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핵 문제와 별도로 남북대화 시작해야

2024.02.27 16:42:37 호수 0호

대북 포용 정책에도 소강상태
윤석열정부의 담대한(?) 구상

문재인정부 시절 북한과 관련해 여러 번의 남북 및 북·미 정상 회동보다 더 놀라운 사건은 2020년 6월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였다. 당시 문정부는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간 전쟁을 불사하는 대립을 인내하고 평창올림픽을 선용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례적으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위해 핵실험 및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 인질 석방 및 유해 송환, 장거리 미사일 발사대 해체 작업 등 성의를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트럼프가 북한의 비핵화만을 챙기려 한데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로 열린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서도 예상 밖의 추가 양보를 요구해 ‘노딜’로 끝나는 등 일방주의 행태를 보였다는 데 있었다.

그 후로 판문점서 북·미 정상이 다시 만났지만, 트럼프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구두로 약속했다가 또다시 이행하지 않자, 김정은은 결국 핵 포기와 북·미관계 정상화 교환 방식의 체제 생존 전략을 포기했다.

김정은은 최고 지도자의 위신 손상을 만회하는 술책으로 이 같은 외교적 참변이 문정부의 중재가 잘못된 탓이라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런데도 문정부는 북핵 문제를 해결해 한반도 평화를 회복·정착시키기 위해 조건 없는 대북 인도주의 지원을 제안하고 북·미 신뢰 회복을 위해 종전 선언을 추진했지만, 미국은 호응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물론, 뒤를 이은 조 바이든도 원점에서 실무회담을 열자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사실상 북한과의 대화에 별다른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북한도 문정부의 호의를 무시하고 대화 단절 및 자력갱생, 중국 및 러시아와의 협력 모색으로 전략 기조를 전환했다.

이런 상황서 출범한 윤석열정부는 문정부의 대외정책을 친중·반일 및 대북 유화로 규정하고, 국민 여론에 편승해 미국의 정책에 적극 동조하고 북한은 적으로 보는 강경 기조를 채택했다.

미국의 정상이 합의 사항 이행에 의지조차 보이지 않은 것도 북·미 대화 중단과 남북관계 후퇴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는데, 이를 무시하고 북한의 안보 위협 억지에 몰두해 ‘원칙에 입각하며 힘의 우위에 기반한 대북정책’을 추진했다.

물론 북한과의 대화 여지도 빼꼼히 열어뒀다. 2022년 광복절을 기해 북한이 핵 포기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면 통 크게 도와주겠다는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다. 문제는 북한이 이를 받을 가능성이 애초부터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먼저 문정부가 남북 갈등 관리와 평화를 우선시하고 북·미 간에도 우호적으로 중재하는 등 정성을 보이면서 무조건적인 인도적 지원을 계속 제안했는데도 북한은 호응하지 않았다.

그렇게 자존심 강한 북한 정권이 윤정부가 선제공격도 할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자신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전단 살포의 길을 활짝 열어주는 등 압박과 강경 기조의 정책을 펼치면서 핵 포기 의사를 명확히 하면 도와주겠다는데 호응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

마치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3월, 드레스덴 선언을 통해 북한의 비참한 경제 상황과 열악한 인권을 비난하면서 인도적 지원을 제안하자, 북한이 이를 무시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이명박(MB)정부와 유사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데 MB정부는 ‘상생과 공영의 대북정책’을 공식적인 기조로 내걸었지만, 실제 정책은 달랐다. 북한이 체제 안보의 최후 버팀목으로 삼는 핵의 포기, 체제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고 여기는 개방, 헐벗고 못사는 북한 경제를 개선해 주겠다는 1인당 소득 3000을 뜻하는 ‘비핵·개방·3000’을 추진했다.

그 결과 5년 임기 동안 남북 대화 한 번 제대로 못했고,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까지 당했다. 정부의 ‘담대한 구상’ 발표 뒤, 북한은 이명박 정부 정책의 재탕이라고 헐뜯었다. 그 당시와 달리 북한은 이제 핵탄두 수십개를 배치하고 언제라도 남한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미국과 함께 제재하고 압박하면 북한이 결국 대화에 나오리라 생각했다면 너무 낙관적이고 안이했다.


북한이 대화를 전면 거부하고 안보 위협을 강화하자 윤정부는 남북관계는 대립 기조로 평행선을 달리면서 한미동맹 강화, 일방적인 양보를 통한 한·일관계 정상화, 북한뿐 아니라 중국도 견제하는 한·미·일 준동맹 결성으로 나아갔다.

