 있다. 특히 비아파트 분양은 일반 주택 매매와 성격이 다르다. 수분양자는 완성된 물건을 보고 사는 것이 아니라, 장래 완공될 건축물과 분양 사업자의 설명, 광고, 사업계획을 믿고 계약한다.

오피스텔은 임대수익이나 전매 가능성이 강조되고, 생활숙박시설은 숙박업 운영이나 주거 가능성, 지식산업센터는 세제 혜택과 입주 업종, 대출 조건 등이 계약 판단에 영향을 준다.

이처럼 계약 당시 제공되는 정보의 비중이 큰 만큼, 분양 사업자의 법 위반은 행정상 흠결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분양 계약서에 포함된 해약 조항은 이런 정보 비대칭을 일부 보완하는 기능을 해왔다.

수분양자가 계약 전 모든 법률적·사업적 위험을 스스로 검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적어도 분양 사업자가 법 위반으로 공적 제재를 받았다면 계약 유지 여부를 다시 판단할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건축물분양법의 해약 조항은 처음부터 두 가지 성격을 함께 안고 있었다. 하나는 분양 사업자의 위법행위로부터 수분양자를 보호하는 장치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 위법행위의 범위와 무게를 어디까지 계약 해약 사유로 볼 것인지에 대한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는 점이다.

그동안 법원은 이 지점을 두고 사안별로 판단해 왔고, 상당수 하급심은 그동안 시정명령이 있더라도 위반 사항이 계약 목적 달성을 어렵게 할 정도로 중대한지를 따져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이 해약 조항을 둘러싼 해석에 다른 기준을 제시했다. 법이 정한 조항이 계약서에 명확히 들어가 있다면, 그 문언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가 핵심이라는 판단이었다.

사안은 대구의 한 오피스텔 분양 계약에서 시작됐다. 수분양자는 기존 계약자의 지위를 승계해 오피스텔 분양권을 취득했다.

분양 계약서에는 분양 사업자가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수분양자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분양 사업자는 분양 광고 안에 일부 내용을 누락했다는 이유로 관할 구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구제 수단
보장은?

누락된 내용은 지구단위계획 수립 여부, 교육 환경 보호구역 설정 여부 등으로 알려졌다. 수분양자는 이 시정명령이 계약서상 해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이어 이미 납부한 계약금 반환 등을 청구했다.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계약서에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는 만큼, 실제로 시정명령이 내려진 이상 해제권이 발생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1심과 2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급심은 계약서에 해제 조항이 있더라도 시정명령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봐야 한다고 봤다.

위반사항이 계약의 목적 달성을 어렵게 하거나, 수분양자가 그 사실을 알았다면 애초에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어야 계약 해제가 가능하다는 취지였다. 단순한 기재 누락이나 경미한 행정상 위반까지 모두 계약 해제 사유로 본다면, 다른 해제 조항과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도 깔려 있었다.

하급심의 판단은 당시까지 낯선 결론은 아니었다. 법원은 종종 시정명령이나 과태료 처분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분양계약 해제를 인정하기보다, 그 처분 사유가 실제 계약 체결 여부나 계약 목적 달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를 함께 봤다.

분양 사업자들도 이 같은 해석을 근거로 “법 위반이 있었더라도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경우에만 해제가 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약정 해제 사유가 계약서라는 처분 문서에 명확하게 적혀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의 객관적 의미에 따라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문제의 조항은 “분양자가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수분양자는 분양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그 의미가 명확하게 표현돼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시정명령의 원인이 된 위반 사항의 경중이나, 그 위반 사항이 계약 체결 의사 및 계약 목적 달성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 해제권 발생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식으로 문언을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쉽게 말해 계약서에 ‘시정명령을 받으면 해제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면, 법원이 나중에 ‘그 시정명령은 경미하니 해제할 수 없다’는 식으로 조건을 덧붙이기 어렵다는 의미다.

