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사법 신뢰 제고와 상고법원 설치 반대

2024.05.28 10:49:53 호수 0호

대법관 증원 및 상고법원 설치는 불가

헌법 제101조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하고,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조직한다고 정한다. 헌법 제102조는 대법원에 대법관을 둔다. 다만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대법관이 아닌 법관을 둘 수 있다.



미국 및 유럽의 대법관 정수

대법원과 각급 법원의 조직은 대법관 및 각급 법원 법관의 정수는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정은 헌법 제111조 2항이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정수인 9인을 헌법에 규정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미국 헌법은 하나의 최고재판소를 둔다고 정하고 200여년 전부터 헌법이 위임한 재판소 법에 따라 9명의 연방대법관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 대법원의 대법관은 14명이고 헌법재판소의 재판관은 9명이다. 그러나 대법원서 재판을 담당하지 않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면 12명의 대법관이 모든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셈이다.

헌법사건은 헌법재판소가 처리한다. 현재 미국 연방최고재판소는 9명의 연방대법관으로 구성돼있고 일본은 15인의 최고재판소 재판관이 일반사건과 헌법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식 대법원 제도를 채택하면서 헌법재판소를 따로 두고 있다.

유럽의 경우, 독일은 현재 128명의 대법관, 프랑스는 129명, 이탈리아는 250명, 오스트리아 50명, 스페인 70여명, 스위스 및 네덜란드는 30여명의 대법관을 두고 있다고 한다. 법관의 정수에 관해선 여러 의견이 있다. 특히 상고 사건이 폭주하므로 대법관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과 수를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양론이 갈리고 있다.


대법관, 증원해야 하나?

우리나라는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으로 이어지는 3심제를 채택하고 있다. 물론 지방법원 단독사건의 제2심은 지방법원 합의부가 항소심을 맡고 있지만 최종심인 상고심은 반드시 대법원이 돼야 한다.

대법원 상고사건은 연간 4만여건이며 대법관 1인당 처리 건수는 3000건 이상으로 봐야 한다. 이 사건을 모두 대법관들이 실질적으로 연구 및 변론을 거쳐 처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상당수 사건이 심리도 하지 않고 판결 이유도 쓰지 않은 채 심리불속행으로 종결되고 있다.

하지만, 대법관 정수를 수십에서 수백명으로 과증원하는 것은 권력기관 상호 간의 균형상 어려운 데다 고위공무원 양산에 대한 국민적 저항도 있으리라고 본다.

사법부의 법관 현황

2014년에 개정된 판사정원법에 따르면 현재 판사 정원은 3214명이다. 2022년 판사 정원 370명을 늘리는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통과되지 않고 있으며, 검사 정원도 2292명에 묶여 있다.

연간 4만건 이상에 이르는 대법원 상고사건을 줄이기 위해 제1심과 2심의 재판심리가 더욱 정확하고 신중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대법관이 아닌 하급심 판사의 증원과 재판 실력 향상이 필요하다.

대법원이 발간한 <사법연감> 통계에 따르면 판사 1명이 판결하는 민사 단독사건 1심을 마무리하는 데 2018년에는 4∼6개월이 걸렸으나 2023년에는 14개월로 늘어날 정도로 사건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또 정확하고 공정한 재판을 위해서는 법관의 수적 증가와 동시에 법관의 질적 향상이나 교육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보통 법관의 경우 사법시험 또는 변호사 시험 합격자 중 우수 성적자를 임명한다. 임용 후에는 젊은 시절에 국가고시 합격의 자랑스러운 소년등과의 추억 속에 안주하게 되고, 더 이상 공부할 기회도 없어져 날이 갈수록 법률 지식이 쇠퇴해가고 자신의 실력과 판결 경험을 과신하며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법관은 지방법원 배석판사, 단독판사, 부장판사, 고등법원 배석판사, 부장판사, 법원장 등의 직급을 순차적으로 승진·승급해 간다. 그러나 이 과정서 제대로 된 법관 보충 교육 과정이 전혀 없으므로 나이가 들수록 법률과 양심에 따른 재판이 아닌 ‘원님 재판’으로 퇴색해 간다.


능률이 떨어지고 노쇠해 재판 내용이 부실하거나 지연되는 일이 다반사다. 사법부가 독립한다고 해서 실력배양의 의무마저 독립할 수는 없다. 국가공무원은 임용 이후에도 누구나 부단한 교육과 모습을 통해 국민에게 봉사하고 사명을 다해야 한다. 공무원의 교육은 국가가 담당하며 독학에만 맡길 수 없다.

공무원 교육의 모범이 되는 국군 장교 교육의 실태를 살펴보자. 사관학교 등을 졸업하고 소대장급 소위에 임관되면 소위-중위 과정서 초등군사반(OBC) 교육을 3개월간 받는다. 대위가 되면 중대장이 되므로 고등군사반(OAC) 교육을 6개월간 받는다.

