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헌법정신과 한국 정치 방향

2024.04.18 09:48:45 호수 0호

정치 보스의 놀이터 된 국회의원 공천

작금의 한국 정치는 오랫동안 헌법정신에 맞는 방향이나 행태가 거의 없었다는 게 다수 국민의 판단이다. 우리 헌법에 따라 특히 국회와 정당이 앞장서서 국민에게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한국 정치의 방향을 보여줘야 마땅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반대다.



국회의원 개개인이 인품과 능력이 출중하고 지배력이나 정치적 포용력이 대승적이라면 두말할 나위도 없지만, 국민 눈높이서 보는 현실은 너무 실망스러워 쓸모없는 국회는 차라리 없애는 것이 더 낫다는 말까지 나올까 염려된다.

또 서로 견제하면서도 교대로 정권을 맡아 의회민주주의 발전을 선도해야 하는데 거대 양당들은 헌법적 책임을 느끼지 못한 채 정책 대결은커녕, 말꼬리나 잡으면서 결과적으론 국민을 갈라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를 마비 내지는 퇴보하게끔 하고 있다.

실제로 당면한 의료 분규나 장기적인 인구감소, 양극화, 기후위기, 인공지능(AI)의 도전 등 난제에 대해 구체적 입장을 분명하게 내세우는 민생 밀착적 정당은 찾아볼 수 없다.

더구나 특정인이 정당의 내부구조와 힘을 장악하는 정치 보스가 될 경우, 모두 그 앞에 줄을 서는 행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개헌 논의가 제기될 때마다 권력구조 문제를 중심으로 국민의 관심이 편중되는 사이에 또는 중요한 입법이 통과될 때마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헌법기관들이 가급적 자기들 특권과 이해관계를 강조해 헌법과 법률의 보장 속에 이를 확대해 왔다.


선거는 민주주의를 위한 중요한 정치 행사고 국민의 정치적 축제가 돼야 하는데, 마치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통한 정치 보스의 놀이로 변질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국회의원의 정수 축소 ▲특권 및 세비 삭감 논의도 여러번 논의됐지만, 모두 말잔치 뿐이었다. 차라리 과감하게 기본급의 폭을 줄이고 의사일정에 참여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매번 출석 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어떨까?

필자는 유럽 국회의원들처럼 자전거 타고 국회에 등원하는 한국의 의원을 보고 싶다. 이렇게 이권이나 특권을 초월하게 된다면 국회의원 수를 늘려도 무방한 것 아닌가? 국민들도 더 이상 국회의원들을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게 될 수도 있다. 

최근 들어 4년간 스포일(spoil)된 국회의원들이 차기 총선서 공천장을 받지 못하거나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했다가 낙마하는 인사들은 거의 난동 수준의 정치적 의사를 표시하곤 한다.

사실 이 같은 일탈은 국민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없을 뿐더러, 전혀 관계도 없다. 거의 세습적으로 당선되는 일본과는 달리 세대교체의 의지가 강하고 정치환경이 변화무쌍한 우리나라에서는 특정 국회의원이 한 지역서 대를 물려가면서 계속 당선되기가 어렵다.

이런 정치 풍토에선 차라리 재임 기간 중의 활동을 냉정하게 성찰해 후세대에게 과감하게 물려주는 국회의원을 보고 싶기도 하다.

국가정책 논의에 집중해야

각국의 의회 제도를 보면 훨씬 다수의 전문 보좌관과 특권을 누리면서 그에 상응하는 의정활동을 하는 국회의원이 있는 나라도 있는 반면, 국민의 대변자인 동시에 행정부를 견제하면서 국정 방향을 바로잡는 기본적 기능만 부여하고 있는 나라도 많다.

우리나라처럼 행정조직 단계별로 민의를 대변하는 자치 의회가 겹겹이 있는 경우는 국가의 장래와 방향을 염려하면서 대국적인 국가정책 논의에 집중해야지, 지역 민원에 집착하는 모습은 국회의원 본래의 기능이라고 하기 어렵다.

예컨대 우리나라처럼 땅덩이가 좁은데 지역별로 공항을 건설하겠다는 약속을 도대체 언제까지 들어야 하는가?정당을 육성하고 의회민주주의를 키우며 부패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국가예산으로 공직 출마자들의 선거와 정치활동을 뒷받침하는 것은 필수다.


과거처럼 낙선 후 패가망신하거나 당선되면 지출한 선거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유혹에 넘어가는 부조리가 많이 없어진 것은 이 같은 제도개혁의 덕택이다.

정당 운영에 대한 보조금 제도도 꼭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의 재정 형편과 정당의 행태에 비춰볼 때, 국가의 보조금 액수는 상당히 과도한 편이다.

국가가 배분한 보조금 처리를 둘러싼 어느 신생 정당의 우스꽝스러운 딜레마를 보라. 국고로 지원하는 정당 활동 보조금을 삭감하는 방향으로 보조 기준을 엄격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참에 선거관리 제도도 기술적으로 대폭 개혁해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전투표를 위한 통합 선거인 명부를 만들어 투표자 수의 부풀림을 방지해야 한다. 이것이 어려우면 사전투표 시 투표자의 신원과 일련번호를 일일이 기록하게라도 해야 할 것이다.

또 투표관리관의 개인 도장 사전등록제를 없앰으로써 사전에 도장 찍힌 투표용지를 얼마든지 복사 내지 위조할 가능성 자체를 봉쇄하자. 전자 개표를 한답시고 미르시스템을 일절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사실 전자 개표를 하는 선진국은 거의 없고 유엔도 사용금지를 권고한 바 있다. 실제로 이웃 나라의 해킹 염려도 크고, 미르시스템을 수입한 나라에서는 꼭 선거부정이 발생해 항의나 폭동이 발생하곤 했다. 투표함이 집중되는 우체국에도 참관인을 보내도록 하자.

결국 얼빠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정상화하자는 말이다.

새 국회는 헌법정신 부합 정치개혁 실현해야

현재 양당제에 싫증 난 국민들이 일부 정당의 다당제 주장에 현혹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물론 다당제 선호 이유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다당제는 정치가 안정되고 각종 국가기관이 정치의 영향 없이 본래의 기능을 발휘하는 등 국민의 정치 수준이 아주 높은 국가에서나 잘 가동될 수 있는 제도다. 유럽 선진국들은 다당제를 운용하는 국가가 많지만, 이는 의원내각제 하에서 더 잘 기능한다.

예컨대 선거서 이긴 다수당이 다른 군소 정당들과 협상해 연립정부를 조각하지 못한 채 2년 이상 지나더라도 정치·경제 등 국정의 모든 면이 혼란 없이 아주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나라의 경우에나 가능한 제도인 것이다.

이 기회에 국회의원의 특권을 합리적으로 재조정하고, 선거제도 관리와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제도의 개선을 위해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는 건 어떨까?

고질화된 정치 귀족들의 특권화를 혁파하자. 22대 새 국회가 소집되면 헌법정신에 좀 더 부합하는 정치 현실이 보장되도록 우선순위를 정해 정치개혁을 실현하자.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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