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꼭 무덤 같습니다. 아무도 없어요.” 2025년 6월4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당일 용산 집무실에 처음 도착한 뒤 꺼낸 말이다. 안내 직원은 물론 컴퓨터와 볼펜 한 자루조차 없이 시작한 정부였다. 내란의 밤을 뒤로한 채 척박한 환경에서 첫발을 뗀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숨 가쁘게 달려온 ‘국민주권정부’의 지난 한 해를 <일요시사>가 돌아봤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없이 출범한 이재명정부는 취임 당일 비상경제TF와 연말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다음 날인 5일에는 첫 국무회의를 열고 “우리는 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업무를 하는 대리인”이라며 “여러분들이 매우 어색할 수도 있겠지만, 공직에 있는 그 기간만큼은 국민을 중심에 두고 각자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치열했던 365일
이정부의 명칭은 ‘국민주권정부’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초의 민주 정부는 ‘국민의 정부(김대중정부)’라고 부르고 ‘참여정부(노무현정부)’가 그다음이었다”며 “다음 정부의 이름을 어떻게 지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그 정부의 상징은 국민주권임으로 국민주권정부”라고 말했다.
민주 정부의 정통성을 계승하면서도 국민과 12·3 비상계엄 내란을 이겨내고 정권을 교체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출범 초 이정부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함께 검찰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해 9월1일 이정부 첫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날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개혁 등 3대 개혁을 빠르게 완수할 것을 약속했다.
당정은 원팀을 외쳤지만 크고 작은 갈등을 마주했다. 민주당과 법무부가 검찰개혁 방안을 놓고 의견 차이를 보이는 것을 두고 불협화음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정청래 대표는 “침소봉대 확대 과장도 문제지만 과도한 상상력에 헛웃음도 난다”고 받아쳤다.
대통령실 역시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큰 틀에서 공감대가 있고 세부적인 내용은 조율 중일 뿐”이라며 당정 갈등설에 선을 그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9월 말 검찰청 폐지를 핵심으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각각 국회 본회의와 국무회의까지 통과했다. 1년의 유예 기간에 따라 오는 10월2일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기소와 공소 유지(재판) 업무만을 전담하는 공소청으로 전환된다.
78년 만에 사라진 ‘검찰청’
전 국민 앞 생중계 국무회의
검찰의 수사 기능은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으로 이관된다. 공소청·경찰·법원 소속 공무원이 저지른 범죄도 수사할 수 있으며 수사는 중수청·경찰·공수처가, 기소·공소 유지는 공소청이 나눠 맡는다. 그러나 중수청 직제와 검찰 수사 기능 이관 여부 등 세부적인 내용이 구체화하지 않은 만큼 뚜렷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이정부의 추가 과제로 남아있다.
이정부 출범 이후 국정 운영 방식에도 차이가 생겼다. 국민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비공개로 진행하던 국무회의와 업무보고, 전국 순회 타운홀 미팅 등을 생중계로 공개한 것이다. 국방·외교 등 보안 사항을 제외한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나면서 국민의 국정 운영 관심도도 높아졌다.
대통령과 부처 관계자가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모습도 공개됐다. 지난해 12월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등에 대한 업무보고 당시 이 대통령과 이학재 인천공항 사장과의 설전이 대표적인 예시다.
당시 이 사장이 취지에 어긋난 답변을 하자 이 대통령은 “참 말이 기십니다” “가능하냐, 안 하냐 묻는데 왜 자꾸 옆으로 새나”라고 거듭 질타했다. ‘대응 방안을 세관과 협의해 보라’는 지시에 이 사장이 즉각 대답하지 않자 “지금 다른 데 가서 노시냐”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이정부의 생중계 국정 운영 방식은 호불호가 갈렸다. 공개 면박을 줘 부처 관계자들을 위축시켰다는 지적이 나오는 반면, 국정 운영에 속도감을 더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이어졌다.
특히 민주당은 “일하는 정부의 모습을 투명하게 보여줬다”고 봤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회의 장면을 실시간으로 송출하겠다는 공약으로 내건 후보들이 있었다”며 “시민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만큼 (이정부의 국정 운영 방식을) 따라 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1년간 달라진 경제 상황으로는 코스피 상승을 꼽을 수 있다. 정부 역시 출범 첫 1년 동안의 핵심 성과로 코스피 8000 돌파를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취임 1년을 앞두고 “이제 곧 시작될 임기 2년 차부터는 지금까지의 정책 성과를 바탕으로 국민 삶에 실질적 변화를 더 크게 만들고 더 속도를 높이고 더 폭을 넓혀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스피 8000시대 진입
“이제는 실질적 변화를”
이 대통령은 취임 당시 2000대이던 코스피 지수를 임기 내에 5000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후 꾸준히 오르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 1월 5000대에 진입한 데 이어 2월 말 6000선을 넘더니 5월초 7000대에 진입했다. 지난 2일에는 장중 사상 처음 8900선을 돌파하며 8801.49로 마감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역시 지난해 6월4일 2661조5000억원에서 7204조원으로 약 3배 증가하며 세계 7위에 올라섰다.
코스피가 8900선을 기록한 당일 삼성전자가 글로벌 상장사 시가총액 순위에서 10위권에 진입했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따라서 일부 정치인을 비롯한 언론에서는 코스피 급등의 원인은 ‘반도체 업종의 호황’에 기댄 성적일 뿐, 이정부가 국정 운영을 잘해서 생긴 일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6·3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2일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코스피 8000은 이재명과 민주당이 자신들의 실정을 덮는 유일한 방패”라며 “주식 말고는 아무것도 내세울 것이 없는 이 정권의 실상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반도체를 제외해도 현재 코스피는 4100대”라며 “윤석열정부 때 2700에서 2800을 오갔으니 그때보다 두 배가량 오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반도체는 윤정부 때도 있었다. 반도체는 이정부가 들어선 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며 “그렇다면 윤정부 때는 왜 코스피가 4000대에 진입하지 못했는가”라고 반문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지난 1년 이정부는 국민에게 정치 효능감을 주는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남은 과제
그는 “인수위 없이 출범한 이정부가 1년이 지난 지금 지지율 60%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사람조차도 ‘이 대통령이 일을 잘한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행정 능력이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부의 향후 과제로 남북 관계를 짚었다. 최 평론가는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웠고 우리를 남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이라는 별개의 국가로 보고 있다”며 “그렇다고 손을 놓고 남북 관계를 바라볼 수는 없다. 적대적 두 국가론에서 ‘평화적 두 국가론’으로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이정부의 남은 과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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