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선호투표제, 송영길에게 기회 될까

2026.07.10 08:00:08 호수 0호

민주당 당대표 선거 바꿀 ‘2순위 정치’의 시작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9일 8·17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와 관련해 선호투표제 도입 결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전준위 간사인 이연희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전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까지 전준위나 기획분과는 (선호투표제 도입을) 당헌·당규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앞서 전준위는 정청래 전 대표 측에서 당 대표 선거에 선호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당헌·당규 위반 여지가 있다고 주장하자 이를 재논의하기로 한 바 있다.

다만 이 의원은 “당헌·당규 해석 권한은 당무위에 있는 것"이라며 "현재까지 최고위원회의 논의가 계류 중인 상황이라 결론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준위 의결 사항은 최고위, 당무위를 거친 뒤 최종 확정된다.

이번 당 대표 선거는 정청래·김민석·송영길·고민정 후보가 경쟁하는 4파전이다. 정치권에서는 김민석 후보와 정청래 후보를 양강으로, 송영길 후보를 추격하는 후보로 평가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여기에 고민정 후보까지 가세하면서 이번 전당대회는 단순한 지지율 경쟁을 넘어 ‘룰의 경쟁’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제는 누가 더 많은 표를 얻느냐 못지않게 어떤 방식으로 승자를 결정하느냐가 더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선거는 단순다수제 또는 결선투표제를 적용해 왔다. 단순다수제는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사람이 당선되는 방식이고, 결선투표제는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2위가 다시 경쟁하는 방식이다. 민주당 당 대표 선거 역시 그동안 결선투표제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결선을 생략하고 선호투표제로 최종 승자를 결정하는 방안이 제시되면서 새로운 논쟁이 시작됐다.

선호투표제는 유권자가 후보 한 명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1순위, 2순위, 3순위 등 선호 순위를 함께 표시하는 제도다. 다만 선호투표제라고 해서 모두 같은 방식은 아니다. 크게 두 가지 방식이 널리 알려져 있다.

첫 번째는 가장 보편적인 방식이다. 먼저 1순위 표만 집계한 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최하위 후보를 탈락시키고, 그 후보를 선택했던 유권자의 다음 순위 표를 살아남은 후보에게 이전한다. 이후에도 과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같은 절차를 반복한다.

두 번째는 단계적 합산 방식이다. 먼저 1순위만 집계해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2순위 선호를 추가로 반영하고, 그래도 과반이 없으면 다시 3순위까지 합산하는 방식이다.

현재 민주당은 선호투표제 도입 방침은 밝혔지만 세부 집계 방식은 아직 최종 확정하지 않았다. 다만 지도부는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후보 탈락 후 차순위 표 이전 방식’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공식 확정안은 아직 나오지 않은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사표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당선 가능성이 낮은 후보를 지지하면 자신의 표가 버려질 수 있다는 심리가 작용해 유력 후보에게 전략적으로 표를 몰아주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선호투표에서는 그런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후보를 1순위로 선택하더라도 그 후보가 탈락하면 표는 2순위 후보에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실제 선호를 끝까지 반영하자는 것이 선호투표제의 핵심 철학이다.

후보들의 선거 전략도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단순다수제에서는 자신의 핵심 지지층을 얼마나 결집시키느냐가 승부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선호투표에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들에게도 “차선이라면 나를 선택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다시 말해 열성 지지층만 많은 후보보다 폭넓은 호감과 신뢰를 얻는 후보가 유리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선호투표제를 ‘2순위 정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제도보다 절차였다. 아무리 취지가 좋은 제도라도 선거를 앞두고 경기 규칙을 바꾸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특히 당헌·당규에 결선투표 규정이 명시돼있는 상황에서 이를 선호투표제로 대체할 수 있는지를 둘러싸고 법적·정치적 논란이 이어졌다.