허위·과장 영업 피해자도 문턱 높아져
해약 요건 강화 시행령에 수분양자 발끈

이 판단은 하급심의 접근과 뚜렷하게 갈렸다. 하급심이 본 것은 ‘위반의 중대성’이었다. 시정명령의 내용이 수분양자의 계약 결정에 실질적 영향을 줬는지, 계약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만들었는지를 따졌다.

반면 대법원이 본 것은 ‘계약서 문구’였다. 당사자 사이에 작성된 계약서의 문언이 명확하다면, 그 문언대로 권리 발생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을 앞세웠다.

이 판결이 분양업계에 준 충격은 작지 않았다. 그동안 사업자들은 경미한 행정상 하자나 단순 누락으로 인한 시정명령은 계약 해제 사유가 되기 어렵다고 방어해 왔다. 실제 일부 하급심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판단이 나왔다.

그러나 대법원이 문언 해석 원칙을 앞세워 수분양자의 해제권을 인정하면서, 시정명령의 경중을 이유로 해제권을 제한해 온 기존 방어 논리는 힘을 잃게 됐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 판결 이후 시행령 개정에 나섰다. 정부와 업계는 대법원 판단으로 단순 오기나 기재 누락까지 계약 해약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수분양자들은 이를 ‘악용 방지’라는 이름으로 대법원이 인정한 해약권을 다시 제한하려는 움직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은 분양 계약이 체결되는 과정 자체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 가깝다고 말한다. 분양 사업자나 분양 대행사는 수익률, 대출 가능성, 전매 가능성, 용도 제한 등을 적극적으로 설명하지만, 정작 계약자가 감당해야 할 위험은 충분히 고지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원주의 한 지식산업센터에서는 기숙사와 라이브 오피스 등을 분양받은 수분양자 80여명이 시행사를 상대로 200억원대 계약 해지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시행사가 세제 혜택과 임대수익을 강조하며 계약을 유도했지만, 실제로는 입주 가능 업종이나 기숙사 사용 제한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지식산업센터 기숙사는 원칙적으로 입주 기업 직원 등이 사용하는 시설인데, 자유로운 임대와 거래가 가능한 일반 오피스텔처럼 홍보됐다는 것이다.

수분양자들은 시행사 측이 사업자 등록이나 업종 코드까지 안내하면서 사실상 이용이 가능한 것처럼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시행사 측은 법에 어긋남 없이 사업을 진행했고, 소송이 제기된 근본 원인은 정부의 대출 규제로 수분양자들이 잔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분쟁은 ‘묻지마 해약’이라는 한마디로 정리하기 어렵다. 물론 경미한 오기나 단순 누락까지 모두 계약 해약 사유로 삼을 경우 시장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도 무시하기 어렵다.

분양 계약 해지가 대규모로 이어지면 시행사의 자금난, 금융권 PF 부실, 다른 수분양자 피해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 역시 현실적인 문제다.

그럼에도 수분양자들이 문제 삼는 지점은 분명하다. 분양 사업자가 법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았거나, 계약 체결 과정에서 허위·과장 설명과 중요사항 미고지가 있었다면 수분양자가 계약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통로는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분별한 해약을 막기 위한 기준 정비는 필요하다. 경미한 행정상 하자를 악용한 기획 소송을 막으면서도, 실제 위법·부당한 분양 영업으로 계약한 수분양자의 구제수단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가 본질이다.

문제 삼는
분명한 지점

속초의 한 생활숙박시설 수분양자 A씨는 “구경 간 모델하우스에서 장시간 설득과 계약금 대여 제안 끝에 계약에 이르렀고, 계약금 1000만원 중 800만원은 그 자리에서 대출을 통해 이체됐다”며 “이후 약속됐던 잔금대출은 보장한 만큼 나오지 않았고, 분양사는 잔금 지급명령과 급여 가압류, 경매 처분을 압박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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