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의문의 진경준 검사장

은밀하게 '대박' 시원하게 '쪽박'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지난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고위공직자의 평균재산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검찰 고위직인 진경준 검사장. 그는 게임회사인 넥슨 주식이 비상장이던 시절 주식을 대거 매입해 지난해 모두 처분해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었다. 처분한 주식 매각액은 총 126억원. 이는 국회의원을 제외한 행정부·사법부 재산공개 대상자 가운데 최고였다. 진 검사장은 비상장이었던 넥슨 주식을 매입한 배경에 대가 및 미공개 정보 이용 가능성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되자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 1년 간 청와대와 각 부처 1급 이상, 국립대 총장, 지방자치단체장, 시·도 교육감, 광역의원 등의 재산변동사항 신고내역을 지난 25일 관보에 공개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증가한 공직자였던 진경준 검사장은 비상장 주식투자로 지난 한해 동안 38억원에 가까운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 재산이…
1년새 38억 증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관보에 따르면, 진 검사장은 지난해 게임회사 넥슨 주식 80만1500주를 126억원에 처분해 37억9853만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진 검사장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156억560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이는 전년도 116억원에서 40억(33.9%)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그의 재산 증가액은 행정부·사법부 등 전체 재산공개 대상 공직자 2328명 가운데 최고였다.

진 검사장은 2005년 지인들과 함께 투자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005년에는 넥슨이 주식시장에 상장되지 않아 일반인들은 쉽게 투자할 수 없었다. 넥슨은 2011년 12월 한국 대신 일본 주식 시장에 상장했다. 2005년 당시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등 여러 히트작을 보유하며, 이듬해 매출액 2400억원에 이르는 우량회사로 꼽혔다.

이때 당시 진 검사장은 금융거래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귬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의 심사기획팀장으로 근무했다. 이 때문에 진 검사장의 넥슨 주식 투자를 두고 부적절한 주식투자라며 도마 위에 올랐다. 확실한 내부정보가 없으면 한 종목에 거액을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법조인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기업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면서 부당하게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초기 진 검사장은 이에 대해 “당시 외국계 컨설팅사에 다니는 대학 동기 박모씨의 지인이 주식을 팔겠다고 해 함께 투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 간의 거래이고 주식을 판 일반인의 프라이버시 때문에 상세한 내역을 밝힐 수 없지만 당시 넥슨의 액면가(500원)보다 훨씬 비싼 주당 수만원에 매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 검사장이 밝힌 주식 매입 경위는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2005년 당시 넥슨 주식은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회사였다. 여러 히트 게임을 만들었고, 곧 주식시장에 상당돼 지분 보유자들이 상당한 수익을 올릴 거라는 얘기가 돌았기 때문이다.

2005년 투자해 38억원 시세차익 챙겨
가진 돈 주식 몰빵 “자신감 어디서?”

진 검사장에게 넥슨 주식을 넘긴 사람도 ‘일반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넥슨이 2011년 일본 증시 사장을 위해 공개한 기업보고서에 따르면, 진 검사장과 똑같이 지분 0.23%를 보유한 주주들은 그를 포함해 4명이다. 이들 지분을 합하면 0.92%다.

이는 넥슨 주주 404명 가운데 11위 해당한다. 심지어 김 회장의 부인 유정현씨(0.68%)보다 지분이 많았다. 지분 10위 안에 드는 주주 가운데는 넥슨 핵심 경영진이 대부분이었다. 당시 넥슨 주식을 김 회장 부부가 많이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맥락에서 내부정보를 이용한 거래일 수 있다는 의문도 제기된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가 진 검사장과 함께 이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 가운데 한 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 대표는 진 검사장을 모르는 사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진 검사장의 해명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김 대표는 당시 컨설팅업체에서 일하고 있던 친구인 박씨에게 넥슨 투자 권유를 받아, 넥슨홀딩스 주식 1만주를 주당 4만원에 매입했다. 김 대표는 넥슨이 2011년 일본 증시에 사장하기 전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진 검사장과 컨설팅 관계자 이모씨와 함께 0.23% 지분을 보유했다.


진 검사장이 김 대표를 김 회장에게 소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 대표가 진 검사장을 모른다는 것과 반대되는 증언이다. 2005년 당시 넥슨 주식은 김 회장이 승인한 사람에게만 팔 수 있었다. 그런데 넥슨과 별다른 관련이 없는 김 대표가 주식을 구입할 수 있었던 이유가 진 검사장과 김 회장과 친분 때문일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회장과 친분 관계
미공개 정보공유?

김상헌 네이버 대표가 진 검사장과 함께 이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 가운데 한 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 대표는 진 검사장을 모르는 사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진 검사장의 해명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김 대표는 당시 컨설팅업체에서 일하고 있던 친구인 박씨에게 넥슨 투자 권유를 받아, 넥슨홀딩스 주식 1만주를 주당 4만원에 매입했다. 김 대표는 넥슨이 2011년 일본 증시에 사장하기 전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진 검사장과 컨설팅 관계자 이모씨와 함께 0.23% 지분을 보유했다.
 

진 검사장이 2005년 이전에 김 회장에게 서울대 법대 4년 선배인 김 대표를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진 검사장은 김 회장 등 여럿과 함께 만난 자리에서 김 대표를 김 회장에게 소개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당시 김 대표는 LG에서 법무 업무를 맡고 있었다. 진 검사장과 김 대표는 부부끼리도 친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 회장이 김 대표를 이해진 네이버 의장에게 소개했고, 그 인연으로 김 대표가 2007년 네이버로 이직했다.

박씨도 김 회장 등과 투자한 세명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박씨는 2007∼2010년 김 회장이 소유한 위젯에서 감사를 지냈다. 2009년 넥슨과 공동 창업한 교육사업 관련 회사를 운영하고 있을 만큼 넥슨과 가까운 것으로 전해진다.