결국 민주당이 다시 논의에 들어간 이유도 제도의 장단점보다 절차적 정당성을 먼저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정청래 후보 측이다. 정청래 후보는 당헌·당규에 결선투표 규정이 존재하는 만큼 충분한 개정 절차 없이 선호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모든 후보가 같은 규칙 아래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친정청래계 의원들도 같은 취지의 의견을 내놓으며 당규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민정 후보 역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룰을 바꾸는 것은 후보와 당원 모두에게 혼란을 줄 수 있으며 공정성 논란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결국 반대론자들의 공통된 주장은 하나다. 좋은 제도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공정한 절차’라는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결과의 정당성은 절차의 정당성 위에서만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번 논란을 가장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후보로는 송영길 후보가 거론된다. 그는 선호투표제가 사표를 줄이고 당원들의 다양한 선택을 보다 충실하게 반영하는 제도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표가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살아 움직이는 방식인 만큼, 누구에게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의 판세를 고려하면 이런 기대는 더욱 현실적인 정치 전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에게 표가 몰리는 이른바 전략적 투표가 많았다. 그러나 선호투표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다. 당원들은 부담 없이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후보를 1순위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변수는 2순위와 3순위 등 차선호 표다. 선호투표에서는 1순위 득표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다른 후보 지지층으로부터 폭넓은 2순위와 3순위 선택을 받으면 얼마든지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 다시 말해 가장 열성적인 팬덤보다 가장 넓은 호감도를 가진 후보가 마지막에 웃을 수도 있다. 이것이 단순다수제와 선호투표제를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이자, 선호투표제가 2순위 정치라는 별칭을 얻는 이유다.

전준위가 최종 룰을 확정하는 사이 각 후보 캠프는 이미 머릿속 계산기를 바쁘게 두드리고 있을 것이다. 어떤 방식이 채택될 경우 자신에게 유리한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돌려보고, AI에게까지 경우의 수를 묻고 있을지 모른다. 이제 선거는 표만 세는 경쟁이 아니라 데이터를 분석하고 확률을 계산하는 경쟁이기도 하다.

필자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선호투표제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두 가지 방식으로 가정해 봤다. 어디까지나 제도 이해를 위한 예시일 뿐 실제 민주당이 어떤 방식을 채택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또 특정 후보의 당선을 예측하려는 의도도 아니다.

먼저 가장 널리 알려진 선호투표 방식을 가정해 봤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당원투표를 100표로 설정하고, 1차 개표 결과가 A 후보 33표, B 후보 30표, C 후보 25표, D 후보 12표라고 가정해 보자. 과반 득표자가 없기 때문에 최하위인 D 후보가 먼저 탈락한다.

그러나 D 후보를 선택했던 12표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들의 2순위 선택을 확인해 살아남은 후보에게 다시 배분한다. 예를 들어 이 가운데 8명이 C 후보를, 3명이 A 후보를, 1명이 B 후보를 2순위로 적었다면 결과는 A 후보 36표, C 후보 33표, B 후보 31표가 된다.

그래도 과반 득표자가 없으니 이번에는 B 후보가 탈락하고 그의 지지자들의 다음 순위가 다시 반영된다. 만약 이 과정에서 C 후보가 가장 많은 표를 넘겨받아 50표 이상를 확보하고 A 후보를 앞선다면, 1차에서 3위였던 C 후보가 최종 승자가 된다.

이번에는 다른 방식으로 가정해 보자. 같은 조건에서 1차 개표 결과가 A 후보 33표, B 후보 30표, C 후보 25표, D 후보 12표라고 하자. 역시 과반 득표자가 없지만, 이번에는 후보를 탈락시키지 않고 모든 후보의 2순위 선호를 함께 반영한다.

예를 들어 2순위 집계 결과 A 후보 7표, B 후보 5표, C 후보 18표, D 후보 3표를 추가로 얻는다면 누적 득표는 A 후보 40표, B 후보 35표, C 후보 43표, D 후보 15표가 된다.

그래도 과반이 없으니 다시 3순위까지 합산한다. 이때 C 후보 가 가장 많은 3순위 선택을 받아 과반을 넘긴다면 역시 최종 승자가 된다. 이 방식은 후보를 탈락시키지 않고 2순위와 3순위 선호를 단계적으로 합산해 가장 폭넓은 지지를 받은 후보를 가리는 것이 특징이다.

