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공천은 없다!

2024.02.29 08:30:04 호수 0호

다수의 합의
공정·정당하게
공인된 정당에서 선거에 출마할 당원을 공식적으로 추천하는 일.
새순 돋게 하려면 이재명 불출마 하라!

야당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수장인 이재명 대표(이하 이 대표)는 현재 대장동·백현동 사건, 불법 대북송금 사건 등 총 7가지 사건의 10가지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이 사건들로 20명에 가까운 종범이 구속되고 경기도 전 비서실장 등 5명이 재판을 받거나 수사를 받는 도중 사망했다.



그러나 주범 격으로 의심되는 이 대표만 구속영장이 기각돼 야당의 운명이 걸린 4·10 총선 공천을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는 명분으로 당내 중진들의 용퇴를 공개 압박해 공천을 둘러싼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이는 컷오프(공천 배제) 또는 불출마 권유 과정서의 공정성 문제, 새 인물의 적합성 시비 논란이 제기되는 동시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도 재소환되는 모양새다. 이렇듯 민주당의 공천 갈등이 계파 간 내전 수준으로 접어들면서 당은 내홍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386 운동권의 상징적인 인물이자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 인사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서울 중·성동갑 공천서 배제했다. 특히 설훈·홍영표 의원 등 지난 대선 경선 과정서 현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를 지지한 세력들과 경선 상대였던 박용진 의원을 컷오프시켰다.

급기야 지난 27일, 친문 고민정 최고위원이 공천에 반발하며 최고위원직서 사퇴하고 친명(친 이재명)-친문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을 나타내며 민주당의 공천 잡음은 민심이반으로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실제 호남 정가에선 호남 출신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공천 배제로 민주당에 대한 반감 여론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이 대표가 향후 잠재적 경쟁자, 혹은 반대파 정적(政敵)을 모두 제거하는 것 같은 공천 모양새가 민주당에 대한 민심 이탈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듯 민주당의 이번 총선 공천 과정서 드러난 이 대표의 관리 역량은 그야말로 낙제 수준이다. 아무리 초선 의원이라지만 정무적 감각도 없어 보인다. 국회의원 선거에 있어 공천 잡음을 최소화하고 컷오프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당 대표나 주류의 희생과 같은 명분이 필요하다.

하지만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공천 갈등에 책임지겠다는 친명 현역 의원들은 찾아볼 수 없다. 임 전 실장에 대한 용퇴 촉구도 ‘세대교체’ 등이 아니라 느닷없는 윤석열정부 탄생 책임을 명분으로 제기했고 지도부 임의로 서울 송파갑 여론조사를 시행하는 등 망신 주기로 일관했다.

‘차기 당권과 대권 가도의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의도’라는 분석과 옹졸하다는 여론은 이 대표가 자초한 셈이다.

그렇다. 민주당의 지금 공천 파동은 근본적으로 이 대표가 여러 정파를 껴안고 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자신의 당권, 대권후보로서의 입지를 미리 굳히려는, 당내 계파 정리용 공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명 세력은 잠재적으로 이 대표의 당권·대권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이들에 대해선 평가 하위 10%, 컷오프 등으로 철저히 배제하고 이 대표 주변의 호위무사들을 대거 발탁했다.

이해찬 전 대표 등 당 원로 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임 전 실장에게 공천을 주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서 논란이 되고 있다. 임 전 실장을 왜 공천서 제외했느냐 따지자는 게 아니다.

문제는 이 대표가 여론조사에서 경쟁자인 국민의힘 윤희숙 후보에게 밀리지 않았던 임 전 실장을 공천 탈락시킨 이유가 과연 ‘총선 승리’를 위한 진정성으로만 결정한 것이냐는 의문에 있다.

게다가 이 대표는 공천 보복을 당한 당사자들이 이의를 제기해도 근거를 투명하게 제시하기는커녕 “0점을 맞은 분도 있다고 하더라”며 조롱 섞인 웃음을 보였다. 이는 결코 당의 통합을 이루겠다는 자세가 아니며, 제1당 지도자로서도 매우 부적절하다.

총선 때마다 공천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잡음이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4년 전, 180석을 만들어냈던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에 이 같은 ‘사당화’ 논란은 없었다. 당시도 하위 20% 통보가 있었지만, 이해찬 당시 대표는 불출마를 선언하며 스스로 사심을 제거했다.

그래서 반발의 강도가 크지 않았다. 반면, 작금엔 다수가 ‘이재명 사천’이라고 혹평하는 결정적 이유는 이 대표의 헌신이나 희생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 중인 노웅래 의원이 “왜 이 대표는 놔두고 나만 문제 삼느냐”고 주장할 때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던 이유다.


최측근인 정청래 의원 보좌관 출신도 지역구에 꽂아 넣는 마당에서 당이 둘로 쪼개질 현재 위기를 극복하려면 ‘비명’에만 희생을 강요할 게 아니라 이 대표는 물론, 친명 핵심인 정청래 등도 불출마를 선언해 스스로 희생하고 당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민심은 돌아섰다. 특히 호남은 역대 선거서 전략적 투표를 해왔기에 호남 민심이 돌아섰다는 건 민주당의 패배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정치가가 아닌 행정가 격인 이 대표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게 우연이겠나. 방탄조끼를 두른 덕일 것이다. 이 대표의 ‘떡잎이 져야 새순이 돋는다’는 말 속에서 그 떡잎은 이 대표 자신이 아닌가 싶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공천하라! 안주머니 수첩 속 인물을 꺼내 들지 말고.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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