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중·러와의 전략적 협력관계 강화해야

2024.06.20 09:01:42 호수 0호

윤석열정부가 출범 2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긴장된 한반도 정세를 풀지 못하는 숙제를 떠안고 있고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지경학적 어려움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을 만큼 준엄하다.



분단된 한반도에는 실질적 핵보유국 북한이 있고, 대미 항전을 불사하는 중국도 건재하다.

또, 아시아 헤게모니를 꿈꾸는 일본과 옛 소련의 부활을 꿈꾸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도 있다. 여기에 북·중 ‘특수관계’와 한미동맹과 한중 협력관계 사이의 차별성도 존재하고 최근에는 러·북 접근까지 얽혀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까지 출현했다.

윤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북한 문제를 기준으로 국제관계를 재단하던 틀에서 벗어나 자강불식을 강조하는 외교 원칙을 천명하면서 경제·군사 능력을 유연하게 발휘하는 ‘실용 외교 노선’을 채택해, ‘안전 보장’과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이라는 이중 목표 달성을 위해 지난 정부와 차별성을 보였다.

특히 한미동맹의 복원 및 강화, 한·미·일 협력 공조 체제를 통해 안전을 담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외교를 전개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의 대미 경사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일각에선 한국의 ‘서방 올인’ 전략 때문에 러시아와의 관계가 소원해졌고, 중국과의 갈등이 확대됐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하는 한국 외교의 전략적 유연성 확보가 정말로 불가능한 것인지가 향후 현 정부의 외교전략 구축과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반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핵심 세력인 중·러의 대한반도 영향력 확장을 여하히 제어하면서 안정적인 관계를 설정할 것인가가 향후 외교의 숙제다.

한중 관계, 어떻게 볼 것인가?

한중 양국은 1992년 8월 역사적 수교를 단행했고 올해 32년을 맞았다. 양국은 ‘우호’ 단계를 거쳐 1998년 ‘협력 동반자 관계’, 2003년에는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2008년에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설정했고, ‘성숙한’ ‘실질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이르렀다.

비록 ‘전략적’ 관계의 개념이 모호해지고 내용이 형식적 수사를 초월하는 예도 있지만, 혈맹이나 전통 우호 협력관계를 제외하고는 최상위급 단계를 구축한 것도 사실이다.

이 과정서 한국은 중국과 북한의 특수관계로 인해 전체적으로는 우호적이지만 영역별로는 불균형적인 관계를 추구할 수밖에 없었다. 경제가 양자 관계를 이끄는 가운데 민감한 정치·안보 이슈는 이견으로 남겨 두는 구동존이를 지향했으나 결국 사드 배치 문제로 최고도 갈등을 겪었고 여전히 후유증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경제·교역 분야가 ‘최대주의’에 의해 유지됐다면 정치·군사·안보 분야는 ‘최소주의’적 결과를 보여왔다. 특히 중국 탓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수교 당시의 최대 목표였던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환경 구축이라는 측면에선 아쉬움을 남겼다.

이는 북한과 북핵 문제로 인해 예측됐던 결과이기도 하다. 중국은 한반도 통일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안보적으로 미국의 영향 아래 있는 한국적 현실을 고려해 ‘통일’보다는 ‘분단된 한반도’라는 현상 유지적 ‘안정’을 희망한다.

북핵 문제에도 이견이 존재한다. 한반도 내에서의 핵 불용을 천명하면서도,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가 유지되는 조건에서만 한반도의 비핵화를 추구한다.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위해 안정을 희생시키는 행위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면서 대북 제재엔 소극적인 이유다.

게다가 중국은 한미동맹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함께 한·미·일을 안보 동맹으로 인식해 대중 봉쇄의 하나로 간주한다. 중국이 당면해 있는 한국의 절박한 안보 위협에도 불구하고 북핵에 대해 지나치게 관용적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러 관계, 어떻게 할 것인가?


더 큰 문제는 양국이 사드 사태 이후 갈등 해소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은 한국이 미국의 인·태 전략과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구축에 완전히 동조하고 대만 문제와 남중국해 문제에 있어 대중국 봉쇄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인식한다. 또, 한국이 가치 외교를 내세워 양 국민 사이의 비호감 정서가 심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서 양자는 미래 지향적 접근을 위해 경제는 시장에 맡기면서 국제 전략 관계 등의 거대 담론보다는 양국 관계의 실질적 신뢰 구축에 필요한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한·중은 ‘갈등은 해결하기보다는 관리하는 것’이라는 인식하에 연성 주제부터 양자 차원의 실천적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평탄한 관계를 유지하던 한·러 관계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공전의 위기를 맞고 있지 않은가.

