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한병도, 한명도 없다

2026.05.13 07:30:03 호수 0호

텃밭 전북에서 드러난 민주당의 불안

더불어민주당 전북도지사 선거를 둘러싼 당내 충돌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11일 한병도 원내대표가 전북 지역 기자간담회와 공개 발언에서 “김관영 지사 감찰 결과에 대해 최고위원 중 이견을 제시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는 취지의 발언과 함께 이원택 후보 지원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정치권 안팎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최근 민주당 내부 분위기를 보면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김관영 지사를 반드시 정치적으로 꺾어야 하는 대상처럼 몰아가는 흐름까지 감지된다. 지난 10일 정청래 대표 역시 전북 지역 방문과 공개 발언을 통해 이 후보 지원에 힘을 실었고, 전북도당위원장인 윤준병 의원도 최근 인터뷰와 지역 정치 행사에서 김관영 지사를 겨냥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전북 하나에 왜 이렇게까지 총력전이 벌어지느냐”는 말까지 나온다.

사실 가장 의아한 부분은 김관영 지사의 정치적 이력이다. 김 지사는 오랫동안 민주당 계열 정치권에서 활동했고, 실제로 민주당 후보로 선거를 치렀으며, 민주당 이름으로 전북도정을 운영해 온 인물이다. 물론 정치에는 경쟁이 있고 선거에서는 충돌도 벌어진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 일부 인사들의 태도는 단순 경쟁을 넘어선 느낌을 준다. 과거 함께했던 동지를 향해 최소한의 정치적 여유와 절제마저 사라진 듯한 모습이다.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상대를 단순한 경쟁자가 아니라 반드시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기 시작할 때다. 지금 전북 정치가 바로 그런 흐름으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한병도 원내대표의 “최고위에 이견을 낸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는 표현은 단순한 설명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곧 “당 전체가 이미 판단을 끝냈다”는 압박처럼 들릴 수 있고, 동시에 “다른 목소리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더 우려되는 부분은 이런 분위기가 당 내부 다양성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주의 정당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하더라도 그것을 조율하고 설득하는 과정이다. 특히 집권 가능성이 높은 거대 정당일수록 다양한 목소리가 살아 있어야 한다. 그런데 특정 흐름만 살아남고 다른 의견은 정치적으로 압박받는 분위기가 반복된다면, 단기적으로는 강해 보일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내부 활력을 잃게 된다.

민주당은 왜 이렇게까지 움직이는 것일까. 정치권에서는 이번 전북도지사 선거 구도가 예상보다 훨씬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전북은 민주당의 핵심 텃밭이다. 단순한 우세 지역이 아니라 민주당 정체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가진 정치적 심장에 가까운 곳이다.

그런데 그 전북에서 내부 균열이 커지고 예상 밖 결과 가능성까지 거론되기 시작하자, 당 지도부가 강하게 개입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2일 공개된 여론조사는 민주당 지도부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뉴스1> 전북취재본부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9~10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북도지사 적합도에서 무소속 김관영 후보는 43.2%, 민주당 이원택 후보는 39.7%를 기록하며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민주당 정당 지지도가 76%에 달하는 지역에서 무소속 후보가 앞서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전북 민심이 단순한 당심으로만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해석까지 나왔다. 만약 전북에서조차 당 지도부 의중과 다른 결과가 나온다면, 그것은 단순한 지역 선거 결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도부 체제의 장악력과 조직 통제력에 균열이 생겼다는 정치적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런 내부 긴장감은 지난 12일 전남 강진에서 열린 민주당 전남·광주·전북 공천자 대회 현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행사장 밖에서는 호남 시민단체와 당원 500여명이 ‘정청래 공천 폭거 규탄’ 집회를 열고 경선 부정 의혹과 공천 형평성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특히 전북도지사 공천 문제를 둘러싸고 “식사비 대납 의혹 후보는 공천하고, 대리운전비를 나눠 낸 김관영 지사는 배제한 것이 과연 공정한 기준이냐”는 비판까지 나왔다.

