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조유담 기자 = 지난 3일 국민의힘 유의동 당선인이 진보 진영의 표 분산 효과를 등에 업고 극적 역전승 끝에 4선 중진으로 여의도 재입성에 성공했다. ‘평택 토박이’ 정치인이라는 강점을 앞세워 재기에 성공했지만, 과거 공약 재탕과 지역 현안 해결이라는 숙제도 함께 떠안게 됐다. 당 리더십 도전 의사까지 밝힌 유 당선인이 지역 민심과 중앙 정치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6·3 지방선거 및 제23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경기도 최대의 격전지로 꼽혔던 평택을(乙) 선거구의 최종 승자는 국민의힘 유의동 당선인이었다. 평택을은 단순히 거대 양당의 대결을 넘어, 선거 종반까지 진영 내 표 분산과 후보 단일화가 변수로 떠오르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다자 구도로 전개됐다.
돌아온
토박이
피 말리는 접전 끝에 유의동 당선인은 최종 득표율 34.83%를 기록하며,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후보(28.77%)와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27.24%)를 근소한 차이로 따돌렸다. 지난 22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지 2년여 만에 자신의 고향인 평택에서 다시 한번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아, 4선 중진 의원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화려하게 국회에 재입성했다.
이번 선거의 하이라이트는 개표 후반부까지 이어진 극적인 역전 서사였다. 선거 당일 오후 6시 정각에 발표된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공동 출구 조사 결과는 유 당선인에게 절망적이었다. 당시 조사에서는 조국 후보가 31.1%로 1위, 유의동 후보가 30.6%로 2위, 김용남 후보가 30.3%로 3위를 차지하며 소수점 이하의 초박빙 열세로 예측됐다.
뒤이어 발표된 JTBC 출구 조사의 수치는 김용남 후보 34.2%, 조국 후보 31.6%인 반면, 유 당선인은 22.8%로 집계되어 확연한 3위로 나타났다. 두 출구 조사 모두 유 당선인의 패배를 가리키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개표 흐름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본투표 개표가 본격화되면서 여론조사와 출구 조사 화면에 잡히지 않았던 숨은 보수 표심이 쏟아져 나왔다. 예측을 뒤엎고 승리를 거둔 결과에 대해 “대역전 드라마”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4일 새벽 오전 2시 개표 진행 중 당선이 확실시되는 것으로 예측되자 유 당선인은 “저에게 주어진 소임을 무겁게 받아들이면서 한 발짝 한 발짝 시민께서 주신 명령을 따라 걸어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지금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나라도 매우 어렵고 당의 상황도 매우 어렵다. 이 어려운 시기에 저에게 중차대한 임무를 허락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한번 이 자리에 있게끔 허락해 주신 평택 시민에게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며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평택 시민들이 저에게 했던 요구와 임무를 하나도 빠짐없이 완수해 내겠다”며 당 상황이 어렵다고 한 데 대해 “국회로 돌아가 당 지도부를 만나 주요 핵심 과제에 대해 상의할 생각”이라고 예고했다.
이번 평택을 재보선은 진보와 보수 양 진영 모두 내부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5파전의 복잡한 구도로 치러졌다. 지난 5월26일과 27일 <중앙일보>·케이스탯리서치의 조사에서 조국 후보 25%, 김용남 후보 23%, 유의동 후보 21%로, 오차 범위(±4.4%포인트) 내 접전 양상을 보였다.
“단일화 없어도 승리 자신 있었다”
출구조사 뒤집은 숨은 보수 표심
근소한 격차에 보수 진영의 유의동·황교안 후보에 대한 단일화 요구가 거셌으나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황 후보는 이후 자신의 SNS에 “유의동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을 배반하고 탄핵에 찬성한 사람”이라는 글을 남겼으며 ‘박근혜 대통령 총리 황교안, 박근혜 대통령 탄핵 유의동’이라는 현수막을 일제히 내걸며 유세를 이어갔다. 유의동 당선인의 당선 배경으로 여론조사에 포착되지 않았던 보수 표심의 결집이 꼽히며 보수 단일화가 이뤄졌다면 상당한 격차를 만들 것으로 예상됐다.
당선 이후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단일화가 되지 않아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은 어떻게 봤느냐”는 질문에 유 당선인은 “보시는 분마다 좀 다를 텐데 저는 5자 구도에서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그는 “황교안 대표와의 단일화를 통해서 승리하려고 했었던 것은 그런 승리를 계기로 저희 보수가 다양한 목소리를 갖고 있고 바라보는 시각이 약간씩 다를 수는 있지만, 그 차이를 극복하고 하나 되는 보수의 모습을 그려준다면 전반적으로 국민들한테 또 보수 진영에 있는 유권자분들한테도 굉장히 큰 힘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고고도 했다.
