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특검, 방첩사 정조준 막전막후

2026.05.11 17:56:50 호수 1583호

12·3 10개월 전부터 준비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2차 종합특별검사팀이 국군방첩사령부를 정조준했다. 2024년 초부터 12·3 내란을 준비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핵심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다. ‘전투 편성’ 방안 마련을 지시한 뒤 한미 연합연습에서 계엄 상황 시 수사·체포·호송 훈련을 직접 사열한 정황이 포착돼 종합특검팀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12·3 내란·외환에 대한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의 수사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타깃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다. 방첩사가 2024년 초부터 내란을 준비한 정황을 발견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작성하지 않는 이례적 문건까지 언급돼 과거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마무리하지 못한 내용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전투 편성안
보고서 작성

여 전 사령관은 2024년 초 방첩사 간부에게 작전계획과 전투 편성 구체화를 지시했다. 전투 편성은 군사용어로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각 부대에 임무를 부여하고 지휘관계를 설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레고블록(소대·분대)’이 없는 방첩사가 특수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를 위한 조처로 해석된다.

방첩사와 달리 타 군 조직은 전시에 소대·분대 등 단위로 구체적인 임무와 역할이 주어져 있지만 방첩사는 그렇지 않다. 2024년까지 방첩사는 ‘비상계엄 때 수사단이 출동한다’는 모호한 계획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첩사는 ‘계엄 발령 시 합수부 편성, 조치 훈련, 전투 편성(초안)’ 등 보고서를 작성해 여 전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방첩사는 실제 2024년 3월 한미 합동 연습인 ‘자유의 방패(Freedom shiled)’ 훈련 당시 작성한 보고서대로 연습했다. 방첩·수사·계엄 합동수사본부가 조직별로 임무를 진행하다가 계엄 선포 상황 메시지가 전달되면 합수본을 편성하는 방식이었다.

합수본에 편성된 방첩사 부대원들은 각각 수사·체포·호송 역할을 담당했다. 방첩사는 연습하던 대로 12·3 내란 때 주요 정치인 체포 및 구금 임무를 하달받았다. 종합특검팀이 방첩사가 2024년 초부터 계엄 선포를 염두에 두고 연습을 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이유다.

여 전 사령관은 훈련 때 부대원들이 모인 연병장에 나와 직접 사열(군부대 점검 및 검사)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여 전 사령관은 ‘계엄이 발생하면 합수부가 팀워크를 미리 맞춰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업급했다고 한다. 이후 여 전 사령관은 편성된 부대원의 역할과 계엄 때 지참할 장비 등을 점검했다.

여 전 사령관 부임 전까지 계엄 때 방첩사의 전투 편성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은 마련돼있지 않았다. 그가 부임하기 이전의 방첩사는 계엄을 대비한 각 부대원의 임무 수행 연습이 아닌 보안점검·지원 업무 위주였다. 구체적으로 훈련 때 군사비밀이나 대외비 관리를 소홀히 하는 사례를 적발하는 일이 방첩사의 주 임무였다. 방첩사 내에서도 2024년 3월 계엄 대비 전투 편성 훈련은 이례적이었다고 한다.

여, 2024년 초 없던 작전 계획 구체화 지시
보고서까지 만들어 한미 합동 연습 때 훈련

종합특검팀은 방첩사가 여 전 사령관 부임(2023년 11월) 직후부터 계엄 대비 계획 작성과 훈련 등을 했다고 의심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김지미 특검보는 지난 4일 “관련자 조사를 통해 방첩사가 2024년 상반기부터 계엄을 준비했던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종합특검팀은 여 전 사령관이 결재한 ‘계엄 합동수사본부 운영계획’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건에는 다른 기관에서 파견된 대규모 인력이 합수부로 이동해 물리적으로 집결시킨다는 내용이다. 방첩사와 군사경찰, 경찰 등 각 기관이 제자리에서 수사하고 합수부와는 통신망만 유지하도록 하는 기존 ‘전시 비문’과는 정반대의 모델이다.

종합특검팀은 해당 문건을 윤씨 내란 우두머리 사건 1심 법원의 판단과 배치되는 물증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부(당시 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 2월19일 1심 판결을 선고하면서 ‘내란 결심·준비 시점’을 비상계엄 선포 이틀 전인 2024년 12월1일로 판단했는데, 종합특검팀은 내란 준비 시기를 해당 문건이 작성·결재된 같은 해 2월로 앞당겨 보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앞서 언급한 한미 합동 연습이 12·3 내란을 위한 리허설이라고 보고 수사 중이다.

방첩사는 조직 개편과 장비 확보도 진행했다. 방첩사는 같은 해 5월 소수 인원에 불과했던 방첩수사단을, 갑자기 장성급을 단장으로 하는 대규모 조직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평시 체포 수요는 거의 없는 부대인데도 포승줄, 두건, 수갑 등이 포함된 ‘출동 키트’를 대량 구매해 배포했다.

이례적
훈련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체결한 수사 협력 MOU 역시, 전시 수사 인력을 파견받기 위한 명분이었다는 게 종합특검팀의 판단이다. 김철진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은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들어왔다.