결국 두 방식은 모두 ‘차선 표’를 중시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개표 방식은 상당히 다르다. 하나는 탈락한 후보의 표를 살아 있는 후보에게 계속 이전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2순위와 3순위 선호를 단계적으로 합산하는 방식이다. 민주당이 최종적으로 어느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실제 개표 과정과 후보별 유불리도 달라질 수 있다.

현재까지 민주당은 선호투표제 도입 방향을 제시했지만 세부 집계 방식은 아직 최종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선호투표 과정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후보는 고민정 후보다. 현재 판세만 보면 선두권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선호투표제가 도입될 경우 그의 정치적 무게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 후보 탈락 방식에서는 가장 먼저 탈락하는 후보의 지지층이 누구에게 이동하느냐가 승부를 좌우할 수 있고, 합산 방식에서는 고민정 지지자들의 2순위와 3순위 선택이 최종 결과를 바꿀 수도 있다.

결국 자신의 득표율보다 지지자들의 차선호가 더 큰 정치적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선호투표에서는 ‘캐스팅보트’의 의미도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특정 후보가 단일화를 선언하거나 공개 지지를 표명하는 것이 변수였다면, 이제는 유권자가 투표용지에 직접 적어 놓은 2순위와 3순위가 승부를 좌우한다. 정치인의 협상보다 유권자의 선호가 마지막 결과를 결정하는 셈이다.

이것이 선호투표제가 단순한 개표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정치의 작동 방식을 바꾸는 제도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물론 현실 정치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제도가 바뀐다고 정치 문화가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2순위 표를 얻기 위한 새로운 연대와 전략이 등장할 수도 있고, 또 다른 형태의 정치공학이 작동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선호투표제를 마치 만능 해법처럼 바라보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제도는 방향을 제시할 뿐, 결국 정치를 바꾸는 것은 사람이다.

민주당이 이번에 다시 논의에 들어간 것도 이런 이유와 무관치 않다.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더라도 절차가 흔들리면 결과의 정당성까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승패보다 승복이 더 중요하다. 승자가 정당성을 인정받으려면 패배한 쪽도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경기 규칙이 사전에 명확하게 정해져 있어야 한다.

또 이번 전당대회는 경선 운영 방식에서도 적지 않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권역별 순회 경선을 실시하면서도 지역별 결과를 곧바로 공개하지 않고 일정 기간 묶어 발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중간 결과 공개로 인한 밴드왜건 효과와 전략투표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선거 결과보다 유권자의 독립적인 판단을 우선하겠다는 고민이 담겨있다.

예비경선 방식도 달라질 전망이다. 중앙위원과 권리당원이 온라인 투표에 참여하고, 국민 여론조사는 전체 반영 비율의 30%를 차지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 여론조사는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전화걸기(RDD)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결국 이번 전당대회는 선호투표제 하나만이 아니라 경선 절차와 운영 방식까지 함께 실험하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필자는 이번 논란을 보며 흥미로운 변화 하나를 읽는다. 우리 정치는 오랫동안 ‘1등만 살아남는 정치’에 익숙했다. 상대를 이겨야 내가 사는 구조였고, 선거가 끝난 뒤에도 갈등은 쉽게 봉합되지 않았다. 그러나 선호투표제가 정착된다면 정치의 기준도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 가장 강한 사람보다 가장 넓게 신뢰받는 사람이 경쟁력을 갖는 정치로 한 걸음 나아갈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결국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당 대표 한 사람을 뽑는 선거를 넘어, 한국 정당 정치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선호투표제가 최종 도입될지, 결선투표제가 유지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논쟁을 통해 우리 사회가 다양한 선거제도를 진지하게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정치는 본질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지금까지는 내 편의 박수만 많이 받으면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상대의 지지자에게도 최소한의 신뢰를 얻는 정치가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것이 선호투표제가 던지는 가장 큰 메시지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가 선택하려는 것은 어쩌면 한 명의 당대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 정치의 새로운 문법인지도 모른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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