진보 진영도 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가 범여권 단일화를 추진했으나, 선거 중반 이후 상호 간의 거친 네거티브 공방전이 과열되면서 끝내 각자 완주를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두 후보가 가져간 합산 득표율은 56%를 상회한다.
단일화 결렬에 따른 표 분산 효과가 훨씬 치명적으로 작용하면서 유 당선인에게 결정적인 반사이익을 안겨준 셈이다.
상대 진영의 자멸로 인한 ‘어부지리 당선’이라는 표현에 대해 유의동 후보는 “그 부분은 제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라며 “최악의 후보들로부터 평택을 구해야 한다는 평택 시민들의 목소리가 굉장히 뜨거웠던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뜻밖의 지역은 고덕 국제신도시인 고덕동이었다. 선거 기간 동안 ‘고덕신도시의 젊은 입주민 단톡방에서는 조국 후보 반응이 좋다’는 분위기가 우세했지만, 막상 사전 투표와 본투표 모두 유 당선인이 1위를 기록했다. 유 후보의 연고지인 팽성읍에서도 보수 표심 결집이 두드러지며 승리의 발판이 마련됐다.
선거 기간 동안 국민의힘의 지원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 바에 대해 “섭섭하다기보다는 좀 많이 외로웠다”는 그는 “물적, 양적 공세가 엄청났던 타 후보들에게 저희 지지자들이 위축되고, 여론조사 숫자가 안 나온다고 하니 더 주눅 들었지만 중앙당이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조차 잘할 수 있는 그런 정당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단일화 결렬
역전 드라마
이번 선거에서 유 당선인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무기는 ‘평택 토박이’라는 정체성이었다. 1971년 경기도 평택군 팽성면(현 평택시 팽성읍)에서 태어나 평택시에 소재한 평택성동초등학교, 한광중학교, 한광고등학교를 차례로 졸업한 유 당선인은 ‘평택 토박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후보 중 유일하게 평택에서 나고 자랐다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그는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지역 연고가 없는 민주당 김용남 후보, 혁신당 조국 후보를 겨냥해 유권자들에게 “평생을 평택에서 살아왔다. 누가 평택의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가를 살펴봐 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태국어과 학사와 미국 UC 샌디에이고 태평양국제관계학 석사 과정을 마친 후에는 새누리당 이한동 전 국무총리 비서로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중앙선대위 공보단 자료분석팀장을 역임하는 등 중앙 정치 무대의 핵심 실무자로서 이력을 쌓아 올렸다.
본격적인 정치 행보는 2014년 당시 현역이던 이재영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에 따른 당선 무효로 실시된 제19대 국회의원 평택을 선거구 재선거에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며 시작됐다. 선거 결과 3선 관록의 새정치민주연합 정장선 전 의원을 오차범위 내에서 바짝 추격하다가 막판 뒤집기에 성공해 52.05%로 당선되며 ‘3선 터줏대감을 누른 40대 정치 신예’로 이름을 알렸다.
공약으로는 미군기지 이전 특별법 개정(정부예산 지원 확대 및 지역 상생 방안 추가), 평택항 배후단지 확장 및 조기 추진, 서울-동탄-평택 GTX 건설 추진, 서울과 수원 등 주요 도시로의 광역버스 연결 추진, 국립 종합대학교 평택 유치 추진, 공공형 어르신 일자리 확대 등의 공약을 내세워 ‘지역 맞춤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같은 선거구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더불어민주당 김선기 후보를,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 후보로 나서서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후보를 이기면서 내리 3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2024년 4월 제22대 총선에서는 평택을이 아닌 평택병 선거구에 출마해 민주당 김현정 후보에게 져 낙선했다. 이어 이병진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치러진 이번 평택을 재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중진급 의원 반열에 오른 것은 물론, 4차례 국회의원 당선 중 2차례를 재선거에서 승리하는 기록도 썼다.
3선 동안
뭐 했나?
2016년 제20대 총선 후 벌어진 국정 농단 사건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시기 유 당선인은 새누리당 내 ‘탄핵 찬성파’ 인물 중 하나였다. 탄핵 가결 이후 새누리당을 탈당해 유승민, 김무성 등과 함께 새누리당에서 분당 된 ‘바른정당’ 수석대변인 및 유승민 대선후보 수행단장을 맡으며 ‘친 유승민계’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이후 보수 통합으로 인해 미래통합당에 이어 국민의힘 소속이 되어 2021년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했으나 낙선했으며 2022년 3월 유승민 의원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을 돕기 위해 사퇴하기 전까지 4개월간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을 지낸 바 있다.
