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군무이탈’ 의혹, 안규백 장관에 바란다

2026.07.10 10:19:10 호수 0호

국방부 장관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무거운 책임을 지는 자리 가운데 하나다. 전쟁 억제와 국가 안보는 물론, 수십만 장병의 생명과 군 조직의 명예를 책임지는 자리다. 이 같은 이유로 국방부 장관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단순한 정책 능력만이 아니다.

군에 대한 이해, 공적 윤리, 그리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도덕성과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장 선상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을 둘러싼 이른바 ‘군무이탈’ 의혹은 단순한 과거사 논란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문제다. 법적 책임 여부와 별개로, 군의 최고 책임자가 된 인물에게 국민이 품게 되는 근본적인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 모든 사실관계가 최종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당사자는 의혹을 부인하거나 해명했던 바 있고, 정치권 역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혹만으로 유죄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은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형사재판 수준의 유죄 입증이 아니다. 공직 후보자로서 국민 앞에 충분히 설명했는지, 그리고 그 설명이 상식적으로 납득 가능한 수준인지가 더 중요하다.

국방부 장관은 일반 고위 공직자와는 달리 군 기강을 바로 세우고 군의 규율을 지켜야 하는 최고 책임자다. 장병들에게는 명령과 규율 준수를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의 과거 의혹에는 모호한 설명으로 일관한다면 군 조직은 어떤 메시지를 받아들이겠는가.

군에서 가장 엄격하게 다뤄지는 것이 바로 근무기강이다. 무단이탈이나 명령 불복종은 군 조직의 존립을 흔드는 행위로 간주된다. 전투 상황에서는 단 한 사람의 일탈이 전체 부대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군무이탈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상징성은 매우 크다. 실제 법률상 어떤 판단이 내려졌는지와는 별개로, 군 최고 지휘부를 이끄는 인물이 이 같은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 자체가 군 장병들에게 적지 않은 혼란을 줄 수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정치적 공방으로만 흘러간다는 점이다. 여당은 정치 공세라고 주장하고, 야당은 자질 문제를 제기한다. 하지만 정작 국민은 사실관계를 알고 싶어한다. 정치는 서로를 공격하는 공간일 수 있다.

그러나 국방이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영역이어서는 곤란하다. 안보는 어느 정권의 것도 아니며, 군은 특정 정당의 조직도 아니다. 국방부 장관은 정권을 대표하는 사람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군을 대표하는 자리다. 따라서 국민은 장관에게 정치인의 언어보다 군인의 책임감을 기대한다.

안 장관은 오랫동안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하며 군 정책을 다뤄 온 정치인이다. 이런 경력은 분명 장점으로 평가될 수 있지만 관련 상임위에서 오래 활동했다고 해서 곧바로 군 최고 책임자로서의 신뢰가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은 국방부 장관에게 전문성보다 먼저 공정성을 본다. 자신에게는 관대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장병들에게는 엄격한 규율을 요구하는 모습이 비친다면 장관의 리더십은 출범 순간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병역 의무를 성실히 수행한 수많은 국민의 박탈감도 고려해야 한다.

대한민국 남성 다수는 청춘의 상당 기간을 군 복무에 바친다. 훈련소의 혹독한 훈련을 견디고, 혹한과 혹서 속에서 경계근무를 서며, 개인의 삶을 잠시 멈춘 채 국가의 부름에 응한다. 그들에게 군 복무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였다.

그런 국민이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과거 군 복무를 둘러싼 논란을 접했을 때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정치적 호불호가 아니다. ‘왜 누구에게는 엄격하고 누구에게는 관대한가’라는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공정은 가장 민감한 가치 가운데 하나로, 병역 문제는 특히 그렇다. 병역 비리나 복무 특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사회적 파장이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방부 장관은 그 누구보다 병역의 신성함을 강조해야 하는 자리다. 따라서 자신의 병역과 관련한 의혹 역시 가장 높은 수준의 검증을 감수해야 한다.

이번 논란에서 또 하나 아쉬운 점은 논란에 대하는 당사자의 설명 방식이다. 공직자는 의혹이 제기되면 최소한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자료와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이나 정치적 공세라는 반박만으로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

지난해 7월15일, 인사청문회 당시 ‘예비역 소장’ 출신인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의 “당시 방위병 복무기간은 14개월이었는데 왜 더 복무했는지 세부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에 안 장관은 “한점 부끄럼 없이 살았다. 며칠 더 근무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아 잔여 임기를 복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병적 기록상에는 실제와 다르게 돼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병무 행정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며 피해자 되레 코스프레를 했다. 사실과 다르게 기재돼있다는 점을 알았더라면 공식적인 ‘병적 기록 정정 절차’를 통해 바로잡았어야 했다. 

국민의힘은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관련 자료(병적 기록부)를 즉시 공개하면 된다”고 압박했지만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방부도 “1년 전에 제기됐던 인사청문회 속기록 자료를 보면 충분히 소명이 됐다고 이해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지난 9일, 전반기 국방위원장이었던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안 장관의 방위병 복무 시절 탈영설은 인사청문회 때부터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는데, 사실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병적 기록부는 공개하지 못하겠다고 했다”며 “‘오해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있어 보여줄 수 없으니 그냥 나를 믿어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썼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지거나 왜곡 또는 변질될 수 있지만 ‘기록’은 그렇지 않다. 병적 기록만이 진실을 담고 있으며 논란과 의혹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오해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 있다면 국민들 앞에서 정정당당하게 이해시키거나 양해를 구해야 한다.

국민은 복잡한 법률 논리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관련 기록은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자료를 통해 설명해 달라는 것이다. 설명이 충분하다면 의혹은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반대로 설명이 부족하면 의혹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진다.

국방부 장관의 명예는 군은 물론, 국민의 신뢰 위에서만 존재한다. 안 장관 개인의 정치적 운명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다. 국민은 장관 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군이라는 조직 전체를 바라보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권의 편 가르기가 아니다. 야당은 근거 있는 문제 제기를 하되 과도한 정치적 확대 해석은 경계해야 하고, 여당 역시 무조건적인 방어보다 국민 눈높이에서 의혹 해소에 협조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관 본인의 태도다. 국민은 완벽한 사람을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최고 공직자라면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가장 엄격한 기준으로 설명하고 검증받기를 원한다.

국방부 장관은 장병들에게 “규율을 지켜라” “국가를 위해 희생하라”고 말할 수 있는 자리다. 그 말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장관 자신의 삶 역시 국민 앞에서 떳떳해야 한다.

특히나 군은 신뢰로 움직이는 조직으로, 명령이 통하는 이유도 계급장 때문만이 아니라 그 명령을 내리는 지휘관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국가 안보는 무기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국민의 신뢰, 장병들의 자부심, 그리고 군 수뇌부에 대한 도덕적 권위가 함께할 때 비로소 튼튼한 안보가 완성된다.

그래서 이번 논란의 핵심은 과거의 군무이탈 의혹 그 자체가 아닌 국방부 장관이라는 자리에 걸맞은 책임 있는 설명과 국민적 신뢰를 끝까지 확보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신뢰를 잃은 국방은 강할 수 없으며, 과연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국방부 장관에게 강한 리더십을 기대할 수 있을까? 

<kangjoom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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