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프리미엄의 역전, 자연보다 인공 신뢰하는 시대

2026.06.10 07:13:00 호수 0호

최근 한국을 방문한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AI는 전기와 인터넷 이후 가장 큰 산업혁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AI가 반도체 산업을 넘어 제조업과 의료, 물류, 농업까지 모든 산업의 운영 방식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은 AI를 챗GPT나 로봇 같은 디지털 기술로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는 그의 발언을 듣는 순간 전혀 다른 이야기가 떠올랐다. 경기도 파주에서 30여년 동안 장어 양식을 하며 장어요리 전문점(갈릴리농원)을 운영해온 유용열 회장의 한마디였다.

“일본에서는 이제 자연산 장어보다 양식 장어가 더 비쌉니다.”

처음에는 믿기 어려웠다. 지금까지 자연산은 귀하고 양식은 대체품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자연산 활어라는 말에는 프리미엄이 붙고 양식이라는 단어에는 어딘가 인공적이고 덜 건강할 것 같은 이미지가 따라다녔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이 오래된 공식이 조금씩 뒤집히고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장어처럼 품질관리가 중요한 어종의 경우, 첨단 양식 장어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자연산은 수질과 기후, 질병, 환경오염 등 수많은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반면 첨단 양식장은 수온과 산소량, 먹이 상태, 질병 발생 여부까지 실시간으로 관리한다.

AI와 자동화 기술이 접목되면서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변수를 상당 부분 제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소비자들의 판단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자연산 여부가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안전성과 균일성, 품질의 안정성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자연산인가 아닌가 보다 얼마나 건강하게 자랐고 얼마나 체계적으로 관리됐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 프리미엄의 기준 자체가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공장 생산이 늘어날수록 사람들은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유기농과 무공해, 자연산이라는 단어가 고급 브랜드처럼 소비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자연은 건강함과 순수함의 상징이었고 인공은 위험하고 불완전한 것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AI 시대의 인공은 과거의 인공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마트팜이다. 이미 국내외 농업 현장에서는 AI가 온도와 습도, 빛의 양, 이산화탄소 농도, 수분 공급까지 실시간으로 조절하고 있다. 과거에는 햇빛을 맞고 자란 노지 채소가 최고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정밀하게 제어된 환경에서 자란 채소와 과일의 품질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가 늘고 있다.

일부 딸기와 토마토, 멜론은 스마트팜 생산품이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이제 비닐하우스 채소라는 말도 예전과 다른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대량 생산의 이미지가 강했다면 지금은 오히려 첨단기술이 적용된 프리미엄 농산물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되고 있다. AI는 빛의 파장과 수분 공급 시점을 계산하고, 생육 상태와 영양 상태를 분석하며 가장 이상적인 환경을 만든다.

자연이 계절과 날씨에 따라 흔들리는 동안 AI는 데이터 기반으로 최적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사실 젠슨 황이 말한 AI 혁명의 본질도 여기에 있다. AI는 인간을 대신하는 기술이라기보다 인간이 통제하기 어려웠던 변수들을 관리하는 기술에 가깝다. 농업에서는 날씨와 병충해를 관리하고 양식업에서는 수질과 질병을 관리한다. 제조업에서는 불량률을 줄이고 물류에서는 최적 경로를 찾는다.

결국 AI의 진짜 경쟁력은 자동화보다 최적화에 있다.

인간은 원래부터 자연을 끊임없이 개량해 왔다. 야생 밀을 개량해 오늘날의 밀 품종을 만들었고 들짐승을 길들여 가축으로 바꿨다. 씨 없는 수박도, 샤인머스캣도, 한우도 모두 인간이 자연을 조정한 결과물이다. 다만 과거의 개량이 경험과 직관에 의존했다면 AI 시대의 개량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기반한다는 차이가 있다.

이 변화는 농업과 수산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와인 산업에서는 AI가 토양과 습도, 일조량을 분석하며 최적 재배 환경을 찾고 있고 축산업에서는 가축의 건강 상태와 스트레스를 관리해 육질을 개선하고 있다. 인간은 이제 자연을 단순히 이용하는 단계를 넘어 자연의 원리를 데이터화하고 정교하게 재현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 젠슨 황은 AI를 국가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반도체 산업 이야기로만 받아들이지만 AI의 영향력은 이미 식탁 위까지 확장되고 있다. 우리가 먹는 장어와 딸기, 토마토와 한우의 품질까지 AI가 관리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미래 세대에게 AI는 컴퓨터 속 기술이 아니라 먹거리와 건강을 책임지는 생활 인프라가 될 가능성이 크다.

AI의 최적화는 이제 인간 자신에게도 향하고 있다. 이미 바이오 산업에서는 AI가 개인의 유전자와 장내 미생물, 혈당과 수면 패턴을 분석하며 맞춤형 건강관리를 제안하고 있다. 인간의 몸조차 자연 상태보다 최적화된 상태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인간이 어디까지 자연을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 논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류가 더 이상 자연을 무조건 절대화하지 않는 시대에 들어섰다는 사실이다.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이 심해질수록 인간은 더 정교한 인공 생태계를 만들 수밖에 없다. 자연은 여전히 소중하지만 동시에 예측 불가능한 변수도 안고 있다.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자연을 보완하고 때로는 자연보다 더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 상징적 장면 중 하나가 바로 자연산보다 비싼 양식 장어라는 말인지도 모른다. 파주의 한 양식장에서 30년 넘게 장어를 키워온 장인이 던진 그 한마디는 단순한 음식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AI 시대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선언에 가깝다.

과거 프리미엄의 기준은 자연성과 희소성이었다. 자연산이라는 말만으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던 시대였다. 그러나 AI 시대의 프리미엄은 얼마나 정교하게 관리되고, 얼마나 안정적으로 품질이 유지되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신뢰의 기준이 자연에서 데이터로, 경험에서 알고리즘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는 지금 자연을 흉내 내는 시대를 지나 자연을 이해하고 설계하는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젠슨 황이 말한 AI 혁명은 단지 반도체와 컴퓨터의 혁명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자연을 관리하고 활용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혁명이다.

미래 세대는 지금의 우리를 보며 “옛날 사람들은 왜 자연산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믿었을까?”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AI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그리고 그 시대의 프리미엄은 자연 그 자체가 아니라 자연보다 더 정교하게 관리되고 검증된 시스템일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자연산보다 비싼 양식 장어는 단순한 음식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자연보다 AI를 신뢰하기 시작한 시대의 상징이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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