러시아는 양자 관계 악화의 원인이 한국의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제재 동참이라고 주장하면서 다양한 비우호 조치를 해 왔다. 러시아서 탈북민 구출 활동을 벌이던 선교사 한 명을 간첩 혐의로 체포했으며, 간첩 혐의로 유죄판결 시 최고 20년의 징역형이 선고된다고 한다.

게다가 지난 3월28일에는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 위반을 감시하는 전문가 패널 임기연장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 15년간 유엔안보리서 유지했던 촘촘한 대북 제재 감시망이 러시아에 의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중국은 이를 예상한 듯 기권표를 던져 변명거리를 축적해 놨다.

결과적으로 러시아는 한국과 계속 각을 세우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주러시아 한국대사에게 신임장을 제정하면서 “양국 관계는 건설적인 방식으로 발전했고, 특히 경제 분야서 상호이익이 됐다”면서 “양국 협력이 매우 유익한 동반관계 궤도로 복귀할지는 한국에 달려 있다”고 한국에 공을 넘겼다.

그러나 한국은 대북 감시 전문가 패널 무산과 관련해 안보리 제재를 위반하고 북한과 러시아 간의 군수물자 운송과 북한 해외노동자 송출에 관여해 온 러시아 선박, 개인, 기관을 제재 대상으로 독자 제재를 발표했다. 이는 러시아와 북한의 무기 거래, 불법 노동자 송출을 정면으로 겨냥한 조치다.

사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국이며, 지난해 9월 북한 김정은과 만나는 등 한국을 자극했다. 또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 한·러 관계의 파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협박하면서도, 대북 군사협력이 한국의 안보에 대한 더 직접적 원인이 되는 점을 모르는 체하는 이중성도 보인다.


북한 김정은은 이를 이용해 대중국 관계와는 결이 다른 새로운 북·러 동맹 형성 시도로 러시아를 선택해 중간자적 이익을 극대화하려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탄약과 포탄을 북한으로부터 공급받으려는 러시아와 경제난 타개를 위한 에너지 지원 확보는 물론, 첨단 핵·미사일·핵잠수함 기술을 갈구하는 북한의 이해가 일치한 결과다.

한국 입장에선 한·러 관계도 중요하지만, 푸틴이 직접 김정은 손에 군수물자를 공급한다면 국가안보 차원서 적극적인 대응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주러시아 이도훈 대사를 크렘린궁서 열린 푸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시켰다. 지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비우호국으로 지정된 한국이 일정한 관계 복원 신호를 보낸 것이다. 관계 개선까지는 아니더라도 양국이 상황을 관리하자는 공감대 형성은 가능해 보인다.

문제는 구체적인 실천 방식을 여하히 만들어 낼 것인가에 달려 있다.

러시아 역시 국제적 제재 국가인 북한과의 협력보다는 한국과 협력하는 것이 유리한 상황임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러시아와의 전략 소통은 필수적이며, 중국이 직접 참여하지는 않겠지만 북·중·러 협력 구도로 한·미·일 구도에 대항하려는 북한의 의도도 좌절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무엇을 해야 하나?

작금의 불확실한 국제사회 현실서 한국의 절대적 과제는 안전 보장이며 이를 바탕으로 한 경제 협력관계 설정에 있다. 특히 실질 핵보유국 북한과 ‘핵 있는 평화’를 생각하면 안보에 대한 분명한 원칙 및 방향성 확보는 필수다.

한국의 안보 강화가 중국과 러시아, 북한을 자극해 신냉전 구도 구축을 추동하기보다는 이들을 선택적 균열에 빠뜨릴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감내하는 안보 위협은 미·중 관계나 미·러 관계의 부속물이 아니다.

한국이 ‘신냉전’을 추구할 아무런 이유가 없음을 중·러 양국과의 소통을 통해 계속 설파해야 한다. 특히 북한으로부터의 안보 위협에 대한 분명한 억지력을 갖춘 국방 태세는 북한은 물론, 중·러를 설득하는 최대의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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