그는 이후 준장으로 진급한 뒤 방첩사 기획관리실장을 맡았다. 방첩사 기획관리실은 부대원 인사와 부대 작전 계획 수립·시행 등을 담당하는 부서다. 작전계획 중 하나로 비상계엄 선포 시 구성되는 합수본 설치·운영 업무도 관장하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김 전 보좌관이 ▲방첩사 기획관리실장 직책을 맡은 지 약 3개월 만에 ▲비상계엄 선포 때나 구성되는 합수본 운영 계획 문건 작성에 관여하면서 ▲이례적인 내용이 포함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기존 합수부 운영 계획과는 다른 병력 운용 내용이 문건에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그간 방첩사는 계엄 선포 시 합수본을 통해 국가정보원과 검경 등 정보·수사기관들의 업무를 조정·통제하는 역할이 전부였다. 그런데 문제의 문건에는 사정 기관과 군 주요 병과에서 방첩사로 인원을 대거 파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종합특검팀은 12·3 내란 당시 방첩사 합수부 운영 계획이 제대로 실현됐다면, 400명 정도의 인력이 방첩사로 집결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방첩사가 이번 내란에서 합동체포조를 편성해 국회로 출동시켰던 만큼 직접 지휘할 수 있는 대규모 파견 인력까지 확보하려던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김 전 보좌관은 윤석열씨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 8일 전인 2024년 11월25일 인사를 통해 김 전 장관의 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내란 당시 김 전 장관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고, 합동참모본부 결심지원실에서 윤씨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을 막지 못한 김 전 장관을 질책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수사 성과
아직 제로

김 전 보좌관은 지난해 6월16일 윤씨 내란 우두머리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장관에게 ‘국회에 몇 명이나 투입했느냐’고 묻고, 김 전 장관이 ‘500여명’이라고 답하자, 윤씨가 ‘거 봐, 부족하다니까. 1000명 보냈어야지. 이제 어떡할 거야’라고 물은 것이 맞냐”는 검찰 질문에 “들은 사실이 있다”고 증언했다.

김 전 보좌관은 내란 특검팀의 주요 수사 대상인 윤씨 등의 ‘2차 계엄’ 준비 의혹을 밝힐 핵심 인물로도 꼽힌다. 윤씨는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의결 뒤인 2024년 12월4일 오전 1~2시 합참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서 “다시 걸면 된다” “두 번 세 번 하면 된다” 등 2차 계엄을 시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종합특검팀은 그를 전투통제실 상황의 주요 목격자로 보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향후 김 전 보좌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두 의혹 모두를 조사할 계획이다. 특히 방첩사의 비상계엄 준비 의혹과 관련해 문건 작성 경위와 여 전 사령관 등 윗선의 지시 내용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종합특검팀의 내란·외환 수사에 이제야 속도가 붙기 시작했지만 성과는 아직 제로에 수렴한다.

지난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월25일 출범한 종합특검은 이날까지 70일 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종합특검팀의 1차 활동 기한은 오는 25일까지며, 30일씩 두 차례 활동 연장이 가능해 최장 150일간 수사할 수 있다. 종합특검팀이 사실상 반환점을 돌고 있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보여준 것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종합특검팀의 1호 인지 사건은 합동참모본부 지휘부의 12·3 내란 동조 의혹이었다. 지난 3월 김명수 전 합참의장 등 합참 지휘부를 입건하면서 수사에 나섰지만, 한 달여가 지나서야 이들을 상대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김건희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도 뒷말이 나왔다. 종합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지난 3월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피의자조차 특정하지 못했다.

“‘전시 비문’과 정반대 모델” 진술 확보
특검 내부는 잇단 구설수 “수사에 찬물”

지난달에는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으로 대검 등을 압수수색했는데, 이번에는 피의자를 윤씨 부부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으로 특정했다. 다만 이들이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한 경위 등에 관해선 영장에 ‘불상의 방법’이라고 기재했다.

종합특검팀은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국군방첩사령부 블랙리스트 의혹, 해양경찰청 내란 가담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지만 신병 확보나 공소 제기 등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반면 종합특검 안팎에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권창영 특검은 ‘계엄을 뿌리 뽑으려면 특별 합동수사본부를 만들어 3년은 해야 할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세간에 알려졌다. 종합특검팀에 참고인 조사를 위해 출석한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권 특검과 만나 이 같은 발언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특검보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코너에 출연해 수사 관련 사항을 언급해 도마 위에 올랐다.

권영빈 특검보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 대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의 개입 의혹 사건을 맡으면서 ‘초대형 국정농단 의심 사건’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과거 그가 대북송금 사건 관련 인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을 변호했다는 이력이 드러나면서 담당 특검보가 교체됐다.

최근에는 종합특검팀의 특별수사관 A씨가 자신의 SNS에 피의자 진술조서를 촬영한 사진 등을 올리는 일이 발생했다. A씨는 수사관 임명장, 권 특검과 함께 찍은 사진 등을 올린 뒤 “수사관 관점에서 수사 경력을 쌓으면 형사 사건 전문성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종합특검팀은 A씨에 대해 감봉 1개월의 징계 조치했다.

법조계에선 특검 제도가 한계에 이른 것이라고 지적한다. 사정 기관이 부패하거나 정권과 유착해 제대로 된 사실 규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발동하게 한다는 게 특검 제도의 취지다.

드러나는
타임라인

과거 3대 특검팀에 이어 출범하다 보니 수사 역량 부족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3대 특검팀 관계자는 “공소 유지 때문에 특검팀 수사기한이 종료돼도 수십명은 남을 수밖에 없다. 지금 경찰이나 검찰 두 기관 모두 일 잘하는 수사관과 엘리트 인재 유출로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파견이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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