소령, 중령이 되면 대대장 또는 연대 참모 역할을 하기 위해 육군대학 1년 과정의 교육을 이수한다. 대령이 되면 국방대학원서 1년 과정의 교육을 받음으로써 연대장, 사단 참모, 사단장 등으로 진출할 수 있는 보습교육을 받는다.

삼권분립 이론과 사법부 위상

근대 민주국가가 대두하면서 국가 구성의 원리로서 국가권력(통치권)을 입법·행정·사법 삼권으로 나누고 각 권력을 독립된 기관 즉 국회·정부·법원이 분장하도록 했다.

이때 헌법학자들은 지혜를 발휘해 입법부는 민주국가 원리에 따라 국민을 대표한 대의원들로 구성하고, 행정부는 군주국가의 원리에 따라 국민이 선출한 1인의 대통령이 국가 행정조직 전반을 지휘하도록 했다.

사법부는 귀족국가의 원리에 따라 국회 동의를 받은 소수의 법률전문가를 대통령이 대법관으로 임명하도록 한 것이 미국 헌법의 균형적 조직원리라고 한다.

그렇다면 사법부 역시 국가 통치기관의 하나이므로 행정부 장관이나 입법부의 지도자들과 같은 권위와 지위가 부여돼야 한다. 그래서 대법관은 장관급의 예우를 받으면서 사법부를 이끄는 것이다.

1·2심 법관, 재판연구관 증원으로 타개해야


우리나라 법관도 단독판사, 지법 부장판사, 고법 부장판사로 진출할 때 단계별로 소송지휘와 법률지식 보강을 위해 국가가 보충 교육을 해 실력을 갖춘 법관에 의한 격조 높고 신속한 재판이 1·2심서 이뤄지도록 해 상고법원의 재판 부담이 경감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법원의 상고사건 폭주로 인해 처리할 상고법원을 설치하고 상고법원 판사를 대법원장이 임명하자는 주장도 있다. 상고법원을 추진하는 대법원에 따르면 ‘공적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 또는 그에 준해’ 대법원이 심판하는 것이 상당한 사건은 대법원서 심판하고 나머지는 상고법원 사건으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만약 상고법원이 만들어질 경우, 대법원서 재판받지 못하고 상고법원서 재판받는 사람은 대법원서 재판받을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 또 국민 대표가 아닌 대법원장이 상고법원의 판사를 임명하는 것은 민주국가의 국민주권 원칙에도 위반된다.

또 고등법원과 대법원 사이에 상고법원이 설치되면 3심제가 아닌 4심제가 되어 헌법에도 위반된다. 왜냐면 상고법원 설치안에 의하면, 상고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헌법과 법률 위반 또는 대법원 판례 위반 사유가 있을 때는 대법원 특별상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4심제가 되면 재판을 받는 국민은 크나큰 재정 부담에 직면하게 된다.

게다가 상고법원을 설치하려면 최소 50명서 100명의 상고심 법관이 필요한데 여기에 재판 연구 인력까지 포함하면 막대한 추가예산이 소요된다. 따라서 우리나라 실정상 상고법원 설치는 그 이익보다는 폐해가 더 크고 그 필요성도 없다고 본다.

우리나라 헌법 질서하에서의 대법관의 방만한 증원도 삼가야 한다. 현재 사건의 폭주로 어려움을 겪는 대법원은 1·2심 재판의 내실화와 재판연구관의 대폭 증원, 심리불속행 제도의 합리적 운용으로 이를 타개해 나가야 한다.

심리불속행의 불이익을 줄이기 위해선 하급 법원의 법관을 증원하고 실력 있는 법관을 채용해 1·2심서 최대한 오판이 없도록 해야 한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통합 필요

나아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통합이 필요하다. 헌법재판소가 1987년 창설된 이래 중요한 인권 문제, 조세 문제, 노동문제, 선거구 조정, 전직 대통령의 형사 공소시효 연장, 대통령의 탄핵 기각 및 인용 등 정치 문제서도 큰 발자취를 남겨 왔으나 사건의 분량이 9인 재판관에게 크게 과중하다고는 볼 수 없다.

앞으로는 헌법재판과 일반재판을 전부 관할하는 국가 최고재판소를 설치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통합하고 14인의 대법관, 9인의 헌법재판관을 하나로 흡수하면 대국적 견지서 판례와 법률해석의 통일을 기할 수 있고 국가 운영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본다.

향후 헌법이 개정된다면 탄핵심판권은 국회 상원으로 이관하고 헌법 소송사건과 모든 일반사건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통합한 최고재판소서 관장하게 돼야 한다. 이때 대법관의 총수를 23인으로 할 것인지 17인 정도로 할 것인지는 다시 논의해야 할 것이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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