또 넥슨 주식을 산 이들 세 명은 모두 ‘서울대-하버드’ 출신이란 점도 눈길을 끈다. 진 검사장과 박씨는 서울대 86학번 동기이고, 김 대표는 서울대 82학번이다. 박씨는 하버드대 생물물리학 박사 출신이고 진 검사장은 1998∼1999년, 김 대표는 1999∼2000년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공부했다. 이런 학연을 바탕으로 일반인은 사기 어려웠던 넥슨 주식의 공동 구매를 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태가 커지자 진 검사장은 사의를 밝혔다. 지난 3일 진 검사장은 김현웅 법무부장관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진 검사장은 “지난 며칠 동안 거취에 관해 깊이 고민해 왔다. 장관님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법에 따라 숨김없이 재산을 등록하고 심사를 받아 왔지만 국민의 눈에 부족함이 있다는 점을 알지 못했다”며 “그 점을 깨닫고 더 이상 공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사의 표명 이유를 밝혔다.

김 회장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넥슨도 공식 입장 발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넥슨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 등의 내용이 담긴 입장 발표를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이미 알려진 진 검사장 등의 주식 구입 경로도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 누구?
대부분 학맥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6일 진 검사장에게 소명요구서를 발송했다. 소명요구서에는 진 검사장이 2005년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매입한 경위 등 20여 개 질문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공직자윤리법은 직무와 관련해 부정하게 재산을 증식했다고 의심되거나, 재산상 문제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당사자에게 소명을 요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금융기관에 해당 인물의 금융거래 내역 자료도 요청할 수 있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재산등록 의무자는 20일 내에 재산에 대한 보완신고서 또는 질의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검증 과정에서 필요시 공직자윤리위는 진 검사장에게 출석을 요구할 수 있고 불응시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

윤리위는 이날 “진 검사장의 사건에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가장 먼저 처리하겠다”며 “소명 내용이 오더라도 신고한 재산과 관련 자료를 철저히 분석해 필요하다면 더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법무부나 검찰이 감찰 또는 수사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지만 법적으로 쉽지 않다. 우선 법무부의 자체 감찰은 시효가 지났다. 검사징계법 25조(징계 등 사유의 시효)는 ‘징계 등은 징계 등의 사유가 있는 날부터 3년이 경과하면 이를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진 검사장이 넥슨 주식을 취득한 게 2005년이었고 당시에는 징계 시효가 2년으로 더 짧았다.

비상장 회사 투자 어떻게 알고…
‘사전에 정보 들었나’ 의문 증폭

진 검사장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 혐의로 수사하라는 의견도 많지만 이 역시 마땅치 않다. 옛 증권거래법 188조의 2(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는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한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상장법인이나 상장을 6개월 앞둔 법인의 주식만 규제대상이다.

2005년 넥슨 주식은 비상장주였다. 설사 상장주식으로 내부자 거래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이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7년이다. 수사를 할 수 있는 공소시효가 4년 전에 이미 지났다.


진 검사장은 검찰 내에서 정확하고 빠른 상황 판단력으로 문제 해결 능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 출신으로 서울 환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33회 행정고시와 제30회 사법시험에 모두 합격해 검사로 입문했다.

1995년 서울지검 검사로 시작해 법무부 국제형사과장,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 대검찰청 미래기획단장, 인천지검 2차장, 의정부지검 차장 등을 역임하며 주요 보직을 거쳤다. 지난해 검찰의 ‘별’로 불리는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범죄라 해도
공소시효 지나

검찰 내부에서 손꼽히는 학구파로 1999년 하버드 로스쿨을 수료하고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유연하면서도 강한 추진력으로 리더십이 강하고 뛰어난 조직 장악력을 보유했다. 통찰력과 지휘통솔력 등 간부로서의 자질도 탁월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논문으로는 <한국헌법상 환경권의 보장과 그 실현을 위한 연구> <금융프라이버시권에 관한 연구-자금세탁방지제도를 중심으로> <환경오염규제의 국제법적 접근> 등이 있다.
 

<min1330@ilyosisa.co.kr>

 

[넥슨은?]

넥슨은 1994년 대한민국 서울에 설립된 이후 다수의 온라인게임을 개발 및 서비스하고 있는 글로벌 게임 기업이다. 넥슨에서 최초로 서비스한 MMORPG '바람의나라'는 전 세계 최장수 상용화 그래픽 MMORPG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바 있으며 ‘부분 유료화(Free to Play)’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의 선구자로, 현재 약 66여개의 게임을 아시아, 북미, 남미, 유럽을 포함한 110여개의 국가에 서비스하고 있다.

현 넥슨의 본사는 2002년 12월 18일에 설립하였던 넥슨 일본법인(과거 넥슨 재팬)으로, 넥슨 한국법인으로부터 본사의 지위를 승계 받고 사명을 ‘넥슨 재팬’에서 ‘넥슨’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넥슨 한국법인의 사명은 ‘넥슨’에서 ‘넥슨 코리아’로 바뀌었으며, 이후 2011년 12월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했다.

현재 넥슨 일본법인이 넥슨 그룹의 본사 기능을 수행하며 넥슨코리아의 지분 100%를 보유함에 따라 넥슨코리아를 지배하고 있으며, 동시에 대한민국 제주특별자치도에 본사를 두고 있는 그룹의 지주사이자, 넥슨 일본법인의 최대 주주(61.77%/ 2013년 9월 말 기준)인 NXC의 지배를 받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지주회사인 NXC가 소유하고 있는 일본의 다국적기업이다. 대한민국에서 있는 법인은 넥슨 코리아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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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