현장에서는 몸싸움과 고성이 오갔고, 정청래 대표가 집회 참가자들을 피해 후문으로 입장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파장이 커졌다. 이는 단순한 지역 반발이 아니라 민주당 공천 방식과 권력 운영 구조를 둘러싼 호남 민심의 누적된 불만이 공개적으로 분출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지금 민주당이 놓치고 있는 부분은 전북 민심이 생각보다 훨씬 복합적이라는 점이다. 외부에서는 흔히 전북을 ‘민주당 절대 텃밭’으로 단순하게 본다. 하지만 실제 전북 정치의 내부 흐름은 매우 다르다. 이 지역은 오히려 인물 정치와 지역 자존심, 정치적 관계의 역학이 강하게 작동하는 곳이다.

중앙정치가 일방적으로 방향을 정한다고 해서 민심이 그대로 움직이는 지역이 아니라는 뜻이다.

전북 정치에서는 과거에도 중앙당의 공천이나 개입이 오히려 역풍으로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았다. 특히 지역민들은 “우리 지역 정치까지 중앙이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민주당 일부 인사들의 움직임 역시 자칫 그런 흐름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인물이 바로 유성엽 전 의원이다. 실제로 유 전 의원은 정읍에서 무소속으로 두 차례 국회의원에 당선된 전북 정치의 상징적 인물 중 하나였다. 이는 전북 민심이 반드시 중앙당 공천만 따라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이후 그는 민주당 계열 정당과 합류·이탈을 반복했고, 2016년에는 국민의당 소속으로 활동하며 전북 내 비주류 정치 흐름의 한 축을 형성하기도 했다.

특히 정읍·고창 지역에서는 “중앙당보다 지역 조직과 개인 정치력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 상징적 사례로 평가됐다. 실제로 전북에서는 정동영, 이용호 같은 비주류·무소속 계열 정치인들도 일정한 생존력을 보여왔다. 즉 민주당 텃밭이라고 해서 중앙당이 특정 인물을 밀어낸다고 반드시 정치 생명이 끝나는 구조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김관영 지사는 전북 내에서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다. 중앙 정치 경험과 행정 경험을 모두 가진 인물로 평가받고 있고, 일정 부분 독자적 정치 기반도 가지고 있다. 이런 인물을 상대로 당 핵심 인사들이 일제히 공격에 나서는 모습은 오히려 “왜 이렇게까지 하나”라는 동정론을 만들 수도 있다. 정치에서는 공격 강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순간, 오히려 피해자 프레임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정 대표의 발언은 강성 지지층 결집 효과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전북 유권자들에게는 “중앙 정치가 지역 정치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인상을 줄 위험도 있다. 윤준병 의원 역시 김관영 지사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이런 장면들이 반복될수록 선거는 정책 경쟁보다 감정 대결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원래 지방선거는 지역 비전과 행정 성과, 미래 전략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특히 전북처럼 인구 감소와 산업 구조 변화, 청년 유출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지역은 더욱 그렇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 전북도지사 선거는 정책보다 세력 대결 이미지가 더 강하게 부각되고 있다. 누가 전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보다, 누가 누구 편인가가 더 중요한 선거처럼 흐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가 반복되면 결국 지역 정치 자체가 피로해진다. 유권자들은 정책보다 계파 충돌만 보게 되고 정치 혐오는 더 커진다. 특히 민주당처럼 오랫동안 특정 지역에서 압도적 우위를 유지한 정당일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 텃밭 정치가 오래 지속되면 내부 경쟁이 건강한 토론보다 권력 충성 경쟁으로 변질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정말 고민해야 할 것은 김관영 개인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왜 전북에서 이런 갈등이 커지고 있는지, 왜 내부 긴장감이 높아졌는지, 왜 중앙 정치가 이렇게까지 개입해야 하는 상황이 됐는지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정치적 자신감이 있는 정당이라면 굳이 이렇게까지 과격한 방식으로 움직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정치는 결국 사람의 일이다. 오늘의 경쟁자도 내일은 다시 함께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과거 동지였던 인물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집단적으로 몰아가는 방식이 반복된다면, 남는 것은 승리가 아니라 상처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전북처럼 정치의 관계와 과정을 오래 기억하는 지역에서는 그런 상처가 쉽게 잊히지 않는다.

민주당은 지금 전북에서 단순한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이 아니다. 당의 정치 문화와 권력 운영 방식, 그리고 내부 다양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함께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그래서 이번 전북도지사 선거는 단순히 누가 이기느냐보다 민주당이 어떤 정당으로 가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북은 민주당의 텃밭일 수는 있다. 그러나 중앙 정치의 하청 지역은 아니다. 민심은 조용할 때 움직인다. 그리고 텃밭의 균열은 언제나 내부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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