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6>

사랑도 ‘돌려막기’가 된다면?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천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동이야, 마지막 방법은 말이야, 명자씨다”
지금도 사랑하는 은영씨의 미소를 잊을 수 없다
 

■ 진짜 ‘선수’로의 변신

명자씨는 정말로 나랑 살고 싶었던 것 같았다. 소나타2와 고급빌라를 거절했을 때에도 그녀는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끝내 내가 그 모든 것들을 다 거절하자 그녀는 못내 아쉽다는 듯 마지막 여지를 남겨주기도 했다.
“언제든 얘기해요 동이씨, 난 동이씨랑 행복하게 살고 싶어. 호호호.”
고마운 말이기는 했지만, 그건 아닌 듯싶었다.
병구가 마지막 해법으로 생각해낸 것은 바로 이런 명자씨의 모습이었다.
“동이야, 마지막 방법은 말이야, 명자씨다. 돈을 빼내고 그 돈으로 네가 은영씨를 도와주는 거다.”
갑자기 비장한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사랑하지 않는 명자씨를 사랑해주고, 정말로 사랑하는 은영씨를 금전적으로 도와주고 행복을 빌어준다?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할 수 있다면 하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사랑하는 은영씨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명자씨를 사랑해주는 것이 뭐가 문제가 되겠는가.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면 결행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되냐?”
“선수의 작업법칙이 뭔지 아냐?”
그런 걸 내가 알 리가 있나. 병구가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포커페이스야. 네 마음을 읽히지 않는 것. 네가 돈 때문에 명자씨를 만난다는 걸 들키지 않는 것이지.”
“호오! 그렇구나”
명자씨에게 미안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논리’도 만들었다. ‘싫다고 해도 준다는데 어떻게 하겠냐’는 것이었다. 나도 그런 논리로 내 마음을 다스리기로 했다. 내가 먼저 나서서 돈을 달라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명자씨에 대해 미안한 마음만큼이나 은영씨가 행복해할 것을 떠올리니 감정들이 상쇄되고 어느 정도 안정을 찾는 듯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일이 성공적으로 된다고 해도 이제 나는 더 이상 은영씨를 만나기는 힘들었다. 명자씨는 나에게 돈을 주는 조건으로 나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감수할 일이었다. 다만 그렇게 되기 전에 은영씨와 정말 제대로 된 데이트라도 한번 해보고 싶었다. ‘선수와 손님’의 관계가 아닌 연인관계로,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사람들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녀와 진정 행복한 시간을 갖고 싶었던 것이다. 속으로 한 번 더 다짐해봤다.
‘은영씨, 조금만 더 기다려요. 모든 게 다 잘 해결될 거예요’
나는 전화기를 꺼내들어 은영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미 그 당시에 은영씨와 나는 거의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났을 정도였다. 그만큼 가까워져 있었고, 서로 애틋한 감정을 키워가기도 했다. 하루 정도 시간을 빼서 데이트 약속을 잡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병구에게 빌린 엘란트라 자동차는 대성리 북한강 어귀를 돌고 있었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아본 적이 언제였던가. 아마 은영씨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유흥가 사람들의 생활이라는 게 자유롭고 시간이 많아 보이는 것 같아도 절대로 그렇지가 않다. 우리들도 일반인들처럼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생활인들이다. 거기다가 은영씨처럼 그런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기면 더 큰 타격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운전을 하며 바라본 은영씨의 얼굴에는 어느덧 슬픔이 가시고 엷은 미소가 떠올랐다. 지금도 그녀의 얼굴을 잊을 수 없다. 사랑하는 은영씨의 미소를.

■은영씨와의 데이트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영원히 은영씨와 있고 싶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는 여유로운 시간들이 이처럼 꿀맛 같다는 사실은 처음으로 알았다. 하긴, 이제껏 사랑이라는 것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살아왔던 것 같다. 늘 생활에 치이고 돈에 쫓기면서 살아왔던 나였기 때문이다.
“우리 뭐 먹을까요? 은영씨”
그녀는 특별히 가리는 것이 없다고 했다. 운전 중에 발견한 시골밥상집은 생각보다 깔끔하고 예쁜 집이었다. 잘 정리된 정원부터 세련된 인테리어까지, 사랑하는 여인과 데이트를 즐기기에는 딱이었다. 쌈밥을 시켰는데, 상이 너무 푸짐했다. 반찬만 30가지. 애초에 비쌀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상차림이 너무 풍성해서 혹시 주방 아주머니가 다른 메뉴로 오해를 한 건 아니지 모르겠다.
“저, 여기 쌈밥 시켰는데요.”
“쌈밥 맞는데요?”
이제는 7천원짜리 밥한끼 정도야 아무렇지도 않게 살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이 됐지만, 그래도 돈에 쪼들렸던 과거의 생활습관들이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맛있는 밥상과 예쁜 은영씨, 그리고 여유롭고 고즈넉한 한때, 모든 것이 훌륭했고, 세상은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했다. 남들이 보면 닭살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렇게 쌈을 싸서 서로의 입에 넣어주기도 했다. 역시 사랑을 하면 유치해지나보다. 그래, 유치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겠지.
밥을 먹고 났더니 춘곤증이 밀려왔다. 지역이 지역인 만큼 곳곳에는 러브호텔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예쁜 여자를 앞에 두고 남자로서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는 것도 좀 이상한 것이 아닐까. 좀 쉬어가자고 장난스레 제안했는데, 은영씨가 의외로 흔쾌하게 대답해주었다.
“그래요? 그럼 쉬었다 가죠 뭐”
어? 이게 웬일이지? 설마 은영씨도 나랑 같은 생각을 했을까?
“그럼 전 모텔에 가서 좀 쉴게요. 동이씨는 차 안에서 쉬어요.”
은영씨는 천연덕스럽게도 나의 ‘의도(?)’를 간파하고 장난을 쳤던 것이다. 에이, 그럼 그렇지.
돌아오는 길에는 미사리의 카페에 들러 옛 노래에 잠겨보기도 했다. 그렇게 행복한 하루의 데이트는 끝나고 있었다. 아마도 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는 이렇게 은영씨와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는 없을 것이다. 행복감과 절망감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도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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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