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휴전 파국’ 위기⋯호르무즈 해협 다시 폐쇄

2026.06.11 14:49:31 호수 0호

IRGC “모든 선박 통항 금지”
트럼프, 내일까지 데드라인 엄포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인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단 하루 앞둔 10일(현지시각), 미국과 이란이 주요시설 공습과 해협 봉쇄라는 ‘강대강’ 무력 충돌을 빚으며 중동 정세가 다시 한번 파국 위기로 치닫고 있다.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살얼음판 같던 양국의 휴전 체제가 최근 며칠 사이 급격히 붕괴하는 모습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 8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미 육군 아파치 공격헬기가 이란 드론에 피격돼 추락하면서 촉발됐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튿 날(9일) 1차 공습을 단행해 이란 방공 시설과 지상 관제소, 레이더 기지를 정밀 타격한 데 이어, 10일에도 추가 공습을 개시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미 동부시각 기준 10일 오후 5시15분(한국시각 11일 오전 6시15분) 최고통수권자의 지시에 따라 이란 내 다수의 표적을 대상으로 자위권 차원의 추가 타격을 개시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추가 공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오늘 이란을 더욱 강하게 다시 타격할 것”이라고 예고한 지 약 5시간 만에 단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휴전을 두고 “세계 역사상 가장 많이 위반된 휴전”이라며 이란의 협상 지연 전술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 장관 역시 이란의 ‘핵심 시설’ 타격을 예고하며 “폭탄으로 협상해야 한다면 우리는 폭탄으로 협상할 것이다.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그 일에 뛰어나다”고 압박했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은 이번 공습에서 49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고 전투기 폭격을 감행했다. 이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케슘섬, 키시섬을 비롯해 남부 도시 반다르아바스, 미나브, 시릭 등지에서 굉음과 함께 폭발이 목격됐으며, 수도 테헤란 외곽 약 64km 지점까지 폭격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추가 공습 발표 직후 이란 역시 즉각 보복에 나섰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중동 지역 미군 기지 18곳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뿐만 아니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폐쇄’라는 초강수 카드도 다시 꺼내 들었다.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최고 합동군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유조선과 상선을 포함한 모든 선박의 통항을 금지한다고 선포했다. 이란군도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모든 선박은 공격 및 발포 표적이 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실제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의 발표를 인용한 현지 매체들은 이날 통항 금지 규정을 위반하고 해협을 통과하려던 선박 2척이 이란군의 실제 발포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지난 4월7일 휴전 이후 종전 협상 기간 동안 일부 상선의 통항을 묵인해 왔으나, 이번 발표를 기점으로 해협 봉쇄를 대대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편, 타격 직후 양국 간의 진실공방도 벌어졌다. <폭스뉴스>의 트레이 잉스트 기자는 엑스(X)에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인용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밤 이란 관계자들과 직접 대화했고, 그들이 공습 중단을 요청해 곧 폭격을 중단할 것이라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내일 밤에도 아주 세게 폭격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지지층 결집과 협상에 우위를 점하기 위한 양면전술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란 측은 이 같은 사실을 즉각 전면 부인했다. 이란 국영 매체에 따르면 한 익명의 관계자는 “이란 관계자가 연락해 왔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허위”라며 “이는 이란과의 전면전을 피하기 위한 미국 측의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이란의 해협 전면 폐쇄 선언에 대해 미국은 즉각 반박 자료를 냈다. 미 중부사령부는 엑스(X)에 ‘사실 확인(Fact Check)’ 형식을 빌려 “오늘 밤에도 상선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드나들고 있다”고 밝히며 이란의 주장이 과장된 것임을 강조했다.

이 같은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서도 한국 국적 선박 1척은 호르무즈 해협을 무사히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이날 공지를 통해 “한국 선사가 운용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척이 타국적 용선사 측 주도의 협의를 거쳐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와 정상 항행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선박에는 한국인 선원 8명이 승선해 있으며, 최종 목적지는 제3국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 선박으로서는 HMM 유니버설 위너호에 이어 두 번째로 위기 지역을 통과한 사례다.

해양수산부는 “해당 선박의 안전한 통항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실시간 모니터링 등 안전 운항을 지원하고 있다”며 “선사, 선명, 용선주 등 선박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는 선원 및 선사의 입장 등을 감안해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한국 선박은 24척으로, 해협 내 한국인 선원은 외국 선박에 승선 중인 인원을 포함해 모두 139명이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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