이제 북한은 핵 개발 가속화를 헌법에까지 명기했고 김정은은 지난 연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서 “남북관계는 더 이상 민족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교전국 관계’라고 선언했다. 핵무기 생산의 지속적 확대와 ‘남한 평정을 위한 대사변’을 준비하라고까지 지시했다.

이후 북한은 연일 서해 완충 지역서 해안포 사격을 가함으로써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를 계기로 남북이 순차적으로 효력을 폐기한 9·19 남북 군사합의를 도발로 깨뜨렸다.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관계 정상화를 이루려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배치, 선제공격을 불사하는 공세적인 핵 독트린, 오는 4·10 총선과 11월 초 미국 대선을 겨냥한 도발 감행 의지 등에 대해 정부는 ‘강 대 강’ 대립 의지를 굳게 다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제재와 압박 등 강경정책을 구사하면 북한이 결국 굴복하거나 대화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있다. 이 계산이 과연 맞을 것인가?

먼저 정부는 하마스의 테러 공격을 받고 10배 이상의 보복을 가하는 이스라엘처럼 단호한 대응과 보복을 장담하고 있는데, 중요한 점은 이스라엘은 자국이 핵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오히려 북한이 핵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무모한 자극과 무력 대결은 자칫 민족적 대재앙을 초래할 수 있음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 또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하고 도발을 감행하더라도 한·미·일의 대러, 대중, 대북 압박이 거세므로 중·러가 유엔 안보리 제재는 계속 막아줄 것으로 믿고 있다.

코로나 봉쇄가 끝나 북한 대외교역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북·중, 북·러 교역도 재개됐으나 북한 경제에 미치는 제재의 효과는 반감됐다. 더구나 김정은은 당 중앙위 전원회의서 작년 국내총생산(GDP)이 2020년에 비해 40%가 증가했다고 자랑했다.

상당 부분이 과장으로 여겨지지만, 북한 경제 사정이 국제 제재와 압박에 도저히 살기 어려워 굴복할 정도가 되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어쨌든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핵·미사일 개발을 가속하며 우리에게 선제 핵공격도 가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 것에 대해 아무리 규탄해도 부족하다.


하지만 핵 억지력 보강,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의 대화 복귀나 핵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결국 남북대화 및 북·미 협상을 통한 해결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 합의 이후 미국이 북한에 상호 안보와 동시 행동을 통해 비핵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렸는데 이를 무성의하게 흘려보냈던 상황을 재검토해 봐야 한다.

앞으로라도 북한 비핵화를 실현하려면 이를 반면교사 삼아 대화 재개와 협상 과정, 그리고 합의 이행에서 북한의 안보 딜레마까지 고려해, 북한이 그 어느 과정서도 이탈할 수 없도록 의지와 성의를 갖고 꼼꼼하게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정책 방향을 살펴보면, 무엇보다 국가 안보가 최우선이고 북한이 핵으로 위협하고 있으므로 핵 공격을 확실히 억지하기 위해 핵 협의그룹(NCG) 가동과 전략자산의 상시적 가시성 증대보다 더 확실한 대책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을 안심시키려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나 이에 준하는 획기적인 조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한 치의 빈틈없는 국가 안보태세를 갖추는 한편, 남침은 물론이고 도발 대상으로 삼지 않도록 하는 정책도 구사해야 한다.

남북대화나 협상, 협력이 이뤄지면 더 좋겠지만 최소한 북한의 도발 동기 관리는 추진돼야 한다. 이런 정책들을 기본적으로 펼치면서 보다 긍정적이고 민족의 미래를 보장하는 능동적인 정책 구사도 필요하다.

특히 북핵 문제를 미국에 맡겨두면 결국 남의 일에 정성과 노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 유의해 당사자인 우리가 북한의 안보 딜레마를 고려한 상호 안보의 관점서 창의성과 정성을 기울여 북·미 핵 협상이 시작되도록 주선해야 한다.

이렇게 남북관계에 대한 우리의 진정성을 보여주면서 핵 문제와 별도로 민족적 차원에서 조건 없는 인도적 지원을 계속 제안하고 남북 통신선 복원을 시작으로 대화와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남북 불신과 적대감이 팽배한 현 상황을 고려하면 올해 내에 대화가 재개되기만 해도 큰 성과로 볼 수 있다.

이후 이산가족 상봉과 관광사업 등 시급하거나 쉬운 사업부터 추진하고, 궁극적으로는 상호 안보에 따르고 핵뿐 아니라 재래식 군사력까지 포함한 남·북한, 주한미군 등 3자 간 균형을 생각하는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면서 호혜적인 각종 남북 협력사업들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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