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세종예술고등학교가 학부모 민원을 이유로 성악 실기강사의 채용을 취소했다가 논란 끝에 이를 번복했지만, 이후에도 해당 강사의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강사는 “학교와 교육청이 근본적인 해결보다 상황 수습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논란은 세종예고가 올해 초 성악 실기강사 채용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학교는 지난해 11월 2026학년도 성악 전공 실기강사 채용 공고를 냈고, 서류·면접 심사를 거쳐 올해 1월 A씨를 최종 합격자로 선정했다. 이후 A씨는 학교 측 안내에 따라 강사 연수에 참석하고 근로계약서까지 작성했다. 학교는 그에게 개학 이후 학교장 직인이 찍힌 계약서를 전달하겠다고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락가락
그러나 개학을 앞둔 지난 3월 학교 측은 돌연 A씨에게 합격 취소를 통보했다. 당시 학교 측은 “특정 학부모가 자녀의 성악 실기수업을 A씨에게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전달했고, 이를 이유로 출강이 어렵게 됐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해당 학부모는 자녀가 현재 서울에서 개인 성악 레슨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 실기수업의 발성 방식과 호흡법 등이 기존 레슨과 다를 경우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이유로 학교 수업 참여를 원하지 않았고, 학교는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예술고 실기수업은 일반 교과와 달리 학생별 1대 1 또는 소수 인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성악·기악 등 실기 과목은 학생별 발성법과 연주 스타일, 기존 개인 레슨 방식 등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특성이 있어 학생과 학부모 의견이 일반 교과보다 강하게 반영되는 구조다.
당시 A씨는 수업을 단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학교 측은 이후 학교장 직인이 계약서에 날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근로계약이 최종 성립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A씨는 이미 채용 절차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였고, 연수 참석과 계약서 작성까지 마친 상황에서 학부모 민원을 이유로 일방적인 취소 통보가 내려져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은 학교 측을 상대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교육청은 예술고 학생의 특수성을 일부 이해할 수는 있다면서도, 학부모 요구만을 이유로 이미 채용 절차를 진행한 강사의 출강을 막은 것은 “명백히 잘못된 판단”이라는 입장을 학교 측에 전달했다.
교육청은 학교가 정상적인 채용 절차를 거쳐 선발한 강사에 대해 학부모 민원을 이유로 일방적인 취소 결정을 내린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판단했고, 학교 측에 절차를 다시 진행할 것을 요청했다.
또 교육청은 “교육 수요자가 개인적으로 사교육을 우선 받겠다고 하더라도 학교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채용한 강사와 계약을 맺었으면 그렇게 대응해서는 안 된다”며 “학교가 짠 교육과정을 일정 기간 이수하도록 설득했어야 했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후 학교는 뒤늦게 A씨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며 채용 절차를 다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A씨 역시 채용이 복구되는 방향으로 절차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교육청 “명백히 잘못” 지적에 뒤늦은 결정
복직 뒤에도 반복 결석…실제 수업은 두 차례
하지만 문제는 복직 이후에도 이어졌다. A씨가 복직한 이후 해당 학생은 주변 시선에 대한 부담과 심리적 위축 등을 이유로 반복적으로 수업에 불참했고, 실제 실기수업은 4월 중순까지 단 두 차례만 진행됐다.
A씨는 학생이 매주 실기수업 예정일마다 반복적으로 결석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고, 결국 학생 학부모가 학교를 방문해 학교 측과 면담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해당 학생의 담당 교사는 A씨에게 “학기 초 채용 취소 문제로 인해 주변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 않아 학생이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돼있으며, 그로 인해 당분간 실기수업 진행이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다른 학생 배정이나 대체 수업 운영 가능 여부도 문의했지만, “다른 학생들 역시 채용 취소 문제에 대해 알고 있는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했다.
이에 A씨는 “학교 측이 정상적인 수업 운영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기보다 강사 개인의 이해와 양해를 구하는 방식으로 상황을 정리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학생의 반복적인 결석으로 실제 근로 제공이 어려워진 상황이 학교 측 결정에서 비롯됐음에도 이에 대한 책임 있는 설명이나 대체 방안은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학생의 반복적인 결석으로 수업을 하지 못하면서 강사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A씨는 학교 측에 항의했다. 하지만 학교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해결이 아닌 강사료 지급에 대한 대안을 내놓았다.
학교 측은 “교육청에 문의한 결과 사전에 정해진 수업 일정에 맞춰 강사가 출근했고, 학생 결석 등으로 해당 수업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실기강사가 해당 시간에 수업을 대신해 교재 연구 등을 진행했다면 계약서에 따른 해당 수업 시간의 강사료를 지급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5월부터는 관련 교수학습 활동을 진행하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A씨는 학교가 “수업을 정상화 시키는 게 먼저인데 출근과 교재 연구를 통한 강사료 지급 방식으로 문제를 정리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초 논란의 원인이 학교의 채용 취소 결정에서 비롯됐음에도 이후 발생한 수업 공백과 혼란의 부담까지 사실상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학생도 안 나오는데…학교는 “교재 연구하라”
“다른 학생 배정도 어려워”…대체 수업도 무산
학교 측 대응을 두고 A씨 반발은 더욱 커졌다. A씨에 따르면 학교는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고 당시 강사들이 학생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이해하고 넘어갔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A씨는 이 같은 설명을 들은 뒤 학교가 그동안에도 강사 개인의 양해와 희생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처리해 온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결국 A씨는 교육청에 관련 민원을 제기했다. 교육청은 답변에서 “수업이 실시되지 못한 경우라도 강사가 사전에 정해진 일정에 따라 정상적으로 출근해 교재 연구 등을 진행했다면 교수학습 활동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근로기준법 제46조(휴업수당)와 관련해 “관계 부서 문의 결과 지급 대상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으나 최종 판단을 위해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상 휴업수당은 근로자의 귀책사유가 아닌 사용자 측 사정으로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게 된 경우 지급 여부가 문제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된 상태에서 사용자의 사정으로 일을 하지 못하게 될 경우 평균임금의 일정 수준 이상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씨의 경우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최초 채용 취소 결정에서 비롯된 만큼 사실상 사용자 측 사정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교육청은 학생의 반복적인 결석으로 인한 수업 문제에 관해 책임 판단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수업 미실시 사유는 학생 질병(조퇴·지각 등)으로 확인됐다”며 “강사와 학생이 서로 일정을 조율하면서 수업이 이뤄지고 있었으며 강사의 의사에 반해 결강된 경우는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달했다.
책임 미루기?
그러면서 “해당 부서는 학교를 직접 관리·감독하는 부서는 아니”라며 계약 체결과 강사 운영의 직접적인 주체는 학교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교육청은 세종예고의 최근 3년간 실기강사 운영 현황 자료를 확보해 검토 중이며, 강사료 지급 여부와 당시 수업 운영 과정 등에 대해서도 확인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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