한편 평택시 정치권에서 평택을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있는 평택 캠퍼스로 인해 반도체와 신도시 성장의 기대감이 큰 곳이지만 교통·교육·생활 인프라 불만도 동시에 쌓여 있는 지역이다.
유 당선인은 지난 5월 평택시청 브리핑룸에서 평택이 대한민국 경제와 안보의 핵심 도시로 성장했으나 시민의 삶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평택을 지역구의 고덕, 팽성, 서부 5개 읍면을 3개 권역으로 구분, 각 특성에 맞는 발전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권역별 강점을 살려 평택 전체의 성장 기반을 확대하겠다”는 그는 “고덕은 고덕답게, 팽성은 팽성답게, 서부는 서부답게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른바 ‘평택을 골든 트라이앵글’ 전략으로, 교통·교육 인프라 확충과 첨단 산업 유치, 관광단지 개발을 핵심으로 평택의 성장을 시민 삶의 질 완성으로 연결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고덕국제신도시는 KTX 경기남부역사 건립 추진과 GTX-C 노선 정차 추진을 통해 교통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KTX 경기남부역사 건립을 통해 전국 초고속 연결망을 구축하고, 서정리역 신분당선 연장 및 GTX-C 정차를 추진해 서울 강남권까지 환승 없는 실질적 서울 생활권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지지와 의심 공존하는 평택을 민심
4선 발판 삼아 원내대표 도전하나
야간·휴일에도 안심하고 아이를 진료할 수 있는 ‘달빛어린이병원’ 지정 확대, 24시간 휴일 보육이 가능한 ‘언제나 어린이집’ 도입 등 교육 및 돌봄 인프라 확충도 병행해 ‘이름값 하는 진짜 국제 신도시’로의 완성을 목표로 했다. 인프라 개선은 고덕 지역의 주거 환경 가치를 높이고 유입 인구의 정주 여건을 강화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팽성 지역은 오랜 기간 국가 안보를 위해 희생해 온 점을 고려해 첨단 산업 및 미래 모빌리티 산업단지를 유치하는 방향으로 전환을 모색하는 방안을 내놨다. 산업과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기회의 땅’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정주 여건 및 교통 개선에 대해서도 소음 피해 최소화를 위한 방음시설 설치 및 전기료 지원을 확대하고, 외곽 지역을 위한 국비 지원 도시가스 공급 확대와 천원 택시 운영구역 확대를 약속했다.
그러나 ‘공약 재탕’이라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유 당선인이 1위로 득표한 고덕동의 지역 커뮤니티에서조차 “3선 하는 동안 공약들이 실천됐다면 이렇게 민심이 흉흉하진 않았을 텐데”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이 아니길 바란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진보당 김재연 후보는 지난달 22일,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가 6년 전 21대 국회의원에 출마하면서 발표했던 공약을 6년이 지난 이번 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들고 왔다고 지적했다.
“21대 국회에서 평택을 국회의원이었는데, 지난 자료를 보니까 2020년 21대 총선 당시 공약이 2026년 이번에 제시한 공약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며 “고덕면 공약에서 평택 부품 산업 클러스터 조성이라든지, 국제 신도시 학교 신설, 교육 환경 개선, 고덕의 행정 타운 조기 안착, 박물관·도서관 행정 구역 확대 개편, 주민 맞춤 버스, 고덕 신도시 BRT 정류장을 다 지금 똑같이 주장하고 있는 거 아니냐”고 비판했다.
유 당선인은 “그 사업들을 조기에 안착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지금 시정을 책임지고 있는 게 민주당”이라며 “당이 다르다 보니까 충분한 협조도 얻지를 못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국회의원으로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재보선을 통해 평택 시민들은 유 당선인에게 다시 한번 국회로 가는 문을 열어줬다. 하지만 이번에 투표함에서 나타난 민심의 성격은 전폭적인 신뢰나 찬사라기보다는, 4선 중진으로서 지지부진했던 지역 내 숙원사업들을 확실하게 매듭지으라는 메시지에 가깝다.
중앙 무대
권력으로
그러나 그의 시선은 이미 중앙 무대의 권력으로 향하고 있다. YTN 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과의 인터뷰에서 유 당선인은 “4선 되셨으니 당 지도부 도전하느냐”는 질문에 “이번 임기 중에는 어떤 형태로든지 당 리더십에 도전해서 당 변화의 주역이 되고 싶다. 원내대표에도 관심이 많다”고 답했다.
당선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국정을 견제하며 야당 국회의원으로서 주어진 역할을 합리적으로 해 나가겠다”며 “평택을 대한민국의 중심 도시로 세우고, 시민들께서 삶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만큼, 유 당선인이 ‘지역구 밀착 관리’와 ‘중앙 리더십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낼 수 있는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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