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간인 수용 사전 조치’ 국방부 법무관리관실 내란 동조 의혹

2026.06.17 10:31:06 호수 1589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이 12·3 내란 당시 사실상 동조했음에도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반국가 세력 체포’를 위한 수감 시설 비우기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게 핵심이다. 일부 정황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공소장에서 확인된다. 실제 법무관리관실 간부들은 아무런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다.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체포해야 할 인사들의 명단을 불러줬다. 수감 시설로 거론된 곳은 수도방위사령부 B1 벙커였다. B1 벙커는 수십명 또는 사람을 가두기엔 적절치 않은 공간이다.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결수용자들을 이감하기 위한 조처에 나섰다.

해제됐는데…

비상계엄이 국회에서 해제된 건 2024년 12월4일 오전 1시3분경이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이 선포되자마자 여 전 사령관에게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조국, 김민석, 박찬대, 김민웅, 김명수, 김어준 등 10여명을 체포하라. 경찰에 연락해 대상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일단 국회로 출동하라”고 지시했다. 여 전 사령관은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 “경찰에서 위치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해 12월3일 오후 11시, 여 전 사령관은 김대우 전 방첩사 수사단장에게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100명, 국방부조사본부에서 100명이 오기로 했으니 합동수사본부를 빨리 구성하고, 국방부 장관에게 받은 명단인데,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조해주, 조국, 양경수, 양정철, 이학영, 김민석, 김민웅, 김명수, 김어준, 박찬대, 정청래 등 14명을 신속하게 체포해 수방사 B1 벙커로 이송하라”라고 지시했다.

방첩사 수사관들은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듣고 갸우뚱했다. 수방사 B1 벙커는 수십명을 구금할 장소로 적합하지 않은 게 이유다. 통상 구금 시설은 문을 밖에서 잠글 수 있는 구조임과 동시에 내부에 화장실이 설치돼있어야 한다. 수방사 B1 벙커는 이 같은 구조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단장은 구민회 전 방첩사 수사조정과장에게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하달하면서 체포 명단 14명을 체포한 뒤 ‘수방사 B1 벙커’가 아닌 ‘구금 시설’로 이송하라고 지시했다. 구 전 과장은 이때부터 수도권에 있는 구금 시설을 찾기 시작했다.

같은 날 오후 11시05분 구 전 과장은 김성곤 전 국방부조사본부 기획처장에게 전화해 “수도권에 군이 사용할 수 있는 구금 시설이 어디 있냐”고 물었으나 국방부조사본부는 비상소집도 끝내지 않은 상태였다. 방첩사에서 요청한 수사관 100명 선별 작업도 마치지 못했을 정도다.

김용현으로 시작된 지시 조사본부장이 보고 받고 최종 승인
수방사 B1 벙커 아닌 타 수감 시설 알아보러 이곳저곳 연락

구 전 과장은 오후 11시42분 김 전 처장에게 재차 전화해 수도권 내 구금 시설 현황을 빨리 알려달라며 재촉했다. 이에 김 전 처장은 수도권 내 구금 시설인 수방사 군사경찰단과 수도군단 군사경찰단 미결수용실에 각각 3명의 미결수용자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때부터 미결수용자 6명 중 수도병원에 입실한 1명을 제외한 5명을 국군교도소로 이감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됐다.

김 전 처장은 백철기 전 수도군단 군사경찰단장과 통화했다. 백 전 단장이 “이감하려면 군검사의 ‘이감 지휘서’가 필요하다”고 하자 그는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에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김 전 처장은 오후 11시51분에 정모 국방부 법무관리관실 군사법정잭담당관(대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결수용자들을 이감하기 위한 준비가 시작된 시간이기도 했다. 정 대령과 통화한 직후 김 전 처장은 김창학 전 수방사 군사경찰단장에게 전화해 법무관리관실과 협조가 이뤄진 것처럼 언급했다.

다음날인 12월4일 오전 12시2분경 국방부조사본부에서 수방사 및 수도군단 군사경찰단에 ‘00시부로 이감 준비 지시’를 하달했다. 앞선 내용은 모두 박헌수 전 국방부조사본부장에게 보고됐고 박 전 본부장은 이를 승인했다. 이는 박 전 본부장의 공소 사실에도 포함돼있다.

군사법원법 제126조(피고인의 이감)는 ‘군검사는 군사법원(항소심의 경우에는 고등법원을 말한다)의 허가를 받아 구속된 피고인을 다른 교도소에 이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246조 따라 이 조항은 피의자의 구속에 준용된다. 구속된 피의자를 다른 구금 시설로 이감하기 위해서는 군사법원의 허가에 따른 군검사의 이감 지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법무관리관실은 군검찰 및 군사법원 업무를 지휘·감독한다. 국방부 법무관리관 산하 군사법정책담당관(대령), 규제개혁법제담당관(4급), 송무소청팀(4급)이 있는데, 이 중 군사법정책담당관실이 해당 업무를 담당한다. 정 대령이 김 전 처장과 2회 통화하는 과정에서 미결수용자 이감 지휘에 협조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정황은 수사 기록과 윤석열씨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 증인신문조서에도 적시돼있다.

법무관리관실 동조···미결수 5명 국군교도소 이감 절차 진행
관련자들 솜방망이 징계받거나 내란 직후 전역해 처벌 회피

실제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의결되기 직전인 2024년 12월4일 오전 1시경, 방첩사는 수방사 미결수용실을 방문했고 그 무렵 정 대령은 수방사 군사경찰단 담당자에게 미결수용실 수용자 이감 지시 예정임을 통보하기까지 했다. 정 대령의 상급자는 홍창식 전 법무관리관이었다.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이 통과된 이후인 2024년 12월4일 오전 1시18분경, 미결수용자 이감 준비 중단 지시가 전파되면서 실제 이감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중단지시가 전파되기까지 수방사 군사경찰단은 자고 있던 미결수용자 2명을 깨워 전투복으로 갈아입게 한 뒤 짐을 챙기게 했다.

특히 미결수용실 근무자들이 3교대로 근무할 수 있게 준비하는 등 이감에 필요한 사전 조치를 실행했다. 향후 민간인이 미결수용실에 구금될 상황에 대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 같은 조치가 법무관리관실의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군 안팎의 지적이다.

정 대령은 채 해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의 오른팔로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비상계엄 뒤인 지난해 3월 전역해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그러나 2023년 8월 채 해병 사건을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수상한 통화기록이 확인돼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의 수사 대상이 되기도 했다. 현재는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을 변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은 12·3 내란 당일 국무회의가 끝나고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는 차량에서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에게 “비상계엄 상황에서 수용 공간 확보가 필요하므로 교정본부 산하 구치소 등 교정시설의 수용 현황 및 여력을 파악하라”고 했다.

법무부 교정당국은 서울구치소 등에 수용공간 마련에 나섰고 과밀수용 상태인 구치소·교도소에 총 3600명의 추가 수용이 가능하다는 보고서를 작성해 박 전 장관에게 보고했다.

수사 안 됐다

합동참모본부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군사법원 관할 민간인 미결수·기결수는 일반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용한다고 돼있다. 법무부 ‘충무계획’에도 비상시 단계별 충무 사태 선포에 따라 교정시설 방호력 확보를 위해 미결수·기결수를 잠시 석방하는 ‘비상시 석방 제도’는 있어도 민간인 구금을 위한 수용 공간을 확보는 찾아볼 수 없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장관의 지시가 부당한 지시였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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